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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공유경제와 플랫폼 자본주의
디지털 공유경제와 플랫폼 자본주의
  • 금민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연구소장
  • 승인 2019.06.04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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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버, 에어비엔비는 대표적인 상업적 공유경제 기업일뿐
우버 사업이 번창해도 과실의 대부분은 플랫폼 회사가 가져가
창출된 가치를 공유하기 위해선 공공플랫폼이나 독점적인 플랫폼 협동조합으로 조직해야

[커버스토리⑤-AI와 인간 어떤 길을 갈 것인가?-인공지능시대의 공유경제]

공유경제라는 말은 어감이 좋다. 거기에는 왠지 긍정적 가치와 좋은 변화가 담게 있는 듯하다. 승용차를 예로 들어보자. 2018년 현재 한국에서는 2.3명당 1대꼴로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는데, 개인승용차의 경우에는 하루 24시간 중에서 90% 이상 주차장에 세워져 있을 뿐이다. 게다가 1대에 4인이 탑승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탑승인원이 1인에 불과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승용차를 공유하면 배기가스 배출도 줄어들고 생태적 전환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공간적인 측면에서도 자동차 대수가 줄어들면 도시 전체의 주차공간도 줄어들고 도로도 비좁지 않게 되며 필요 없게 된 도로나 주차공간을 문화시설이나 놀이시설 등 공동체적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서 도시공간 전체에 걸친 긍정적 변화가 뒤따르게 된다. 긍정적인 효과는 에너지 절감효과나 도시공간의 공동체적 재구성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공동체적 유대감이나 비금전적인 만족감과 같은 참여자의 행태변화에서도 승차공유의 장점을 찾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긍정적 변화의 가능성은 승차공유가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이 되는 순간 매우 의심스럽게 된다. 승차공유 비즈니스의 대표 주자인 우버(Uber)와 대해 미국 클링턴 행정부 시절에 노동부 장관을 지냈던 로버트 라이시(Robert Reich)는 “말이 좋아 공유경제(sharing economy)이지 사실은 찌꺼기(scraps)를 나누는 경제가 아닌가?”라고 비꼬았는데, 이러한 항변이 현실을 훨씬 더 정확하게 드러내준다. 반면 “공유경제의 대가”로 불리는 순다라라잔(Arun Sundararajan)은 “공유경제가 부의 편중을 악화”시키지는 않으며 오히려 “개개인의 능력을 배가시켜 혼자서 하기 힘든 비즈니스 행위를 용이하게 해줬다”는 반론을 편다.

순다라라잔의 반론은 그저 보고 싶은 것만을 본 것에 불과하며 교통 및 숙박업이나 인터넷 기반의 서비스 중개업에서 발달하고 있는 공유경제가 사실은 부와 소득의 격차를 심화시키는 긱 경제(gig economy)의 다른 이름에 불과하다는 점을 밝히는 것은 이 글의 목표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이 글의 주제는 ‘상업적 공유경제’의 진면목을 밝히는 일에서 조금 더 나아간다. 한국의 카풀 논쟁과 택시기사 파업에 즈음하여 모언론은 순다라라잔을 인터뷰했는데, 그의 인터뷰 내용 중에서도 새겨들을 만한 말이 있다. “새로운 기술을 멈춰 세운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라고 말하면서 그는 “새로운 기술과 동행”하기를 조언한다. 그런데 문제는 신기술과의 동행 그 자체가 아니라 어떤 동행인가이다. 우버(Uber)나 에어비엔비(Airbnb)와 같은 플랫폼 자본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 것일까? 그럴 수 없다면,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공유경제의 다른 가능성은 무엇인가? 우버나 에어비엔비 같은 ‘상업적 공유경제’를 일종의 형용모순(contraditio in adjecto)으로 본다면, 이러한 형용모순에 빠지지 않는 ‘착한 공유경제’로서 우리는 플랫폼 협동조합이나 ‘동료집단 생산(Peer Production)’을 현실적 대안으로 삼을 수 있는가? 만약 우버(Uber)나 에어비엔비(Airbnb)와 같은 비즈니스 모델이 본래적인 공유경제와 플랫폼 자본주의의 합성물인 일종의 키메라(Chimera)라면, 거기에는 어디까지 또는 어떤 점에서 공유경제의 장점이 남아있는 것일까? 이 글의 본래적인 목표는 이러한 질문에 답을 찾는 것이다.

