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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분기별 ‘팔마비율’이 개선되었다고?
올해 분기별 ‘팔마비율’이 개선되었다고?
  • 조준상 선임기자
  • 승인 2019.08.26 1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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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2분기 ‘팔마 비율’ 개선 여부 알 수 없어
분기별 가계동향조사, 시장소득 소득점유율 추산에 적합하지 않아!
연간 가계금융복지조사, 상위 20% 시장소득 12~13% 높게 추산
양극화 해소 일자리 정책 토론회 모습.
양극화 해소 일자리 정책 토론회 모습

[이코노미21 조준상 선임기자] 분기별로 발표되는 가계동향조사를 이용해 계산한 ‘팔마 비율'(Palma Ratio)이 올해 1분기 개선됐다거나 1․2분기 연속 개선됐다는 식의 보도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런 주장과 해석에는 매우 신중함이 따라야 한다. 근거로 이용되는 통계청의 분기별 소득부문 가계동향조사는 ‘팔마 비율’의 근거가 되는 소득점유율을 추정하는 데 매우 부적합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지난 4월 ‘팔마 비율’을 포함한 새로운 불평등 지표 몇 가지를 확대 공개하면서 1년에 한 번 공표되는 가계금융복지조사를 근거로 한 것도 이런 이유와 무관하지 않다.

‘팔마 비율’=5분위 소득몫/1․2분위 소득몫, 소득 불평등 ‘남미화’ 가늠대

용어부터 정리하자. ‘팔마 비율’은 전체 국민소득에서 상위 10%(5분위)가 차지하는 소득점유율을 하위 40%(1․2분위)의 소득점유율로 나눈 값이다. 소득 불평등 문제가 주로 5분위 가구와 하위 1․2분위 가구 사이에서 발생하고 상위 11~60%(3․4분위) 중간층의 소득 몫은 비교적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경험적 연구결과를 기초로, 영국의 소득 불평등 연구 권위자인 케임브리지대 명예교수 호세 가브리엘 팔마가 알렉스 코밤 영국 조세정의네트워크 대표, 앤디 섬너 영국 킹스칼리지대 교수와 함께 개발한 지표다.

이런 ‘팔마 비율’은 소득 불평등의 정도가 ‘남미화’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가늠대로 이용된다. 소득 불평등의 ‘남미화’는 남미의 많은 나라들에서 1분위 소득은 이미 부유한 발전국들과 동일한 반면 하위 1․2분위 소득은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나라들의 평균에 좀 가까운, 극심한 소득 불평등을 보인다는 뜻을 지닌다. 따라서 팔마 비율 상승(악화)는 소득 불평등이 점점 더 ‘남미화’하고 있다는 함의를 갖는다.

정의에서 알 수 있듯이, ‘팔마 비율’은 소득분위계층들의 평균 소득금액을 단순 비교하는 게 아니다. 전체 국민소득에서 각 소득분위가 차지하는 몫이 비교 잣대다. 그런 만큼 ‘팔마 비율’의 관건은 재분배 이전의 시장소득에 대한 정확한 추산, 이에 근거한 정확한 소득점유율 추정에 있다.

이 기준에서 보면 통계청이 분기별로 발표하는 가계동향조사는 제대로 된 ‘팔마 비율’ 계산의 자료로 이용하기엔 상당히 부적합하다. 약 8천가구를 면접조사하는 과정에서 민감한 질문에 대한 응답자의 답변 기피 등으로 소득의 누락과 오차가 크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해마다 3월 통계청이 약 2만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는 국세청, 보건복지부, 한국신용정보원 등 9개 기관의 행정자료 24종을 활용해 조사를 통해 나온 소득통계를 보완한다.

분기별 가계동향조사, 5분위 시장소득 상당폭 과소추계

행정자료 보완 전후의 가계금융복지 시장소득. 자료: 통계청
행정자료 보완 전후의 가계금융복지 시장소득. 자료: 통계청

종합소득세․원천세 등 행정자료로 보완한 시장 소득통계는 응답조사 소득통계와 상당한 차이가 난다. 차이의 일관된 방향은 보완 통계가 응답조사 통계보다 훨씬 더 많다는 것이다. 특히 5분위가 다른 분위들보다 상당히 커진다. 예를 들어 2017년 1분위 평균 시장소득은 조사에서는 969만원이 나왔지만 행정자료를 활용한 보완을 거쳐 1057만원으로 88만원(9.1%) 늘었다. 2분위는 2566만원에서 2655만원으로 89만원(3.5%) 상승했다. 반면 5분위 평균 시장소득은 1억1927만원에서 1억3521만원으로 1594만원(13.4%) 증가했다.

