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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혁신, 왜 중요한가?
바이오혁신, 왜 중요한가?
  • 정인석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한국바이오경제학회 회장
  • 승인 2019.06.06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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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기술,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주도할 차세대 주력기술
구글, 퀄컴 등 IT기업 바이오헬스에 투자, 듀퐁은 바이오기업임을 천명
국가 바이오혁신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도록 만드는 것에 더 관심 가져야

바이오가 뜨겁다

지난 몇 주간 바이오가 코스닥시장을 뜨겁게 달구었다. 2000년 전후의 벤처 붐 이후 제2의 도약기를 맞이하고 있는 듯하다. 제대로 매출을 내지 못하는 벤처기업이 기업가치에 있어서 웬만한 IT 기업을 넘어 대기업까지 위협하고 있다. 시장 과열의 우려가 나오기도 하지만 분명 바이오에 대한 뜨거운 관심과 기대가 반영된 현상이다. 바이오기술은 정보기술(IT)의 뒤를 이어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주도할 차세대 주력기술로서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기회로 여겨지고 있다.

바이오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유전체 분석 비용이 1990년대에 3조원이던 것이 최근에는 100만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4차산업혁명을 주창한 클라우스 슈왑은 바이오기술을 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과 더불어 새로운 세상을 여는 주력 기술로 보았다. 줄기세포치료제, 유전자치료제 등의 바이오신약은 과거 화학기반의 신약개발 패러다임을 대체하고 있다. 정보기술과 융합하여 개발한 헬스케어 상품이 등장하고, 빅데이터를 활용한 진단과 맞춤형 치료는 의료 혁신을 선도할 것이다. 인공지능 로봇 왓슨은 이미 국내 병원에도 활용되고 있다. 바이오기술은 의료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고, 농업, 에너지, 소재 등 다양한 산업으로 확산되며, 기후와 환경문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 성장을 가능케 하는 새로운 해법으로 기대되고 있다.

도대체 바이오가 무엇이기에 이렇게 큰 관심과 기대를 받고 있는 것인가? 지난 20여 년 간 우리의 경제성장을 주도했던 IT혁명에 버금가는, 또는 그 이상의 혜택을 바이오혁신이 가져다줄 것인가? 그러한 예상에는 충분한 근거가 있는가? 선진국이 바이오혁신에 매진하고 성과도 내고 있는데, 과연 우리나라도 바이오혁신을 가능케 하는 능력과 잠재력이 있는가? 바이오혁신을 위해서 정부, 기업, 투자자, 국민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바이오경제에 접어드는 이 시점에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며, 이것이 이 글의 주된 내용이다. 우선 우리에게 바이오혁신이 왜 중요한지, 왜 우리가 그것을 적극적으로 추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논의한다. 다음으로, 우리에게 바이오혁신의 능력이 있는지, 바이오혁신을 막고 있는 걸림돌이 무엇인지를 살펴보면서, 바이오혁신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에 대해 논의한다.

우리는 왜 바이오에 주목해야 하는가?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3%대로 떨어진 경제성장률에 익숙해졌다. IMD는 우리의 국가경쟁력을 29위에 두고 있다. 과거 고속성장을 이끌던 조선, 철강은 주력산업의 지위는 고사하고 구조조정을 필요로 하는 골치 덩어리가 되었다. 자동차도 최근에는 세계시장경쟁에서 밀리는 양상이고,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차세대 기술에서 과연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최근에는 반도체가 효자노릇을 하고 있지만 그것에만 국가경제의 운명을 걸 수는 없다. 정보통신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성과를 냈지만 이제는 빛을 잃어가고 있다.

활기를 잃어가는 경제를 다시 일으킬 새로운 활로가 우리에게 필요하다. 국가 경쟁력의 회복을 위해 유망한 기술들로 포트폴리오를 갖추어야 한다. 지금 세계가 주목하는 것이 바로 바이오기술이다. 구글, 퀄컴 등 IT 대표주자들도 바이오헬스에 투자하고 있으며, 대표적인 화학기업인 듀퐁은 바이오기업임을 천명하고 바이오플라스틱 등 바이오상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이 바이오기술을 재도약의 기회로 보고 있는 것이다.

