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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미제 중소기업 애로․고충, 게 섰거라!”
“장기 미제 중소기업 애로․고충, 게 섰거라!”
  • 조준상 선임기자
  • 승인 2019.05.17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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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기업가 출신 박주봉 중소기업 옴부즈만 취임 1주년 인터뷰
중소기업 옴부즈만 10년 역사에서 학계 출신 임명 관행 처음 벗어나

[인터뷰 - 박주봉 국무총리실 중소기업 옴부즈만]

현 정부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위상은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높다. 수출 대기업의 낙수효과가 감소했다는 경제체질 진단 속에서 중소기업은 공정성장과 소득주도성장의 핵심 축이다. 중소기업청에서 중소벤처기업부로 정부 부처의 위상과 역할이 확대․강화했고, 올해 청와대 신년 행사는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리기도 했다. 그만큼 정책적 지원도 뒤따랐다.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이 제정됐고, 중소기업에 피해를 주는 불공정 행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범위가 확대됐으며, 기술탈취와 부당전속거래에 대한 제재도 강화했다. 모두가 널리 알려져 있는 굵직한 중소기업 정책들이다.

이렇게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주목할 만한 ‘조용한 혁신’이 있다. 국무총리가 임명하는‘중소기업 옴부즈만’으로 현장 출신의 기업인을 임명한 것도 그 중의 하나다. 차관급인 이 제도의 취지는 중소기업의 애로와 규제, 민원을 발굴․조사․해결하는 것이다. 2008년 7월 초대 책임자가 나왔으니 올해로 역사가 10년이다. 지금까지 4명의 중소기업 옴부즈만이 있었다. 하지만 현장 기업인 출신은 박주봉(62) 옴부즈만이 처음이다. 학계와 교수 출신을 임명해온 게 그동안의 관행이었다. 그는 철강과 화학, 철구․에너지 등의 산업 분야에서 성장해온 중견회사인 대주․케이씨(KC) 회장을 맡고 있다. 지난 2월27일로 취임 1주년을 앞둔 박 옴부즈만을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에 있는 사무실로 찾아가 만났다.

“중소기업 옴부즈만은 억울한 중소기업 고충 해결하는 암행어사 기능”

중소기업 옴부즈만을 설명해 달라는 물음에 그는 “조선시대 암행어사 격”이라는 약간 의외의 답변을 내놨다. “억울한 중소기업들의 고충과 어려움을 발굴․조사․개선하는 해결사 역할을 하는 측면에서 암행어사 기능과 같다”는 것이다. 옴부즈만이 “스웨덴어로 시민들을 대리해 대신 민원을 처리해주는 사람”이라는 뜻이라는 그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옴부즈만 제도는 북유럽에 이어 일본과 미국 등 발전국으로 확산됐고, 미국에서는 대통령 직속으로 운영 중이라고 한다.

20여명이 신청하는 치열한(?) 공모과정을 거쳐 선임됐다. 잘 나가는 중견기업 회장으로서 사실상 정무직 공무원인 중소기업 옴부즈만을 왜 맡게 됐는지 물어봤다. 현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야당인 시절 중소기업 관련 정책 조언을 하고 당내 중소기업위원장을 맡은 경험이 인연이 됐다는 설명이 돌아왔다. 뜻을 펴보고자 2015년에는 중소기업중앙회장에 출마하기도 했고 부회장을 맡기도 했지만 “한계를 느껴서 정부에서 뭔가 해볼 일을 찾아보자고 생각했고 중소기업 옴부즈만에 공모하게 됐다”는 것이다.

중소기업 옴부즈만으로서 그에 대한 업계 현장의 기대는 높았던 모양이다. 이는 수치로도 드러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중소기업 옴부즈만에서 운영하는 지방규제 신고센터의 2018년 처리실적은 2457건이다. 이전보다 연평균 34% 넘게 증가한 수준이다. 신고센터가 규제 애로를 발굴하면 중소기업 옴부즈만이 검토하고 부처와 협의해 처리하게 된다.

현장 토론회 통해 중소기업인 겪어온 각 지역의 장기 미제 애로 해결

지역의 민생규제 현장도 순회했다. 지난해 7월부터 인천․광주 등 17개 시·도 민생규제 현장 토론회를 열었다. 이 현장토론회에서 소관부처 책임자, 중소기업·규제 전문가들과 총 225건을 현장에서 논의해 43건의 과제를 즉시 해결했다. “현장 토론회에서 나온 문제점은 끝까지 추적해 해결한다는 원칙을 세웠다”며 첫 토론회 장소였던 인천에서 있었던 해결 과정을 자세히 언급했다.

