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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만리] 미•중 갈등 장기화, 승자 없는 전쟁
[천지만리] 미•중 갈등 장기화, 승자 없는 전쟁
  •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 승인 2019.06.07 1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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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 협상 타결에 실패한 미·중 양국의 갈등이 예상대로 전방위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당초부터 양국 수출입 구조의 불균형으로 관세전쟁으로는 게임의 법칙이 성립되기 어려우므로 무역협상 타결 여부와 관계없이 양국 갈등의 지속은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절취한 기술로 제품을 만들어 불공정한 무역관행으로 미국 산업은 물론 국제적 공평교역질서를 해친다는 이유를 표면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이번 기회에 미국의 기존 이익을 침해하는 중국의 부상을 봉쇄하고 대미 도전 의지를 확실히 제어 해야겠다는 그림에서 관세전쟁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무역협상 타결과 관계없이 미국이 중국의 기술 굴기 봉쇄를 위해 5G 선도기업인 중국 화웨이(華爲)에게 칼을 빼든 역시 장기적 대중 제어 전략의 일환이다. 갈등이 증폭된다면 이제 사회·문화적 영역은 물론이고, 종국적으로는 군사적 갈등과 정치 제도를 둘러싼 보편가치 갈등으로까지 확산될 충분한 조짐이 보인다.

 

일단 무역협상 타결 불발에 대한 포문은 미국이 열었다. 미국은 지난 1년간의 접촉을 통해 마련한 양측 합의사항을 중국이 사인을 앞두고 번복했기 때문이라고 양국 무역협상안 타결 불발의 책임을 중국에 돌리고 있다. 중국이 기술 절취나 기술 강제 이전 등에 대한 법제화 약속을 철회하고 새로운 주장을 내세웠기 때문에 결렬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입장은 완전히 다르다. 중국은 6 2 8개국 언어로 ‘중미 무역협상 과정에서의 중국 입장’이라는 ‘무역백서’까지 펴내면서 책임을 미국에 돌리고 있다. 미국은 협상이 진행되는 도중에 관세카드로 중국을 압박했으며 협상타결 후에도 관세 철회 의사를 밝히지 않고, 기술보호 관련 입법화 일방적으로 무리한 요구를 계속하는 불공정 협상을 강요하고 있는데 이는 명백한 주권 침해라는 주장이다. 당연히 미국도 국무부 성명으로 중국의 약속 불이행으로 타결이 불발된 것으로 주권 침해는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이제 양국 갈등은 장기전 국면으로 전환된 것으로 보인다, 설사 무역협상이 타결된다 하더라도 이번 갈등 과정에서 공식적으로 확인된 분명한 상호인식 차이를 둘러싼 지구전이 불가피하다. 일단 일차적 타결 대상인 무역협상도 본질이 이미 다른 데로 옮겨 갔다. 우선, 지금 자국의 정당성 확보 차원에서 누가 이번 문제를 촉발 했는지를 둘러싸고 계속 갈등을 증폭시킬 것이다. , 공평과 공정을 둘러싼 가치 논쟁이 중요 화두로 떠올랐다. 미국은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 행위의 역사’를 바로잡는 것이 공평과 공정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에 중국은 모든 것이 결국 미국의 자국 중심주의에 다름 아니며 자국의 이익을 위해 타국을 희생시키는 전형적인 불공정 협상이라는 입장으로, 중국을 계속 의심의 눈으로 바라보는 미국의 태도에 불만이다. 가장 핵심적인 인식의 차이는 주권 침해 문제다. 중국은 미국이 경제적 공포를 이용해 중국의 주권과 존엄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중국을 미국의 국가안전을 위협하는 악마로 인식시킨다는 것이다. 이렇듯 양국의 인식은 이미 무역협상이라는 본질을 넘어섰으며 서로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던 내용들을 밝힘으로써 새로운 불씨를 잉태시켰다.

 

사실 중국은 미국의 관세부과 초기에는 조속히 미국과 무역협상을 타결하길 바랬고, 일정 부분 미국의 요구에 협조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의 요구가 거세지자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과 지도부는 새로운 전략적 판단을 것으로 보인다. 마오저뚱은 중일 전쟁 시기에 승산이 있는 싸움이면 결전을 불사하고, 승산이 없으면 피해야 하며, 그것이 국가의 운명을 거는 결전이라면 당연히 피해야 한다는 말을 적이 있다. 중국은 처음에는 이번 무역 전쟁이 확산되는 것을 바라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의 대중 압박에 대한 내성이 생기고, 공산당 선전·선동 전략을 이용한 치밀한 여론전을 거쳐 적어도 중국 국내적으로는 중국이 피해자임을 각인시키는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도 연일 중국공산당 불굴의지의 상징인 대장정(大長征)이나 6.25에서의 대미 항전 등을 언급하면서 지구전으로 전환했다. 여러 가지로 중국에 불리한 것을 스스로도 알고 있지만 미국의 타격도 불가피하며 전투에선 지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전쟁에서 이길 있다는 판단을 한지도 모른다.

 

피해자의 반격으로 내부적 정당성을 확보한 것으로 판단한 시진핑 지도부는 미국이 중국 생산량의 80% 수입하는 희토류(稀土類)카드도 만지고 있다. 6 1일에는 미국의 운송기업 페덱스(Fedex) 운송법 위반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고, 2일에는 포드자동차 중국법인에 거액의 공정거래 위반 범칙금을 부과했다. 급기야 3일에는 대미 유학예비 경계령을 내렸고, 군사적으로는 미국의 항공모함을 위협한다는 둥펑(東風/DF)미사일 실험까지 하면서 중국식으로 갈등의 폭을 일단 끌어올리는 중이다.

 

미·중 양국의 갈등 장기화는 국제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는다. 세계 GDP 40% 창출하는 국가가 승자가 있기 어려운 전쟁을 계속하는 것은 양국의 국제 지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것임을 알아야 한다. 와중에 중국은 2 사드사태를 운운하면서 한국을 겁박하고 있다. 자신들은 미국에게 경제외적인 문제를 경제로 제재하는 반칙을 범한다고 강변하면서 우리에게는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구태를 반복하고 있다. 중국은 ‘완전한 민간기업 화웨이’에 대한 미국 제재는 불법이라고 강력히 주장한다. 다른 잣대로 한국기업에 대한 보복이 발생한다면 양국은 이제 치유 불가능한 상처를 안게 것이다. 이성적 인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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