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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얼굴인식 기술 이용 전면금지 조례 제정
샌프란시스코, 얼굴인식 기술 이용 전면금지 조례 제정
  • 조준상 선임기자
  • 승인 2019.05.16 1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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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정부에서 이용 전면금지…번호판자동판독기 등 도입 때 사전승인 의무화
아마존, 5월22일 주주총회서 얼굴인식 기술 판매 금지 의안 표결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시가 정부․공공부문에서 얼굴인식 기술 이용을 전면 금지하는 조례를 제정했다. 얼굴인식 기술이 악용되는 잠재적․현실적 위험성이 경고된 지 오래지만, 정부․공공부문에서부터 적용을 제한하는 움직임이 공식화한 것은 샌프란시스코가 사실상 처음이다.

시사 정치경제 인터넷매체인 복스 등 외신들이 5월14일 보도한 내용을 보면, 샌프란시스코 시의회 격인 감리위원회(board of supervisors)는 시정부의 얼굴인식 기술 이용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조레를 제정했다. 표결 결과 찬성 8표, 반대 1표였다. 이른바 ‘비밀감시 금지’(Stop Secret Surveillance)로 불리는 이 조례에는 얼굴인식 기술 이외에도 자동차 번호판 자동판독기와 카메라 지원 드론과 같은 다른 종류의 감시 기술을 시정부가 구매하기 이전에 감리위원회의 승인을 얻도록 규정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인공지능 딥러닝 기술을 이용한 실시간 얼굴인식 설명 화면. 자료: 미국 NBC
인공지능 딥러닝 기술을 이용한 실시간 얼굴인식 설명 화면. 자료: 미국 NBC

얼굴인식 기술은 인공지능(AI)을 이용해 동영상이나 이미지에 있는 얼굴을 스캔해 특징을 파악하고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돼 있는 신원과 이를 대조해 일치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인공지능의 예측 능력을 활용하는 얼굴인식 기술에는 기계학습의 하나인 딥러닝(deep learning) 기법이 이용된다.

현재 미국에서 얼굴인식 기술은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빅텍 기업들을 통해 지방정부 경찰과 이민 담당 부서는 물론 국토안보부, 법무부 등의 연방부처들이 도입하는 비율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미국 전역에서 수십 개의 지방경찰들이 운전면허증이나 현장에서 찍은 얼굴 사진을 범죄인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하는 데 이 기술을 이용하고 있다. 경찰만이 아니라 사립탐정이나 가수 등과 같은 민간인이 실시간으로 스토커 등 잠재 용의자를 파악하기 위해 시위, 쇼핑몰, 콘서트와 같은 장소들의 군중을 모니터링하는 데 이용되고도 있다.

얼굴인식 기술의 장점으로는 공권력이 용의자를 더 효율적으로 확인하고 체포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이 꼽힌다. 또한, 간편한 본인확인을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유럽 최대공항인 영국 히스로 공항의 경우 여권과 항공권 대신에 안면인식으로 본인 확인을 대체하기로 최근 결정하는 등 확산일로에 있다. 지난 4월 언론보도를 통해 미국 국토안보부(DHS)가 향후 4년 이내 전국 공항 대부분에서 안면인식 프로그램을 통해 보안활동을 벌이겠다는 계획이 드러나기도 했다. 현재 미국의 얼굴인식 기술 시장은 3억2천만 달러, 글로벌 시장은 2017년 38억5천만 달러 규모이며, 2023년 98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얼굴인식 기술은 많은 결함과 악용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의 인권시민단체인 미국시민자유연합(ACLU)이 지난해 7월 연방의회 의원들의 얼굴에 얼굴인식 기술을 적용하는 테스트에서 벌어진 일이다. 흑인의원 28명이 범죄인 데이터베이스상의 범죄자로 인식된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2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 산하 연구소인 미디어랩에서 나온 한 연구보고서는 인공지능을 통한 얼굴인식 기술이 여성과 검은색 피부의 개인들에게 불리한 결과를 낳는 편향을 지니고 있음을 발견했다. 북유럽과 아프리카 등 여러 나라의 남여 정치인 얼굴 데이터 1270개를 대상으로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 아이비엠, 그리고 중국의 대표적인 인공지능업체 메그비가 만든 얼굴인식 시스템을 적용해 정확성을 측정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밝은 색 피부의 남성은 1%만이 오인된 반면, 밝은 색 피부의 여성에 대한 오인 비율은 7%, 어두운 색 피부의 남성은 12%, 어두운 색 피부를 가진 여성은 무려 35%나 됐다.

지난 4월에는 애플이 뉴욕주의 한 매장에 설치한 얼굴인식 시스템에 잘못된 정보를 입력해 경찰에 체포된 청년이 애플을 상대로 10억 달러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사건도 있었다. 보스턴에 있는 애플 매장에서 일어난 사건의 범인으로 애꿎은 사람이 엄청난 물질적․정신적 손해를 본 것이다. 이외에도 얼굴인식 기술이 흑인을 비롯한 소수인종 사회에 집중 이용되고 있다는 폭로도 계속되고 있다. 이는 미국 사회에 팽배한 중국 견제 심리와 상승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공공생활에서 시민을 감시하는 데 얼굴인식 기술을 전면 이용하고 있는 중국과는 다른 길을 미국은 가야 한다는 지향성이 덧붙고 있는 것이다. 현재 중국은 위구르자치구의 이슬람 소수민족을 겨냥해 안면인식 기술이 집중 이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안면인식 기술은 ‘자동화한 인종주의’로 불리고 있다. 또한 베이징에서는 안면인식 기술과 열영상, 대화 기능까지 탑재한 순찰로봇 ‘메이바오’가 상용화를 위한 테스트 작업을 거친 상태다.

얼굴인식 기술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면서 아마존 주주들은 5월22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얼굴인식 기술의 판매를 금지하는 의안을 놓고 투표를 벌일 예정이다. 내용은 얼굴인식 기술이 인권 침해의 현실적․잠재적 위험이 없다는 점이 확인될 때까지 얼굴인식 기술의 판매를 금지하자는 것이다. 이 의안에 대해 아마존은 상정 금지를 요청했으나, 증권거래위원회는 이를 거부했다. 미국에서 얼굴인식 기술의 인권침해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은 지난해 12월 마이크로소프트가 얼굴인식 기술이 낳을 수 있는 사생활 침해와 새로운 형태의 차별에 대한 연방규제 방안을 요청하는 데까지 이른 실정이다. 아마존도 지난 2월 마이크로소프트의 이런 요청에 합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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