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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북비핵화 간극 확인
북미, 북비핵화 간극 확인
  • 신성은 선임기자
  • 승인 2019.03.05 1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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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1 – 제2차 북미정상회담]
탑다운과 실무협상의 비효율적 복합 구조 재확인

의외다.

2월 28일 하노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은 ‘결렬’로 마무리됐다.

세계 평화의 역사에 거보로 기록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두 정상이 빈손으로 돌아갈 줄 누구도 예견치 못했다. ‘빅딜’, ‘스몰딜’등 성과의 크기에 대한 분석은 달랐다. 그래도 큰 진전은 있을 것이라는 데에 의심은 없었다. 두 정상이 서명할 최종 합의내용에 관심이 모아졌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문에 사인하는 것은 좋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날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은 예정보다 2시간여 일찍 마무리됐다. 예정된 오찬도 건너뛰고 합의문 서명도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간단한 기자회견으로 일정을 끝내고 하노이를 서둘러 떠났다. 김정은 위원장은 회담종료후 멜리아호텔에서 두문불출하다 거의 8시간여만에 이용호 외무상을 통해 기자회견을 가졌다.

지난해 6월 역사적인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 이후 8개월여만에 성사된 두 번째 정상회담이었지만 실망과 불안감만 남긴 채 막을 내렸다. 두 정상은 여전히 서로를 치켜 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모습이 언제까지 유지될지 의문이다.

도대체 회담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북미간 핵협상은 향후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이번 정상회담의 가장 큰 특징은 우선 중요한 이견이 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드러났다는 점이다.

또한 북미간 비핵화협상을 관통하는 탑다운과 실무협상의 복잡한 복합구조가 여실히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정가의 매뉴얼을 따르지 않는다. 그는 트윗 정치로 대별되는 독특한 방식의 통치스타일을 구가해 왔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경제의 절반을 차지하며 ‘팍스어메리카나’를 연 미국이 오랜 기간 구축한 외교관행과 세계외교시스템을 굳이 따르려 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 미국 통치시스템이 허용한 범위내에서 자율성을 극대화했다. 선을 넘으면 통치행위 자체가 어렵다. 따라서 그는 실제 미정가의 룰을 따르지 않는 셈이다.

미국의 통치시스템을 감안하면 그는 중국의 시진핑 주석,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 일본의 아베수상, 그리고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 못지않은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북미핵협상은 강력한 독재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북한의 리더와 미국 역사상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스트롱맨’ 트럼프가 벌이는 기싸움의 한가운데에 있다. 큰 차이가 있다면 트럼프는 제한된 시간만 권한이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6월 첫 정상회담은 구체적 결실은 부족했지만 사상 첫 만남이라는 점에 큰 의미가 있었다. 더욱이 양국은 북한 비핵화협상의 뚜렷한 목표와 협상을 통한 해결이라는 원칙적 합의를 세계에 알렸다.

이후 양국은 두 정상간의 추상적 언사와 실무진의 구체적 협의를 반복해왔다.

탑다운 방식 실무협상의 한계는 뚜렷하다. 최종 결론이 탑에서 이뤄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실무 협상은 항상 한계가 있다. 추상과 구체의 반복을 통해 실체를 찾아가는 복잡한 과정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덕분에 그간 많은 발표가 있었지만 도대체 어디까지 합의된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았다. 이번 협상 전에는 어느 때보다 강도 높은 실무 협상이 진행됐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장관과 김영철 북한 통전부장의 협상, 최선희 외무성부상, 스티븐 비건 미국무부 대북특별대표 등의 실무협상이 이어졌다. 특히 최 부상과 비건 특별대표는 지난 1월 스웨덴 스톡홀롬 외곽 휴양시설에서 2박3일간 합숙협상을 하기도 했다.

북미정상회담도 예상보다 빨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의 파고를 넘었다. 중간선거 전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라는 예상을 빗겨가며 나름 정확한 계산법으로 대통령의 무덤이라는 ‘중간선거’를 극복했다. 따라서 2020 대선까지 충분한 시간을 번 트럼프 대통령은 굳이 일부 공화당 의원까지 가세한 여론의 반대를 무릅쓸 이유가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찌감치 정상회담 카드를 다시 빼든 것은 그만큼 북비핵화 협상이 간단하지 않다는 반증이다. 긴 시간이 필요하고 간극이 적지 않다. 따라서 재선을 위해선 보다 빠르게 실질적인 협상에 임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그에겐 시간이 있다.

