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08-24 02:11 (토)
‘빨간불’ 켜진 중국 채권시장 자금조달 기능
‘빨간불’ 켜진 중국 채권시장 자금조달 기능
  • 조준상 선임기자
  • 승인 2019.07.23 16:24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해 5월까지 중국 회사채 부도 560억위안(9.2조원), 지난해의 3배
CMIG 채무불이행, 만연한 신용등급 부풀리기 의혹 눈길 크게 키워

성장률 하락, 부채 급증, 회사채 부도 등 중국 관련 ‘나쁜 소식들’이 계속 쏟아지고 있다. 지난 7월15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올해 2분기 중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잠정)이 전년 동기 대비 0.2%포이트 하락한 6.2%라고 밝혔다. 1992년 3월 이후 집계된 분기별 성장률 중 최저치다. 지난해 1분기 6.8% 이후 꾸준히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발전국 민간 금융기관들이 공동으로 만든 연구소인 국제금융협회(IIF)가 7월15일 발표한 내용을 보면, 정부부채와 민간부채(금융기관 포함한 기업과 가계)를 더한 중국의 총부채가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의 303%에 이른다. 전년 동기 297%와 견줘 6%포인트가 높아진 것이다. 지난해 성장률이 6.6%에 그쳤는데 총부채증가율은 이보다 훨씬 높은 9%나 됐다는 뜻이다.

그런가 하면 7월20일 외신에선 보험, 부동산, 항공기 리스업 등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는 중국 민생투자유한공사(CMIG)가 오는 8월2일 만기가 돌아오는 5억달러(약 5900억원) 규모의 표면금리 3.8%의 만기 3년 채권의 원리금 상환에 대한 채무불이행을 선언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는 중국 기업 중 달러화 표시 채권 채무불이행으로는 최대 규모다.

이런 나쁜 소식들 중에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CMIG의 채권 채무불이행 사건이다. 그렇다고 성장률 하락이나 총부채 증가율 증가가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가 아니다. ‘농민공’ 실업과 이에 따른 정치 불안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6% 지키기’(바오류·保六)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성장률 하락은 중요하다. 금융기관을 제외한 총부채는 2011년 국내총생산의 177.1%에서 2013년 206.3%, 2018년 253.1%, 2019년 1분기 260.5%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중국 회사채 부도액과 비중 현황(2019년 5월말 기준). 자료: https://voxeu.org/article/china-s-corporate-defaults-record-high-last
중국 회사채 부도액과 비중 현황(2019년 5월말 기준).
자료: https://voxeu.org/article
/china-s-corporate-defaults-record-high-last

CMIG 사건을 좀 더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는, 성장률 하락과 총부채 급증이 채권시장에서 기업의 자금조달 악화로 연결됐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특히 2017년 하반기부터 중국 정부가 은행의 재무제표에 드러나지 않은 ‘그림자 금융’을 억제하는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정책을 올해 들어 일정하게 완화시키는 한편, 2조위안(약 338조원) 규모의 감세와 2조1500억위안 규모의 인프라 투자로 경기 둔화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는 점에서 심상찮다. 중국에서 그림자 금융은 2011년부터 5년간 매년 40%씩 평균 성장하면서 2017년 국내총생산의 70%에 육박했지만, 중국 정부의 디레버리징 정책과 함께 지난해 60%로 하락했다. 또한 비금융부문의 국내총생산 대비 부채 비중도 2018년 1분기 158.3%에서 올해 1분기 155.6%로 하락했다.

이 과정에서 2017년 하반기 이후 디레버리징 정책의 여파로 지난해 회사채 부도액은 1280억위안, 건수는 263건, 발행기업은 111개였다. 이중 94개가 민간기업, 17개가 국영기업(SOEs)였는데 11개가 지방정부 소유기업, 6개가 중앙정부 소유기업이었다. 중국 최초의 회사채 채무불이행이 있던 2014년 12억6천만위안에서 2016년 300억위안, 2017년 277억위안을 유지하다 급증한 것이다. 올해의 경우 지난해보다 상황이 더 심각하다. 올해 5월 말 기준으로 회사채 부도액은 이미 560억위안(약 9조2천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5월 말 196억위안보다 거의 3배나 늘어난 것이다.

CMIG의 채권 채무불이행은 바로 이런 상황에 자리한다. 게다가 ‘중국판 민간 국부펀드’나 ‘중국판 모건스탠리’로 불리며 CMIG가 누려온 명성에 비춰보면 그 파장은 간단치 않다. 2014년 등록 자본금 500억위안(약 8조1500억원)으로 출범해 태양광 등 신에너지, 의료건강, 항공, 금융부동산, 투자은행 등과 ‘일대일로’(一帶一路) 관련 프로젝트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면서 2017년까지 3년 만에 자산규모를 3061억위안(약 50조원)으로 불렸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부채비율도 75% 안팎으로 높지 않던 CMIG의 채무불이행은 중국 채권시장 전반에 심상찮은 파장을 낳을 수 있다. 무엇보다 중국 채권시장의 신용등급 인플레이션에 대한 투자자의 불신을 한층 더 키울 수 있어서다. 올해 5월 말 현재 중국 회사채 발행액 중 AAA 56%, AA+ 22%, AA 18%로 이들 세 등급이 95%를 차지한다. 반면 투자부적격 등급에 해당하는 AA-나 A+등급은 각각 1%에 그친다. 신용등급 평가가 세분화하지 않고 투자적격 등급으로 죄다 분류하고 있다는 얘기다.