컨설팅회사인 Datamonitor는 글로벌 바이오시장이 2013년 330조원 규모에서 2020년에 635조원으로 연평균 9.8%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유럽과 미국에서 금융위기로 다소 주춤하였으나 최근 빠르게 시장을 확대해 가고 있다. 우리가 세계경쟁력을 확보한 바이오시밀러 시장 또한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매년 발표하는 바이오산업실태조사에 의하면, 국내 바이오산업은 2000년 이후 연 평균 14%로 성장하고 있는 반면, 아직 규모는 2015년 8조 5천억원으로 미미한 수준인데, 이것이 오히려 빠른 성장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4차산업혁명의 대표적 기술인 인공지능은 일자리를 크게 감소시킬 것이라는 우려는 낳고 있다. 반면에 바이오혁신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가능성이 높다. 연구 인력을 더 많이 필요로 할뿐 아니라 새로운 헬스케어 상품과 시장이 곧 새로운 일자리를 만든다.

미국과 유럽의 바이오산업 매출 및 기업수

최윤희(2017), 바이오산업 현황과 전략, 원자료는 ERNST&YOUNG.
최윤희(2017), 바이오산업 현황과 전략, 원자료는 ERNST&YOUNG.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현황 및 전망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2016), 2016 바이오 통계 브리프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2016), 2016 바이오 통계 브리프

바이오혁신은 보건-의료의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다. 감염병의 위협, 고령화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우리나라의 의료비는 선진국에 비해서는 작지만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서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다. 의료비 절감이 국가적 과제로 등장하는 것이다. 메르스 사태에서 경험했듯이 감염병은 경제활동에 막대한 손실을 일으킨다. 감염병이 3개월 지속되는 경우 경제적 손실이 20조원에 이르고 GDP가 1.32% 하락하는 것으로 정부는 추측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3차 생명공학육성기본계획, 2017) 가습기 살균제, 미세먼지로 건강을 해치지 않는 친환경 소재와 에너지에 관심이 커졌다. 바이오혁신이 이러한 문제들의 해법이 될 수 있다.

유명한 개발경제학자인 제프리 삭스(Jeffrey Sachs)는 2015년 UN 주도로 완성한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가 바이오경제와 밀접하게 관련된다고 지적하였다. 지속가능발전목표는 모두 17개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에서 기아의 종식과 식량안보, 건강과 복리 증진, 물과 위생의 확보, 환경친화적 에너지 확보, 성장과 일자리 창출, 지속가능한 산업화와 혁신, 책임있는 소비와 생산, 기후변화에 대응, 지속가능한 해양자원의 보존, 육상 생태계의 복원과 유지 등 10여개가 바이오경제에 관한 것이다.

최근 선진국 정부는 바이오경제 구축을 위한 국가 전략을 쏟아놓고 있다. OECD는 2009년에 2030년에 이르면 바이오기술이 경제 내의 많은 산업에 확산되는 바이오경제가 구축될 것으로 내다보았다. 2012년 미국 백악관은 바이오경제 구축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였다.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에 투자를 늘리고, 연구성과가 산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규제 정책을 개선할 것 등을 제시하였다.

