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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워키의 랜드마크, 밀워키 아트 뮤지엄
밀워키의 랜드마크, 밀워키 아트 뮤지엄
  • 허유진 미국 통신원
  • 승인 2019.05.24 14: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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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워키로 떠나는 여행 ②]

만약 당신이 미국의 중부지역을 여행하게 된다면 한 번쯤은 들러볼 만한 도시 하나가 있다. 계획적으로 다듬어진 관광지의 느낌보다 자연스러운 편안함을 주는 도시, 무언가 거창하지는 않지만 자기 개성이 뚜렷한 도시, 담박한 무난함과 이색적인 분위기가 공존하는 도시, 그릇에 조화롭게 담긴 과일처럼 역사, 문화, 자연 풍경이 골고루 함께하는 도시. 바로 위스콘신 주의 대표 도시 밀워키이다.
밀위키로 떠나는 여행②은 451호에 이어 연재합니다.-편집자 주

미시간 호수가 펼쳐진 예술 공간, 밀워키 아트 뮤지엄

밀워키에는 밀워키의 상징과 같은 장소가 있다. 바로 미시간 호수 옆에 위치한 밀워키 아트 뮤지엄(Milwaukee Art Museum)이다.

밀워키 아트 뮤지엄 (Milwaukee Art Museum, 줄여서 MAM)은 회화와 조각을 비롯하여 고대 지중해 미술, 초기 유럽 미술, 19세기 유럽 미술, 미국 미술, 아시아 미술, 민족 예술, 18세기 필라델피아 가구, 장식 예술, 그리고 현대 예술까지 폭넓은 시대와 여러 국가별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미시간 호수의 넉넉한 품 옆에서 한 템포의 여유를 갖고 과거 누군가의 손 자취와 역사적 맥락이 담긴 예술 작품들을 감상하고 싶다면 밀워키 아트 뮤지엄은 더할 나위 없는 휴식의 장소가 되어줄 것이다. 비록 미국의 시카고 미술관이나 혹은 프랑스의 오르세 미술관 같은 대형 전시 미술관은 아니지만 이곳에는 4층 규모의 넉넉한 공간에 약 3만여 점이 넘는 예술 작품들이 탄탄한 구성으로 전시되어 있다.

또한 미시간 호수가 바로 미술관 아래에 펼쳐져 있어 작품을 감상하다가 중간 쉼이 필요할 때 미술관 내의 휴식 공간이나 카페에서 호수를 바라보며 쉼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 또한 이곳이 가진 큰 매력 중 하나이다.

오래된 예술 작품부터 현대 미술 작품까지 두루 전시하는 미술관이다 보니 미술관의 각 전시관들은 저마다 일률적이지 않은 다양한 분위기와 색깔을 가지고 있다. 이를테면 현대 미술 전시관이 모던한 인테리어로 심플한 분위기를 자아낸다면, 옛 시대의 작품 전시관에서는 고풍스럽고 정적인 분위기가 유유히 흐른다. 이처럼 작품들의 시대와 성격에 따라 알맞게 꾸며진 여러 전시관들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각 전시관들을 이동할 때마다 전혀 다른 테마 공간에서 그림을 보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밀워키 아트 뮤지엄의 몇몇 작품들

밀워키 아트 뮤지엄에는 미국,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영국, 러시아, 아이티 등 다양한 국적의 화가들이 그린 시대별 그림들이 짜임새 있게 전시되어 있다. 거기에 비교적 우리에게 익숙한 앤디 워홀, 파블로 피카소, 바실리 칸딘스키, 윈슬로 호머, 클로드 모네와 같은 화가들의 그림들 또한 중간중간 만날 수 있다. 또한 매우 오랜 시대를 거쳐 온 고대 유물들이나 다양한 시대를 반영하는 각종 수집품들 또한 이곳에서 볼 수 있는 진귀한 구경거리이다.

