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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만리] 한일무역갈등의 본질은 기술패권싸움
[천지만리] 한일무역갈등의 본질은 기술패권싸움
  • 안유화 중국증권행정연구원 원장
  • 승인 2019.07.22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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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세계경제는 국가 간의 비교우세에 기반한 무역이 확대됨에 따라 국가와 국가 사이의 경제활동이 국내처럼 자유로워지고 경제적 상호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는 세계 경제의 개방확대와 자유무역 환경제도 구축을 필요로 한다. 지난달 말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2019년 G20 정상회담의 공동선언문에도 ‘자유, 공평, 무차별, 투명성, 예측가능성 등을 가진 안정된 무역 및 투자환경을 실현하고 개방된 시장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문장이 포함되었다.

그러나 회의가 바로 끝난 7월 1일 아베는 한국을 수출 우대국가인 ‘화이트 국가’ 27개국에서 배제하고 4일부터 반도체 핵심소재 3가지에 대한 수출제한을 실시한다고 하였다. 수출 규제 품목은 실리콘웨이퍼를 에칭하고 반도체를 세정하는데 사용되는 고순도불화수소(에칭가스)와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 등에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그리고 집적회로 및 칩제조에 사용되는 포토레지스트(회로의 구성을 반도체 기판으로 전송하는데 쓰는 감광재료)이다. 일본의 이 3가지 품목은 치명적인 것이다. 특히 불화수소의 경우 높은 휘발성 때문에 다른 원료와 같이 2-3개월 동안 저장할 수 없고 몇 주에서 한 달 동안만 저장할 수 있어 재고를 미리 확보해 놓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고순도 불화수소는 600개가 넘는 칩생산공정에서 수십가지 이상의 불화수소가 사용되며 순도가 제품 품질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특히 중요하다. 플루오린폴리이미드와 레지스트는 세계 전체 생산량의 약 90%, 에칭가스는 약 70%를 일본이 생산하고 있다. 일본은 단 한번의 무역규제 조치로 한국의 경제명맥에 큰 타격을 주었다. 삼성전자, LG 등은 플루오린폴리이미드 90%, 고순도불화수소의 40%를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기때문이다.

일본이 미국이 보는 눈앞에서 한국을 죽이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표면적인 이유는 반세기를 넘게 끌어온 위안부.강제징용 사과 및 배상문제를 이번에 확실히 종결하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전범국가에서 보통국가로의 이행은 아베의 숙원이며, 이 과정에서 위안부와 강제징용 문제는 한국정부와 시민사회가 줄기차게 문제제기와 국제여론을 환기시키면서 아베정권을 집권내내 껄끄럽게 해왔던 사안이다. 그러나 단지 이런 이유로 한미일 안보동맹까지 위협하면서 한국을 죽이기까지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과거에도 있었던 문제로 한미일 3국 안보동맹을 위협하는 것을 미국은 용허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 무엇때문일까? 바로 반도체산업의 중요성 때문이다. 특히 5G시대 반도체는 석유와 같은 존재이지만 일본은 반도체와 세트산업에서 몰락하고 기초소재와 장비에서만 아직 선도업체로서 경쟁력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소프트뱅크의 ARM 포함하여 일본에 남은 반도체 탑4는 도시바, 소니, 르네사스이다. 그러나 삼성이 상당부분 거의 메워가고 있어서 크게 위협적이지 않은 것이었다.

누가봐도 한일간 무역전쟁은 글로벌 가치사슬랜을 위협하는 일이다. 일본의 한국제재는 세계경제를 제재하는 것과 같다. 그럼 왜 미국은 이를 그냥 보고만 있는 것일까? 한국정부의 계속된 요청에도 지금까지 지켜만 왔고, 트럼프대통령은 문재인대통령의 중재요청에 대해 일본 아베도 요청할 경우 중재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가만히 따져보면 한일간 무역전쟁에서 가장 이득을 볼만한 나라는 미국이다. 현재 전 세계 반도체 가치 사슬랜에서 가장 핵심인 CPU에서 경쟁업체는 미국의 인텔과 애플, 한국의 삼성과 대만의 TSMC뿐이며, RAM에서는 한국의 삼성, 마이크론, SK하이닉스, ROM에서는 삼성, 도시바, 샌디스크이다. 삼성전자는 세계 DRAM 메모리 칩의 40%, NAND 플래시 칩의 35%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제조사이다. SK 하이닉스는 세계 31% 점유율을 차지하는 세계 2위의 DRAM 칩 제조업체이다. OLED 생산분야에서 삼성은 거의 시장의 96%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독점적이다. 그런데 일본이 바로 OLED 원료인 폴리이미드와 레지스트 및 고순도 불화수소의 최대 공급국가인 것이다.

미국과 일본의 입장에서 미래 5G시대 경쟁력을 잃는 것은 미래 세계주도권을 잃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현재 5G에서 가장 빠르게 선도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중국 화웨이와 한국 삼성이 있다. 미국은 이미 화웨이 제재에 나섰고, 이어서 일본의 손으로 한국을 저지하려고 한다. 확실한 것은 5G 선두주자들을 모두 죽이려고 하는 것이다! 아베정권은 철저하게 미국의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을 하자던 오사카에서의 약속은 눈가림뿐이다. 일본의 이번 한국 수출규제 조치로 한중일 FTA협상은 차질이 생겼다. 어쩌면 미국이 이를 노리고 있었던 것일 수 도 있다. 기술의 싸움은 총성없는 전쟁터이다! 미국은 이번 기회에 중국과 한국의 경쟁력을 죽이고 아시아에서 일본과 대만을 5G시대 전략 발판대로 쓰려고 한다! 미국은 지금까지도 영국식 세계통치 외교법을 유지하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약자를 치켜세워 강자를 쳐내는 수법이다. 한일 무역전쟁의 가장 큰 수혜자는 미국과 대만이 될 것이다.