트럼프가 강조하는 거래의 기술은 항상 거래의 목표가 핵심이다. 이번 정상회담이 목표가 아니다. 폼페이오 장관이 밝혔듯이 미국은 회담장을 박차고 나올 준비가 되어 있었다. 미국 정치권의 여론도 나쁘지 않다. 낸시 팰로시 하원의장(민주당)조차 완전화 비핵화 이전 합의에 서명하지 않은 트럼프의 정상회담 결과를 칭찬하고 나섰다. 이러한 미국 정치권 분위기는 이미 충분히 감지됐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회의시작 4시간여만에 판을 접은 것은 의외다. 그는 무려 3일 밤낮을 기차 타고 달려온 김정은 위원장에게 일말의 여지도 남기지 않은 채 2시간여만에 서둘러 하노이를 떴다. ‘내가 우위에 있다’라는 것을 상대방에게 잔인하게 각인시킨 것이다.

이는 철저하게 그의 ‘거래의 기술’이다.

그렇다면 정상회담 전 실무협상에선 어디까지 합의한 것일까?

정세현 전 외무장관의 분석처럼 여러 가지 옵션이 남아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즉 사전협의가 마무리된 뒤 정상간의 사인을 남겨두는 일반적인 정상회담과 달리 실무협의는 옵션을 남겨 정상들에게 마지막 결정을 하도록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영변외 핵시설을 언급하자 북측이 매우 놀랐다”고 했다. 그러면 실무협상에선 이러한 내용이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한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러한 협의과정이 가능할까? 탑다운 방식의 전형적인 폐해라 할 수 있다. 실무협상의 한계가 명확했다. 그러면 트럼프 대통령의 빠른 결정이 이뤄진 배경은 무엇일까?

두 가지가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하나는 김정은 위원장의 강경한 태도다. 김 위원장은 영변핵시설 폐기의 대가를 바랐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보기에 정상회담에 상정된 옵션 중에 김 위원장이 원하는 답을 주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 최선희 부상은 김 위원장이 “미국의 계산법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로 더 요구했고 김 위원장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최선희 부상의 기자회견에서 드러났듯 북측은 석유공급 등 급박한 제재해제를 대가로 걸었다. 유엔제재 5개항에 대한 해제를 요구했다. 이용호 외무상은 “전면적 해제가 아닌 부분 해제, 특히 민수경제와 관련된 제한된 해제를 요구했다”고 반박 했다.

어쨋든 미국이 원한 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다. 다만 트럼프가 회담 직전 밝혔던 것처럼 스몰딜도 가능했다. 북한핵시설을 대표하는 영변의 핵시설 폐기가 미국의 스몰딜에 적합하려면 영변핵 폐기가 북한 비핵화의 로드맵에 위치해야 한다. 혹은 그 대가가 낮은 수준에 머물러야 했다. 트럼프의 큰 소리와 달리 트럼프가 해줄 수 있는 재량권의 수준은 높지 않다. 미국의 대북한 독자 제재는 미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공화당내 반대의견도 적지 않다. 미국 의회가 요구하는 비핵화 수준은 매우 높다. 반면 지난 1990년대 중반부터 이어져온 북핵 관련 신뢰가 낮다.

그렇다면 정상회담전 트럼프가 밝혔던 스몰딜의 정체는 북한의 기대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금강산관광 등 남한이 제재의 틀안에서 해줄 수 있는 완화조치로 추측해 볼 수 있다.

결국 두 정상간의 간극이 컸다. 또한 김 위원장의 입장이 강경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철수 카드를 통해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썬 트럼프의 위치가 보다 유리하다. 향후에도 유리할 것으로 본 것 같다.

또 주목할 점은 역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비서관의 가세다.

최근 북핵협상에서 잘 등장하지 않았던 볼턴 비서관은 이번 정상회담장에 배석했다. 북한은 카운트파트너를 배석시키지 않아 3대4 협상이 진행됐다. 초강경매파인 볼턴의 협상 참여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큰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는 강경입장을 고수해 왔다. 리비아식 해법을 거론하다 큰 반발을 사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추가적인 핵개발과 핵연구시설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러한 질의에 북측이 매우 당혹해 했다고 설명했다. 갑작스런 의제 설정은 볼턴의 입장과 유사하다. 따라서 볼턴은 북한의 비핵화의지에 대한 원초적인 질문을 거듭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는 트럼프가 회담철수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계기가 됐을 수 있다.