“인천 계양구에 있는 수백개의 제조업 공장들은 지자체 규제로 10년 이상 동안 증축을 하지 못하고 있었어요. 처음 공장 준공 당시에는 변두리였는데 주거 지역이 공장 인근 지역까지 확장되면서 인천시가 이 지역 공장들에 대한 증축과 확장을 막아둔 거죠. 2012년에는 진입규제에 더해 기존 공장의 방출도 가능하게 하는 조례를 만들었거든요. 토론회에서 인천시장과 관할구청장을 면담하고 설득 노력을 기울여 기존 공장 200개 가량이 10~20% 증축이 가능하게 바꿨어요. 올해부터 증축이 가능하게 되면 일자리도 새로 만들어지고 지역도 활성화할 수 있을 겁니다.”

해묵은 장기 미제 애로를 현장토론회를 통해 개선까지 이끈 사례에는 소상공인에 대한 신용보증재단의 금융지원 행정 간소화도 포함된다. “신용보증재단에서 중소 상공인들이 금융지원을 받으려면 내야 할 서류들이 많아요. 그 중의 하나가 조세납부실적 같은 서류들입니다. 이걸 떼려면 세무서에 가야 하는데 군 단위에는 세무서가 없는 곳들이 많습니다. 전남 영암처럼 서류 떼려면 목포까지 가야 합니다. 이중삼중의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 거죠. 세무서에서 신용보증재단에 직접 서류를 전송하면 되는데 이게 10여 년 간 이뤄지지 않은 겁니다. 그로 인해 하루 1200명 정도가 시간을 들여 발품을 파는 애로를 겪었어요. 국세청장 면담을 통해 중소 상공인 본인이 동의하면 이걸 국가행정망을 통해 해당 신용보증재단에 세무서에서 관련 서류를 직접 보낼 수 있도록 개선했는데 보람을 느끼는 부분입니다.”완고한 행정규제로 인해 하루 1200명의 중소 상공인이 부담해온 거래비용이 확 낮아진 것이다.

지난해 7월부터 인천․광주 등 17개 시·도 민생규제 현장 토론회를 열었다. 이 현장토론회에서 소관부처 책임자, 중소기업·규제 전문가들과 총 225건을 현장에서 논의해 43건의 과제를 즉시 해결했다. 2018년 12월 10일 광주에서 열린 광주지역민생규제현장토론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중기옴부즈만 제공
지난해 7월부터 인천․광주 등 17개 시·도 민생규제 현장 토론회를 열었다. 이 현장토론회에서 소관부처 책임자, 중소기업·규제 전문가들과 총 225건을 현장에서 논의해 43건의 과제를 즉시 해결했다. 2018년 12월 10일 광주에서 열린 광주지역민생규제현장토론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중기옴부즈만 제공

“상속세 부담으로 펀드에 중소기업 매각하는 문제 개선 필요”

혹시 기업인으로서 정부에 들어와 1년 일하면서 느낀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의 아쉬움이 있는지 물어 봤다. 본인 스스로도 느끼고 다른 중소기업인들도 자주 하는 얘기는 “정부 일반에 대한 신뢰도가 지금까지 낮았다”는 것이다. 이유는 “특히 정부가 추진하는 중점 업종이 너무 자주 바뀌고, 정부가 바뀌면 원점으로 돌아간다. 처음 시작한 기업은 4~5년 뒤부터 숨통이 트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식으로 가면 전체 경제적으로 자원배분의 효율성이 떨어지게 되고, 기업으로서는 긴 안목에서 전략을 짜기가 어려워서”라고 한다.

그가 자주 들은 중소기업인들의 또 다른 아쉬움은 역시 자녀 세대에게 중소기업 과업을 물려줄 때 겪는 애로였다. 2세에게 과업을 물려줄 때 50%가 넘는 상속세와 증여세를 물어야 하는데, 대기업과 구분해서 접근해달라는 요청이 많다는 것이다. “독일과 일본 사례를 벤치마킹해서 합리적인 대안을 찾는 노력이 필요해 보여요. 제 주변에도 알토란 같은 기업들이 과도한 상속세 부담 때문에 펀드들에 매각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돼요. 이 과정에서 외부로 기술이 유출되는 등 부작용도 상당히 우려되고요.”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박 옴부즈만은 중견기업으로 가지 않고 중소기업으로 계속 남으려는 ‘퍼터팬 신드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저도 직접 겪기도 했지만, 역시 중견기업이 됨과 동시에 그동안 받던 저금리 정책자금 지원이 끊기는 게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죠. 정부도 이 부분에 대한 개선책을 일부 내놓고 있어요. 바로 지원을 끊지 않고 일정한 시차를 두는 방법을 찾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 1월29일 ‘제1회 중견기업 정책협의회’에서 중견기업 성장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일자리·투자·기술 관련 18개 제도를 개선하고 중견기업 정책자금 지원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중견기업 성장촉진 시행계획을 발표했다. 그동안 중소기업에만 적용해온 내일채움공제 납입금의 법인세 손금산입 대상을 초기 중견기업(연간 매출액 3천억원 미만)까지 확대, 청년고용촉진법에 따른 고용지원 대상도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확대, 중견기업이 환경보전·안전시설에 투자할 때 투자세액 공제율을 3%에서 5%로 상향조정, 고용위기지역 내 초기 중견기업에 대해 사업용 자산 투자세액 공제율도 1~2%에서 5%로 확대 등이다. 중소기업에만 지원해온 기술사업화 금융지원 대상이 중견기업까지 확대되고, 특허 담보대출 등 지식재산권(IP) 연계 금융지원 대상에도 초기 중견기업이 포함된다. 벤처기업 인정 요건도 중소기업뿐 아니라 초기 중견기업까지 확대됐다.

