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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배 칼럼] “우주인은 장애인의 미래 유망 직종?”
[김종배 칼럼] “우주인은 장애인의 미래 유망 직종?”
  • 김종배 연세대학교 교수
  • 승인 2019.08.19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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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을 지칭하는 용어로, 영어에서는 “the disabled” 나 “people with disability”가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 그 의미가 “어떤 작업이나 활동을 할 수 없는 사람” 혹은 “무엇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사람”으로 부정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그래서 한 때는 좀 더 긍정적인 용어를 쓰자고 다양한 용어가 제시되었다. “physically challanged person”과 “people with different ability”가 대표적인 예이다.

최근 미국의 한 언론에서는 “people with different ability”가 장애인을 지칭하는 용어로서 더욱 바람직함을 보여주는 아주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다. (Rose Eveleth, 2019.01.29, WIRED.COM/IDEAS) 그 내용은 한마디로 “우주여행을 위한 우주인으로 비장애인보다 장애인이 더 적합하다.”는 것이다. 그 이유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청각장애인은 달팽이관 속의 청신경세포가 손상되거나 퇴화하여서 소리를 못 듣는 것인데, 평형감각을 담당하는 전정기관 역시 달팽이관 안에 있어 청각장애인 중에 이 전정기관이 고장이 난 분들은 멀미를 안하게 된다. 그래서 1961년 미국해군에서 우주탐험을 준비하면서 대기권 밖 우주에서 어떻게 인간이 적용할 수 있는지 하는 시험을 위해 11명의 청년을 선발하였고, 10년간 이들을 대상으로 셀 수 없이 많은 시험들을 실시하였다. 이들은 모두 미국 국립청각장애인 대학교인 갤로뎃대학교의 학생들로서 전정기관의 기능도 상실한 청각장애인들로서 우주프로그램의 완벽한 시험대상자였다.

이들은 끊임없이 회전하는 20피트 크기의 방에서 12일을 연속해서 보내기도 했다. 파도가 심한 바다에서 배를 타고 지낼 때는 비장애인 연구원들은 멀미가 심해 구토를 하다가 모두 시험을 취소하고 집으로 돌아갔지만 청각장애학생들은 여유 있게 카드게임을 즐겼다고 한다. 이들은 또한 무중력을 시뮬레이션 하기 위해 만들어진 “구토혜성”이란 별명의 모의 우주선에 탑승하였는데 “자유로이 떠 다니는 경험이 너무 매혹적이었다”고 한다.

우주에서 배변행위는 현재도 아주 까다로운 난제이다. 이륙, 착륙, 그리고 우주 유영을 하는 동안 우주비행사들은 기저귀를 차고 있다. 우주정거장에 있는 동안, 그들은 상당한 정밀도와 훈련을 필요로 하는 화장실을 사용한다. 2008년에 NASA는 국제우주정거장에 러시아제 화장실을 설치하기 위해 200억원을 지출하였다. 하지만 이 어려운 문제가 장루백을 착용하고 있는 우주인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는 벽에 플러그를 꽂고 채워진 용기를 비울 수 있으며 우주복에 붙일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는 우주비행사들이 그들의 팔과 다리를 이용해 표면을 밀면서 몸을 이동시키는 모습을 TV나 영화를 통해 본 적이 있다. 휠체어 등 이동 보조 기구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미 익숙한 움직임의 일종이다. 사실, 우주에서 몸을 움직이는 다양한 장치와 방법은 신체 건강한 사람보다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 더 친숙할 것이다. 장애인은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자기 몸을 움직인다. 한쪽 발을 다른 쪽 발 앞에 내딛으며 걷는 것 외에 다른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 것이다.

1961년 미국해군에서 우주탐험을 준비하면서 대기권 밖 우주에서 어떻게 인간이 적용할 수 있는지 하는 시험을 위해 11명의 청년을 선발하였는데 이들은 모두 미국 국립청각장애인 대학교인 갤로뎃대학교의 학생들이었다.
1961년 미국해군에서 우주탐험을 준비하면서 대기권 밖 우주에서 어떻게 인간이 적용할 수 있는지 하는 시험을 위해 11명의 청년을 선발하였는데 이들은 모두 미국 국립청각장애인 대학교인 갤로뎃대학교의 학생들이었다.

 

대부분의 우주비행사들은 그들이 움직이고 생활하는데 기술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을 경험해 본적이 없다. 하지만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매일 그렇게 한다. 우주복을 입는 것에서부터 우주유영에 이르기까지 우주비행사는 기술을 사용하여 그들의 몸을 움직이는 법을 훈련 받아야 한다. 그들은 만약 그 기술이 실패한다면 심각한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익숙해져야 한다. 하지만 장애인들은 매일 매일의 삶에서 그것을 경험하고 있다. 그들은 항상 다른 도구와 함께 몸을 움직이고 있다. 그것은 그들이 항상 하는 것이다. 우주에서 몸을 움직이는 모든 다양한 기기와 방법은 신체 능력이 있는 사람들보다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 더 친숙할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시각장애인 또한 우주비행사로 매우 탁월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우주선에서 심각한 사고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전등이 끄질 수도 있다. 시각적인 정보에 의존적인 우주비행사가 안전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환경에 대한 시각적인 접근을 확보하는 것이다. 손전등을 찾아 헤메고, 비상등이 켜지면 눈을 적응하는데 잠시 시간을 보내야한다. 한편 시각장애인 우주인은 이미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 위치에 접근하고 있을 수 있다. 1997년, 미르 우주정거장의 화재에서 승무원들은 연기가 시야를 가리는 동안 고군분투해야만 했다. 시각장애인 우주비행사는 공기의 부족에 영향을 받겠지만 희미한 조명이나 연기 발생에 의해 방해받지 않을 것이다. 그는 열과 소음의 발원지를 향하여 정확히 소화기를 돌릴 것이다.

우주 비행사가 되는 것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어렵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NASA의 선발 과정은 까다롭기로 악명 높다. 혹독한 우주비행사 훈련프로그램은 필수적이라고 오랫동안 가정해 왔다. 우주를 여행하는 것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힘든 노력이다. 우리 중에서 가장 강하고, 가장 똑똑하고, 가장 적응력이 좋은 사람이 필요하다. 하지만 힘은 스마트한 것과 같이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자신에게 맞지 않는 세상에 적응하는 데 가장 뛰어난 사람들을 찾고 싶다면 매일 그런 세상을 항해하는 비장애인과 다른 능력을 가진 장애인 (people with different ability)에게로 시선을 돌리면 최고의 행운이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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