미국의 국가 바이오경제 청사진 5대 전략목표

구 분

주요 내용

연구개발 역량 강화

정부 투자를 통해 바이오분야의 시장실패를 극복하고, 미래 미국 바이오경제의 토대를 제공할 혁신적, 도전적 R&D투자를 지원

연구성과의 사업화 촉진

연구성과의 산업화 촉진 및 이를 위한 중개과학, 규제과학 지원 강화

규제 완화

인간 건강과 환경을 보호하면서도 산업발전의 장애요인들을 축소하고, 규제 과정의 속도 및 예측가능성 증진, 비용 절감 등을 위한 규제개혁 추진

교육훈련 강화

기업수요를 반영한 교육훈련 프로그램 설계/운영 및 교육기관 인센티브 제공

공공-민간 파트너십 촉진

공공-민간 파트너십 및 경쟁전(pre-competitive) 협력을 위한 기회 제공 및 지원, 자원, 지식 및 전문기술 공유

자료;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김정석, 세계 주요국의 바이오 정책 동향 및 시사점, 2016 / 미국 백악관, 국가 바이오경제 청사진(2012)

 

같은 해에 유럽연합(EU)도 유럽을 위한 바이오경제 전략을 제시하였으며, 바이오경제를 모니터링하는 기관을 세우고 기업 지원정책을 펼치면서 바이오경제를 선도하고 있다. 독일, 핀란드, 프랑스 등이 뒤를 이어 바이오경제 국가비전을 제시하였는데, 각 국가의 환경, 산업, 경쟁력에 적합한 방식으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은 바이오경제를 생명자원(biological resources)의 창출, 전환, 이용을 통하여, 환경 및 경제적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경제로 이해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식량안보의 확보, 자연자원의 지속가능한 관리,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성 축소,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 일자리 창출과 국가경쟁력 확보, 생물다양성의 확보 등 다양한 사회경제적 목표를 추구한다. 바이오경제의 구축은 단지 한 산업 영역에 국한되는 변화가 아니라 경제 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혁을 동반하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바이오혁신이 가능할까?

선진국들이 앞다투어 바이오경제를 만들어 가는데, 과연 우리도 바이오혁신을 성공시킬 능력이 있을까? 선진국을 따라가기도 버겁다는 비관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비록 기술력이 뒤지고 경험이 부족하더라도 여러 면에서 성공의 가능성과 기회가 분명 있다고 본다.

국내 바이오 SCIE 논문발표 현황                                                                                                 국내 바이오 미국특허 등록 현황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2016), 2016 바이오 통계 브리프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2016), 2016 바이오 통계 브리프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2016), 2016 바이오 통계 브리프

바이오혁신에는 기초기술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혁신은 모방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독창적 기술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30여년 정부가 바이오 기초연구에 적지 않게 투자해 왔으며 많은 연구자들이 노력한 결과 기초역량이 크게 향상되었다는 것을 논문과 특허의 비약적인 증가가 단적으로 보여준다. 양적 성장에 비해 질적인 성과는 부진하다는 비판이 있기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양적 성장이 질적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는 한국의 바이오 기술력을 세계 9위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학문적 연구 뿐 아니라 역량을 갖춘 바이오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기업들의 부단한 노력으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28개의 국산 신약이 식약처 승인을 받았으며, 현재 170여개의 기업들이 900여개의 파이프라인을 진행하고 있다. 주춤하던 바이오벤처 창업이 최근 들어 다시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들도 바이오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이미 바이오시밀러와 위탁생산(CMO)에서는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였다. 병원도 직접 연구개발을 하고 왓슨,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의료수준을 높이는 혁신형 병원으로 변모하고 있다.

국내 바이오 중소·벤처기업 설립현황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BioINwatch, 2017.6.20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BioINwatch, 2017.6.20

정부의 적극적 의지도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4차산업혁명의 혁신경제를 표방하고 있다. 바이오가 한 축을 이루고 있으니 정부의 관심과 노력은 더욱 커질 것을 기대해본다.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을 기재부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이관하여 과학기술정책 기능을 강화하였으며, 혁신기업의 코스닥시장 진입장벽 완화, 연기금 등의 코스닥시장 투자 확대 등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공개된 제3차 생명공학육성기본계획은 바이오산업의 글로벌 진출 증가와 부가가치 창출로 경제 성장을 견인하고, ICT 등 타 분야와의 기술융합을 촉진하고, 산학연병을 통한 오픈이노베이션을 활성화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생명공학육성기본계획 추진방향

자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3차 생명공학육성기본계획, 2017
자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3차 생명공학육성기본계획, 2017

기존에는 바이오연구개발과 산업형성을 주된 목표로 설정한 반면,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바이오경제를 만들어가고 세계로의 진출을 도모하겠다는 포부를 담고 있다. 정부의 바이오 연구개발 투자는 1994년 제1차 기본계획 이후 연평균 19.7%로 증가하여 지금은 2조원을 넘어서고 있다.

