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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만리] 중국의 일대일로와 한국의 이익 전략
[천지만리] 중국의 일대일로와 한국의 이익 전략
  • 우진훈 동아시아평화연구원 부원장, 북경외국어대 국제상학원 교수
  • 승인 2019.05.07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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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정부가 주관한 ‘제2회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이 지난 4.27 북경에서 폐막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롯한 40여 명의 국가 및 국제기구 리더가 자리했고 약 640억 달러 규모의 협력 프로젝트가 체결되었다. 이탈리아가 G7 중에서 처음으로 참석한 가운데 283개 분야에서 실무적 성과를 거두고 ‘일대일로 진전 보고서’ 등이 채택되었다. 미국이 일대일로를 일종의 변형된 패권전략이자 ‘채무 함정 외교’ 라고 비판하는 가운데 시진핑 주석은 보호주의 반대와 공동 공영을 역설하며 국제협력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전체적으로 볼 때 금번 대회는 미중 무역전쟁의 최종협상을 목전에 두고 있어 중국정부의 세 과시는 넘치지 않았고 언행은 다소 정제되었으며 매체 보도 또한 작년에 비해 분량과 톤이 조율되었다.

 

미국이 일대일로는 ‘환상(illusion)’ 이라고 폄하하고 있지만 중국정부는 앞으로도 동 전략을 일관되게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금년 3월 양회 기간 중 채택된 2019년 중점 업무 중에서도 일대일로의 대외협력 추진 심화가 자리 잡았다. 즉 일대일로 연결 선상에 있는 국가와의 협력 연계를 강화하고 중점 프로젝트 건설을 위한 금융지원과 리스크 통제 그리고 안전보장 등이 강조된 것이다. 디지털 실크로드와 중·아세안 스마트도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경외(境外) 경제무역협력구와 생산협력단지 그리고 변경(沿边) 중점개발개방시험구와 국경 간 경제협력구의 건설을 추진하여 실질적 협력 플랫폼을 조성해 나간다는 것이다.

 

일대일로의 전략 목표는 64개국에 약 40억 명의 인구가 살고 있는 아시아-아프리카-유럽을 연결하고 아시아 지역 인프라 건설을 바탕으로 거점 국가의 산업 클러스트(cluster)를 구축해 이를 지역 간 산업 협력이 이루어지는 경제회랑으로 연결한 후 교류협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나아가 FTA와 같은 제도적 협상을 통해 아시아와 유럽을 하나로 묶는 대(大) 시장을 건설하자는 것이다. 2017년 새해 첫날, 영국 런던을 향해 중국의 절강성(浙江省) 이우(义乌)시를 출발한 화물열차는 12,450km의 이르는 약 20일 간의 여행을 시작했다. 동 노선을 이용한 화물운송료는 항공운송보다 50% 저렴하고 운송 시간은 해상보다 절반이 단축된다. ‘일대일로’ 계획에 대한 의지를 국내외에 보여준 이벤트였다.

 

일대일로의 국내 경제적 동인은 외환보유고 활용과 함께 인프라 수출을 통해 국내 과잉문제를 해소하고 서부지역 개발을 통한 국토의 균형발전 촉진과 중장기 에너지 공급처 및 수송로 확보를 위한 것이다. 단순히 보면 자국 내 과잉물자의 밀어내기 식 수출구조처럼 보이나 투자 연결선을 따라 인프라를 건설하고 해당 지역의 경제를 활성화시켜 또 다른 해외의 중국시장을 개척하고 위안화의 국제화도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중국은 2014년에 해외직접투자(ODI) 규모가 외국인직접투자(FDI)를 추월하며 순 자본수출국으로 올라섰다. 2022년에는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ODI 국가로 부상할 전망이다. 아시아 및 유럽 지역의 침체된 경제를 돕는다는 중국의 투자행위가 시장조작 의도를 품고 국제사회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 한다는 의심도 받고 있지만 중국자본이 필요한 일부 국가의 수요로 인해 중국의 일대일로는 계속 추진될 것이다.

 

일대일로의 정치적 함의는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에 직접 대응하여 휘말리지 않고 전장(戰場)을 서쪽으로 열어가며 아시아 및 유럽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정부는 사업 추진의 선봉장으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창립하고 자신이 설립자 임에도 거부권을 포기하여 패권 없는 다자 협력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아세안(ASEAN)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나아가 개도국의 리더가 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신흥국과 개도국에 대한 투자를 통해 지지 세력을 확보하고 석유수출국에 대한 인프라 건설 지원으로 석유수출의 효율 증대와 가격안정을 도모하여 가격협상력을 제고한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경제적 이익추구 외에도 관련국과의 정치외교적 신뢰구축과 문화적 포용을 통해 이익공동체와 운명공동체 그리고 책임공동체를 구축하려는 국가 영향력 확장 전략인 것이다.

