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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계 질적 도약하는 ‘치앙마이 구상’
3단계 질적 도약하는 ‘치앙마이 구상’
  • 조준상 선임기자
  • 승인 2019.05.09 12: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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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한중일, 통화위기 시 역내 통화 활용 공식 승인
달러화 일변도 양자 통화교환협정에서 사실상 ‘아시아통화기금’(AMF)으로
수요와 자발성 기초한 점진적 방식 도입으로 회원국에 역내 통화 지원 선택권 제공

‘치앙마이 이니셔티브(구상)’(CMI)가 한 단계 더 도약했다.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과 한ㆍ중ㆍ일 3국이 지난 5월2일 피지 난디에서 열린 제22차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역내 금융안정을 위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치앙마이 구상 다변화’의 일환으로 위기국에 달러화 이외의 역내통화를 공급하는 ‘역내통화 활용에 관한 일반지침 부속서’를 승인한 것이다. 이에 따라 역내에서 발생하는 외환위기를 예방하고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을 위한 통화교환협정인 ‘치앙마이 구상’에서 미국 달러화 일변도에서 벗어나 역내 통화를 포함하는 계획이 본격 추진된다. 지난해 5월 회의에서 역내 통화로 확대하는 의제가 제기된 지 1년만이다.

CMI 나라별 출연액과 유사시 지원 가능금액 현황
CMI 나라별 출연액과 유사시 지원 가능금액 현황

치앙마이 구상의 출발은 1997년 동아시아를 덮친 통화․외환위기가 배경을 이뤘다. 이 위기의 주요한 원인의 하나는 클린턴 행정부 아래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잇따른 금리 인상, 역내 통화에 대한 투기 공격, 로버트 루빈 당시 미국 재무장관의 한국 등을 겨냥한 ‘정실 자본주의’ 공세 등이 맞물리며 동아시아 역내에서 금융흐름에 거대한 교란이 발생한 것이었다. 그때 일본은 역내 위기 수습을 위해 국제통화기금을 본뜬 아시아통화기금(AMF) 설립을 추진했지만 미국의 반대에 부닥쳐 좌절됐다. 그 과정에서 나온 수정 계획이 치앙마이 구상이다.

애초 치앙마이 구상은 회원국 간 양자 통화교환협정에 기반한 네트워크 체제였다. 2000년 5월 출범 당시 아세안 회원국 중 5개국과 한․중․일 3개국 사이의 양자 통화협정에 기반했다. 2005년까지 이들 8개국 사이의 영자 통화교환협정은 16개로 늘어났다. 준비금 적립 규모는 395억달러에 불과했다. 그러다 2008~2009년 대금융위기 이후인 2010년 1단계 질적인 도약을 이뤘다. 준비금 규모가 1200억달러로 늘어나고 회원국이 아세안 10개국으로 확대되는 한편, 양자 통화교환협정이 아니라 모든 회원국을 구속하는 단일 협정체계로 전환됐다. 치앙마이 구상은 ‘치앙마이 구상 다변화(multilateralization)’로 확장됐다. 다변화의 핵심은 국제통화기금 등이 제공하는 기존 구제금융과 연계성 확립이다. 역내 거시경제 감시, 자금 지원 의사결정과 실행 지원, 회원국에 대한 기술지원 등을 위한 기구인 암로(AMRO)도 2011년 설립됐다.

CMI와 IMF 자금지원 한도 비교(자료: AMRO)*색칠한 나라들은 IMF 지원 가능액액보다 CMI 지원 가능액이 더 큰 나라

다변화를 통해 치앙마이 구상을 통해 회원국에 지원되는 자금체계는 이원화했다. 하나는 신설된 위기예방자금(PL)이고, 다른 하나는 벌어진 위기 해결을 위한 안정자금(SF)이다. 두 가지 성격의 자금에서 국제통화기금과 연계되지 않고 즉시 회원국에 제공되는 비중은 30%다. 나머지 70%는 국제통화기금의 유동성조절자금(stand-by arrangements)와 연계하여 제동된다. 이런 자금 지원 이원화와 함께 2012년 5월 준비금 적립 규모를 2014년까지 2400억달러로 두 배 늘리기로 결정했다. 적립금 규모가 2400억달러 확대된 2014년은 치앙마이 구상의 2단계 질적 도약에 해당한다. 적립금은 중국과 일본이 각 768억달러, 한국이 384억달러를 출연해 80%를 채우고, 아세안 10개국이 나머지 20%를 출연한다. 말레이시아, 타이, 필리핀, 베트남, 캄보디아 등 5개국은 국제통화기금보다 더 많은 자금을 치앙마이 구상을 통해 지원받는 길이 마련됐다.

이번 난디 회의에서 회원국들이 역내 통화 활용에 대한 일반지침을 승인한 것은 치앙마이 구상의 3단계 도약을 알리는 신호탄의 성격을 지닌다. 이 부속서에서 회원국들은 역내 통화 공급이 금융안정성 강화를 위한 더 많은 자금을 회원국에 제공하는 ‘선택권’을 줄 수 있음을 확인하고, △수요에 기반한 공급 △자발성에 기초한 공급 △점진적 접근 방식 △역내 통화 제공국의 단기자금 시장 기준 조달비용 적용 등의 원칙에 따라 구체적인 활용방식을 연구․검토하기로 결정했다.

3단계의 시작은 미국 달러화로만 이뤄진 기금 구성 통화에서 중국 위안화나 일본 엔화 등 역내 통화가 포함되는 것이다. 다변화 대상이 되는 역내 통화에는 중국 위안화와 일본 엔화가 꼽혀 왔다. 중국이나 일본은 자국 통화의 국제화 차원에서 꾸준히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다변화 노력을 꾸준히 기울여 왔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 타이와 함께 공동 주최국인 중국이 부속서 채택을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역내 통화로 다변화가 ‘회원국에 자발성에 기초한 선택권을 제공할 수 있다’는 문구는 중국의 요구로 포함됐다.

3단계로 도약을 이루는 또 하나의 축은 역내 저축의 장기투자 유도를 위해 ‘아시아채권시장 구상’(ABMI)이다. 난디 회의에서 지속적 추진을 재확인하고 ‘중기 로드맵 2019~2022’를 채택했다. 이 로드맵에서는 인프라 금융지원 강화, 녹색채권과 역내표준화채권발행체제 채권 활성화, 채권시장 관련 규제 표준화, 역내교역 증진을 위한 채권시장 인프라 개선, 역내 이니셔티브 간의 협력 증진 등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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