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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혁신] ‘임무지향 혁신성장’의 불균등한 진화
[과학기술혁신] ‘임무지향 혁신성장’의 불균등한 진화
  • 조준상 선임기자
  • 승인 2019.09.04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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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혁신은 혁신성장 4대 분야의 기반이라는 중추적인 지위와 위상을 갖고 있어
혁신정책에 시행착오는 불가피…오히려 혁신의 걸림돌은 시행착오를 두려워하는 것

<스페셜① - ‘소통이 만드는 미래’ - 3년 접어든 문재인 정부 과학기술․혁신 정책의 도전과 과제>

[이코노미21 조준상 선임기자] 문재인 정부 초기부터 전면에 등장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정권 안팎의 반발에 부닥치며 조금씩 퇴조하는 속에서 혁신성장 정책은 조금씩 그 자리를 대신해 왔다.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의 ‘양 날개’가 겉으로는 포기되지 않았지만, 무게중심이 조금씩 혁신성장 쪽으로 이동해 왔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실제로 정부의 연구개발 투자는 2019년 20조5천억원으로 처음으로 20조원을 웃돌았다.

자료: 과학기술대토론회 자료집
자료: 과학기술대토론회 자료집

지난 7월5일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과학기술정책대토론회는 문재인 정부에서 ‘과학기술을 통한 혁신성장 선도’라는 과제가 그동안 얼마나 진척을 이뤘는지를 평가해볼 수 있는 자리였다. ‘소통이 만드는 미래’라는 열쇠말을 중심으로 현 정부의 과학기술 주요 성과와 발전전략을 요약하고 △지역과학기술과 지역혁신정책 △과학기술 기반 바이오경제 대응전략 △시민참여형 과학문화 패러다임과 과학기술문화의 다양화․고도화 △민간우주개발시대 우주정책 방향이라는 네 가지 소주제로 분과별 토론이 압축적으로 이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의 공동 주최였고, 한국연구재단과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과학창의재단 등 과기정통부 산하 6개 정부출연구기관이 공동 주관했다. ‘대(大)토론회’라는 이름처럼 과기정통부와 과학기술 관련 정부출연연구기관과 민간연구기관의 대표체가 총망라된 회의였다.

대토론회 시작을 알린 전체 토론회에서는 현 정부 출범 이후 연구자 개인의 기초연구비를 늘리고 규제 개선을 통해 과학기술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노력 등이 있기는 했지만, 여전한 이공계 기피 현상과 비정규직 전환, 주 52시간제 등 제도 개편에 따른 연구현장의 혼란스러움에 대한 토로가 함께 쏟아졌다. 문미옥 과기정통부 제1차관은 크게 세 가지를 개선의 사례로 꼽았다. 과학기술혁신본부와 자문회 등 콘트롤타워 구축, 기초연구비 2배 증액 약속 실현, 연구자의 행정부담 축소와 비정규직 연구원과 학생연구원의 처우 개선 등 연구자들의 연구환경 개선이다. 발전방향으로 기초연구 측면에서 연구비 지급에서 끝나지 않고 혁신인재의 지속적 양성을 위한 연구성과와 역량의 플랫폼화 추진을 강조했다.

과학기술정책대토론회는 ‘소통이 만드는 미래’라는 열쇠말을 중심으로 현 정부의 과학기술 주요 성과와 발전전략을 요약하고 네 가지 소주제로 분과별 토론이 압축적으로 이뤄졌다. 문미옥 과기부 차관이 “문재인정부, 과학기술 주요성과 및 발전전략”이라는 주제로 기조발제를 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미21
과학기술정책대토론회는 ‘소통이 만드는 미래’라는 열쇠말을 중심으로 현 정부의 과학기술 주요 성과와 발전전략을 요약하고 네 가지 소주제로 분과별 토론이 압축적으로 이뤄졌다. 문미옥 과기부 차관이 “문재인정부, 과학기술 주요성과 및 발전전략”이라는 주제로 기조발제를 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미21

하지만 실제 실행과정에서는 연구소 비정규직을 정규화 과정에서 행정직 직원이 일자리를 잃어 되레 연구자의 행정부담이 늘어나거나 주 52시간 노동시간제로 인해 연구자의 연구 몰입시간이 짧아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연구현장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공계 박사인력이 늘어나고 있지만, 정규직 전환에 따라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 갈 수 있는 문은 더 좁아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해외로 두뇌가 유출되는 상황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것이다.

과학기술 정책의 목표는 인재 양성과 우수한 연구에 몰두하게 하는 수월성 확보에 둬야지 지역균형발전 달성과 같은 것까지 과학기술 정책을 통해 달성하려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도 나왔다. 중장기적인 기초 연구개발에 주력하는 과학기술 정책과 응용연구와 사업화, 행위를 통한 학습과 같은 경험에 기반한 혁신은 구분해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지적은 지역혁신체제 구축과 관련한 분과토론에서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혁신성장 보고대회와 연속성 떨어져

이런 엇갈리는 평가에도 과학기술대토론회에서 가장 아쉬움으로 남는 건 이전에 있었던 관련 대규모 행사와 연속성이 떨어지는 문제점이 엿보인다는 점이었다. 문재인 정부 아래에서 혁신성장 정책이 국민들에게 본격적으로 공개 소개된 때는 2018년 5월17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날 정부는 출범 2년째를 맞아 ‘대한민국 혁신성장보고대회 - 일자리를 만드는 혁신성장, 대한민국 30년 먹거리’라는 대규모 행사를 열었다. 행사에는 수소전기차, 드론과 스마트팜 등 8개 선도사업 소개를 중심으로 기획재정부가 총괄하고 과기정통부뿐만 아니라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등 혁신성장 관련 모든 부처들이 관여했다.

