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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만리] 시진핑 방북, 북중관계 ‘신창타이’(新常態)시대의 시작인가?
[천지만리] 시진핑 방북, 북중관계 ‘신창타이’(新常態)시대의 시작인가?
  • 신봉섭 한림대 객원교수, 한반도통일전략연구소 전문위원
  • 승인 2019.06.20 16:4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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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관계에는 외교적 선택과 전략적 이익균형이 있을 뿐
중국은 북핵문제와 북한문제를 분리 대응하는 ‘투-트랙’방식으로 접근
시 주석 기고문, 이전의 북중관계 틀을 뛰어 넘는 새로운 관계 구축 의지 분명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드디어 북한 방문에 나섰다. 6월20~21일 1박2일의 ‘국빈방문’(state visit)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얼마전 10개월 사이에 4차례 방중했던 점에 비추어, 시 주석의 답방은 시점의 문제일 뿐 아주 자연스런 수순이다. 하지만 권력 승계 이후 6년 7개월 만의 첫 방북이라는 부분에는 어딘가 자연스럽지 못한 점이 있다. 그동안 북중관계가 ‘순망치한’(脣亡齒寒)의 혈맹(血盟)관계에 어울릴 만큼 순탄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이번 시 주석의 방북으로 북중관계는 완전 정상화될 수 있을까? 또한 정상화 된다면 전통적인 북중관계로 복원된다는 뜻인가? 냉정한 눈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국 대외관계의 틀이 정상화된 1990년대 이래, 중국의 최고지도자는 취임 후 최소한 2~3년 내에 북한을 방문했다. 북중 간 ‘전통적 우의관계’에 따른 일종의 관행이다. 전임 최고지도자 장쩌민,후진타오가 물론 그랬다. 장쩌민 총서기는 취임 3개월 만에 방북하는 등 2차례 방문(1990, 2001)을 했고, 후 주석은 집권 2년반 만인 2005년 10월 북한을 방문했다. 그런 점에서 시 주석의 방북은 예외적으로 늦었고, 한국을 먼저 방문(2014.7)하고도 한참을 지난 뒤에야 성사된 것이다. 그동안 북중관계가 정상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시진핑 시기 북중관계가 껄끄러웠던 이유는 물론 북한의 핵개발 때문이다. 북핵은 한국과 미일동맹 진영에만 위협을 주는 게 아니라, 중국에게도 안정적인 경제발전 환경에 방해가 된다. 그래서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을 일관되게 반대해 왔고, 상호 불신의 뿌리가 깊어졌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결의안에 동의하고 점층적인 경제제재 강화에도 지속 동참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중국의 강력한 제재 동참은 곧바로 북중 교역의 감소로 나타난다. 교역액이 2017년 -13.2%에 이어 2018년에는 -51.8%로 반 토막 이상 줄었다. 2016년 1월 제4차 핵실험 이후 실질적인 대북제재망이 작동하면서 중국도 경제제재에 적극 참여한 결과다.

믿었던 중국의 제재 동참에 대해 북한은 그동안 불만과 섭섭한 감정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중국을 “미국의 장단에 놀아대는 줏대없는 이웃국가”라고 성토하며 국가적 외교 잔치에 ‘재 뿌리기’를 서슴치 않았다. 푸젠(福建)성 샤먼(廈門)에서 개최된 브릭스(BRICs) 비즈니스포럼 개막식 날인 2017년 9월 3일, 시진핑 주석의 개막연설 4시간 전에 북한은 6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이외에도 2016년 9월 항저우(杭州) 개최 G20 정상회의 기간에 동해상으로 미사일 세 발을 쏘는 등 여러 차례 중국의 국제행사를 겨냥해 ‘심통’을 부렸다. 핵실험에 대한 반대와 제재를 둘러싸고 양국관계는 이처럼 격앙되어 있었다.

그런데 북중 간 껄끄러운 관계가 단순히 북한의 핵개발 고집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시작된 얘기다. 수교 70년 역사에서 우호적인 시기보다 불편했던 기간이 훨씬 더 길었다. 아니 오히려 양국관계가 원만했던 적이 별로 없다. 상하이화동사범대 션즈화(沈志華)교수의 견해에 의하면, 1961년 ‘중조우호협력조약’ 체결 이후 4~5년과 1970년대 중반 1~2년을 제외하면 사실 우호적인 시기가 거의 없었다.

북한은 50년대 ‘종파사건’과 연안파 축출, 60년대 갑산파 숙청에서부터 친중 경협파인 장성택 제거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간섭에 대한 경계심을 한시도 늦추지 않았다. 중국도 북한의 유엔 동시가입 반대를 묵살하고 한중수교를 통해 대 남북한 열린외교로 방향을 전환했다. 이후 양측은 갈등관계를 회복하는데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김정일이 집권 후 한중수교의 앙금을 털고 첫 방중하는데 6년이 걸린 것처럼, 김정은도 2012년말 권력승계 후 중국을 방문하기까지 똑같이 6년이란 시간이 필요했다. 이처럼 북중 양국관계에는 팽팽한 갈등의 줄다리기와 보이지 않는 ‘버티기’ 싸움이 내재되어 있다.

이러한 역사적 갈등과 불신의 뿌리는 김정은 위원장이 몇 번 방중하고 시 주석이 답방을 한다고 해서 하루 아침에 희석되지 않는다. 국내에서는 여차하면 ‘순치’(脣齒)관계의 북중이 밀착하여 냉전의 신(新)북방 연대를 구축할 것처럼 과대 포장한다. 편리한 진영 논리의 산물이지만, 이는 전혀 사실에 부합되지 않는다. ‘순망치한’(脣亡齒寒)은 원래 마오쩌둥이 6.25전쟁에 ‘인민지원군’ 파병 결정을 밀어 부치기 위해 동원했던 논리이다. 중국 본토를 방어하는 1차 저지선, 북한이 곧 입술(脣)이라는 얘기다. 그러면서 이번 시진핑의 방북은 입술을 더 두텁게 하려는 목적이므로, 시 주석에게 북핵 포기를 설득해 달라는 주문은 공허한 얘기라고 조소한다. 과연 그럴까?

