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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만리] 세계화와 상호의존시대의 대일 외교 대응법
[천지만리] 세계화와 상호의존시대의 대일 외교 대응법
  • 주재우 경희대학교 중국어학과 교수
  • 승인 2019.08.08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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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가 일본과 치루는 이른바 ‘경제전쟁’에서 승리를 기원하는 다양한 해법이 제시되고 있다. 정부는 일본이 우리를 ‘화이트 리스트’에서 배제하는 조치를 적반하장의 것으로 치부하면서 이 기회에 ‘일본을 반드시 이기자’, ‘(기술, 소재) 국산화로 대일 의존도 줄이자’, ‘북한과의 평화경제로 극복하자’, ‘단합하자’는 식으로 국민에게 상당히 감정적으로 어필하고 있다. 한일경제전쟁을 우리의 대 일본 경제 의존도를 이참에 확 줄이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자는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매우 우려스러운 사실을 국민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한다. 세계화와 국가의 주권 관계의 문제다. 정부는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보상 판결과 관련해 일본에게 우리 사법 주권을 존중할 것을 요구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삼권분립’의 존엄성을 부각시키면서 우리 정부의 ‘입김’을 부정했다. 그러나 세계화시대에서 대외적 파급영향과 함의를 가진 사안에 대한 사법부의 판결은 매우 신중했어야한다. 국내의 외국 기업의 자산 동결까지 갈 수 있는 사안이었기에 외교적 파급효과를 반드시 감안했어야한다.

‘브렉시트’, ‘테러와의 전쟁’, ‘우크라이나 사태’, ‘달라이라마 접견’, ‘난민사태’, ‘트럼프의 이민정책’ 등 작금의 사례가 세계화와 주권 관계의 조율 필요성에 시사하는 바가 많다. 더 비근한 예로 북한의 핵개발도 있다. 북한은 온갖 제재를 예상하면서도 핵을 포기하지 않았다. 북한은 고진감래식의 대응전략을 선택했다. 따라서 세계화시대에서 우리 주권 수호를 위한 의사결정과정에서 최종결정이 가져다 줄 어느 정도 외교적 파장을 예상하고 돌아올 보복의 부메랑에 대비를 했어야한다.

정부의 심정은 이해하겠다. 그러나 감성적 어필은 시대적 착오이며 시대적 조류에도 역행하는 것이라 국민이 고개를 꺄우뚱할 수밖에 없다. 대 다수 국민이 심정적으로 이해하나 정부가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대안이 없는 상황임을 감지하면서 실로 난감해하고 있는 사실이 현실임을 하루빨리 깨달아야한다.

정부의 호소력 짙은 대응방식이 특히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살아온 세상에서 이탈하자는 식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세계는 세계화와 상호의존 시대로 진입한지 오래다. 세계화와 상호의존 시대의 의미는 경제적인 것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근대화를 통해 산업의 분업화가 심화되면서 이른바 ‘밸류 체인(가치사슬)’이 대내외적으로 형성된 지 오래다. 세계의 모든 나라, 기업과 산업이 서로 의존하면서 생존하고 있다. 그 여파는 안보, 인문교류, 사회 분야에서의 지속적인 발전과 갈등의 외교적 해결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국가 간의 협력이 전제되는 세상의 창출로 이어졌다. 더 이상 한 국가가 자신만의 힘과 노력으로 문제해결이 역부족인 시대다.

이 모든 분야가 서로 연계된 불가분한 관계의 속성을 가지고 있어 이들 간의 상호작용의 결과를 고려한 외교적 전략사고가 요구된다. 모든 분야의 개연성과 연계성을 감안하여 대응 전략을 짜야한다는 의미다. 정부는 경제 문제에 국방 사안(지소미아)을 연계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려한다. 안타깝게도 이런 대응이 한미동맹과 동북아 안보전략 지형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감지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감정적으로 앞선 나머지 대체 카드도 없다는 방증이다.

따라서 작금의 한일경제전쟁에 대한 외교적 대응은 두 단계를 통해 진행되었어야했다. 하나는 사전 대응 외교이고 다른 하나는 사후의 것이다. 사전 대응은 그야말로 국익 추구의 일환으로 특정 행위의 추진이 결정되면 그 행위로 파생될 수 있는 모든 파급변수의 영향을 사전에 감지하여 그 파급영향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외교적 노력이다. 사후 대응은 국익 추구 행위 과정에서 파생되는 돌발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함으로써 추구하는 국익에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국익 확보가 극대화될 수 있도록 외교적 대응을 주도하는 것이다.

사전 외교에서는 모든 변수를 토대로 상대방의 반응을 감지하는 사전 물밑작업과 간보기 작업이 수반되어야한다. 세계화시대에 외교의 치밀함과 정교함은 모든 변수를 고려할 수 있는 ‘열린 마음’을 전제한다. 외교의 사고가 특정 프레임에 갇혀지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게’ 된다. 그 결과는 상대방의 가용 대응 변수에 스스로의 눈을 멀게 하는 것이다. 사후 대응은 사전 감지작업의 결과를 토대로 예상된 사후 상대국의 반응에 적절하고 효과적으로 임하는 것이다. 즉각적이고 섣부른 판단과 결정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다.

외교는 정부의 결정이 최종에 이르기 전까지 끝까지 협상의 노력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비협조적일 때도 제3국이나 다른 경로를 통해 협상으로 이끌어 내야한다. 최후통첩이 유효하려면 대상국의 이해뿐 아니라 세계화시대에서는 국제사회의 이해도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 30년의 북핵 협상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야할 것이다. 우리의 최종 결정을 상대방의 숙지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 할 배짱이 있으면 그 후과도 감수해내야만 한다. 사전과 사후 대응 준비과정의 결여 때문에 생긴 유효한 해결책의 부재는 한일 양국의 치킨게임과 국내 정국의 단합이 아닌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 외교는 딜(deal)의 게임이다. 무관해 보이는 분야와 이슈로도 딜을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게 외교임을 다시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8일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정책브리핑
이낙연 국무총리가 8일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정책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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