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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백색국가 명단에서 한국 제외 결정과 향후 영향(종합)
일본, 백색국가 명단에서 한국 제외 결정과 향후 영향(종합)
  • 조준상 선임기자
  • 승인 2019.08.02 13: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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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우방국 관계 사실상 종료 선언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유지 근거 사라져

예상했던 대로다. 더 악화시키지 말고 ‘현상동결’(스탠드스틸) 협정을 맺자는 미국 정부의 제안도 거부하면서 아베 정부가 수출절차 간소화 대우를 하는 ‘백색국가’ 명단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결정을 내렸다.

일본 정부는 8월2일 아베 총리 주재로 각의(국무회의)를 이런 내용을 담은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과 아베 신조 총리의 서명을 얻어 일왕이 공포하면 그로부터 21일 뒤 시행된다. 8월7일 공포되니 시행시점은 8월28일이다. 세코 경제산업상은 각의 결정 뒤 기자회견에서 “백색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시행령 개정 의견 공모에 4만666건이 들어왔고, 90% 이상이 찬성했다”며 이번 결정을 옹호했다.

아베가 백색국가 명단에서 한국을 제외하면서 한국과 우방국 관계를 사실상 종료했다. 사진: G20
아베가 백색국가 명단에서 한국을 제외하면서
한국과 우방국 관계를 사실상 종료했다. 사진: G20

백색국가에서 제외되면 일본기업이 수출하는 전략물자와 비전략물자를 모두 더해 식품과 목재를 뺀 거의 모든 품목이 수출규제 강화의 대상이 된다. 백색국가 명단은 일본 기업이 전략물자 등을 수출할 때 3년 단위로 1번 심사를 받으면 되는 ‘포괄허가방식’으로 통관절차를 간소화해주는 우호국가 목록으로서 한국은 2004년부터 미국․영국․독일․프랑스 등 26개국과 함께 이 명단에 포함돼 있었는데 이번에 제외된 것이다. 제외되면 수출할 때 최장 90일까지 건건마다 개별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번 제외 조치로 개별허가를 받아야 하는 품목은 지난 7월4일 일본 정부가 발표한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등 반도체 3품목을 포함해 857개로 늘어난다. 일본 정부는 전략물자로 1120개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 중 미사일, 핵물질, 생화학무기 등 직접적인 무기류에 해당하는 263개의 ‘민간 품목’은 백색국가룰 포함한 모든 국가에 수출할 때 개별허가를 받는다. 이를 제외한 공작기계, 집적회로, 통신장비 등 857개의 ‘비민감 품목’은 개별허가 대상이 된다.

비전략물자에 대해서는 모든 품목에 대해 ‘군사 전용 가능성’을 따지는 ‘캐치올’(상황 허가) 규제가 적용된다. 일본 정부가 자의적으로 ‘군사 전용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를 대는 방식으로 한국으로 수출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백색국가로 수출할 때는 필요 없었던 규제가 붙는 것이다. 비전략물자에는 ‘4대 수출통제 체제’(호주 그룹, 바세나르 체제, 미사일기술통제체제, 핵공급국그룹)의 대상이 되는 모든 품목 중 전략물자를 제외한 품목이 포함된다.

일본 정부의 이번 조치로 한일 관계는 경제전쟁의 전면화와 함께 1965년 두 나라 수교 이후 최악으로 치닫게 됐다. 한국 정부의 대응 조치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 조치 발표 이후 청와대는 대변인을 통해 “깊은 유감”을 표명하며 “단호한 자세로 대응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대응으로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 파기가 유력하다. 현 상황에서 군사정보를 직접 공유하는 우방국 관계를 일본과 설정하는 것 자체가 논리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난센스이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의 이번 조치는 분명한 증거도 없이 한국으로 수출되는 일본산 품목들에 대한 한국의 물자관리가 엉망이어서 대량살상무기(WMD)를 개발하는 국가로 흘러 들어가는 등 일본의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함의를 근저에 깔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바로는 한국이 일본보다 대량살상무기 관련 물자관리에 더 투명하고, 북한 등 안보위협국가로 전략물자나 군사 전용 품목이 수출되는 사례가 일본에서 더 빈발했다. 지소미아는 두 나라가 생산한 군사정보를 미국을 거치지 않고 직접 공유하는 내용으로 2016년 11월23일 체결됐는데, 협정의 유효기간은 1년으로 해마다 갱신되며 협정 만료 90일(2019년의 경우 8월24일) 전에 서면으로 종료 의사를 밝히면 종료된다.

‘백색국가 명단 제외 중단(일본)-일본 기업 재산에 대한 개인청구권 집행 중단(한국)’이라는 미국의 현상동결 협정 체결이 거부된 상황에서 ‘강제징용 피해자 개인의 배상청구권이 소멸되지 않았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국제적으로 확인받는 작업이 공식 추진될 수도 있다. 일본이 백색국가 제외를 강행한 상황에서 이미 미국의 중재는 더 이상 실효성도 없고 기대하기도 어렵다고 보는 게 맞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동안 행태를 보면 미국이 적극적으로 중재할 의사가 얼마나 있었는지도 의심스럽다. 오히려 한국과 일본의 갈등을 이용해 이득을 챙기려는 속내를 보인 게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최근 주한미군과 주일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5배 더 내라고 요구한 바 있다. 요구 인상액은 자신의 국방예산 삭감액(120억 달러)에 육박하는 112억 달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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