공유경제의 개념

우버(Uber)나 에어비엔비(Airbnb)와 같은 비즈니스 모델과 공유경제의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공유경제의 개념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로렌스 레식(Lawrence Lessig)은 공유경제(sharing economy)를 화폐를 매개로 하는 상업경제(commercial economy)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사용했다. 레식에게 공유경제는 금전적 반대급부 대신에 유대감이나 만족감을 매개로 하는 교환 형태로서 화폐의 개입은 오히려 공유경제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이와 같은 공유경제는 원래 친구나 이웃 간에 관찰되며 작은 공동체 내의 선물 교환에서 발견되는 것이었지만, 레식은 인터넷의 보편화로 디지털 공유경제의 확대가 가능해졌다고 보았다. 이러한 디지털 공유경제의 대표적인 사례로 리눅스(Linux), 위키피디아(Wikipedia) 오픈스트리티맵(PpenStreetMap), 파이어폭스(Firefox) 같은 공유물을 기반으로 하는 ‘동료 생산’(peer production)을 들 수 있다. 레식의 공유경제 개념은 지식자산에 대한 공유와 열린 접근권을 위한 운동인 크리에이티브 커먼스(Creative Commons)와 궤를 같이 한다.

그런데 2008년 이후 급속하게 확산된 공유경제는 이와 정반대이다. 그것은 화폐를 매개로 한 플랫폼 경제로서 기업은 직접 서비스를 공급하지 않고 오직 플랫폼만을 소유할 뿐이지만 공급자와 이용자를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연결해 줌으로써 수익을 거둬들이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우버(Uber)와 에어비엔비(Airbnb)가 대표 주자인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은 레식의 구분에 따르면 분명 상업경제로 분류되어야 하겠지만, 순다라라잔(Sundararajan, 2016)은 이를 공유경제로 분류하고 개념을 재정의한다. 순다라라잔에 따르면 공유경제는 1) 제품의 교환과 새로운 서비스의 등장을 가능하게 하는 시장을 창조함으로써 경제활동을 촉진시키며, 2) 자산, 기술, 시간, 화폐 등 모든 자원이 효율적으로 사용될 기회를 제공하며, 3) 중앙집중적 조직이나 위계적 조직이 아닌 대중에 기반을 둔 네트워크에 의해 교환이 이루어지며, 4) 사적 일과 직업상 업무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며, 5) 정규직 임시직, 종속적 고용과 독립적 자영업, 일과 여가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는 특징을 가진다.

이와 같이 개념을 재정의함으로써 공유경제의 대표적 사례도 달라지게 된다. 공유경제의 대표적 사례는 더 이상 위피피디아나 오픈스트리티맵과 같은 ‘동료 생산’이 아니라 차량공유서비스업체 우버, 미국의 동종 후발업체인 리프트(lyft), 200마일 이상의 장거리 차량동승 비즈니스인 블라블라카(BlaBlaCar), 숙박공유서비스업체 에어비엔비, 나아가 주문형 인력서비스 업체들이 된다. 이러한 플랫폼 기업들은 순다라라잔이 그의 책에서 분석한 주요 대상이기도 하다. 순다라라잔의 공유경제 개념에 대해 요하이 벤클러(2015)는 “우버 등의 사업모델은 공유경제로 지칭되고 있지만 실제는 공유와 무관하게 온라인을 통해 수요와 공급이 만나게 된 온디맨드 경제(On-Demand Economy”에 불과하다고 반박한다. 벤클러의 정의에 따르자면 공유경제란 경제적 교환이 아니라 사회적 교환에 본질을 두며 공유재 기반의 ‘동료 생산(Peer Production)’의 영역에 한정된 개념이다. 물론 순다라라잔도 공유경제 비즈니스까지 포괄하여 개념을 확장하는 일이 공유경제라는 좋은 말을 망치는 것이라는 점을 인정한다. 그럼에도 그는 저널리즘 용어를 조사해 보면 공유경제라는 말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공유경제 개념을 쓰겠다고 말한다.

