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21 김창섭 뉴미디어본부장] <동물, 원>은 청주시립동물원의 사육사와 수의사 그리고 그들이 돌보는 동물들의 이야기다.
야생동물이지만 야생이 아닌 지나치게 좁은 곳에서 갇혀 지내야만 하는 동물들, 예컨대 산 하나로도 활동공간이 모자라는 호랑이는 우리에 갇혀 살아서는 안 된다고 사육사는 이야기 한다. 그로 인해 어떤 동물들은 좁은 우리에서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정신병적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들에게 동물원의 야생동물들은 자식이자 친구와 같은 존재다. 그들은 동물 하나하나에 이름을 붙어 주며 각 동물들의 성격까지 파악하고 있다. 그들은 동물들을 세심하게 관리하며 영양 등을 고려해 먹이를 주고 있는데 관객들이 돌을 던지거나 – 동물들이 먹어서는 안되는 - 과자 같은 음식물, 심지어는 비닐이나 쓰레기를 던져서 동물들에게 먹게 하는 관객들을 보며 모멸감을 느낀다.
자신의 자식들에게 소리 지르고 놀리며 쓰레기를 먹이면 어떤 심정이겠느냐고 하소연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동물들의 생활공간이 열악하다는 것만이 문제인 것은 아니다. 동물복지나 환경 등을 고려할 때 동물들을 관객들의 전시품으로 전락시키는 동물원을 모두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동물들을 학대하는 환경을 보여 주는 것이 어린이에게 무슨 교육효과가 있겠느냐는 문제제기도 있다.
그러나 동물원이 없으면 대부분의 동물은 갈 곳조차도 없다. 그 동물들이 살 수 있는 곳은 이 땅에서 거의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청주시립동물원은 에버랜드, 서울대공원과 함께 멸종위기종을 복원하는 ‘서식지외 보전기관’으로 지정되어 있다. 사육사들이 스스로 이 동물원을 노아의 방주라 부르는 이유기도 하다.
이 영화는 생각보다 잔잔하고 소소하다. 동물과 사람 간의 관계에 대한 묵직한 주제의식이 있음에도 심각하게 문제를 부각시키지는 않는다.
동물원에서 동물들과 항상 마주 하는 사람들 간의 관계만을 보여 주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동물들을 대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 야생동물과 반려동물의 경계가 잘 보이지 않는 측면이 있기도 하다.
"동물원은 자연의 경이로움을 배우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것을 위해 동물원이 어떤 시스템으로 움직여져야 한다는 것까지는 나아가지 못한다. 그럼에도 너무 심각하지 않게 그들의 일상을 지켜 보는 것 만으로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2018년 제10회 DMZ국제다큐영화제에서 가장 먼저 공개돼 최우수상인 ‘젊은 기러기’상을 받았다.
또한 ‘제16회 서울환경영화제’에서 대상, ‘제44회 서울독립영화제’‧‘제19회 인디다큐페스티’‧‘제7회 무주산골영화제’‧‘제7회 순천만세계동물영화제’ 등에 초청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