채권 발행 회사들의 등급을 보면 ‘신용등급 인플레이션’을 더 뚜렷하게 감지할 수 있다. AAA 14%, AA+ 19%, AA 41%, AA- 11%, A+ 이하 6%이다. AA등급의 경우 발행액은 전체의 18%인 데, 이 등급의 회사채를 발행한 회사들은 전체 회사채 발행기업의 41%를 차지한다. 기업신용을 세밀하게 평가하지 않고 죄다 AA등급 기업으로 평가하고 있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국제기준과 견줘볼 때 중국의 기업신용등급은 평균 6, 7등급이 부풀려져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중국 정부는 외국인투자제한을 꾸준히 완화시키는 방안을 시행하고 발표해 왔다. 그럼에도 중국 채권시장에서 외국인투자자의 투자 비중은 여전히 3%를 밑도는 데는 ‘투자등급 부풀리기’가 크게 한몫을 차지하고 있다.

AAA등급 회사 비중이 적음에도 발행액이 많은 것은 이 등급의 민간기업이 적어서다. AAA 회사채 발행 상위 10개 기업 중 민간기업은 완다그룹의 부동산개발업체인 Dalian Wanda Commercial이 유일하다. 나머지 9개는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공사(CNCP)나 국가전망공사(SGCC) 등과 같은 국영기업이다. 이들 국영기업의 채권 발행액이 많기 때문에 AAA 회사 비중은 전체의 19%인 데 비해 발행물량은 56%를 차지한다.

중국 부문별 부채/국내총생산 현황(자료: 블룸버그)
중국 부문별 부채/국내총생산 현황(자료: 블룸버그)

투자등급 부풀리기와 맞믈려 CMIG 사건을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는, 중국 정부의 ‘암묵적 보증’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온전히 깨졌다는 점에도 있다. 그동안 이런 기대가 느슨해져 온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암묵적 보증은 없다“는 점이 각인되면서 신용등급 부풀리기에 대한 의혹의 눈길이 점점 강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의 차환 발행 등이 점점 더 어렵게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올해 중국 채권시장에서 부도가 난 회사채 비중이 전체 발행물량의 0.3%밖에 안 된다는 게 위안이 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어쩌면 최근 중국 정부가 기업 자금조달 창구로 중국계 은행의 역할을 크게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을지 모른다. 미국의 제재로 타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화웨이가 15억달러(약 1조8천억원) 규모의 자금을 역외 신디케이트(복수의 금융기관 컨소시엄) 시장이 아닌 중국계 금융기관을 통해 마련하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다. 이는 앞으로 중국계 금융기관들의 부채가 점점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이유이다. 중국 금융기관의 국내총생산 대비 부채 비중은 2018년 1분기 41.3%에서 올해 1분기 43.0%로 증가했다.

그럼에도 금융부문과 비금융부문을 포함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중국 기업들을 지탱하고 있는 보루는 크게 세 가지다. 외국계 투자기업의 엑서더스가 일어날 경우 매우 빠르게 쪼그라들 수는 있지만, 여전히 3조달러가 넘는 막대한 외환보유액이 하나다. 다음은 매우 양호한 정부부채 비중이다. 국내총생산의 47.4%(2018년 1분기)에서 51%(2019년 1분기)로 높아지기는 했지만 40% 안팎인 한국을 빼면 그 어떤 나라보다도 재정정책의 여력이 충분하다. 끝으로 여전히 건강한 가계부문 부채다. 같은 기간 동안 49.7%에서 54.0%로 높아지긴 했지만 국내총생산의 100%에 육박하는 한국의 가계보다는 여전히 여전히 충분한 저축과 소비지출 여력을 갖고 있다.

문제는 중국에서 기업․금융 부문의 부채가 정부․가계 부문의 부채로 전환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1997년 IMF사태 당시 한국처럼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처리를 위해 공적 자금을 투입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외환위기가 아니더라도 중국의 과잉투자와 부실채권 처리는 시간과 속도의 문제일 뿐 불가피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YOO, CHULHO 2019-07-24 23:16:08
중국민생투자그룹(CMIG) 자회사 중민국제융자리스와 재보험사 시리우스 인터내셔널에 KEB하나은행이 각각 1320억, 2300억 투자한 손실이 영업외손익과 대손충당금 적립으로 진행될 수도 있는 사실을 함께 취재보도하면 심각성을 일깨울 수가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