우버 사업이 번창하여 차량공유가 늘어나면 차량의 효율적 활용이 가능해지겠지만 그 과실의 대부분은 플랫폼 회사가 가져간다. 2018년 우버의 기업가치는 약 1200억 달러(약 134조원)으로 평가되었다. 사진은 에어비앤비 창업자 중 한 명인 조 게비아 (오른쪽). 사진=위키피디아
우버 사업이 번창하여 차량공유가 늘어나면 차량의 효율적 활용이 가능해지겠지만 그 과실의 대부분은 플랫폼 회사가 가져간다. 2018년 우버의 기업가치는 약 1200억 달러(약 134조원)으로 평가되었다. 사진은 에어비앤비 창업자 중 한 명인 조 게비아 (오른쪽). 사진=위키피디아

여기에서 순다라라잔 때문에 공유경제라는 좋은 말이 망가졌다고 개탄할 필요는 없다. 문제는 망가진 말이 아니라 일그러진 현실이기 때문이다. 어떤 개념으로 접근하든 우버와 에어비엔비와 같은 비즈니스 모델은 분석을 필요로 하는 중요한 경제적 현상이다. 우버는 2017년 5월 전세계 70개국 450개 도시에서 영업 중이며, 에어비엔비는 2015년 전세계 190개 국가 3만 4천개 도시에 150만명의 서비스 제공자를 가지고 있다. 비슷한 비즈니스 모델로서는 미국의 리프트(Lyft), 동남아의 그랩택시(Grabtaxi), 인도의 올라(Ola), 중국의 디디콰이디(Didi Kuaidi)를 들 수 있다.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은 공유경제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규범적일 수는 있지만 현실에 대한 정확한 서술을 제공하지 못한다. 또한 우버나 에어비엔비를 “공유경제라고 부르는 것은 부적절”하며 “불로소득을 올리는 기업들”에 불과하다고 폭로하는 것만으로는 차량공유나 숙박공유 없이는 우버나 에어비엔비 같은 비즈니스 모델은 작동하지 못한다는 엄연한 사실을 놓칠 수 있다. 현실을 정확하게 드러내려면 우버나 에어비엔비는 공유경제를 매개로 하여 불로소득을 올린다고 말해야 한다. 나아가, 오늘날의 자본주의 현실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려면 공유경제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벤클러가 말하는 ‘착한 공유경제’보다 훨씬 더 비중 있게 다루어야 할 것이다.

공유경제 비즈니스 모델의 본질은 린 플랫폼(lean platform)

우버나 에어비엔비와 같은 상업적 공유경제는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여 두 개의 이질적인 이용자 집단으로 이루어진 양면시장(two-sided market)을 형성하고 재화나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중개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한다. 순다라라잔은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이 혼자서는 불가능했던 경제행위를 가능하게 해 준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양면시장 일반에 대해 관철되는 전형적인 특징을 말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즉 양면시장에서는 코즈의 정리(Coase theorem)가 성립하지 않는다. 승차공유서비스의 제공자와 이용자가 플랫폼을 거치지 않는 ‘부수적 지불’(side payment)이 불가능하거나 더 많은 비용이 든다. 순다라라잔이 공유경제 정의의 첫 번째 기준으로 든 ‘경제활동을 촉진시키는 시장의 창출’이란 우버와 에어비엔비의 경우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양면시장의 형성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경제행위를 가능하게 해 준다는 설명만으로는 플랫폼 자본주의의 역동성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 디지털 플랫폼은 노동력을 포함하여 자투리 시간이나 남는 물적 자원까지 삶의 모든 자원을 전면적으로 상품화한다. 즉 플랫폼 자본주의와 더불어 단순히 그 이전에는 상품화가 불가능했던 것이 비로소 가능해진 것이 아니라 생활의 디지털화와 함께 상품화 가능한 것의 한계가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는 말이다. ‘상업적 공유경제’가 화폐를 매개로 하지 않는 진정한 공유경제를 잡아먹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놓여 있다.