익숙한 화가들의 작품들

캠벨 수프 (Campbell's Soup, 1965) - 앤디 워홀 (1928–1987)

앤디워홀

20세기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현대 미술가로 평가받고 있는 앤디 워홀은 미국 팝아트의 선구자이다. 그는 미술과 더불어 디자인, 광고, 영화에서 전반적으로 큰 변화를 일으켰는데 살아있을 당시 이미 미국에서 팝의 전설로 명성을 떨치기도 했다. 기계를 통해 작품을 무한하게 복제하는 그의 작품 방식은 미국의 대량 생산 문화와 그대로 맞물리며 기존 미술 방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위의 토마토 수프 깡통 그림은 앤디 워홀의 주요 작품인 캠벨 수프이다.

우는 소녀 (Crying Girl, 1964) - 로이 리히테슈타인 (1923–1997)

로이 리히테슈타인

뉴욕 출신의 팝 아티스트 로이 리히텐슈타인은 앤디 워홀과 함께 팝아트의 거장이라 불린다. 미국의 대중적인 만화를 소재로 작품 활동을 했던 그는 작품 속 기계적인 작업을 통해 표현된 점(dot)으로도 유명하다. "예술은 오늘날 우리 주변에 있다."라는 말을 했던 그는 만화를 작품에 도입하여 일상적인 것과 예술의 경계를 허문 예술가이기도 하다.

부지발의 풍경 (View of Bougival, 1873) – 오귀스트 르누아르 (1841–1919)

오귀스트 르누아르

프랑스의 대표적인 인상주의 화가 르누아르는 여성의 육체를 표현하는 그림들과 풍경화로 유명하다. 후에 인상파에서 벗어나 독자적이고 풍부한 색채 표현을 통해 자신만의 그림풍을 확립했다.

루앙의 일몰 (Sunset at Rouen, ca. 1885) – 카미유 피사로 (1830–1903)

카미유 피사로

인상주의의 창시자로 여겨지는 피사로는 풍부한 색채를 표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고갱과 세잔에게 큰 영향을 미친 스승이기도 한 그는 감성이 느껴지는 풍경화를 주로 그렸다.

워털루 다리, 햇빛 효과 (Waterloo Bridge, Sunlight Effect, ca. 1900) – 클로드 모네 (1840–1926)

클로드 모네

인상주의의 거장 모네는 인상파의 창시자 중 한 사람으로 사물이 빛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 열정적으로 탐구한 프랑스의 화가이다.

Fragment I for Composition VII, 1913 – 바실리 칸딘스키 (1866–1944)

바실리 칸딘스키

러시아 출신의 화가 칸딘스키는 사실적이고 구체적인 재현이 아닌 선명한 색채를 통해 추상이라는 영역을 이루어낸 추상미술의 선구자이다. 20세기의 중요한 예술 이론가 중 한 사람으로 평가되는 그는 미술의 가치와 색채에 대한 그의 연구로도 유명하다.

키스 (The Kiss, 1886) – 오귀스트 로댕 (1840–1917)

오귀스트 로댕

프랑스의 조각가 로댕은 현대 조각의 아버지로 불린다. 그가 만든 조각상 '생각하는 사람'은 현대 조각의 출발점이 되었다. 위 작품 'Kiss'는 로댕이 단테의 신곡 '지옥'편에서 나오는 두 남녀의 금지된 사랑 이야기를 조각으로 재현한 것이다.

위스콘신 주 출신의 화가, 조지아 오키프(Georgia O'Keeffe)의 그림들

밀워키 아트 뮤지엄에는 미국 근대 미술의 선구자로 불리는 위스콘신 주 출신의 여성 화가 조지아 오키프(Georgia O'Keeffe)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1887년 위스콘신 주 선프레리에서 태어난 조지아 오키프는 추상 환상주의라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표현 기법을 확립하여 20세기의 미국 예술계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한 화가이다. 그녀는 주로 꽃, 뼈, 조개껍질, 산과 같은 자연의 모습을 확대시켜 그렸다.

