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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접경지를 중심으로 한 ‘개발특구체제 시즌 2’를 준비하자
[커버] 접경지를 중심으로 한 ‘개발특구체제 시즌 2’를 준비하자
  • 박이택 편집기획위원, 고려대 연구교수
  • 승인 2019.09.02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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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초국경경제협력, EU 같은 개방적 국경체제 전환방식으로 진전시키기는 어려워
초국경경제협력을 위해선 동북아국가 간의 공존 번영의 질서를 확립하는 것이 우선 필요해

<커버스토리4 - 한러 초국경경제협력 - 초국경경제협력의 역사적 의미와 발전방안>

초국경 경제협력인가 초국경지역 경제협력인가?

[이코노미21] [박이택 고대 연구교수] 초국경 경제협력은 크게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된다. 첫 번째는 주권국가 시스템 하에서 엄격하게 관리되었던 폐쇄적 국경체계를 보다 개방적 국경체계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유럽연합(EU)은 이와 같은 방향으로 발전한 대표적인 예인데, 개방적 국경체계는 상품과 사람과 자본과 정보의 이동성을 높여 초국경 경제협력을 진전시킨다. 두 번째는 국경은 주권국가 시스템 하의 폐쇄적인 것으로 유지하면서 접경지에 개발 특구를 만들어 경제협력을 추진하는 것을 의미한다. 접경지에 개발 특구를 만들어 추진되는 접경지 경제협력을 전자와 구분하기 위해 초국경지역 경제협력이라 표현하기도 하는데, 이 글에서도 초국경지역 경제협력은 이와 같은 의미로 사용한다.

동북아에서의 초국경 경제협력은 유럽연합과 같이 폐쇄적 국경체제를 개방적 국경체제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진전시키기는 어렵다. 유럽을 혼돈으로 몰아넣고 있는 브렉시트가 보여주듯 동일한 시민권의 구조를 수용하고 브뤼셀 권력과 같은 주권국가를 넘어서는 초국가적 권위를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개방적 국경체제는 번영보다는 분란을 가져올 수 있다. 현재 동북아 국가들은 유럽과는 달리 주권국가 체제를 넘어서는 협력을 추구하는 상황이 아니라 주권국가 체계의 완성과 주권국가 간의 공존의 룰을 모색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예컨대 중국은 아직 하나의 중국을 완성하지 못했고, 한반도는 분단체제가 유지되고 있고, 러시아는 독립국가를 이루고 있는 구소련의 영역과의 관계 설정의 문제가 있으며, 일본은 보통국가화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동북아 국가들에게 주권국가 시스템은 극복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아직은 추구의 대상으로 남아 있다. 동북아에서 초국경 경제협력을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동북아에 주권국가 간의 공존과 번영의 질서를 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동북아 국가들은 주권국가 체계의 정립을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확정하기 위해 특히 영토 확정과 관련하여 갈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나름대로 경제협력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 그 이유 중의 하나로 각 나라가 자신의 상황에 맞는 개발 특구를 만들어 공동번영할 수 있는 개발과 경제협력의 기틀을 만들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동북아 접경지역 개발의 문제도 동북아가 주권국가 체제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과 개발 특구가 큰 역할을 한 개발 경험을 했다는 역사에 규정되어 폐쇄적인 국경체제를 개방적인 국경체제로 전환하는 방식이 아니라 접경지에 개발 특구를 만들어 초국경지역 경제협력을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동북아 접경지역에 ‘개발 특구 체제 시즌 2’가 열리는가?

동북아 접경지역에 개발 특구를 만들어 초국경지역 경제협력을 추진하는 것은 상당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데, 동북아 국가들의 경우 개발 특구 방식의 경제개발 및 협력에 대한 많은 경험과 성과가 쌓여 있어 이것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 기존의 개발 특구 체계는 자국의 경제개발을 추동하기에 좋은 지역을 선정하여 독립적으로 운영한 것이라면 현재 논의되는 동북아에서의 초국경지역 경제협력을 위한 개발 특구는 상대적으로 낙후되어 있는 접경지역의 발전을 도모하고 있으며, 개발 특구 운영과 관련하여 인접국가 간에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렇지만 개발 특구 체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접경지에 제2의 개발붐을 일으키려고 한다는 점에서 동북아에서 추구되고 있는 초국경지역 경제협력은 ‘개발 특구 체제 시즌 2’라 할 수 있다.

