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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2008년부터 8년 이상 북한 3G 이동통신망 구축 물밑 관여
화웨이, 2008년부터 8년 이상 북한 3G 이동통신망 구축 물밑 관여
  • 조준상 선임기자
  • 승인 2019.07.24 1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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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포스트 보도, 2016년 2월 이후 계속됐으면 대북 제재 위반
미중 무역협상-미북 비핵화 실무협상 불똥 튈 가능성 있어

재개된 미‐중 무역전쟁 실무회담과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미‑북 실무회담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화웨이 변수’가 또 터졌다. 화웨이가 북한의 상업적 이동통신망 구축․유지에 관여해 미국의 대북 제재를 위반했을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화웨이에 근무한 전 직원의 제보를 근거로 “화웨이가 중국 국영기업인 판다국제정보기술과 손잡고 2008년부터 최소 8년간 북한에서 여러 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고 7월22일 보도했다. 보복을 우려해 익명을 요구한 이 제보자가 건넨 문서는 크게 세 가지로, 전 세계에서 벌이는 화웨이의 사업활동을 기록하는 데이터베이스에서 나온 작업 주문, 계약, 세부 스프레드시트라고 신문은 밝혔다.

보도를 보면, 이들 문서에는 화웨이가 판다국제정보기술과 긴밀히 협력해 북한에 기지국과 안테나를 제공하는 등 북한 이동통신네트워크인 ‘고려망’의 3G 네트워크 통합과 소프트웨어 서비스에 관여했다. 2017년 11월 미국 재무부로부터 대북제재 위반 혐의로 제재를 받은 중국 기업체 3곳 중 하나인 단둥커화무역과 거래한 기록도 있다. 신문은 2008년 이집트 기업인 오라스콤 텔레콤 홀딩스와 북한 국영기업인 조선우편통신의 합작법인을 설립해 3G 네트워크를 구축했다고 전했다. 이들 문서에는 북한을 ‘A9'이라는 코드명으로 지칭하고 있는데, 화웨이가 이란과 시리아에서 사업활동을 벌일 때도 국가명을 언급하지 않고 이런 식의 코드명을 사용했다는 게 신문의 설명이다.

신문은 또 다른 소식통의 말을 빌려 2016년 상반기 미국의 대북제재가 강화하자, 화웨이와 판다국제정보기술은 평양 주재 사무실을 비웠으며 “화웨이가 업그레이드와 유지․보수를 제공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고려망은 현재 노후화한 장비로 운영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포스트는 “만약 화웨이 전 직원의 이번 폭로가 사실로 드러나면 화웨이가 미국의 대북 제재를 직접 위반한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문의 지적처럼, 화웨이와 북한 간 거래․결제가 (미국의 대북제재 강화법이 발효한) 2016년 2월18일 이후에도 계속됐다면 제재 위반에 해당된다.

신문에 폭로된 내용은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제재 위반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미‐중 무역전쟁 해결을 위한 실무협상이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크론테놀로지․퀄컴․인텔․브로드컴 등 7개 기업 최고경영자와 만난 자리에서 화웨이에 대한 제재 결정 완화 결정을 적절한 시기에 내리겠다고 밝혔는데, 보도로 인해 ‘적절한 때’가 상당히 늦어질 수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의 질문에 “(보도내용을) 알고 있으며 파악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무역협상 재개를 위한 선결 조건으로 미국으로부터 거래제한 대상(블랙리스트)으로 지정된 화웨이에 대한 제재 완화나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파장은 미‐북 비핵화 실무협상에까지 이를 수 있다. ‘동시․병행적’ 비핵화 해법을 찾아나가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상황에서 이번 폭로가 북한에 끌려다닌다는 식의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미국 내 강경파들의 목소리를 키울 가능성이 있어서다.

이번 보도에 대해 화웨이는 “유엔과 미국, 유럽연합의 모든 수출규제와 제재 관련법을 포함해 우리가 진출한 국가와 지역의 모든 법과 규제를 준수하는 데 완전히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전에 북한에서 직·간접적인 사업을 벌였냐는 물음에는 답변하지 않았고, 제보 문서들의 진위 여부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한편 미국 법무부는 7월23일 대북 제재를 피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 등 북한의 무기 프로그램을 지원하려 한 혐의로 단둥흉상실업발전의 마샤오훙 대표 등 중국인 4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단둥흉상실업발전은 2016년 미국 재무부가 대북 제재와 관련해 처음으로 제재 리스트에 올린 중국 기업으로서 3년 만에 기소가 이뤄진 것이다. 시기상으로 미국의 대북·대중 압박 메시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기소된 이들은 단둥훙샹실업발전의 마샤오훙 대표, 총지배인 저우젠수, 부지배인 훙진화와 재무 매니저인 뤄촨쉬다. 단둥홍샹은 제재대상으로 지정된 북한의 조선광선은행(KKBC)을 대리해 2009년 12월부터 2015년 9월까지 홍콩, 버진아일랜드 등에 유령 회사를 만들어 미국의 금융시스템을 통해 달러를 거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데, 이는 국가비상경제권법(IEEPA) 위반, 미국 상대 사기와 IEEPA 위반 음모, 대량살상무기 확산제재 규정(WMDPSR)에 따른 제한 위반과 회피 음모, 금융기관들을 활용한 돈 세탁 음모 등에 해당한다는 게 공소장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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