단기에 있어서 한일무역분쟁의 해결방안은 미국에 있다. 앞으로 중재에 나서냐 안 나서냐는 러시아와 중국의 참여여부에 있다. 현재 러시아는 이미 한국에 불화수소를 공급할 수 있다고 나섰고, 한국기업들도 중국업체들에게 관련 품목을 주문하고 있는 상황이다. 테스트를 통하여 산업응용이 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 그 시간이 짧은 시간에 적응할 수 있을 정도로 빨리 해결될 경우 미국의 태도는 확 달라질 것이다. 요지부동이던 미국은 러시아와 중국이 적극적으로 협조자세를 보이자 바로 볼턴을 보내 일단 진행상황을 좀 더 확인해보려고 한다. 국제관계에서 영원한 적도 없지만 영원한 우방도 없다. 철저하게 자국이익 중심으로, 양육강식 원리대로 돌아간다. 약하면 당하게 되어 있다.

위기의 한국, 길게 봐야 한다. 대안은 기술로 비약하는 방법 외에는 없다! 외교도 가진 것 있을 때에만 통한다! 산업시대 한국은 미국과 유럽과 중국의 수요로 잘 먹고 잘 살아왔다. 그러나 이제는 미국이나 유럽이나 중국 등 모두 자기 살 길이 바빠서 다른 이들한테 빵을 공유하고자 않는다. 이럴 때 자원이 없는 한국 같은 나라들이 가장 힘들어진다. 좀 더 일찍이 변했으면 좋았지만 그 동안 기득권들 중심으로 변화를 거부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이번 한일간 무역전쟁이 잘 해결되든 안되든 한국은 교훈을 섭취해야 한다. 그 동안 미루어왔던 산업구조조정을 반드시 가속화해야 한다.

대기업은 더욱더 박차를 가하여 톱기술 확보에 총력을 다해야 하며, 글로벌 핵심부품 공급업체들에 대한 인수합병도 가속화 해야 한다. 특히 가능한 많은 공급랜을 구축함으로써 특정재료나 몇 가지 주요 원재료가 특정 국간 제조업체 손에 들어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공급사슬랜에서 빨리 벗어나 송곳처럼 작지만 세계 유일의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밤낮을 새야 한다! 정부는 작지만 강한 중소기업을 수백만, 아니 수천만개를 키워야 한다! 내수시장도 작고, 자원도 없는 한국은 기술만이 살아남는 길이다! 이번 위기를 기회로 시간을 갖고 고부가가치산업 업그레이드와 프레미엄시장으로 도약한다!

한국경제의 문제점은 수출과 수입이 모두 밖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즉 원자재 수입도 외국에 의존해야 하고 국내 시장도 좁아 수출을 통해 해외시장에 팔아야 경제가 돌아간다. 따라서 한국은 그 어떤 국가보다 개방되고 외교가 세련되어야 살아가는 국가이다. 문화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세계 각국과 관계를 꾸준히 관리해야 할 뿐더러 한국에 들어오는 외국인과 결혼 이민자, 그리고 재외동포 정책을 잘 해야 한다. 미래의 30년, 50년, 100년 이후의 한국을 위해 힘을 합치고, 아이디어를 합치고, 이를 위해 더욱 오픈된 마음으로, 더욱더 개방되고, 편견이 없는 사회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어쩌면 이번 일이 벌어진 것은 한국의 미래에 있어서 역설적으로 좋은 일일지도 모른다. 편안하게 살면서 변화에 둔감했던 한국인들에게 큰 경각성을 울리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변화하지 않으면 한국의 미래는 없다. 기업도 정부도 정치인도 학생도 일반인들도 모두 변해야 한다. 국가든 사람이던 외부환경 때문에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스스로 때문에 무너진다. 도전적인 환경은 강한자에게는 더욱 강하게 할 뿐이다. 빠르게 변하는 자만이 가장 강한 자이다. 다윈은 가장 강한 종이나 똑똑한 종들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들이다라고 하였다. 다 같이 죽지 않으려면 대의 앞에서 자기 이익을 내려 놓을 줄도 알아야 한다. 밧줄이 끊어 나가기전에 자기 몸에 있는 무거운 짐을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이 죽느냐 사느냐는 일본이나 미국이 정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인들 스스로 어느만큼 단결하냐에 달려있다. 어쩌면 외환위기보다 더 큰 위기일지도 모른다. 자칫하면 제2의 조선운명이 될 수 도 있기 때문이다. 위기가 발생해야만 단결하는 한국사람들에게 어쩌면 하나님이 다시 합심하여 제2의 한강기적을 만들어라고 하는 기회를 주었을지도 모른다.

7월 19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일본의 근거없는 주장에 대해 4가지로 팩트를 정리해 정부 입장을 발표했다. 사진=정책브리핑
7월 19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일본의 근거없는 주장에 대해 4가지로 팩트를 정리해 정부 입장을 발표했다. 사진=정책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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