순다라라잔의 공유경제 정의의 두 번째 기준은 ‘자원효율성 경제’였다. 우버나 에어비엔비를 살펴보면,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이 한 대의 자동차 또는 빈 방을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일종의 공유모델 위에 기초함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공유모델에 기초한 효율성경제의 과실을 누가 가져가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소위 ‘상업형 공유경제’의 본질이 무엇인가가 금방 드러난다. 우버는 차량공유서비스 제공자에게 20%의 중개료를 거둬들이며 투자비용(차량), 보험비용과 유지보수비, 감가상각비 등 일체의 비용과 위험을 외주화하여 서비스 제공자들에게 전가한다. 차량공유서비스 이용자들은 택시보다 다소 저렴하거나 적어도 편리한 서비스를 이용하게 될 수도 있지만, 차량공유서비스 제공자들은 저임금 노동에 시달리게 된다. 한국의 카풀 논쟁에서 택시 기사 파업과 같은 사태가 일어났던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고도 말할 수 있다.

우버 사업이 번창하여 차량공유가 늘어나면 차량의 효율적 활용이 가능해지겠지만 그 과실의 대부분은 플랫폼 회사가 가져간다. 2018년 우버의 기업가치는 약 1200억 달러(약 134조원)으로 평가되었다. 반면에 미국의 자동차제조사인 GM의 기업가치가 453억 달러, 포드는 351억 달러, 피아트크라이슬러가 318억 달러로 평가된다. 2009년 샌프란시스코에서 고가 리무진 대여업으로 시작한 조그만 회사가 자동차제조업체보다 더 큰 기업이 되어 버린 것이다. 에어비엔비의 사정도 별 다르지 않다. 2007년 10월, 마침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국 산업 디자인 학회의 연례 컨퍼런스를 맞이하여 에어베드(AirBed, 공기침대) 3개를 구입한 후 호텔을 예약하지 못한 디자이너들에게 자신들의 방을 빌려주고 아침을 제공함으로써 시작된 이 비즈니스 모델은 2018년에 이르면 약 400억 달러(약 43조1280억원)의 기업가치를 가진 공룡이 되었다. 에어비엔비는 가난한 세입자들이 빈 방을 활용하여 월세를 낼 수 있게 해주겟다고 선전했다. 하지만 에어비엔비 사이트를 통해 공개적으로 모을 수 있는 자료를 수집 분석하는 ‘인사이드 에어비엔비’(Inside Airbnb)는 이 기업이 세계 주요도시에서 가난한 세입자가 더 이상 임대료를 낼 수 없도록 만드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에 큰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에어비엔비가 열어가는 착한 관광, 색다른 관광의 종착지는 언제나 젠트리피케이션이다.

노동시장의 관점에서 보면 ‘상업적 공유경제’는 ‘긱 경제’(gig economy)의 일종으로 여기에서 일하는 서비스 제공자들은 주문형 앱 노동(on-demand work via app)을 수행한다. 주문형 앱노동이란 온라인 플랫폼에서 서비스 요청자와 제공자가 연결되지만 실제 서비스의 제공은 오프라인에서 대면관계로 이루어지는 형태의 노동으로서 배달서비스가 대표적 사례이다. 이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특정 업무가 공시되면 지구적 차원에서 불특정 다수가 작업을 하고 작업한 양만큼 보상을 받는 크라우드 노동(crowdwork)과 함께 플랫폼 노동의 두 가지 주요 양상으로 볼 수 있다. 주문형 앱노동을 중개하는 플랫폼 회사가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지 않듯이 우버는 차량공유 서비스 제공자를 고용하지 않으며 에어비엔비도 숙박서비스 제공자를 고용하지 않는다. 게다가 고용만이 절감되는 것이 아니라 생산수단도 전혀 소유하지 않는 비즈니스 모델이 가능하다. 우버는 단 한 대의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으며 에어비엔비 역시 단 한 칸의 방도 소유하지 않는다. 이러한 점으로부터 우버나 에어비엔비가 공유경제로부터 수익을 끌어낸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상업형 공유경제에 대한 찬미자들이 말하듯이 이제 소유의 시대가 끝났고 공유의 시대가 시작된 것이 아니라, 사실은 정반대의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버는 자동차 한 대도 소유하지 않지만 플랫폼을 소유한다. 시장을 형성하여 차량공유가 가능하도록 해 주는 플랫폼의 소유자는 서비스 제공자나 이용자들이 아니며 사적 자본일 뿐이다. 소득이 적은 사람들은 차량공유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으며 오직 저임금으로 차량공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뿐이지만 최소한 차량은 스스로 소유하고 있어야 한다.