역사는 의도하지 않게 전개될 수도 있는 바, 초국경지역 경제협력은 동북아가 초국경 경제협력으로 나아가는 디딤돌로 기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아직은 직접적 목표로 설정하기 어려운 미래의 아젠다이다. 지금 당장은 접경지를 중심으로 한 ‘개발 특구 체제 시즌 2’를 고안하고 정착시키는 것에 동북아 국가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은 동북아 각국의 접경지 개발전략과 협력의 역사를 ‘개발 특구 체제 시즌 2’의 형성사로 파악하고, 현재 우리는 어떤 상태에 놓여 있는가를 확인하는 것이다.

동북아 각국의 초국경지역 경제협력 (1): 중국의 동북진흥 정책과 일대일로 정책

2000년대 들어와서 동북아 지역의 초국경지역 경제협력 구조는 크게 변화하고 있는데, 변화를 야기하는 요인으로 중국의 경제성장에 따른 세계 경제의 지정학적 그리고 지경학적 구조의 변화와 중국의 지역 불균형 확대에 따른 접경지 개발정책의 필요성의 증대를 들 수 있다. 여기에서는 이중 후자에 초점을 맞추어 살펴본다.

중국은 1978년 개혁 개방 이후 빨리 발전할 수 있는 곳을 빨리 발전시킨다는 선부론에 입각한 경제발전전략을 추구하여 놀라운 성취를 거두었다. 그런데, 이 경제발전은 지역적으로 매우 불균등하게 이루어져서 2000년대에 들어서면 지역간 불균등을 해소하기 위한 지역균형발전정책이 주요한 정부정책으로 등장하게 되었는데, 서부대개발, 중부굴기, 동북진흥이 그것이다.

중국의 동북지역은 1932년 건국된 만주국 하에서 군수공업화가 진행된 지역으로 이 때 만들어진 중화학공업 기업은 중화인민공화국이 건설되면서 국유화되었으며, 이 국유기업들은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운영하는데 중추적인 기능을 수행하였다. 그러나 1978년 이후, 동북지역의 국유기업을 중심으로 한 천연자원 의존형 중화학공업 체계는 개혁 개방 시대의 경제발전체계에 걸맞도록 잘 개혁되지는 못하여서 동북지역의 발전은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동북진흥 정책은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구상되었는데, 국유기업개혁과 천연자원의존의 경제구조로부터의 탈피 등을 발전 방침으로 설정하였다. 이를 위해 일본이나 한국, 러시아, 몽골과 같은 동북아 국가들과 관계를 돈독하게 하고 합작 기업의 설립·자본참가의 촉진 등 다양한 방식으로 외자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동북지역의 진흥을 도모하고자 했지만 충분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동북지역의 진흥 및 초국경지역 경제협력에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동북지역 진흥을 위한 초국경지역 경제협력 체제 구축의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된 것이 일대일로 구상이었다. 중국은 이미 1997년에 “走出去(Going global stratedy)”라는 대외진출전략을 제시한 바 있는데, 이것은 개발도상국에 우호적인 국제 경제환경을 중국의 발전에 활용하자는 것이지, 일대일로 구상과 같이 국제 분업질서를 중국 중심으로 재편한다는 시점을 포함한 것은 아니었다.

일대일로 구상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2013년 제시한 ‘육상 실크로드’ 구상과 ‘해상 실크로드’ 구상에서 시작했지만 이후 점차 확대되었는데, 2018년에는 북태평양에서 북극해를 거쳐 유럽으로 이어지는 ‘빙상 실크로드’도 제안되었다. 일대일로 구상의 초창기에 동북지역은 일로일로 구상의 최중요지는 아니었는데, 이제는 해상 실크로드와 육상 실크로드와 빙상 실크로드의 동쪽 허브 역할을 담당하게 되어 지역적 중요성이 강화되었으며 중국의 동북지역의 접경지에 대한 인프라스트럭처 구축이나 초국경지역 경제협력 사업도 보다 탄력을 받게 되었다.

물론 중국의 대외정책을 경제발전 및 경제협력을 위한 평화적인 국제환경의 조성 및 유지라는 측면에서만 파악하는 것은 일면적이다. 중국은 주권국가의 완성과 지역의 패권 확립을 위해 자국의 영토와 영해에 대한 권익의 보호와 획득을 강경하게 주장하고 하나의 중국을 강력하게 표방하는 측면도 있다. 따라서 중국의 인접국과의 관계는 협력과 갈등이라는 양 측면을 모두 가지고 있으므로 이 양면을 균형있게 고찰할 필요가 있다. 단, 일대일로 정책하에서 중국의 각 지방정부는 자신의 지역에 부합하는 독자적인 발전모형에 따라 주체적으로 대외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갖기 때문에 중앙정부의 의향뿐만 아니라 지방정부의 이해나 구상 등도 접경지에서의 경제협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이것은 초국경지역 경제협력 체계 구축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지금 당장은 접경지를 중심으로 한 ‘개발 특구 체제 시즌 2’를 고안하고 정착시키는 것에 동북아 국가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 동북아 초국경경제협력을 주제로 열린 블리디보스토크 포럼 모습
지금 당장은 접경지를 중심으로 한 ‘개발 특구 체제 시즌 2’를 고안하고 정착시키는 것에 동북아 국가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 동북아 초국경경제협력을 주제로 열린 블리디보스토크 포럼 모습. 사진=이코노미21

