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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전쟁에 ‘공격적 금리 인하’ 동원하려는 트럼프의 딜레마
환율전쟁에 ‘공격적 금리 인하’ 동원하려는 트럼프의 딜레마
  • 조준상 선임기자
  • 승인 2019.08.13 1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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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적 금리’ 인하가 ‘약한 달러’ 만들 가능성 낮아
오히려 성장 기대 높여 ‘강한 달러’ 유지시키기 쉬워

달러당 위안화 환율이 7위안을 넘는 ‘포치’((破七)가 나타나자 미국은 8월5일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했다. 이에 맞서 중국은 8월6일 이후 기준환율을 달러당 7위안 이상으로 고시하며 포치를 기정사실로 만들고 있다. 외환시장에 개입해 위안화 환율을 7위안 아래로 내릴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약한 달러'를 내세우면서 '강한 달러'에 환호해온 트럼프가 미중 환율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약한 달러'를 내세우면서 '강한 달러'에 환호해온
트럼프가 미중 환율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남는 것은 미국이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다. 위안화 환율을 7위안 밑으로 끌어내리기 위해 미국이 동원할 수 있는 정책적 대응방향은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통화보조금’ 규정에 근거한 상계관세 부과다. 달러 대비 통화가치를 저평가시키는 행위를 ‘통화보조금’으로 규정하고 상계관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5월23일 통화보조금을 포괄할 수 있도록 상계관세 제도를 바꾸겠다고 이미 발표한 바 있다. 단계를 따지면, 통화보조금 규정을 통한 상계관세 부과는 전면적인 환율전쟁으로 가는 중간 통과단계가 될 가능성이 있다.

두 번째는 재무부가 관할하는 환율안정기금(ESF)을 통해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언제든지 현금화할 수 있는 중국 국채나 예금 등과 같은 위안화 표시 자산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위안화 수요를 늘려 달러의 평가절하를 유도하는 것이다. 사실상 이는 전면적인 미중 환율전쟁에 해당한다. 현재로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적극 고려하지 않고 있는 방향이다.

세 번째는 트럼프가 연준을 압박하며 추구하고 있는 길이다. 연준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하’다. 통상적으로 목표금리로 작용하는 기준금리를 내리면, 연준은 연방정부의 국채(재무부채권)를 매입해 시중에 달러를 공급하면서 국채 금리를 목표금리 이내에서 관리한다. 그러면 공급이 늘어난 달러는 평가절하 압력을 받는다. 문제는 지난 7월 말 연준이 금리를 0.25%포인트 내리자 오히려 달러는 평가절상 압력을 받았다는 점이다. 미국 경제의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되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와 맞물려 ‘강한 달러’가 유지되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가 ‘좀 더 공격적인 금리 인하’를 연준에 주문하는 것은 이런 맥락에 놓여 있다.

유로지역․일본과 기준금리 격차 준다고 ‘약한 달러’ 될까?

연준을 향한 ‘좀 더 공격적인 금리 인하’ 주문에 대한 지지는 꽤 폭넓은 편이다. 여기에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없었음에도 연준이 지난해 네 차례에 걸쳐 금리를 올린 것이 지금의 ‘강한 달러’를 낳는 주요한 원인이었다는 인식이 상당한 공감대를 이루고 있는 사정이 작용한다. 물론 ‘강한 달러’를 낳은 배경에는 2017년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35%→21%)를 포함한 트럼프 자신의 감세 정책도 빼놓을 수 없다.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입으로 달러 수요가 늘어나면서 평가절상 압력이 커지고 증시가 부양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좀 더 공격적인 금리 인하’가 과연 ‘약한 달러’ 효과를 낳을 수 있느냐다. 유로지역이나 일본과 견줘 연준의 기준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기준금리 격차가 좁혀진다고 해서 ‘약한 달러’를 볼 수 있는지는 매우 불확실하다. 무엇보다 현재의 ‘강한 달러’는 미국 경제의 성장이 상대적으로 강하다는 믿음과 믿음이 근저에 자리하는 데서 비롯하는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강한 달러’가 ‘약한 달러’로 바뀐다는 것은 이 기대와 믿음이 역전된다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트럼프의 연준 압박 이후 시장 참여자들은 ‘좀 더 공격적인 금리 인하’를 이미 전망하고 있는 터다. 이런 상황에서 ‘좀 더 공격적인 금리 인하’는 달러 약세를 유도하기보다 미국 경제의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를 한층 더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 결국 ‘좀 더 공격적인 금리 인하’는 ‘약한 달러’를 낳는 해법이 아닐 수 있다는 애기다.