어떠한 생산수단도 소유하지 않으며 단지 플랫폼만을 소유한다는 점에서 우버나 에어비엔비와 같은 비즈니스 모델은 린 플랫폼(lean platform)으로 부를 만하다. 플랫폼 기업들을 유형화하면서 닉 스르니첵(Nick Srnicek)은 우버나 에어비엔비를 ‘린 플랫폼’으로 분류했다. ‘적시 공급망’을 통한 고정자산의 절감을 특징으로 하는 포스트포디즘의 ‘린 생산’(lean production)을 연상시키는 이러한 개념화는 비화폐적 공유경제와 본질적 상관성을 가지지 않으면서도 실제 상황을 모호하게 만드는 ‘상업적 공유경제’라는 개념보다 훨씬 더 적절하게 현실적 자본운동을 포착하고 있다.

린 플랫폼과 데이터 기반 가치창출

린 플랫폼 역시 플랫폼 자본의 한 유형이고, 따라서 다른 유형의 플랫폼 자본과 마찬가지로 거기에서도 데이터 기반 가치창출을 관찰할 수 있다. 알다시피, 우버는 전 세계 교통데이터를 가장 많이 수집하고 있으며, 에어비엔비는 전 세계 주요도시의 주거상황에 대해 가장 방대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 데이터는 린 플랫폼 기업들이 서비스 제공자를 통제하며 더 경쟁력 있는 비즈니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알고리즘을 최적화해준다. 우버는 심지어 요금을 받지 않을 때도, 운전자 데이터뿐만 아니라 모든 승차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는 우버의 길찾기(routing) 알고리즘이 가장 효율적인 주행 경로를 작성하기 위한 교통량(traffic) 패턴에 사용되며, 수요 예측이나 승객에 가까운 운전자를 찾기 위한 알고리즘에도 사용된다. 더 많은 데이터의 수집은 린 플랫폼에서 경쟁의 주요 수단 중 하나이다. 데이터는 경쟁업체를 타도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되며 심지어 우버 운전자가 다른 택시 플랫폼에서 일하지 못하게 하는 용도로도 사용된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야말로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의 중핵이다. 플랫폼은 데이터 추출 기구이기 때문에 기업은 아무런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않더라도 플랫폼만은 반드시 소유해야 한다.

우버는 데이터 기반 비즈니스 모델이다. 이 점은 우버가 과감하게 자율주행사업에 뛰어들 수 있도록 이끈다. 2016년 9월 14일 피츠버그에서 우버는 자율주행차 시범운행에 돌입했다. 자율주행 시대의 개막된다면 굳이 우버는 자동차를 단 한 대도 소유하지 않는 현재의 차량공유 비즈니스 모델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 우버는 자율주행차를 소유한 모빌리티 서비스(Mobility service) 업체로 전환하게 될 것이다. 이 추세로 진행된다면 우버는 자율주행 시대의 개막과 함께 전 세계 주요도시의 서비스형 모빌리티를 장악하게 될 것이다. 우버의 경젱업체로는 스트리트맵 데이터를 가장 많이 수집하고 있으며 가장 긴 자율주행차 시범 거리를 자랑하는 구글 정도를 떠올릴 수 있다. 그리고 어떤 회사가 서비스형 모빌리티를 장악하든 결과는 똑 같다. 사적 자본이 도시교통인프라를 장악하게 되고 전기자동차 제조업체도 그 아래로 포섭되는 것이다. 오늘날의 택시 앱과 비슷한 방식의 리무진 사업에서 출발하여 현재의 플랫폼 기반 승차공유서비스업체를 거쳐 모빌리티 서비스 업체를 지향하는 우버의 변신은 모두 데이터 기반 비즈니스의 확장 경로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린 플랫폼은 전적으로 기생경제인가? 착한 공유경제는 가능한가?

