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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탄소 발자국’, 화석연료 차보다 10~25% 더 많다”
“전기차 ‘탄소 발자국’, 화석연료 차보다 10~25% 더 많다”
  • 조준상 선임기자
  • 승인 2019.05.17 14:1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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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경제연구원 Ifo, 테슬라 모델3‑메르세데스 220d(디젤)‑메르세데스 클래스3(LNG) 비교
배터리 전기차에 ‘배출 제로 차량’ 지위 부여는 난센스 지적
수소연료전지 자동차가 배터리 전기차에 대한 우월한 대안
탄소 배출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온 테슬라 모델3
탄소 배출이 가장 많게 계산된 테슬라 모델3

배터리 전기자동차는 화석연료 자동차보다 정말로 깨끗한가? 자동차 제조업 강국인 독일이 이 문제로 발칵 뒤집혔다. 주행거리 1㎞당 적게는 10%, 많게는 25%까지 배터리 전기차가 오히려 탄소 배출이 많다는 상당히 믿을 만한 연구보고서가 발표되면서 이를 둘러싼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보고서가 갖는 함의는 2022년 완전 탈원전을 내세운 독일 정부의 에너지 기본계획은 물론 유럽연합 차원의 탄소 배출 규제의 현실적합성 자체를 근본 불신하는 것이어서 만만찮은 파장이 예상된다.

독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연구소로 평가받는 ‘이포(Ifo)경제연구원’은 최근 테슬라 모델3, 메르세데스 220d, 석유에서 액화천연가스로 전환한 메르세데스 C 클래스 모델 등 자동차 3종의 ‘탄소 발자국’(carbon footprint)을 비교하는 연구보고서를 냈다. 연구진은 전 이포경제연구원장인 한스 베르너 진, 물리학 교수 크리스토프 부할, 이포연구소 연구원 에너지 전문가 한스 디터 롱 등 3명이다.

탄소 배출이 가장 적은 것으로 나온 메르세데스 클래스3
탄소 배출이 가장 적게 계산된 메르세데스 클래스3(LNG)

이들 연구자의 표현으로 이용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동원해 전기 생산, 자동차 조립, 배터리 생산, 연료 생산, 주행거리 등 모든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를 추정했다. 생애 주행거리는 15만㎞로 가정했고, 전기 생산은 2018년 독일 에너지 조합(갈탄 24.1%, 무연탄 13.9%, 천연가스 7.4%, 바이오매스 8.3%, 원자력 13.3%, 풍력 20.4%, 태양광 8.4%, 수력 3.2%)을 기초로 삼아 탄소 배출을 추정했다. 배터리 생산과 재활용의 탄소 발자국은 스웨덴에너지국과 스웨덴교통청의 후원을 받아 IVL스웨덴환경연구원에서 2017년 5월 발표한 차량용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에 관한 연구결과를 이용했다. 내연기관에 연료를 주입하기까지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뜻하는 이른바 WTT((Well‐to‐tank)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자체가 수행한 분석결과를 사용했다.

전기차 탄소발자국, 배터리 생산과 재활용에서 압도적 발생

차량별 탄소배출 총량(자료: Ifo)
차량별 탄소배출 총량(자료: Ifo)

