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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만리] 트럼프의 스모관람이 불러올 파장
[천지만리] 트럼프의 스모관람이 불러올 파장
  • 호사카유지 세종대 교수, 동아시아평화연구원 원장
  • 승인 2019.05.20 14: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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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410 보이스 오브 아메리카의 중국어판 사이트는 “미일 관계는 냉각, 중일 관계는 따뜻함을 되찾을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기사는 “미국과 일본의 동맹 관계는 70년간 계속되어 왔다. 미일동맹의 기초는 일본이 전수방위를 유지하고 미국이 일본에 군사적 지원을 제공하는 있다. 그러나 전통적인 관계는 중국 경제의 대두에 따라 미묘하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미일 동맹에 대한 일본 신뢰가 저하하는 한편 중일 관계는 수복의 시기로 접어들었다”고 전했다.

 

이런 보이스 오브 아메리카의 견해는 미일관계의 전문가 사이에서 이미 공유된 것들이다. 미국의 일본 문제 전문가들은 일본정부는 현재 미국이 장기에 걸쳐 제공해 일본에 대한 안전보장이라는 정책이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구심을 갖게 되었다고 지적한다. 트럼프정권 하에서 앞으로 더욱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주일미군 주둔 경비 부담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정부에 주둔경비전액 부담을 요구할 뿐만이 아니라 경비총액의 50% 해당하는 금액을 얹어서 요구할 “비용 플러스 50” 정책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미일동맹에 대한 일본 국민의 신뢰도는 많이 떨어진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에 대해 군사안보적 지원을 계속 거래용 도구로 삼는다면 미일관계는 감정적으로 서서히 붕괴해 우려가 있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그에 대한 고액의 지원을 차례 실시해 왔다. 201711월에는 일본을 방문한 트럼프의 딸이자 그의 보좌관 이반카에게 아베총리는 5,000만 불을 지원했다. 고액의 지원을 상세하게 보면 이반카가 설립에 관여한 세계은행 안에 있는 ‘여성기업가들을 지원하는 기금’에 대한 출연이었다. 그러나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의 이반카의 위상을 높여준다는 의도가 있었음이 분명했다.

 

그리고 이번엔 525 트럼프 대통령이 국빈으로 일본을 방문한다. 일본의 연호가 51일부터 레이와(令和)로 바뀌었는데 레이와 시대의 일본의 번째 국빈이 트럼프 대통령이 셈이다. 방문기간 특기할 만한 것은 트럼프가 일본의 국기 스모를 관람한다는 이벤트다. 그는 도쿄의 구라마에(蔵前)국기관에서 열릴 ‘대 스모 하기(夏期) 경기’ 최종일을 관람한다. 그가 스모경기를 관람하는 목적은 그날 우승한 스모선수에게 ‘트럼프 우승배’를 수여하기 위해서이다. 이런 아이디어는 아마도 아베 총리 측이 냈을 것이다. 아베총리의 목적은 트럼프를 일본의 전통경기에 관심을 갖게 하여서 더욱 친일본적인 인사로 만들어서 일본에 대한 미국의 경제적 압력을 최소화 하려고 하는데 있을 것이다. 그리고 트럼프는 스모경기를 가장 앞자리에서 보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므로 일본 스모 협회는 구라마에 국기관 1층의 가장 비싼 앞좌석 전체를 트럼프대통령 일행을 위해 확보해 놓았다.

 

외국의 원수 일행에게 스모경기 앞좌석을 모두 내준다는 것은 500 이상 이어진 일본 스모경기 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번 스모를 관람하는 미국정부 관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 부부뿐만이 아니라 기타 고위급 수행원, 경비원 등이 다수 있고 대통령 경호를 위해 가장 좋은 자리 1,500명분을 모두 비워 놓아야 한다. 비용은 좌석요금만으로도 16천만원을 넘는다.

 

문제는 있다. 보통 스모경기는 오후 3시경부터 시작되어 모든 경기는 오후 6시에 끝난다. 그런데 트럼프 일행은 오후 530분을 지나서 관람을 시작한다고 하니 그때까지 가장 좋은 자리들은 모두 비어 있어 보기에 매우 좋다. 게다가 트럼프 일행은 서양식으로 의자에 앉아서 관람한다고 한다. 일본의 스모경기에서 가장 좋은 좌석들은 의자 없이 앉는 자리다. 거기에 의자를 나란히 놓으면 뒤에 있는 사람들이 앞을 보기 어려워지고 매우 흉한 풍경이 연출될 것이 보듯이 당연하다. 그러므로 현재 일본 국민들이 불만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스모협회 관계자들은 “일왕 일행조차 2 정면에 있는 앞쪽 귀빈석에서 관람하는데 1 정면 자리를 점거하다니 충격이에요. 트럼프 대통령도 2층으로 갔으면 좋겠는데……. 스모 중에는 화가 사람이 많아요”라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고 있고 시민들은 트위터에 “이런 악마 같은 사람들을 용서할 없다”는 식의 과격한 표현들을 쏟아내고 있다.

 

트럼프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일본의 전통도 태연하게 무시하려는 아베 총리의 비굴한 태도와 점령군처럼 스모경기의 가장 앞자리를 마음대로 점거하려는 트럼프 대통령 일행의 ‘오만함’에 일본국민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주목하지 않을 없다. 이번의 트럼프의 일본 국빈 방문이 앞으로의 미일관계에 있어 변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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