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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여행, 관광산업 그리고 블라디보스토크
[커버] 여행, 관광산업 그리고 블라디보스토크
  • 신성은 선임기자
  • 승인 2019.08.27 23: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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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보스토크 방문 한국 관광객 최근 2년간 100% 이상 급증

<커버스토리⓷ - 한러 초국경경제협력 – 관광산업>

[이코노미21 신성은 선임기자] 인간에게 여행은 설렘이다. 때로는 성찰이고 안식이다.

혼자만의 사색이기도 하고 가까운 이들과의 편안한 대화이기도 하다.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분도출판사.2016)은 평안을 찾는 과정이지만 우리 모두에게 안식을 선사한다. 빅토르 위고 탄생 200주년 기념으로 출간된 “La RENAISSANCE DU LIVRE”(유럽방랑. 작가정신.2007)엔 여행의 잔잔함과 격정을 소중한 이들과 나누고자 하는 열정이 담겨 있다. 눈앞에 펼쳐진 풍광과 잔상을 아내와 딸, 친구들에게 편지로 표현했다.

그렇게 여행은 인류에게 안식이자 소통이다.

여행은 이제 어마어마한 산업으로 변모했다.

자본주의는 여행을 관광산업으로 삼켜버렸다. 여행의 ‘가치’를 ‘상품화’했다.

단체관광은 19세기초 영국에서 시작됐다.

순회설교사 토마스 쿡은 1841년 7월5일, 철도회사와 협의해 금주동맹 회원 570명에게 레스터에서 러프버러까지 단체할인 전세열차를 제공했다. 브라스밴드와 점심 식사까지 서비스했다. 가격은 고작 1실링.

쿡은 산업혁명과 성장한 시민층, 초기 철도회사 운영의 어려움을 활용했고 단체 할인이라는 아이디어를 냈다. 즉 교통수단 등 관광의 핵심 요소와 단체를 결합, 저렴하고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다.

그렇게 최초의 단체관광이 시작됐다.

여행의 작은 불편함마저 제거하고자 했다. 보다 낮은 가격과 편리함은 자본주의적 효율성을 상징한다.

단체관광은 여행 수요를 폭발시켰고 관광산업은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다.

관광산업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0%다. 고용기여도도 약 10%다. 그만큼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2018년 세계관광객은 무려 14억3백만명이다.
관광대국들이 즐비한 유럽 국가들의 관광 지표는 세계 평균과 유사하다. 유럽 국가들의 경제수준이 높은 만큼 관광산업 발전도는 최고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세계 최고의 경제대국 미국의 관광산업 GDP 기여도도 무려 7.8%다. 더욱이 일자리 기여도는 9.2%에 이른다. 제2차 세계대전직후 세계 GDP의 절반이상을 차지했던 미국은 역사상 전례가 없는 ‘팍스 아메리카나’를 구가했다. 미국(19조3906억 달러)은 지금도 2위 중국(약 12조2,377억 달러)보다 30%이상 높다. 그런 미국경제 기여도가 8%에 이른다.

최근 관광대국으로 급부상한 세계 3위 경제대국 일본(4조8,721억 달러)도 미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블라디보스토크가 최근 아주 뜨겁다.

한국인들의 ‘핫 플레이스(Hot Place)’로 급부상했다.

하바롭스크를 제치고 극동러시아의 중심으로 부상한 블라디보스토크는 군항이다. 지난 1992년 까지 내국인에게조차 출입이 제한됐었다. 그러나 소련의 몰락과 함께 외국인에게 개방되면서 국제도시로 빠르게 발전했다. 지난 2015년, 자유항법이 발효되고 발전의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마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신동방정책을 상징하듯 블라디보스토크의 뜻은 ‘동방정복’. 러시아에 복속된 건 오래되지 않았다. 중국 청나라에 속했으나 1860년 ‘베이징조약’에 따라   러시아에 복속됐다. 처음부터 태평양진출을 위한 군항으로 개발됐다. 극동러시아의 정치, 군사 요충지며 러시아극동함대 사령부가 있다.

지난 6월4일 KEB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와 유리시아21이 주관한 ‘초국경제협력포럼’에서 이고르 후루쇼프 러시아연방 교통부 블라디보스토크 대표는 “2018년 블라디보스토크를 찾은 한국 관광객은 22만명에 이른다”며 “최근 3년간 연 100%이상 급증했다”고 했다. 엄청난 성장세다.

연해주와 한국의 관광객이 역전된 건 2017년이다. 한국의 해외여행객은 매년 급증했지만 러시아는 소외지역이었다. 오히려 연해주지역 러시아인들은 가까운 한국을 즐겨 찾았다.
이렇게 한국인들의 발길이 잦아진 것은 무엇 때문일까?

우선 유럽을 찾는 관광객이 점증하고 있다.

해외관광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나라가 차지하는 비중이 60%가 넘는다. 유럽은 한국에서 멀다. 그럼에도 유럽은 한국인들에게 선망의 여행지다.