‘약한 달러’ 유도라는 측면에서 보면, 재무부의 환율안정기금을 동원하는 게 오히려 타당한 처방에 가까울 수 있다. 미중 환율전쟁에서 환율안정기금 동원의 문제는 크게 네 가지다. 첫째, 달러화 강세 압력을 상쇄하기 위해 단독으로 환율안정기금을 동원하는 것은 미국의 전통적인 외환시장 개입 정책의 일대 전환을 의미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미국은 외환시장에 결코 혼자 개입한 적이 없다. 외환시장이 과민반응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합동 노력의 차원에서 다른 나라들과 함께 개입하는 것이 전형을 이뤘다.

둘째, 재무부의 외환안정기금이 충분하느냐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지난 7월 말 기준 기금은 938억달러 수준이다. 단기 재무부채권에 들어가 있는 220억달러를 빼면, 국제통화기금 특별인출권 505억달러, 유료화와 엔화 예금과 현금성 증권 207억달러가 동원 가능한 ‘실탄’이다. 재무부가 차입을 통해 이 기금의 실탄을 늘리려면 의회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실탄을 늘리기가 어려운 것만은 아니다. 중국과 패권경쟁에서 민주․공화 양당의 차이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달러의 지나친 평가절상을 막기 위해 환율 조작국에 대한 '대응개입'(counter intervention)을 위해 재무부채권을 발행해 조달하겠다는 것에 거센 반대가 있을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이에 비춰보면, 실탄이 부족하다는 것은 그다지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중국의 과도한 외환시장 개입 사실관계 불충분-환율안정기금 동원은 전면적 환율전쟁

미중 환율전쟁은 통화보조금 규정에 따른 대중 상계관세 부과를 거쳐 미국의 환율안정기금 동원이라는 전면전 양상으로 번질 수 있다.
미중 환율전쟁은 통화보조금 규정에 따른 대중 상계관세 부과를 거쳐
미국의 환율안정기금 동원이라는 전면전 양상으로 번질 수 있다.

셋째, 환율안정기금 동원의 가장 큰 걸림돌은, 과연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만큼 중국의 외환시장 개입이 지나쳤느냐는 사실관계의 문제다. 국제통화기금은 지난 8월9일 발표한 중국에 대한 연례보고서(2018년)에서 “지난해 위안화 가치는 전체적으로 중기적인 펀더멘털(기초여건)에 연동했고 바람직한 정책을 따르고 있다”며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가 절하되기는 했지만 전체적인 통화 흐름에 견주면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평가는 미국의 환율정책 전문가들도 대체로 동의하는 내용이다. 적어도 지난 2년 동안 중국의 외환시장 개입은 그리 지나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외환시장 개입이 있다고 해도 위안화 가치를 7위안 이상으로 평가절하시키기 위한 것이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위안화 가치가 평가절하 압력을 받던 올해 5월 중국 중앙은행과 국영은행들이 달러화를 사들였다. 겉으로 보기엔 위안화 약세를 부추겨 기준환율 대비 상하 2% 변동폭을 벗어나게 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위안화 환율은 변동폭의 하단 끝에서 벗어나 평가절상 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달러화 매입 통계를 조작한 게 아니라면, 이 시기에 외환시장에 대한 달러 공급량이 상대적으로 많아서 이를 흡수하기 위한 조치로서 달러를 사들였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5월 무역흑자는 400억달러나 된 데다, ‘블룸버그 바클레이 글로벌 종합지수’에 중국 국내채권시장이 지난 4월1일 편입되면서 1천억달러 이상의 해외투자자금이 흘러들 것으로 전망됐다.