당시 20세기 초 미국은 여성 화가가 자신의 정체성을 단단하게 만들어가기가 쉽지 않았던 사회였다. 그러나 스스로 ‘여성 화가’라 불리는 것을 싫어했던 그녀는 남성들의 무대였던 미국 미술계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잃지 않는 그림을 그려 나가며 자신만의 예술 영역을 확고히 해나갔다. 그녀는 뉴멕시코의 풍경에 많은 영감을 받기도 하였는데 그곳 사막에서 보았던 황량한 풍경과 사막에서 죽은 동물의 두개골과 뼈는 그녀의 그림 속에 등장하는 주요 요소들이다. 자연에 대한 진지한 탐구와 자신만의 표현기법이 담긴 그녀의 그림에서 상징적인 기운이 느껴지는 듯하다.

밀워키 미술관의 다양한 그림들

밀워키에는 풍경화, 인물화, 정물화 등 다양한 회화들이 저마다의 다양한 감수성을 발산하며 벽면을 채우고 있다. 다양한 국가들의 화가들이 그린 수많은 그림 중 몇 점의 작품을 감상해보자.

밀워키의 아트 뮤지엄의 상징, 건축물 ‘콰드라치 파빌리온’

*예술이 담긴 건축물, ‘콰드라치 파빌리온’(Quadracci Pavilion)

밀워키 아트 뮤지엄은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 혹은 건축물 감상을 좋아하는 사람, 둘 중 무엇을 좋아하든 간에 일단 방문하면 절대로 후회하지 않을 장소이다. 바로 미술관의 건물 외관이 세계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 중 하나로 꼽히는 ‘콰드라치 파빌리온(Quadracci Pavilion)’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시사저널지 Time이 2001년 최고의 건축 디자인으로 선정한 ‘콰드라치 파빌리온’은 마치 거대한 새 한 마리가 호수 위에서 우아하게 날개를 펼치고 있는 듯한 형상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건축물은 미시간 호수에 바로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마치 커다란 하얀 새가 눈부시게 푸른 저 머나먼 바다로 비상하고 있는 듯한 상상력을 불러 일으킨다. 때문에 이곳을 바라보고 있으면 자유를 향한 갈망, 낭만의 추구, 그리고 새 형상이 주는 아련한 동심과 같은 것에 가슴이 가득 채워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이처럼 밀워키 아트 뮤지엄은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건축물이 주는 특유의 깊은 인상을 선사한다.

날개를 활짝 펴는 새, 콰드라치 파빌리온의 공학적 설계

‘콰드라치 파빌리온’은 새의 모습을 닮은 심미적인 건축 디자인뿐만 아니라 정해진 시간마다 새 날개 모양의 지붕이 열리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붕이 열리면 마치 새가 하늘을 향해 날개를 활짝 펴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때 펴진 날개의 틈으로 햇빛이 들어온다. 새가 날개를 접고 펴듯이 지붕 역시 기계적인 시스템을 통해 같은 동작을 구현시켜 천장으로 들어오는 햇빛의 양을 조절하는 것이다. 이처럼 건축물에 움직임을 부여하는 것을 키네틱 건축(Kinetic Architecture)이라고 부른다. 날개 지붕은 보통 아침 10시와 낮 12시에 펼쳐짐과 접혀짐을 반복한 뒤 저녁에는 접혀진다.

외부뿐만 아니라 내부 또한 아름다운 콰드라치 파빌리온

이 건축물은 외부뿐만 아니라 내부 또한 매우 심미적이다. 바로 새의 날개 지붕이 활짝 펼쳐지면서 건물 안으로 햇살이 스미는데 이때 들어온 자연광이 건물 내부 천장의 구조미와 하나가 되어 인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이렇게 내부 홀은 유리천장을 통해 드리워진 자연광으로 인해 매우 자연스럽고 화사한 분위기로 채워진다. 이때 펼쳐진 날개 지붕을 통해 스며드는 햇살은 내부 홀에 있는 서있는 방문객으로 하여금 마치 밀폐된 천장 아래 있는 것이 아닌 쾌적하고 안락한 큰 동굴 안에 있는 듯한 특별한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구조 설계의 대가, 스페인의 건축가 ‘산티아고 칼라트라바’