 

현재 중국경제는 구조조정으로 성장률이 하락하고 이전 개혁조치의 현시효과를 기다려야 하는 고통의 시기에 처해 있다. 전환기 위기를 돌파하고 지속발전을 담보하기 위한 전략적 카드가 절실한 가운데 ‘일대일로’ 계획은 1979년 개혁개방의 시작과 2001년 WTO 가입에 이은 제3라운드 개혁개방 정책이라 할 수 있다. 동시에 시진핑 주석이 역설하는 ‘중국의 꿈(china dream)’을 이루기 위한 국가 전략이기도 하다. 복단대학의 ‘중국과 주변국가관계 연구센터’ 주임인 쓰웬화(石源华) 교수는 “일대일로는 참여국가가 함께 교향악을 만드는 것이지 중국의 독주곡을 쓰는 것이 아니며 협력공영의 단체공연이지 중국의 모노드라마가 아니다” 라는 비유로 그 의미를 개괄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집행능력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도 적지 않다. 근거로는 정부가 국제사업의 협상 및 리스크의 주체가 된다는 것, AIIB의 자본금 약소와 지배구조의 불투명, 국제융자에 따른 레버리지 효과 발생, 미국과 일본의 경쟁과 방해, 러시아와 인도의 비 협조, 중국의 해외자산 보존 리스크와 반 중국 정서에 따른 중국인 위협, 중앙아시아 및 중동지역의 분리주의와 테러리즘 등이 있다. 현실적으로 투자는 쉽지만 지키기가 어려운 변수가 적지 않은 것이다. 해외에 동맹국과 군사기지가 없는 중국이 국제사업을 추진하며 ‘안정된 발전’과 ‘발전의 안전’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라는 문제에 봉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중국정부는 해당 국가의 기존 협력기제에 접목하여 역외세력의 기득권을 존중하되 전체 이익을 추구하지도, 전체 리스크도 지지 않는 전략을 추구하는 가운데 유럽과의 협력에 중점을 두며 ‘실크로드 위협론’에 대처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시간은 내 편’ 이라는 전략이 중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 환경이 유리한 쪽으로 조성될 지 여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중국은 미국처럼 군사적으로 드러나게 패권을 추구하거나 우두머리가 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부흥을 위해 신 시장을 창출하자는 것이며 여기에 문화적 연성파워(soft power) 전파를 통해 존중 받는 세계대국이 되고 싶어 한다. 이를 위한 글로벌 시장의 안정적 확장과 성장은 물질적∙정신적 기반이 될 수 있다. 결국 국내시장의 팽창과 해외시장의 확대는 국부와 민부를 증대시켜 정치사회 안정을 담보하고 지속발전을 위한 보장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지역은 중국의 육상 실크로드인 일대(一帶)와 해상 실크로드인 일로(一路)가 연결되는 지점이나 중국과 미∙일과의 마찰 그리고 북핵 문제 등으로 전체 계획에서 빠져있는 상태다. 한반도 안정이 전제되지 않으면 전체 일대일로 계획이 흔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은 동쪽의 안정이 중요한 중국정부의 고민을 이해하고 이를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동북아지역 일대일로의 벨트 연장과 사업을 위한 거점 국가를 자임할 필요가 있다. 중국-한국-북한-러시아를 연결하는 경제회랑 사업을 주도하여 지역 안정에 공헌함과 동시에 경제적 이익을 도모하는 것이다. 한국은 일대일로의 단절된 벨트를 ‘기회의 라인’으로 만들 수 있으며 이는 중국 공산당이 내심 원하는 바이기도 하다.

 

한국은 국내외를 아우르는 중국의 국책 사업인 ‘일대일로(一帶一路)’ 계획에 적극 참여하여 전환기 중국경제 흐름에 편승하고 국제 인프라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아야 한다. 한국기업은 개발도상국 내 인프라 건설과 생산능력 확충에 따른 양자 및 삼자 협력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한국은 일대일로 사업 및 지분에 대한 레버리지를 확보하고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창립 회원국으로서의 발언권을 높여야 한다. 향후 10년 간 아시아지역 인프라 수요는 약 8.5조 달러로 세계 인프라 수요의 50%를 차지할 전망이다. 향후 일대일로와 관련된 사업의 진척과 함께 새로운 투자자와 다국적기업이 연이어 나타날 것인바 이들과의 미래 파트너쉽 구축을 위해서라도 일대일로 지역거점 사업에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

 

특히 북한개발과 통일을 연계하여 일대일로 거점지역 혹은 지선으로 연결된 지역을 선정하여 제2의 개성공단을 설치할 필요가 있다. 중국정부의 협조 하에 동북3성 지역에 ‘남북한 기업 전용 공단’을 만들어 중국내수를 함께 개척하고 북한의 개방을 유도하는 것이다. 통일한국의 미래자본 소진 방지를 위해 북한 지역 인프라 건설과 자원개발에 중국기업과 함께 진출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일대일로 전략의 실체와 전망을 파악하고 이를 한국의 지속발전과 남북경협 나아가 한반도 통일을 위한 국가미래전략에 연계시키는 연구는 물론 지도자의 혜안과 용기 또한 절실한 시점이다.

 

필자소개

우진훈 교수는 1999년 중국인민대학에서 산업경제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6년 동안 현지에서 중국을 들여다보고 있다. 2002년부터 중·일·한(CJK) 협력포럼을 주재하고 있고, China daily에 칼럼을 쓰고 있다. 현재 북경외국어대학 국제상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며 최신 저서로 『중국식 경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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