세계적인 여행예약 사이트 ‘스카이스캐너’가 2017년 10월부터 2018년 9월 사이 한국인 검색 증가 데이터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1위 포루투칼 등 10위내 8곳이 유럽이다. 세종대학교와 컨슈머인사이트가 지난 2016년 1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여행지관심도 조사에선 유럽과 대양주가 단연 1위다. 대부분의 조사에서 유럽은 단연 선호도 1위다.

출국자 통계는 지난 2006년 출국카드가 폐지된 이래 정확하지 않다. 각국의 입국데이터를 활용하거나 항공사 등 빅데이터를 분석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한다.

정부 관광빅데이터센터 자료에 의하면 유럽 여행객은 2012년 한-EU FTA시점을 전후해서 높은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2011년, 172,866명에서 2017년 367,172명으로 증가했다. 6년만에 100%이상 증가했다. 영국도 같은 기간 140,000명에서 207,550명으로 60%이상 증가했다. 대부분 비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유럽에 대한 선호도는 무역에서도 뚜렷하다.

2012년 한-EU FTA타결 이전 한국은 무역거래에서 매년 흑자였다. 2007년 232억 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후 매년 적자다. 2014년엔 적자가 140억 달러에 이르렀다. FTA 발효 이전 5년간 무역수지는 820억 달러 흑자였으나, 이후 5년간 무역수지는 359억 달러 적자다.
백화점이나 홈쇼핑엔 유럽제품이 가득하다. 1980년대까지는 일본제품, 이후엔 미국제품이 유행의 주류였지만 최근엔 가격이 비싸도 유럽제품에 대한 신뢰도와 선호도가 압도적이다. 
이런 선호도에도 불구하고 유럽은 지리적으로 멀고 비용이 높다. 

블라디보스토크가 내세운 캐치프레이즈는 “가장 가까운 유럽”이다.

유럽에 대한 선호도가 블라디보스토크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블라디보스토크의 유럽 역사는 짧다. 러시아는 태평양진출의 교두보로 극동러시아를 개발했으며 다양한 이주정책을 펼쳐왔다. 이런 역사 덕분에 도시 전체에 유럽향이 가득하다. 유럽의 전통과 역사는 유럽의 도시들에 비해 미약하지만 전통적인 유럽의 소도시 분위기를 물씬하게 느낄 수 있다. 한국 여행객들에겐 “가장 가까운 유럽”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블라디보스토크는 정치군사적 의미가 더 컸다. 동북아를 둘러싼 국제정치적 갈등은 여전하다. 그럼에도 러시아는 블라디보스토크를 자유항으로 지정하고 극동러시아 경제의 중추도시로 육성하고 있다. 

볼거리도 적지 않다. 혁명전사 광장, 블라디보스토크역, 아르세니에프 향토박물관, 요새박물관 등에선 유럽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블라디보스토크는 볼거리도 적지 않다. 혁명전사 광장, 블라디보스토크역, 아르세니에프 향토박물관, 요새박물관 등에선 유럽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블라디보스토크역 전경. 사진=이코노미21
블라디보스토크는 볼거리도 적지 않다. 혁명전사 광장, 블라디보스토크역, 아르세니에프 향토박물관, 요새박물관 등에선 유럽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블라디보스토크역 전경. 사진=이코노미21

더욱이 이 지역엔 발해의 족적이 남아 있다. 스탈린시절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당한 고려인의 채취를 확인할 수 있으며 항일독립운동의 역사가 존재한다.

한국 공산주의운동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1850년대 이후 이 지역으로 넘어오기 시작, 1926년 블라디보스토크 관구집행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한인수가 무려 18만명이 넘었다. 이동휘는 하바롭스크에 한인사회당을 조직하였으며 상해 임시정부 국무총리직에서 물러난 뒤 고려공산당을 창설한 곳도 이곳이다. 한인 공산당 조직내 다툼이 치열해지자 코민테른은 분파 해산명령을 내린 뒤 집행부 코르뷰로를 설치한 곳 역시 블라디보스토크이다.

항일운동 유적지도 연해주 곳곳에 남아있다. 신한촌, 안중근의사 단지동맹비, 이동휘집터, 이상설 유허비, 최재형거주지 등 30여곳의 유적지가 산재해 있다.

다른 요인은 역시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것이다. 블라디보스토크는 서울에서 815km 거리다. 일본 도쿄보다 짧다. 아직 북한영공을 통과하지 못하고 중국으로 돌아가는 탓에 2시간30여분이 소요된다. 러시아항공 등 러시아 국적기들은 2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블라디보스토크를 오가는 비행기가 하루 10여편이 넘고 올해 3개 저가항공사가 추가 선정돼 향후 증편이 예상된다. 크루즈여행도 늘어날 전망이다. ‘초국경 경제협력포럼’ 주관여행사인 롯데JTB는 크루즈여행상품도 확대할 예정이다.   

