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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이 일상화 된 사회 속 약자들의 삶, 영화 ‘호랑이는 겁이 없지’
폭력이 일상화 된 사회 속 약자들의 삶, 영화 ‘호랑이는 겁이 없지’
  • 김창섭 뉴미디어본부장
  • 승인 2019.08.30 14: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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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21 김창섭 뉴미디어본부장] 납치와 실종, 살인이 일상화 된 멕시코의 어느 도시. 영화 초입부터 아이들이 수업 중인 학교에서 총성이 여러 차례 울려 퍼진다. 아이들과 선생님은 바닥에 엎드린 채로 공포에 떨고 있다.

다음 날 누군가가 총에 맞아 죽어 있고 아이들은 그 시신이 보이는 곳에서 공놀이를 하고 있다.

이 학교 학생이기도 한 평범한 소녀 에스텔라는 총기사건으로 휴교가 내려진 날 엄마가 행방불명된다.

굶주림과 외로움, 공포 속에서 엄마를 기다리던 에스텔라는 고아들이 모여 있는 곳에 합류하는데, 그 아이들은 범죄조직에 의해 부모가 살해됐거나 납치되어 갈 곳 없는 상태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작은 공동체를 이루며 살고 있다.

폭력이 일상화 된 위험한 사회, 아이들에게도 무자비한 폭력조직의 추적과 부모에 대한 복수심까지 더해 아이들은 스스로 범죄조직과 맞서려고 한다.

아이들은 살아 남기 위해 겁 없는 호랑이가 되어야만 했다.

이 영화가 충격적인 것은 사전에 아이들이 등장하는 동화, 환타지로 소개된 영화홍보를 접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흘러간 과거의 역사적 어느 시점도 아니고 전쟁 중인 지역이 아닌 지금 현재 - GDP 기준 세계 15위의 경제부국 - 멕시코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습들이다.

실재로 한국 외교부는 멕시코를 치안이 불안한 지역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멕시코 14개 주가 여행유의 혹은 여행자제 지역이다.

이와 관련한 ‘맨 온 파이어(Man on Fire)’라는 헐리우드 영화가 있다. 이 영화 또한 멕시코가 배경인데 전직 미군이었던 주인공(덴젤 워싱턴)은 자신이 경호하던 어린 소녀가 범죄단에 납치되자 그 범죄조직과 전쟁을 벌인다. 뛰어난 전직 군인이 범죄조직에게 복수극을 그리는 것은 헐리우드 영화의 주요 패턴이기도 하다.

전쟁을 수행하던 중 주인공은 범죄조직과 경찰고위층이 유착되어 있으며, 범죄조직과 납치된 소녀의 아버지, 납치에 대비한 보험회사가 공모하여 보험금을 나누기로 한 사실을 알게 되고 분노심에 잔인한 복수를 실행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멕시코에 납치, 인신매매 등이 이미 산업화 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빈부격차가 심해질수록 범죄는 들끓기 마련인데, 손 쉬운 주요 타깃은 어린이나 여성을 비롯한 약자들이다. 영화에 의하면 멕시코는 이런 범죄 때문에 부유층을 보호하기 위한 경호산업, 납치된 자녀들의 몸값에 대비한 보험산업까지 발달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가난한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범죄의 타깃이 되거나 범죄조직에 가입하는 수 밖에 없다. 대부분 어린이와 여성은 범죄조직에 가입할 수가 없으니 온전히 범죄조직의 희생양이 될 수 밖에 없다.

‘호랑이는 겁이 없지’를 감독한 이사 로페즈는 멕시코 출신으로 자국이 겪는 마약전쟁, 범죄조직 문제를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체감했다. 이사 로페즈 감독은 잔혹한 현실과 사회에서 버려진 아이들의 목소리를 동화적 상상력과 판타지로 독특하게 결합했다.

때문에 이 영화는 한국에서 개봉할 당시 어른들을 위한 잔혹동화로 소개되거나 홍보사를 통해 판타지 혹은 공포장르로 분류되었다.

남미의 이런 독특한 영화양식을 서구의 영화평론가들에 의해 “마술적 리얼리즘”이라 장르화 되곤 한다. 중남미 지역의 문학이 갖는 특이성을 설명하기 위한 용어로 환상과 현실이 결합된 리얼리즘 문학을 영화에 적용한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 중남미 예술인들은 이런 분류에 대해 비판적이라 한다.

자신들은 있는 그대로 현실을 그려 내고 있는데 반해 남들이 마술적이라는 수식을 붙여 판타지화하고 있다는 불만이다.

이 영화가 있는 그대로의 현실이라 할 때 우리는 큰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환타지화 하려는 시도에 중남미 예술인들은 정당한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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