동북아 각국의 초국경지역 경제협력 (2): 러시아의 신동방정책

1949년 소련은 중화인민공화국이 건립될 때 사회주의 경제체제의 구축을 위해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여 우호적인 관계를 발전시켜 나갔지만 스탈린 격하 운동을 펼치고 있던 흐루쇼프를 마오쩌둥이 비난하면서 중국과 러시아의 우호적인 관계는 해체되고 대립과 갈등의 관계로 나아갔으며 그러한 상황 속에서 전개된 중국-소련 간의 국경분쟁은 1969년에 무력충돌로까지 번졌다. 중국과 소련 간의 국경분쟁은 소련이 붕괴된 후에야 마무리되었는데, 1991년에는 분쟁의 불씨였던 전바오/다만스키 섬에 대한 국경협정을 체결했고 2004년에는 만주와 시베리아 간의 미확정 국경선을 확정지었다.

오랜 대립과 갈등의 관계에 있었던 중국과 러시아가 우호적인 관계로 돌아선 데에는 푸틴의 신동방정책이 중요했다. 세계는 냉전체제가 해체되기 이전까지 미국과 소련을 두 극으로 하는 양극체제였지만 소련과 동구권이 붕괴하면서 미국을 유일한 중심으로 하는 1극 체계로 전환되었으며 유럽연합의 출현, 중국과 인도 등 개발 대국의 비약적인 발전에 기반하여 다극체계가 형성되는 방향으로 변화되고 있다. 푸틴은 다극체계에서 러시아도 하나의 극을 차지할 수 있도록 러시아의 개조를 추진하고 있다. 푸틴이 ‘대국 부활’이나 ‘경제 5강 진입’이라는 슬로건 하에 러시아의 세계 중심국가로의 복원을 추구하는 것은 러시아가 세계의 중심국가의 지위를 상실하여 가고 있다는 위기감을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위기감은 유럽과 미국에 비할 때 러시아의 GDP가 상대적으로 너무 작아져서 경제적으로는 대항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가는 현실을 배경으로 한 것이다. 러시아는 우선 국제무대에서 미국과 유럽에 대해 외교적 역량을 발휘하여야 하는데 혼자만으로는 힘에 부치므로 중국 그리고 인도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강화하고 있는데, 이것이 러시아가 신동방정책을 펼치는 외교적 요인이다.

러시아의 신동방정책에는 이처럼 국제적 세력 판도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외교적 요인이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그것만이 유일한 요인은 아니다. 또 한편으로 신동방정책은 극동과 시베리아의 인구감소로 가시화되고 있는 극동과 시베리아의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경제성장 및 지역개발정책으로 추진되는 측면도 있다. 푸틴은 극동과 시베리아를 발전시키기 위해 현재 세계 경제의 성장엔진으로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과의 경제통합을 강화하고자 하는데, 이 일환으로 러시아 극동연방관구와 중국의 동북3성, 한반도와의 경제협력을 강화할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핵심적인 극동개발정책으로는 ‘선도개발지역’과 ‘블라디보스토크 자유항’이라고 불리는 신형 경제 특구의 설치와 ‘극동 1헥타르’법을 들 수 있다. 2015년 3월에 발효된 ‘선도개발지역 조성법’은 극동 지역에 경제특구를 만들어 수출지향적 산업을 육성할 목적으로 제정되었는데, 2015년에 9곳, 2016년에 5곳, 2017년에 4곳이 선도개발지역으로 지정되어 현재 총 18곳의 선도개발지역이 있다. 2015년 10월에 발표된 블라디보스토크 자유항 법은 원래 연해주에 한정된 자유항 제도였지만 2016년 7월에 개정하여 하바롭스크주, 사할린주, 캄차카주, 추코트카주 등으로 확장되었다. 블라디보스토크 자유항 법은 물류 인프라를 현대화하여 블라디보스토크를 비롯한 극동연방관구의 항구들을 아시아 태평양지역의 중계무역 중심지로 육성할 목적으로 제정한 것이다. 블라디보스토크 자유항에 입주한 기업수를 보면 2016년 116개에서 2018년에는 1057개로, 관련 일자리수를 보면 2016년 21606개에서 2018년 60029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극동 지역의 발전을 제약하는 주요한 요인으로는 인구가 희소하다는 것과 또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는데, 이에 대한 대책으로 2016년 6월에 ‘극동 1헥타르’법을 발효하였다. 이 법안은 러시아 국민이라면 누구나 극동 지역에 1헥타르 이하의 국유지나 공유지를 무상으로 취득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단 5년간 이용 하였다는 것이 인정되어야 소유권을 획득하게 되고 그렇지 않으면 토지를 반환하여야 한다. 극동지역으로 러시아인을 사민하기 위한 조치라 할 수 있다. 이렇듯 러시아는 특히 2015년 이후에 극동 지역을 개발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시도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2015년부터 매년 9월에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동방경제 포럼을 개최하는데, 이 동방경제 포럼의 목적 중 하나는 각국의 정치지도자나 경제계 대표들에게 선도개발지역과 블라디보스토크 자유항 제도를 선전하는 것이다. 현재 동방경제 포럼은 각국의 정치지도자나 경제계의 대표가 한자리에 모이는 대 이벤트로 정착하여 초국경지역 경제협력을 촉진할 정상포럼의 하나로 기능하고 있다.