마이클 울프 기자는 “화염과 분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주변의 언사에 현혹되어  입장 변화가 심하다고 묘사 했다. 그는 비즈니스맨이다. 목표에 부합한다면 누구의 말에 휘둘리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목표에 부합하면 된다.

재등장한 볼턴은 강경한 입장이 현재 트럼프의 정치적 입지에 보다 유리하다는 점을 강조했을 가능성이 높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미국정치만 본다면 트럼프에게 나쁘지 않았다.

이제 명백해진 간극을 보면 결과적으로 김 위원장의 결단이 문제해결의 실마리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입장, 특히 트럼프의 입장은 이제 쉽게 바뀌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물론 미국내 정치적 상황에 큰 변화가 없을 경우다. 그는 그의 탄핵을 둘러싼 러시아스캔들의 뮬러특검 보고서 공개를 앞두고 있다. 특히 개인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의 증언까지 더해져 코너에 몰리긴 했다. 다만 탄핵 최종권한을 갖는 상원은 여전히 공화당이 다수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처럼 미국에서 탄핵은 매우 어렵다. 그는 미국에 돌아간 뒤 한미군사훈련의 규모를 더욱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돈이 명분이다. 결국 그 역시 북핵카드를 놓을 리가 없다. 다만 한국을 포함한 3국중 가장 여유가 있다. 이번에 그는 북한 비핵화의 범위를 구체화했다. 그의 입장에선 김 위원장이 이를 수용해야 한다.

김 위원장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낭패를 봤다. 그러나 북한매체의 반응은 그렇지 않다. 큰 진전과 성과를 말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번에 돌아서면 다시 오는 것이 쉽지 않다. 일단 당분간은 현 기조를 유지할 것이다. 물론 북의 외교전술은 변화무쌍함을 특징으로 한다. 김 위원장은 수없이 경제우선정책을 천명해왔다. 자손들은 핵 없는 세상에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로썬 중국과 러시아, 남한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는 이번에 3일간의 기차 하노이행으로 세계적인 이목을 끌었다. 다시 한번 세계외교무대에 섰다. 그리고 만약 트럼프가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기 쉽지 않았다는 사실도 잘 안다. 현재로썬 그가 결정을 내려야 한다. 명백한 비핵화로드맵이 제시 되어야 한다. 영변핵시설 폐기뿐만이 아니라 북한의 비핵화의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는 점을 명백하게 확인했다.

문재인 정부가 가장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하는 상황에 몰렸다.

당장 보수진영은 섣불리 나서진 않지만 조만간 공세를 강화할 것이다. 더욱이 문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불신이 적지 않다. 따라서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고 미국과의 협의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문제는 여론이다. 여론을 붙잡아두기가 쉽지 않다. 더욱 속도를 내야하는 상황이다.

중국은 내놓고 북한편을 들기 어렵다. 북한에 대한 지원보다는 미국과의 관세전쟁이 더욱 중요하다. 관세전쟁은 중국이 불리하다.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3500억 달러를 웃돈다. 폭탄관세 공방은 그리 유리하지 않다. 중국 경제에 대한 적신호가 여기저기서 켜지고 있다.

일본의 입장은 초지일관이다. 이번 결과에도 만족해하는 표정이다. 일본 역사상 최장기 수상을 앞둔 아베 신조의 우경화노선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여전히 속도가 중요하고 가장 급한 쪽은 문재인 정부와 김 위원장이다.

최선희 부상이 밝힌 것처럼 남한만의 결정으로 일이 해결되지 않는다. 키는 미국이 쥐고 있고 해답은 김 위원장의 결단이다. 지난해 11월 미중간선거 국면과 큰 차이가 없다.

이번 정상회담은 보다 구체적으로 북미 비핵화 협상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해법은 명확해졌다.

2월 28일 하노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은 ‘결렬’로 마무리됐다. 세계 평화의 역사에 거보로 기록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두 정상이 빈손으로 돌아갈 줄 누구도 예견치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위키미디어
2월 28일 하노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은 ‘결렬’로 마무리됐다. 세계 평화의 역사에 거보로 기록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두 정상이 빈손으로 돌아갈 줄 누구도 예견치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위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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