박 옴부즈만 역시 소상공인 문제에 대해서는 가장 어려움을 털어놨다. 인터뷰 전날인 2월14일 청와대에서 대통령과 소상공인의 대화 자리에 배석한 터라 더욱 그래 보였다. “소상공인들이 토로하는 어려움을 옆에서 많이 들었는데, 너무 힘드니까 4대 보험 가입하지 않아도 적용되는 방안을 찾아달라는 하소연도 하더라. 500개 정도인 대형마트와 기업형 수퍼마멧(SSM)을 더 이상 허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어요. 현재 수준에서 동결해 달라는 요청이죠. 문제는 대형 쇼핑몰이 증가하는 추세인데, 이게 법적인 지위가 매우 애매한 사각지대에 있어요. 국민들로서는 이들 대형 쇼핑몰이 주는 편의성을 누리는데 소상공인들은 타격을 받는 상황이죠. 답을 내기가 쉽지 않아요. 소상공인의 매출이 더 이상 줄어들지 않도록 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는 정책 판단 속에서 문제를 풀어가야 할 것 같아요.”

반대․비관에도 미래 성장 가능성 보고 한국종합화학 인수한 자수성가형 기업가

박 옴부즈만은 대표적인 자수성가형 사업가로 이름이 높다. 2001년 공기업인 한국종합화학의 인수 결정 때에는 임․직원들의 반대가 매우 심했다. 철강업과 운수업만 하다가 화학업종을 하기엔 너무 많은 위험 부담이 따른다는 이유에서였다. 너무 작은 기업에 매각된다며 한국종합화학 노동자들의 반대도 거셌다. 정부도 인수가 성공하리라 장담하지 못하던 터였다. 하지만 업종 다양화 차원에서 회사의 미래 먹거리를 만들겠다는 차원에서 용단을 내렸다. 파업 현장을 찾아가 노동자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여러 차례 찾아가 설득했다.

“당시 공무원들도 인수를 말렸어요. 하지만 일본과 유럽 기업이 지배하는 시장에서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종합화학이 유일하게 기술을 갖고 있었어요.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 과정에서 이 기술을 개발하면 꼭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봐서 추진했죠.” 당시 한국종합화학은 수산화알루미늄이란 소재기술을 갖고 있었다. 그때만 해도 용도는 물을 정화하는 데 쓰는 첨가제 정도로 매우 제한적이었고, 소재기술의 완성도도 부족했다. 하지만 점진적으로 부가가치를 높여 용도를 다양화시켰다. 핸드폰 유리의 강도를 높이는 첨가제, 전기자동차 배터리 분리막, 고온에 견디는 내화벽돌 등으로 용도가 확대됐다. 전기차 배타리 분리막 분야에서는 일본의 스미토모화학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세계 1, 2위를 다툴 정도로 성장했다. “앞으로 1년 안에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고 그는 말했다.

중요한 목표도 있는데 중소기업 옴부즈만으로 일하다 보면 회사 일을 거의 못 보는 거 아니냐고 물어봤다. “회사 일은 주로 저녁시간이나 휴일 등에 하고 있다”며 “제도상 연임도 가능한데 감사도 너무 오래하면 안 되지 않냐”고 웃음 섞인 답변이 돌아왔다. 전남 장흥 출신인 박 옴부즈만은 1987년 재형저축으로 마련한 150만원을 종잣돈으로 삼아 8톤 덤프 트럭을 구입해 수입한 연탄을 수송하는 일을 시작으로 사업에 발을 들였다. 지난해 창립 30주년을 맞은 대주중공업은 인천에 본사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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