해외여행에서 가까운 나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이다. 비행거리도 짧고 가격도 저렴하다.
지난 2018년, 한국을 찾은 해외여행객은 15,346,879명이다. 이중 일본이 약 295만명, 중국이 약 479만명이다. 대만이 약 112만명 등 아시아가 약 1,236만명이다. 80%가 넘는다.

따라서 블라디보스토크는 천혜의 관광환경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세계적인 여행객을 보유한 합계 인구 17억명의 중국과 한국, 일본이 근거리이고 최근 해외여행객이 급증하는 아시아가 배후에 있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러시아 관광객이 약 30만명. 거의 절반정도가 연해주지역에서 오고 있다.
그만큼 여행에서 거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다만 블라디보스토크의 관광인프라는 여전히 열악하다. 이번 포럼이 개최된 롯데호텔이 유일한 5성급호텔이다. 200실이 넘는 호텔도 없다. 쇼핑시설, 대중교통도 부족하다.

러시아는 해외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투자를 막는 정치사회적 환경도 존재한다. 사단법인 ‘유라시아21’의 신범식 서울대 교수는 “기업간 투자협약이 잘 진행되다가도 예상치 못한 돌발 변수가 튀어 나온다”며 “정치사회적 이권세력들의 이해관계”를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최근 한러 경제협력, 특히 한국과 극동러시아의 경협은 미국의 대북제재, 러시아제재, 유엔의 양국 제재 등으로 전진이 쉽지 않다. 이에 접근이 용이하고 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관광산업에 대한 논의가 활성화되고 있다.

그렇지만 한국과 러시아는 양국 모두 관광선진국이 아니다. GDP기여도, 일자리 기여도가 세계평균 절반수준인 5%안팎에 머물고 있다. 양국 모두 여행을 좋아해선지 관광수지 적자는 거의 두 배다.

유럽관광대국들이 상위권에 포진한 세계관광경쟁력 지표에서도 한국은 20위 안팎, 러시아는 30위권 밖이다. 관광산업은 접근은 쉽지만 육성은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관광산업 육성이 그리 간단하지 않다. 교통 인프라와 숙소 등 대규모 자본이 투자되는 관광산업 환경은 적지 않은 시간을 요구한다. 관광산업 소프트웨어도 많은 노력을 요구한다.
관광경쟁력 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스페인 등 유럽의 대국들은 오랜 기간 관광인프라에 공을 들여왔다.

역사적 관광자원이 풍부한 중국과 관광 소프트파워를 육성한 일본이 관광대국으로 성장한 점은 눈여겨볼만하다.

그럼에도 관광산업의 진입 장벽이 낮은 것도 사실이다.

한국은 중국의 경제성장과 더불어 빠르게 관광산업이 성장했다. 다만 한국은 관광자원 개발이 부족하고 중국과의 편법 관광은 여전히 문제점이다.

롯데JTB관계자는 “블라디보스토크 한국 단체관광은 아직 인두세 같은 편법모객이 거의 없다”며 “다만 중국은 이미 인두세 등 쇼핑위주의 단체관광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했다. 중국은 지난해 블라디보스토크에 약 56만명의 관광객을 보내 단연 1위다.

블라디보스토크는 유럽의 도시들에 비해 미약하지만 전통적인 유럽의 소도시 분위기를 물씬하게 느낄 수 있다. 한국 여행객들에겐 “가장 가까운 유럽”이 아닐 수 없다. 유럽 분위가 풍기는 블라디보스토크 시내. 사진=이코노미21
블라디보스토크는 유럽의 도시들에 비해 미약하지만 전통적인 유럽의 소도시 분위기를 물씬하게 느낄 수 있다. 한국 여행객들에겐 “가장 가까운 유럽”이 아닐 수 없다. 유럽 분위가 풍기는 블라디보스토크 시내. 사진=이코노미21

한국은 세계적인 쇼핑대국이다. 면세점 매출 세계 1위다. 그러나 여기엔 중국관광객을 모체로한 심각한 편법이 존재 한다.

아직 한국의 블라디보스토크 여행은 이런 관행에 물들지 않은 것 같다. 최근 세계적으로 자유 관광객(FIT)이 늘고 있는 추세도 한몫 거든다. 

물론 단체관광을 자본주의적 적폐로 몰 필요는 없다. 다만 극심한 이윤추구로 여행이 의미 없는 일상이 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여행은 가치의 과도한 상품화에 대한 반작용이 적지 않은 오랜 인류의 역사를 품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엔 편안함과 넉넉함이 있다. 역시 유럽전통이 숨쉰다. 빠르지 않다. 몰려드는 관광객으로 분위기는 뜨겁다. 다만 그들 스타일대로 관광산업도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그 과정에 여행의 인간적 가치와 산업적 발전이 함께 한다면 진정한 핫플레이스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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