우버나 에어비엔비는 린 플랫폼 기업이다. 린 플랫폼의 부정적 영향은 노동시장에서 명백히 드러난다. 더 위험한 점은 이와 같은 비즈니스 모델의 확대는 도시생활의 디지털화와 발맞추어 사적 자본이 사회인프라를 소유하는 스마트시티(SmartCity)로 귀결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제 남겨진 질문은 두 가지이다. 린 플랫폼은 전적으로 기생적이며 전혀 생산적이지 않은가라는 질문이 하나이며, 다른 하나는 린 플랫폼을 통해 매개되는 공유가 아닌 다른 대안은 없는가이다.

우버나 에어비엔비를 다루면서 많은 사람들은 주로 약탈적 성격만을 부각시킨다. 하지만 린 플랫폼을 단순히 기생경제(prasitic economy)라고만 말하는 것은 자원절감 효과에 대해 주목하지 못하게 만든다. 기생적 차원을 제거할 수 있다면 저마다 자동차를 소유하는 현재 상황보다 승차공유시스템이 훨씬 효율적이고 생태적이다. 문제는 어떻게 린 플랫폼 비즈니스의 효율성만을 남길 수 있는가이다. 답은 사실 매우 간단하다. 승차공유시스템이나 숙박공유시스템을 공공플랫폼(public platform)이나 독점적인 플랫폼 협동조합(platform cooperatives)으로 조직하면, 린 플랫폼의 불로소득적 성격은 사라지고 데이터 수집으로부터 창출된 가치도 모두에게 배당할 수 있다. 수익의 귀속 문제뿐만 아니라 감시자본주의적 폐해와 관련해서도 공공적 대안형태의 실익이 있다. 순다라라잔은 우버나 에어비엔비를 ‘군중 기반 자본주의’(Crowd-based Capitalism)라고 부르고 싶어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이다. 플랫폼 기업이 매개하는 서비스는 기업소유의 알고리즘에 의해 관리되는 중앙통제적 구조를 가지고 있고 이는 언제든지 감시구조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빅데이터 영구기금과 같은 기구를 수립하여 데이터의 수집, 관리, 운용에 대하여 규칙을 제정하며 개입할 권한을 부여한다면 개인정보보호 문제나 감시자본주의적 폐해도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일단 린 플랫폼 화사들을 금지하거나 규제해야 한다. 규제 조치 없이 시장경쟁에 맡긴 상태에서 플랫폼 협동조합이 착한 이용자들의 선의에 의해 언젠가 우버나 에어비엔비를 압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매우 비현실적이다. 플랫폼이 소유자가 사적 자본인가, 협동조합인가, 또는 공공인프라인가의 문제와 무관하게 플랫폼 사업은 데이터의 확보와 알고리즘 개발에 의해 승부가 나며, 이 시장의 성격은 어쩔 수 없이 승자독식의 독점시장이다. 이는 공공 플랫폼을 수립하려면 사적 플랫폼 회사에 대한 규제 조치가 먼저 이루어져야 함을 의미한다. 실제로 우버는 독일, 스페인, 네델란드, 벨기에, 타이, 프랑스 등에서 전적으로 또는 부분적으로 영업 금지를 당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버가 금지된 곳에는 전통적인 택시 영업이 성행할 뿐이지 승차공유 공공플랫폼이나 플랫폼협동조합이 조직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우버의 금지는 공공적인 대안 형태의 수립과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한국의 카풀 논쟁에서는 택시 기사의 생존권이나 전통적인 택시 회사의 수익 축소의 문제만이 전면에 떠올랐다. 하지만 더 중요한 문제는 훨씬 더 효율적이며 생태적인 승차공유의 과실을 플랫폼 회사의 수중에 넘겨줄 것인가 아니면 공공적 대안을 찾을 것인가이다.

 

본 기사는 월간지 <이코노미21> 455호(2019년 5월)에 게재된 글입니다.

플랫폼 기반 승차공유서비스업체를 거쳐 모빌리티 서비스 업체를 지향하는 우버의 변신은 모두 데이터 기반 비즈니스의 확장 경로라고 볼 수 있다.  사진은 스마트폰 우버 앱을 이용한 승차 연결 실례. 사진=위키피디아
플랫폼 기반 승차공유서비스업체를 거쳐 모빌리티 서비스 업체를 지향하는 우버의 변신은 모두 데이터 기반 비즈니스의 확장 경로라고 볼 수 있다. 사진은 스마트폰 우버 앱을 이용한 승차 연결 실례. 사진=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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