모든 것을 종합한 결과, 테슬라 모델3가 ㎞당 총 156~181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 메르세데스 220d(디젤)는 141g, 메르세데스 C 클래스(LNG)는 약 100g이었다. 이런 차이는 결국 배터리였다. 배터리 생산과 재활용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73~98g/㎞에 이르러 두 내연기관 차량의 WTT 23~24g/㎞보다 월등이 높은 게 원인이었다. 차 조립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세 차량 모두 차량 1대당 8.6t(이산화환산톤)으로 같았다. 차량 몸체 생산 과정에서 약 4.9톤, 조립과정에서 1.9톤이 배출됐다. 주행중 배출은 메르세데스 220d가 117g/㎞로 가장 많았고 테슬라 모델3는 83g/㎞로 메르세데스 C 클래스가 76g/㎞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보고서에 대한 많은 비판이 나왔음은 물론이다. 주요한 비판 근거의 하나는 주행중 탄소 배출을 측정하는 ‘유럽신주행주기’(NEDC ; New European Driving Cycle)가 낡은 기준이라는 것이다. 주행중 탄소 배출을 좀 더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해 2018년 새로 채택한 기준인 ‘국제표준배출가스시험방식’(WLTP)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비판은 설득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새 기준을 적용하면 메르세데스 차량들만이 아니라 테슬라 모델3의 배출량도 함께 늘어난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메르세데스 차량들의 주행중 연료 사용이 늘어나고 탄소 배출이 증가할 수 있는 것처럼, 테슬라 모델 3의 소모 전력도 늘어나고 그만큼 탄소 배출도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독일 일간지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자이퉁(FAZ)이 시행한 도로주행 시험에서 테슬라 모델 3는 15킬로와트시(kWh)에 100㎞를 간다는 홍보와 달리 24킬로와트시로 나타나기도 했다.

주행중 탄소 배출이 가장 많은 것으로 계산된 메르세데스 220d(디젤)
주행중 탄소 배출이 가장 많게 계산된 메르세데스 220d(디젤)

비판이 제기되는 또 하나의 근거는 현실에서 테슬라 모델 3의 실제 주행가능거리 20만㎞에 비해 생애 주행거리를 15만㎞로 가정한 것은 너무 짧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비판의 근거도 취약한 편이다. 이포연구원의 연구진들은 자신들의 연구에서 테슬라 모델 3의 생애 주행가능거리가 메르세데스 차량들의 60%밖에 안 된다는 사정을 보정하지 않았음을 강조한다. 얘기인즉, 메르세데스 차량들과 동일한 생애 주행거리를 기준으로 하면, 새로운 배터리 장착과 배터리 재활용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테슬라 모델 3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늘어나면 더 늘어났지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2022년 완전 탈원전, 화석연료 비중 높여 전기차 탄소 배출 더 늘릴 수 있어

향후 독일의 에너지 조합이 녹색화하는 상황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도 비판의 주요한 근거이다. 이포연구소의 보고서는 화석연료 비중이 53%에 이르는 2018년 에너지 조합을 기초로 전력 1킬로와트시당 이산화탄소 550g이 발생하는 것으로 계산했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지는 것을 감안하면 이 배출량이 줄어들면서 테슬라 모델 3의 탄소 배출량도 감소하는 영향을 준다는 점을 무시했다는 게 이 비판의 핵심이다. 실제로 독일 연방정부의 계획은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85%까지 높인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연구진들의 반박은 상당히 매몰차다. 독일 연방정부의 2022년 완전 탈원전을 감안하면, 2025년까지 독일의 에너지 조합은 오히려 탄소 배출을 늘리는 쪽으로, “더 더러워지는”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한다. 완전 탈원전 결정에 따라 연간 원자력을 대체해야 하는 전력량은 연 76테라와트시(tWh)에 이른다. 연 15테라와트시씩 늘어나는 독일의 재생에너지 현 추세를 감안하면, 나머지 연 61테라와트시는 재생에너지가 아닌 다른 화석연료, 특히 천연가스 발전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2025년까지 독일의 에너지 조합은 화석연료 비중이 높아지는 게 불가피하다는 게 연구자들의 주장이다. 무연탄으로 대체되면 테슬라 모델3의 탄소 발자국은 175~200g/㎞로 치솟을 것이라고 보고서는 계산한다. 2022년 완전 탈원전 결정 아래에서 독일의 에너지 현실은 단기적으로 탄소 중립적일 수 없다는 얘기다.

또한 연구원들은 풍력과 태양력 등 재생에너지를 늘리려면 구름이 많이 낀 날씨나 바람이 없는 날 등에 대비해 발전설비가 여유로워야 하고, 이로 인해 재생에너지 생산비용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도 덧붙인다. 재생에너지 생산 비용이 화석연료보다 높다는 것은 변수가 아니라 일종의 상수라는 측면에서 보고서의 이 부분에 대한 비판은 거의 없는 편이다. 다만, 2015년 대비 15%의 비용 상승으로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80% 줄일 수 있다는 독일에너지연구소의 연구결과를 기초로 비용 상승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반박이 나오고 있다.