전혀 어울리지 않는 얘기다. 우리는 북중관계에 대한 착시(錯視)에서 벗어나야 한다. 현재 중국과 북한의 관계는 더 이상 동맹이 아니고, 그렇다고 일반적인 국가관계도 아니다. 중국 학자는 ‘전략적 균형’에 기반한 ‘특수관계’라고 주장한다. 북중관계는 동맹보다는 선택적 균형전략의 지배를 받는다. 양국관계에는 외교적 선택과 전략적 이익균형이 있을 뿐이다. 중국이 북한에 대한 후견국임에는 분명하지만, 지지하는 부분이 있고 반대하는 점도 있다. 중국은 북한이 가지는 전략적 가치를 중시하여 후견 역할을 지키려 하지만, 북핵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확실한 반대 입장이다. 이 부분은 미국과 이해가 일치하며, 그래서 대북 제재에 동참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중국은 북핵문제와 북한문제를 분리 대응하는 ‘투-트랙’ 접근을 하고 있다.

문제는 시진핑 주석의 이번 방북으로 이러한 북중관계의 기조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방북 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다행히 6.19자 〈노동신문〉에 실린 “중조 친선을 계승하여 시대의 새로운 장을 계속 아로새기자”는 시 주석의 기고문에는 기왕의 북중관계의 틀을 뛰어 넘는 새로운 관계 구축 의지가 비교적 분명하게 드러나 있다. 기고문은 크게 세 가지 메시지를 담고 있다. 우선, 국제사회에는 ‘평화과정의 새로운 진전’과 “지역의 항구적 안정”이란 목표를 약속하고, 둘째, 북중관계에는 “새로운 역사적 출발점”에서의 “설계도 작성”을 제시하고 있다. 셋째는 대북한 정책 면에서 김정은의 ‘새로운 전략노선’과 ‘합리적 관심사’에 대한 지지 표명이다.

전반적으로는 긍정적인 시그널로 읽힌다. 첫째 메시지는 중국이 비핵화의 ‘중재자’ 또는 ‘촉진자’ 역할을 맡아서 북한을 다시 협상 무대로 끌어내고,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체제 로드맵 도출에도 앞에 나설 의지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중국 역할론’ 착수 선언으로 해석되며, 둘째는 북중관계를 동맹이나 ‘전통적 우의’라는 틀 속에 가두기 보다는 시진핑 시기 외교전략인 ‘신시대 신형국제관계’에 부응하는 새로운 설계도를 북한에도 적용하여 ‘신창타이(新常態: new normal)’ 시대를 열어가겠다는 역사적 새 출발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세 번째는 김정은의 신전략인 ‘경제집중 총력노선’을 적극 후원하여 개혁개방의 국가관리 경험 전수 등 지난 1월 김정은 방중 시 약속해 놓고 그간 실행에 주저했던 후견국 역할을 본격화하려는 점이 특징이다. 이 중에서 특히 북중관계의 ‘설계도’ 작성은 곧 과거 양국관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패러다임의 외교관계로의 전환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앞서 쑹타오(宋濤) 대외연락부장도 17일 중국 관영매체 브리핑에서 북중관계의 새로운 발전을 강조하고 있다. 쑹 부장은 시 주석의 방북 목적이 신시대 중북관계’ 발전, 한반도 문제 정치적 해결과정의 새로운 진전, 지역의 평화와 안정, 번영 기여에 있음을 언급한데 이어, 양국관계에 ‘경제적 상호보완성’ 개념을 처음 거론한 바 있다.

이에 비추어 시진핑 주석의 방북은 급작스럽게 전격 결정된 것 같지만, 의제 준비는 사전에 충분히 진행되어 왔으며, 여러가지 이익균형이 반영된 절묘한 시점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회담과 북미협상의 빈틈을 잘 포착하여 북한에 대한 영향력과 한반도 정세에의 존재감을 과시하는 한편, 비정상적이던 북중관계를 정상화 시키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를 노리고 있다.

직접 김정은을 만나서 의중을 파악한 후 6월말 G20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미협상 재개의 ‘건설적 조력자’ 역할을 할 경우, 반미 연대 공동전선으로 오해 받을 수 있는 ‘연루(entrapment)의 딜레마’와 북한이 미국의 영향권에 들어갈 수 있는 ‘방기(abandonment)의 딜레마’를 동시에 회피하는 유력한 선제 대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하노이 회담 ‘빈손’ 귀국 이후 ‘자력갱생’을 다그치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으로서도 제재가 장기화될수록 경제난․외화난이 날로 악화되는 상황에서 우방인 중국이 중재역할에 나서 주기를 희망했을 수도 있다.

아무튼 시진핑 주석의 방북은 많은 볼꺼리와 관찰해볼꺼리, 그리고 뒤치다꺼리를 제공해 줄 것이다. 비핵화 협상 재개의 촉진제가 될지, 북중관계의 프레임에는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등 여러가지 굵직한 흐름이 어디로 갈지 냉철하게 지켜볼 일이다.

2018년 6월 19일 북경에서 열린 3차 북중정상회담 모습. 사진=Jtbc 화면캡처
2018년 6월 19일 북경에서 열린 3차 북중정상회담 모습. 사진=Jtbc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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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O, CHULHO 2019-06-27 11:44:39
G20 한중회담, 한미회담 결과를 연계한 정세분석 후속 기사를 실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