그렇다면 미술관의 예술 작품뿐만 아니라 건축물마저 정신을 집중시키게 만드는 콰드라치 파빌리온은 누구의 작품일까. 주인공은 바로 스페인의 건축가인 산티아고 칼라트라바 (Santiago Calatrava)이다. 주로 자연과 어울리는 동물 형상의 건축물들을 설계하는 것으로 유명한 그는 건축학과 도시학을 공부한 뒤 더 나아가 구조공학까지 섭렵한 구조설계의 대가이기도 하다. 미시간 호라는 대자연 옆에서 구조미가 돋보이는 거대한 날개를 펼쳤다가 접는 비상한 건축물 콰드라치 파빌리온은 바로 섬세한 설계 구조를 바탕으로 자연과의 긴밀한 조화를 추구하는 그의 작품 세계에서 기인한 것이다. 이처럼 건축과 역학 그리고 건축가가 가진 특유의 감각이 하나가 될 때 우리는 우리 앞에 놓인 건축물을 하나의 공학적인 예술작품으로 마주하게 된다.

스페인은 놀라운 건축가 가우디의 고장이기도 하다.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를 찾는 수많은 사람들이 기이하고 압도적인 가우디의 건축물 앞에서 예술성을 발견하듯 이곳 밀워키에서 또 다른 스페인의 건축가 칼라트라바의 흔적을 만나는 것은 밀워키 여행에서 얻을 수 있는 뜻밖의 선물이 될 것이다. 만약 그의 또 다른 건축물들이 궁금하다면 인터넷 사이트 위키피디아 검색창에 그의 이름 ‘산티아고 칼라트라바’를 검색해보자. 스페인을 비롯하여 세계 각지에 지어진 그의 건축물 사진들을 감상해 볼 수 있다.

이처럼 밀워키에서 예술적 기운을 흠뻑 느낄 수 있는 것은 풍부한 예술 작품들뿐만 아니라 미시간 호수와 하나 되어 섬세하고 아름다운 건축미를 보여주는 밀워키 아트 뮤지엄이라는 예술 공간이 있어서가 아닐까. 또한 새처럼 날개를 펴는 미술관의 건물뿐만 아니라 주변 호수와의 아름다운 조화로 인해 밀워키 아트 뮤지엄은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낭만적인 여운을 안겨준다.

밀워키 여행의 은은한 즐거움

미국은 저마다의 자연환경과 기후 차이를 가진 다양한 50개의 주들이 모여 있는 나라이다. 그 주안에는 또다시 저마다의 색깔을 가진 다양한 도시들이 있다. 그런 점에서 위스콘신의 밀워키는 바로 자신만의 색깔을 뚜렷이 간직한 그런 도시이다. 바다 같은 미시간 호수가 펼쳐진 휴양의 도시, 깊은 이민의 역사가 함께하는 맥주의 고장, 현대적인 미국의 분위기와 유럽의 기운이 함께 흐르는 독특한 도시의 분위기, 예술작품을 한가득 품은 아름다운 미술관까지.

우리는 여행을 통해 때로는 일상과는 전혀 다른 자극을 제공받기도 하고 여정 도중 일상과 비슷한 순간을 만나기도 한다. 이민의 역사가 깃든 맥주의 고장에서 마시는 맥주, 하얀 날개를 펼치는 아름다운 미술관에서 그림에 얼굴에 맞대고 조용히 생각에 잠기는 시간, 미시간 호수에서 따뜻한 햇살을 쬐며 여유 있게 즐기는 산책 같은 것은 여행의 새로운 기쁨과 일상의 평범함이 섞여 있는 순간들이다. 이런 점에서 밀워키는 적당한 자극과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을 동시에 가질 수 있는 장소이다. 이처럼 적당한 설렘이 동반된 잔잔한 나들이 같은 여행이 필요할 때 미국 중부의 한 도시 밀워키는 편안한 친구 같은 여행지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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