정부의 바이오R&D 투자 실적

최윤희(2017), 미래성장동력, 바이오산업 현황과 전략
최윤희(2017), 미래성장동력, 바이오산업 현황과 전략

바이오 인프라가 구축되고 있다. 많은 바이오클러스터가 만들어졌고 서로 경쟁과 협력의 과정 속에서 혁신의 성과를 만들어 갈 것으로 기대한다.

주요 바이오 클러스터

바이오혁신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지금까지 바이오혁신 성공을 위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논의했지만, 성공을 어렵게 하는 한계도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진정한 혁신을 위해서는 우리의 현실을 냉철하게 평가하고 문제점을 과감히 고쳐야 한다.

무엇보다 연구개발의 투자 효율성이 낮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투입되는 것에 비해서 나오는 것이 너무 작다는 것이다. GDP 대비 정부 R&D 투자비중이 세계 1위라 하지만 기초연구가 상업화로 이어지는 예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강하게 표현하자면,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격이다. 아직 성과가 미흡한 바이오의 경우 투자 비효율의 문제는 더 심하다. Scientific American World View는 우리의 바이오경쟁력을 세계 24위로 평가하였다. 연구개발 투자가 연구, 산업, 시장으로 이어지면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그것이 다시 연구개발에 투입되는 선순환 과정이 작동해야 한다. 아직 우리의 바이오혁신시스템은 그렇지 못하다. 연구와 산업이 단절되고, 산업의 역량이 제대로 시장에 발현되지 못하고 있다. 바이오혁신을 위해서 더 많은 투자가 있어야 하는 것도 맞는 말이지만, 우리가 더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국가 바이오혁신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도록 만드는 일이다.

정부는 IT와 거의 유사한 정도로 바이오에 투자하고 있지만 민간투자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IT의 경우 민간투자가 정부투자의 12배에 달하지만 BT의 경우 민간투자는 정부투자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민간투자가 저조한 것은 아직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하였고 투자자가 바이오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민간 투자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기술별 정부와 민간의 연구개발 투자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2016)

민간투자의 부족은 벤처금융이 아직 미숙한데에도 원인이 있다. 미국의 바이오혁신 성공 요인으로 대학의 상업화 노력과 선진화된 벤처금융이 강조된다. 리스크가 큰 만큼 그것을 잘 관리할 수 있는 유능한 금융중개기관이 필요하다. 최근 바이오에 대한 벤처투자가 늘었지만 그것이 주로 주식시장 상장을 앞둔 창업 후기 기업에 집중되고 있다. 벤처캐피탈은 단순한 투자자가 아니라 기업을 만들고 성숙해 가는 과정에서 동업자가 되어야 한다. 바이오혁신의 특성에 맞는 벤처금융 제도와 정책의 개선이 필요하다. 문제로 지적되는 것 중 하나는 투자자들의 회수전략(exit strategy)이 사실상 주식시장 상장(IPO)뿐이라는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인수합병이 더 많이 활용되고 있다. 필요에 따라 기업들이 유연하게 합종연횡하는 활기찬 여건이 조성되어야 한다.

바이오/의료 벤처투자 규모 및 비중, 업력별 벤처투자 비중

자료; 현대경제연구원, 바이오산업의 주요 특징과 시사점, 2016 / 벤처캐피탈협회(KVCA) / 산업통상자원부(2015년 기준)
자료; 현대경제연구원, 바이오산업의 주요 특징과 시사점, 2016 / 벤처캐피탈협회(KVCA) / 산업통상자원부(2015년 기준)

주: 초기는 창업 3년 미만, 중기는 3~7년, 후기는 7년 이상 기업에 대한 투자를 의미함.