러시아의 핵심적인 극동개발정책으로는 ‘선도개발지역’과 ‘블라디보스토크 자유항’이라고 불리는 신형 경제 특구의 설치와 ‘극동 1헥타르’법을 들 수 있다. 러시아 극동항만과 자루비노항 인근지역
러시아의 핵심적인 극동개발정책으로는 ‘선도개발지역’과 ‘블라디보스토크 자유항’이라고 불리는 신형 경제 특구의 설치와 ‘극동 1헥타르’법을 들 수 있다. 러시아 극동항만과 자루비노항 인근지역

동북아 각국의 초국경지역 경제협력 (3): 한국의 신북방정책

한국과 중국 및 러시아 사이에는 북한이 있어서 한국은 직접 중국 및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지는 않다. 그래서 한국과 중국 및 러시아와의 접경지 경제협력은 없지만 남북경협이 진전되고 한반도 신경제지도가 구현되어 가기 시작하면 두만강과 압록강 변은 한반도 신경제지도의 접경지가 될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두만강과 압록강 변을 초국경지역 경제협력의 대상으로 인식할 수 있다.

한국이 러시아 및 중국과 경제협력을 추진하게 된 것은 익히 잘 알려져 있듯이 노태우 정부 시대의 북방정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노태우 정부는 기존의 공산권에 대해 가졌던 적대 정책을 폐기하고 우호 협력체계를 도모하게 되었는데, 이를 배경으로 하여 우리나라는 1990년 10월에는 소련과 1992년 8월에는 중화인민공화국과 국교를 수립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변화에 바탕하여 우리나라는 1991년에 두만강유역개발계획(Tumen River Area Development Programme: TRADP)을 수립한 평양회의에 참가하였지만 이 때 수립된 개발계획은 중국의 연길, 북한의 청진,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 지역이었기 때문에, 중국과 북한과 러시아가 개발계획의 중심이 될 수밖에 없었다. 2005년에는 사업범위가 크게 확대하면서 명칭도 광역두만강개발계획(GTI)으로 변경하였는데, 이 시기의 개발계획의 대상지역은 중국의 동북3성과 내몽골, 몽골의 동부지역, 북한의 나진 선봉 등 두만강 지역, 러시아의 연해주 일부, 한국의 부산, 울산, 속초, 동해 등 동해안 지역으로 확장되어 한국도 본격적으로 참가할 수 있는 여지를 가지게 되었지만 이 계획은 아직 활발하게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가장 큰 진전을 보인 것은 나진하산 프로젝트이다. 북한과 러시아는 2000년에 나진 하산 개발에 합의하였고 우리나라도 2007년부터 참여를 결정하였으며 이후 남북러 3국 복합물류사업으로 추진되었다.