2016년 가계금융복지조사도 마찬가지였다. 1분위 시장소득은 보완을 통해 1001만원으로 81만원(8.8%), 2분위는 2556만원으로 93만원(3.8%) 늘었다. 5분위는 1억2921만원으로 증가폭이 1369만원(11.9%)이나 됐다.

이런 보완 소득통계를 보면, 분기별로 따져서 전체 국민소득에서 5분위 소득점유율이 상대적으로 하락했다거나 1․2분위 소득점유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졌다고 추정하기가 매우 어렵다. 관련 언론보도들이 쓰고 있는 것처럼, 분기별 가계동향조사에서는 시장소득 5분위 소득점유율이 2018년 1분기 26.70%에서 올해 1분기 24.84%로 감소하면서 분기별 ‘팔마 비율’이 개선된 것으로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매우 어렵다. 5분위 소득의 상대적 과소추계 때문만은 아니다. 올해 1분기 5분위 시장소득이 전년 동기 대비 -2.2%를 기록한 배경은 ‘2017년 노사합의 지연으로 주요 기업의 상여금이 2018년 1분기 지급된 데 따른 역(逆)기저효과’ 성격이 강하다는 건 통계청도 인정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1․2분위 소득점유율이 같은 기간 동안 16.84%에서 16.99%로 소폭 늘어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공적이전지출 감안 처분가능소득 기준 ‘팔마 비율’, 2011년부터 꾸준히 개선

오히려 2018년 역전 확실시, 올해 역전세 지속될지가 더 큰 관심

오히려 지금까지 통계는 2018년 시장소득 기준 ‘팔마 비율’은 상승(악화)한 게 분명하고, 올해 들어 그 방향은 애매하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 2018년 내내 통계청이 발표한 분기별 가계동향조사에서 시장소득 기준이든 처분가능소득 기준이든 소득불평등 지수가 악화일로였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당연히 2018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행정자료 보완 소득통계를 기준으로 삼더라도 ‘팔마 비율’은 꽤 악화하는 것으로 나올 것으로 봐야 한다. 이는 지난 4월 통계청이 가계금융복지조사를 근거로 공개한 ‘팔마 비율’과 ‘5분위 배율’(5분위 소득/1분위 소득)이 2016년부터 동조화 모습을 보인 것의 연장선에 있다. ‘팔마 비율’과 ‘5분위 배율’이 같이 나빠지고 있다는 얘기다. 2014년과 2015년 5분위 배율은 소폭 나빠졌지만 팔마 비율은 소폭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관심은 일부 언론들의 보도처럼 2019년 시장소득 기준 ‘팔마 비율’이 개선되고 있는지에 쏠린다. 하지만 분기별 가계동향조사를 근거로 그렇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 자료를 근거로 삼는다고 해도 시장소득 기준 5분위 배율은 올해 들어서도 분기별 최고치를 경신하며 계속 악화해 왔다. 공적이전지출을 감안하고 가구주 수 차이를 조정한 ‘균등화 처분가능소득’을 기준으로 삼는다고 해도 일관된 방향을 가늠하기 어렵다. 1분기(5.95→5.80)에는 전년 동기보다 개선됐지만 2분기(5.23→5.30)에는 악화하는 엇갈리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오히려 관심의 각도는 다른 데 있다. 공적이전지출을 감안한 처분가능소득을 기준으로 하면, 가계금융복지조사에 근거한 ‘팔마 비율’은 2011년부터 일관되게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온다(위 오른쪽 표 참조). 문제는 이런 추세가 2018년 역전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이 역전세가 올해에도 지속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근거가 그리 굳건하지 않은 속보보다는 당분간 관련통계의 흐름을 차분하게 추적하며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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