바이오혁신에서 정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 디지털혁신은 이미 성숙단계에 있는 ICT 기업들의 재도약 기회인 반면, 바이오는 아직 제대로 산업과 시장이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잘 되고 있는 산업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적으로 필요는 한데 잘 안 되고 있는 산업을 지원해야 한다. 성숙된 산업에 대한 지원은 구축효과(crowd-out effect)로 귀중한 국가자원만 낭비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정부는 디지털혁신보다 바이오혁신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한편, 바이오혁신은 다양한 역량을 가진 다양한 주체들의 역량이 잘 어우러져야 성공할 수 있다. 대학, 연구소, 기업의 산학연 협력이 어떤 산업보다도 중요하다. 이것은 협력을 선도할 정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는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제대로 작동하는 산업생태계를 만들면서도, 민간의 자발적인 혁신의지를 높이는 현명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바이오혁신은 정부 내에 7개 정도의 부처가 관련된다고 한다. 개별 산업을 맡고 있는 부처는 그 산업에서의 연구개발 지원정책을 전담하고 싶어 하기 마련이다. 그러다보니 연구지원의 중복과 누락, 연구자 관리의 부실, 부처간 조정의 실패 등의 문제가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적어도 바이오 기초연구에 있어서는 하나의 부처가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방향으로 정책거버넌스의 개선이 있어야 한다.

바이오혁신에서 대학과 공공연구소의 역할은 새롭게 정립되어야 한다. 미국에서는 거의 모든 바이오신약이 대학에서 출발하였다. 최근에는 교육, 연구와 더불어 상업화를 대학이 추구해야 하는 제3의 임무(the third mission)로서 강조하고 있다. 대학 연구자가 개발한 기술이 상업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기술이전기관(technology transfer officer)과 같은 중개기관의 역량도 강화되어야 한다. 단절되어 있는 대학과 기업을 연결하는 것이 바이오혁신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과제라 본다. 현재 대학은 정부 지원에만 의존하여 학문적 연구, 즉 논문을 위한 연구에만 몰두하고 있으며, 기업은 대학이 상업적 가치가 있는 기술을 만들어내지 못한다고 불평한다. 대학이 만든 기술을 기업에 넘겨주기만 하면 상업화가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기업은 대학의 연구에 더 깊이 참여하고 대학연구자는 상업화과정에서 자신의 노하우를 제공해야 한다. 서로 협력하는 법을 배워 나가야 한다. 한미약품의 경우 기업내 연구인력에 의해서 성과를 냈다. 현재 국내 대학연구자의 역량이 기업 내의 연구인력에 못지않다고 본다면, 한미약품 성공의 교훈은 기업과 대학이 잘만 협력한다면 지금까지의 성과 이상으로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바이오혁신은 실력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사람들을 꿰느냐하는 조직의 문제이다.

바이오혁신에서는 생명윤리와 같은 어려운 문제가 혁신의 장벽이 되고 있다. 배아줄기세포 연구, 유전자변형 농산물(GMO), 유전자가위, 맞춤형 아기 등이 위험성에 대한 우려와 윤리적 갈등을 낳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은 의료 데이터를 이용한 정밀의료를 막고 있으며, 의사들의 저항으로 원격의료는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바이오에너지와 바이오플라스틱은 자생력이 떨어져도 지속가능 환경을 위해 규제 강화를 통해서 그 이용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소수의 전문가나 정부에 의해서 독단적으로 결정될 일이 아니다. 비논리와 소모적인 정치논쟁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방해하기 마련이다. 바이오혁신에서 ‘사회와의 소통’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새로운 기술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과 폐해를 냉철하게 비교하고, 폐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치밀한 연구와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자연과학자 뿐 아니라 사회과학자들이 바이오혁신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고 더 많은 연구를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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