그러나 2016년 북한의 4차 핵실험을 배경으로 하여 우리나라는 3월 8일에 독자적인 대북 제재 방안을 실시하여 북방정책으로 추진하는 사업들은 정지 내지 침체 상태에 빠지게 되었다. 남북러 3국 복합물류사업으로 추진되었던 나진하산 프로젝트도 동일한 운명에 처했다. 우리나라가 독자적으로 채택한 대북 제재 방안에는 북한 기항 제3국 선박의 국내항 출입을 통제하는 ‘해운통제’가 포함되었고 우리나라는 ‘나진하산 프로젝트’에서 빠지게 되었다. 이후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한러합영기업인 라손컨트라스를 중심으로 북러 복합물류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본격적으로 초국경지역 경제협력을 다시 추구하게 된 것은 문재인 정부에 들어서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5년 당시에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로 있었는데, 이때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집권 비전으로 제시하였다. 이 비전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국정과제로 정교화되었는데, 신북방정책은 이 일환으로 설정되어 추진력을 얻게 되었다. 2017년 6월 26일에는 북방경제협력위원회가 설립되었고 이후 북방경제협력위원회는 초국경지역 경제협력을 포함한 16대 신북방정책 중점추진과제와 56개 세부과제를 도출하고 그 이행상태를 점검하는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표 1>은 신북방정책 중점추진과제를 보여준다. 초국경 경제협력은 첫 번째 중점추진과제로 설정되어 있으며 초국경 경제협력의 세부과제는 1. 경제특구 다자간 개발과 2. 광역두만개발계획(GTI) 활성화이다.

출처: 대통령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신북방정책 중점추진과제 이행점검 결과 설명자료', 2018. 12, 5면
출처: 대통령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신북방정책 중점추진과제 이행점검 결과 설명자료', 2018. 12, 5면

초국경지역 경제협력 발전 방안

현재 동북아 접경지역에서 전개되고 있는 초국경지역 경제협력은 각국이 독자적으로 또는 다자간으로 추진하고 있는 개발 특구 프로젝트가 중심이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동북아 초국경지역 경제협력 대상 국가들은 개발 특구 운영에 대한 많은 경험과 성과를 축적하고 있고 이와 같은 경험과 성과를 초국경지역 경제협력으로 진행되는 개발 특구 프로젝트에 활용할 것이기 때문에 동북아 초국경지역 경제협력 체계는 조건만 성숙하면 빠르게 정착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뿐만 아니라, 각국이 추진하는 개발 특구는 인접한 국가가 추진하는 개발 특구보다 더 좋은 비즈니스 및 투자 환경을 제시하면 더 번영할 수 있기 때문에, 동북아 초국경지역 경제협력이 더 활성화된다면 한국, 북한, 중국, 러시아, 일본 간에 개발 특구 경쟁체제가 도미노처럼 진전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호적인 개발 특구의 설립과 초국경지역 경제협력의 진전이 맞물리면서 동북아 접경지역에서 ‘개발 특구 체제 시즌 2’가 본격적으로 전개될 것이다.

‘개발 특구 체제 시즌 2’를 준비하기 위해 특히 역점을 두어야 할 사업은 없는가? 다음 2가지 점은 특히 유념할 필요가 있다.

첫째, 접경지역의 경제발전은 개발 특구 제도 개선만으로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지역의 낙후성을 극복할 수 있는 대대적인 인프라스트럭처 투자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각국의 관심과 국가 간의 협력이 매우 중요한데 러시아가 주도하는 동방포럼, 중국이 주도하는 일대일로 정상회담 등을 동북아 초국경지역 경제협력 체계를 조성하고 추진하는 장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여야 한다.

둘째, 초국경지역 경제협력 체계를 발전시키는 데에는 국가적인 협조체계의 구축이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한 것은 아니다. 이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오랫동안 단교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신뢰를 형성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비우호적인 감정을 청산하고 서로 신뢰할 수 있고 서로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신뢰의 체계를 구축할 문화정책을 개발하고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신뢰회복 및 구축을 위한 문화정책으로 관광정책이 유용함은 익히 잘 알려져 있다. 마침 동북아에서는 해외 여행의 붐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 해외 여행 붐을 동북아 접경지의 신뢰회복 및 구축을 위한 기회로 활용하는 데 성공한다면 동북아 초국경지역 경제협력의 미래는 더욱 밝아질 것이다. [이코노미21]

북한과 러시아는 2000년에 나진 하산 개발에 합의하였고 우리나라도 2007년부터 참여를 결정하였으며 이후 남북러 3국 복합물류사업으로 추진되었다. 러시아에서 북한 두만강으로 연결되는 관문인 하산역 전경. 사진=이코노미21
북한과 러시아는 2000년에 나진 하산 개발에 합의하였고 우리나라도 2007년부터 참여를 결정하였으며 이후 남북러 3국 복합물류사업으로 추진되었다. 러시아에서 북한 두만강으로 연결되는 관문인 하산역 전경. 사진=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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