마지막으로, 위안화 환율을 7위안 밑으로 끌어내리기 위한 환율안정기금의 동원은 사실상 초입 단계에 접어든 미중 환율전쟁이 전면전으로 커진다는 함의를 갖고 있다. 위안화 표시 자산에 대한 외환시장 개입은 달러화 표시 미국 국채를 좀 더 대규모로 매각하려는 동기를 중국에 부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지금까지는 만기도래에 따른 자연감소 방치 또는 일부 재매입을 통해 3조1천억달러의 중국 외환보유고 중 1조1천억달러 수준에서 미국 채무부 채권 보유액을 관리했는데, 이를 좀 더 공격적으로 축소하는 움직임을 중국이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미국은 연준의 시장 개입을 통해 이 물량을 소화해낼 수 있다. 중국 역시 다량의 미국 국채 매각시 가격 하락, 유료화 표시 자산 등 투자 대체재의 가격상승에 따른 이중의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부담이 따른다. 그럼에도 환율안정기금의 동원은 가능성으로만 있던 이런 상황을 좀 더 현실화하는 방향으로 밀어갈 수 있다.

전면적인 환율전쟁은 트럼프로서도 너무 부담스러울 수 있다. 환율안정기금 동원에 소극적이면서 ‘좀 더 공격적인 금리 인하’에 나서라고 연준을 압박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환율안정기금 동원으로 가는 중간 단계로서 통화보조금 규정에 따른 상계관세 부과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통화보조금 상계관세-환율안정기금 동원의 첫 대상, 중국 아닐 수도 있어

앞서 살펴봤듯이 ‘좀 더 적극적인 금리 인하’가 해법이 되지 못한다. 오히려 단기적으로는 ‘강한 달러’에 영향을 주지 못하면서, 중기적으로 미국 경제가 불황에 들어서는 상황에서 금리를 내릴 여지마저 거의 없애는 위험만을 키울 수 있다. 미중 환율전쟁에서 트럼프의, 아니 정확하게는 미국의 딜레마다. 뒤집어 보면 역설적이게도, 재선에 도전하는 트럼프로서는 그다지 손해볼 게 없다. 연준이 ‘좀 더 적극적인 금리 인하’에 나서지 않으면 연준을 비난하면 된다. 연준이 호응하고 나서면 미국 경제는 미국 경제가 불황의 터널에 들어서는 일은 대선 이후로 늦춰질 가능성은 한층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약한 달러를 내세우면서 외국인투자자금이 많이 흘러드는 것을 자랑하는 모순되는 행태를 보인다. 이 사안에 대해 정말로 ‘무지’해서일 수 있다. 하지만 아닐 수도 있다. ‘부과한 관세를 오롯이 부담하는 건 미국 소비자가 아니라 중국 수출업자’라고 트럼프가 정말로 믿는다고 우리들도 믿는 척하는 게 협상에 유리하다는 말까지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의 입에서 나왔던 터다.

걱정스러운 것은 트럼프가 통화보조금 규정에 따른 상계관세 부과, 나아가 재무부 환율안정기금 동원의 첫 대상이 중국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무역수지와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면서 외환시장에 지나치게 개입하고 있다고 트럼프가 비난해온 나라들이다. 여기에는 미국의 동맹국들이 포함되고, 미국이 중국과 대결 과정에서 중요성을 강조하는 나라들이 포함된다. 예를 들어 독일, 일본, 대만 등이다. 물론 여기서 한국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원화 환율이 위안화 환율과 강한 동조세를 보이고, 수출 둔화와 성장 둔화가 본격화한 상황에서 원화 약세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지금은 무역수지 흑자폭이 줄고 있는 게 불행이 아니라 다행스러운 상황이다. 위안화 환율과 지나친 동조세를 보이지 않도록 면밀하게 관리하는 것,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과감한 외환시장 개입을 단행하는 것, 이에 대한 분명한 신호를 트럼프 행정부에 일관되게 보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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