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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공룡 등의 시장력 증가와 ‘판매가격 부풀리기’(마크업)
IT 공룡 등의 시장력 증가와 ‘판매가격 부풀리기’(마크업)
  • 조준상 선임기자
  • 승인 2019.05.03 1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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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보고서, ‘투자 둔화+소득 불평등 악화→성장 둔화’ 부작용 점점 심해져
2000~2015년 선진국 IT․금융보험 소수기업, 마크업 증가율 30% 넘어
경쟁자 내모는 인수합병과 판매가격 부풀리기, 미국이 가장 심해

선진국 경제에서 소수 기업으로 시장력이 집중되면서 기업의 투자는 물론 국민소득에서 노동자에 돌아갈 몫이 줄어들고 성장을 떨어뜨리고 있다. 이들 기업이 실물투자보다는 생산비용에 얹어 형성하는 판매가격을 높이는 ‘마크업’을 늘리는 데 높아진 시장력을 이용하고 있어서다. 특히 높은 시장력을 이용한 이런 가격 부풀리기는 제조업보다는 정보통신업, 금융보험업, 전기가스공급업 등에 쏠려 있다. 지역적으로는 선진국 경제 중에서도 구글이나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정보통신 공룡기업들이 수두룩한 미국에서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크업 상위 10%와 나머지 기업의 마크업 증가율 격차 추이
마크업 상위 10%와 나머지 기업의 마크업 증가율 격차 추이
(2000년 1 기준, 자료: IMF)

국제통화기금이 지난 4월2일 발행한 보고서 ‘세계경제전망 - 성장둔화와 불안한 회복'을 보면, 생산비용 대비 판매가격 비율인 '마크업'(markup)이 높은 상위 10% 기업의 마크업 증가율은 2000년 이후 2015년까지 평균 30% 이상이었다. 반면 나머지 90% 기업들의 평균 마크업은 2%에 그쳤다. 이는 2000년 마크업을 1로 놓고 볼 때, 상위 10% 기업의 마크업은 1.3 이상, 나머지 90% 기업은 1.02였다는 얘기다. 마크업 증가율이 높다는 것은 생산비를 회수하고 남는 이윤폭을 늘리기 위해 그만큼 판매가격을 높였다는 뜻이다. 이로 인해 마크업 상위 10%에 속하는 이들 기업은 규모면에서는 다양하지만 나머지 기업들보다 수익성이 약 50% 더 높고, 특허․소프트웨어와 같은 무형자산이 30%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마크업 증가율이 높은 기업들은 대부분이 신생기업이 아니라 기존 기업이었다.

보고서에서 마크업 증가율이 높은 기업들은 모든 업종에 분포돼 있기는 하다. 하지만 업종별 기업수의 차이 등을 감안할 경우 정보통신업과 금융보험업, 전기가스공업에서 마크업 상위 10% 기업에 속하는 정도가 평균보다 높았고, 건설업과 제조업, 도․소매업이 평균보다 낮았다. 이런 업종별 차이는 선진국 경제의 나라별 차이로 반영된다. 선진국 경제의 마크업 증가율은 같은 기간 동안 7.8%였다. 이 중에서 미국의 마크업 증가율은 나머지 선진국 평균의 2배였다. 반면 신흥시장 경제의 마크업 증가율은 2% 미만이었다. 가격 부풀리기가 극히 미미했던 셈이다.

보고서는 미국의 마크업 증가가 높은 이유로 두 가지에 주목한다. 하나는 글로벌 정보통신 공룡기업들이 즐비하고 월스트리트로 상징되는 금융보험업이 고도로 발달한 미국 경제의 특성이다. 다른 하나는 다른 선진국 경제와 달리 인수합병을 통해 확보한 시장력 증가다. 시장에서 경쟁자를 내모는 인수합병을 통해 미국의 마크업 증가의 80%가 설명된다는 것이다. 미국의 상장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다른 연구에서도 미국의 평균 마크업은 1980년 1.18에서 2014년 1.67로 42% 증가했다.

선진국 경제와 신흥시장 경제 마크업 차이(자료: IMF)
선진국과 신흥시장 마크업 차이(빨간색이 선진국 경제, 자료: IMF)

마크업 증가의 부정성은 투자 둔화와 소득불평등 악화를 통해 성장 둔화로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마크업 증가가 생산 확대보다는 가격 부풀리기를 통한 수익성 개선을 가져오기 때문에 시장력을 집중한 기업으로서는 투자를 늘릴 유인이 약하다는 것이다. 마크업이 2000년 수준에 그대로 있었을 경우 물적 자본투자량이 지금보다 평균 3%, 국내총생산은 평균 1% 높을 것으로 보고서는 추정한다.

또한 보고서는 국민소득에서 노동자에 돌아가는 몫인 노동분배율의 하락에 시장력 집중과 마크업 증가가 주요한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2000년 이후 노동분배율이 2%포인트 하락했는데, 이 중 최소 10%(0.2%포인트)가 마크업 증가로 인한 효과라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간과돼온 중요한 지적이다. 그동안 노동분배율 하락의 주요한 원인으로는 기술변화, 글로벌화와 오프쇼링, 특허나 소프트웨어 등과 같은 무형자산 증가와 관련된 측정 어려움, 물적 자산의 가속도 감가상각, 노동자의 교섭력 약화 등이 꼽혀 왔다.

이런 내용을 담은 보고서의 제2장(기업 시장력의 증가와 거시경제에 주는 효과)을 작성한 국제통화기금 구조개혁 연구담당 경제학자 페데리코 디에즈와 연구담당 자문 로메인 듀발은 “많은 시장에서 많은 무형자산, 네트워크 효과, 규모의 경제를 이용할 수 있는 우월한 능력에 힘입어 소수 기업들의 시장력이 증가하고 있다”며 “이들 기업의 마크업 증가에는 승자가 대다수를 가져오는 ‘승자다식’의 논리가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추세를 방치할 경우 혁신을 저해하고 투자를 떨어뜨리고 소득불평등을 악화시키는 부작용이 더 깊어지면서 불안한 경제회복 전망을 더 어둡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이 내놓은 대책에는 정보통신 등 비제조업 분야의 진입장벽 완화와 경쟁정책 강화, 시장력 집중을 통해 확보한 이윤 회수를 위한 법인세 정비, 획기적인 혁신을 촉진하는 지식재산권 정비 등이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반독점 경쟁정책 강화 차원에서 미국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런(http://www.economy21.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06246)과 하버드대 교수 케네스 로고프(전 국제통화기금 수석경제학자)는 구글과 페이스북 등 글로벌 정보통신 공룡기업들의 해체, 반경쟁적 합병의 무효화를 통한 경쟁 촉진 등을 제안하고 있다. 이와는 다른 흐름으로 영국 정부의 요청으로 오바마 행정부의 전 수석경제학자 제이슨 퍼먼(하버드대 케네디대학원 교수) 주도로 작성해 지난 3월 발표된 ‘디지털경쟁 전문가패널 보고서’는 △플랫폼 상에서 경쟁자를 차별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플랫폼 중립성과 행위규범 도입 △소비자가 특정 사업자에 얽매이지 않도록 검색기록과 구매이력을 옮길 수 있게 하는 ‘데이터 이동성’ 보장 등을 제안했다.

국제통화기금의 보고서 제2장은 한국을 포함해 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핀란드, 덴마크, 벨기에, 오스트리아, 헝가리, 슬로베니아, 슬로바키아, 러시아 등 27개국 선진국 경제와 신흥시장 경제의 약 100만개 기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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