이번 보고서가 갖는 정책적 함의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차량군(car‐fleet) 단위로 접근하면서 배터리 전기차에 ‘제로 배출 차량’(ZEV) 지위를 부여하는 유럽연합이나 미국의 제도와 규제는 잘못이라는 것이다. ㎞당 배출량이 더 많다는 진단에 비춰보면 그 자체가 난센스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테슬라의 경우처럼 배터리 전기차 제조업체들은 ZEV를 근거로 배출권을 판매해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는 게 현실이다(http://www.economy21.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06570). 보고서의 지적처럼 실제로 탄소 배출은 더 많이 하면서도 납세자의 지원에 바탕한 제도를 바탕으로 배출권 판매를 통해 수익까지 거두고 있다면 ‘거대한 지적 사기’라도 불러도 지나치지 않을지도 모른다.

지금이라도 국내에서도 전기차 ‘탄소 발자국’ 체계적 계산해야

둘째, 보고서가 갖는 함의를 대한민국에 적용해 보면, 배터리 전기차 구매보조금이 ‘거대한 지적 사기극’에 해당될 가능성이 있음을 가리킨다. 독일 에너지 조합에서 화석연료는 53%, 원자력은 13.3%다. 이런 에너지 조합에서 테슬라 모델 3는 화석연료 메르세데스 차량들보다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한다는 게 보고서의 결론이다. 대한민국의 경우 화석연료는 66%가 넘고, 원자력은 27%에 육박한다. 배터리 전기차의 탄소 배출이 독일보다 많으면 많았지 결코 적을 수 없는 에너지 조합이다. 정부 차원에서 배터리 전기차와 화석연료 자동차의 자동차 조립, 전기의 생산, 배터리 생산, 연료 생산, 주행거리 등을 종합한 ‘탄소 발자국’을 계산하는 과정이 지금이라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배터리 전기차 보조금이 부유층의 세컨드카 구입수단으로 전락할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셋째, 보고서는 배터리 전기차에 대한 대안으로 수소연료전지 자동차를 제안한다. 수소연료전지는 탄소 중립적으로 생산될 수 있고 장기 저장이 가능하며 급속한 충전(수소 충전)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이 부분에서 수소연료전지 자동차에 ‘올인’하고 있는 대한민국으로서도 꽤 반가운 부분이다. 수소연료전지 올인의 효과는 1~2년 안에 나타나기 어렵다. 그보다 더 긴 시간이 걸릴 것이다. 게다가 대한민국의 에너지 조합은 이미 독일보다 ‘더 더러운’ 상황이다. 2022년 완전 탈원전이라는 기존 계획의 수정이 없으면 독일의 에너지 조합이 2025년까지 ‘더 더러워진다’는 보고서의 진단은 아무리 봐도 부정하기 어렵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대한민국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은 늘어나야 한다. 그러려면 같은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은 비싸지게 된다. 그렇다 하더라도 늘려야 한다. 가급적 비용이 적게 들도록 하는 데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이를 통해 화석연료 비중을 낮춰야 한다. 이 과정에서 원자력 비중 축소는 시급한 발등의 불이 아닐 수도 있다. 에너지 조합에서 2035년까지 원자력 비중을 줄이지 않는 현 정부의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는 이런 인식이 넌지시 깔려 있다. 탈원전과 원전해체 기술을 미래 먹거리의 하나로 내세우는 겉모습과는 다르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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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O, CHULHO 2019-05-19 15:39:14
세금 지원으로 파는 전기차가 ‘제로 배출 차량’(ZEV)을 근거로 배출권 판매 수익까지 챙기고 있는게 ‘거대한 지적 사기’라면 정말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 문제 후속기사와 함께 배터리 전기차 대안으로 제안한 수소연료전지 자동차와 비용 대비 급속한 원자력 비중 축소 문제도 심층적으로 살펴, 집중 기사화하여 전기차 대안 제시 및 개선방안의 길라잡이가 되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