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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치지 말아야 할 일본의 ‘양면전략’
놓치지 말아야 할 일본의 ‘양면전략’
  • 조준상 선임기자
  • 승인 2019.08.08 15: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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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국가 명단 제외와 징용공 문제는 별개로 봐야

대통령은 백색국가 명단에서 한국을 제외한 일본 정부의 결정에 대해 2018년 10월 징용공 관련 대법원 판결에 대한 명백한 무역보복으로 성격을 규정했다. 일본의 일부 언론들이나 해외언론들이 ‘외교 문제에 경제보복으로 대응했다’고 아베 정부를 비판하는 시각도 비슷한 맥락이다. 하지만 이런 진단에 오롯이 동의하기는 어렵다. 아베 정부의 ‘양면전략’을 온전히 파악하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반도체 3폼목 제외에서 백색국가 제외 결정에 이르기까지 아베 정부가 내세우는 근거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혼동스럽다. 뚜렷한 증거도 없이 한국 수출이 일본에 안보상 우려를 낳는다고 하다가 어떤 경우에는 한국이 징용공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라고 요구한다. 아베 정부의 속내는 한국 정부가 징용공 문제 해법을 가져오면 백색국가 제외 결정은 철회한다는 게 아니냐는 추정을 하게 한다.

아베 신조 총리의 꿍꿍이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사진: G20
아베 총리의 꿍꿍이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반문할 필요가 있다.
사진: G20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오판이라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아베 정부는 양면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 하나는 백색국가 제외 논리다. 겉으로 보기에 갈짓자이지만 아베 정부는 증거가 있든 없든 일관되게 ‘한국의 허술한 물자관리'와 '우대에서 보통대우로 복귀’임을 주장해 왔다. 이것의 목표는 모두가 주지하듯이 ‘한국경제가 더 크지 못하도록 막겠다’는 것이다. 대통령도 진단했듯이 “우리 경제를 공격하고 우리 경제의 미래성장을 가로막아 타격을 가하겠다는 분명한 의도”가 있다.

다른 하나는 징용공 배상에 대한 불인정이다. 이 문제는 개인의 배상청구권이 봇물처럼 터지면 일본이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차원와 연결된다. 이 사안에 대해 한국과 해법이 ‘1+1’(일본기업+한국기업)이든 ‘1+1+1’(″+한국정부)이든 ‘1+1+1+1’(″+한국정부+일본정부)이든 어떤 형태로 귀결되든 한국 이외의 나라들과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고 아베 정부가 보고 있다는 것이다. 곧 이 사안은 한국 정부를 넘어서는 문제라는 얘기다.

징용공 양보한다고 백색국가 원상복구 보장 못해

이들 두 사안은 지금은 섞여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엄연히 구분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게 맞다. 구분하지 않으면 아베 정부의 노림수에 휘말릴 위험성도 있기 때문이다. 핵심은 우리가 징용공 문제에 대해 양보한다고 해도(양보할 수도 없지만) 일본이 백색국가 제외 결정을 원상복구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아베 정부 논리를 보면, 징용공 문제에 대해 한국이 양보하면 백색국가 제외 결정은 그거랑 상관없는 문제라는 식으로 나온다고 봐야 한다. ‘한국이 물자관리가 안 돼서 제외한 것이니 이에 대한 개선 정도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응은 양면전략의 두 측면 모두에 대해 취하는 것이 타당하다. 미국이 중재할 생각이 없다는 게 이번에 드러난 만큼 더욱 그럴 필요가 있다. 일단은 한일군사정보보협정(지소미아)를 페기하는 것이다. 여러 차례 말하지만 일본이 우방국 대우를 안 하겠다고 하는데, 우리가 이 협정을 유지하겠다고 하는 모습은 논리적으로 현실적으로나 아무런 명분이 없다. 국내적으로도 국제적으로 웃금거리가 될 뿐이다. 미국이 뭐라고 하든 폐기해야 한다. 관계가 정상화하면 그때 복구해도 늦지 않다.

징용공 문제에 대해서는 ‘한반도 식민지배의 불법성 인정’이라는 대전제에서 출발하는 게 맞다. 아베 정부가 이를 인정할 리 만무하다는 점에서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리는 문제다. 하지만 한일관계 재정립을 위해 피할 수도 없는 문제고, 대통령 말처럼 ‘언젠가 한 번 넘어야 할 산’이다. 필요하다면 한국 정부의 입장을 국제적으로 확인받는 작업도 병행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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