자료: 과학기술대토론회 자료집
자료: 과학기술대토론회 자료집

이번 과학기술대토론회는 그 연장선에 있는 성격을 지닌다. 사실상 민관이 함께 하기는 했지만, 과기정통부만의 단독행사였다. 혁신성장의 4대 공식 분야는 과학기술혁신, 산업경제 혁신, 혁신인재 양성, 사회제도 혁신이다. 이 속에서 과학기술 혁신은 나머지의 기반이라는 중추적인 지위와 위상을 갖는다. 특히 과학기술 혁신과 산업경제 혁신은 매우 밀접하게 연결돼 있기에 더욱 그렇다. 과기정통부는 2016년 기준 국가 연구개발 예산의 약 34%(약 6.5조원)를 주로 산하 출연연구기관과 대학을 중심으로 집행하고 있다. 나머지 66%는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를 포함한 다른 부처들이 집행하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산업 진흥과 연관된 과학기술과 기초․원천․응용 연구개발은 유기적으로 함께 논의됐어야 한다는 얘기다. 한때 시장에 자리를 내줬던 산업정책은 뉴노멀 시대에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과학기술과 연구개발은 산업정책에서 지역의 산업진흥의 중추를 차지한다. 뉴노멀 시대는 이전과 달리 저성장과 기후변화 대응, 다극체제로 세계질서 변화, 신금융규제와 디레버리징(부채의 과잉동원 해소) 등의 특징을 갖는다.

1970~90년대 서구 발전국에서 나타난 전통적 제조업 중심지역에서 경험했던 ‘쇠락’이 우리에게도 나타나고 있는 지역경제위기라는 현실 말고도, 대토론회에 네 가지 소주제의 하나로 배치된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지역혁신정책 방향’에 깊은 관심이 쏠리는 이유도 이런 맥락에 있다. 강현수 국토연구원 원장은 관련 발제에서 “괜찮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중소 벤처기업을 지역에서 육성할 수 있는가?”라는 것에 지역혁신 정책의 핵심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것이 가능하다면, 불평등 완화와 소득주도성장을 위한 일자리 경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혁신 창업국가, 교육․노동․복지 체계 혁신을 통한 인구절벽 해소,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과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이를 위해선 역시 중앙부처 중심의 중앙집권적 정책에서 지방정부의 주도성과 책임성을 강화시키는 게 필수적이라는 처방이 뒤따른다. 중앙부처라는 공급자 중심의 개별분산 지원정책에서 수요자 중심의 사업을 위한 연구개발과 자금․인력․마케팅 등 비(非)연구개발 지원사업의 연계를 강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 지역 안에서 어떤 연구개발이 어떻게 지원되는지 지방정부도 모르고 있다”는 말은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이제 걸음마 단계인 지방분권을 통한 지역혁신체제 구축

지역혁신 정책 거버넌스 혁신의 핵심으로 강 원장은 “각 중앙부처 산하기관이 수행하고 있는 지역혁신 사업의 기획․평가 기능부터 일차적으로 지방정부에 이양할 필요성”을 꼽았고 여러 토론자들이 이에 공감을 나타냈다. 이와 관련된 바람직한 사례로 2015년 문을 연 ‘부산과학기술기획평가원’(비스텝)이 꼽혔다. 또한 지역혁신체계 구축에서 최첨단 기술에 치우친 혁신양식보다 행위를 통한 학습(learning by doing) 등 경험기반형 혁신양식이 더 적합하다는 지적도 눈여겨봐야 할 처방이다.

<그림> 지역혁신제체 현재와 개선

출처: 문재인 정부 국가균형발전 비전과 전략 2018년 2월
출처: 문재인 정부 국가균형발전 비전과 전략 2018년 2월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이런 방향을 위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4월 지자체 주도형 혁신성장 전략의 일환으로 4개 시범지역(부산, 울산, 충남, 전북)을 선정해 ‘과학기술중심 지역혁신 실천계획’을 마련한 것이다. 단기간 성과가 아니라 중장기(5~10년) 호흡으로 지역혁신을 유발할 수 있는 기초․원천․기반 기술의 개발을 지원하는 게 핵심이다. 일단 중앙부처가 예산을 확보해 사업을 추진한 뒤 점진적으로 사업예산을 지방정부로 이전할 계획이다. 분과토론에서는 이와 함께 대덕연구단지에 집중돼 있는 공공 연구개발 기능을 지역으로 분산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렇지 않다면 적어도 대덕 연구개발 단지가 새로운 기술·제품·서비스의 성능과 효과를 시험할 수 있는 ‘테스트 베드’로 개방되는 혁신적인 움직임은 있어야 한다는 주문도 따랐다.

‘과학기술 기반 바이오경제 대응전략’이라는 소주제는 지역혁신체제 구축에 비해 상당히 가시적인 성과가 두드러진 분야다. 비메모리 반도체, 미래형 자동차와 함께 차세대 3대 주력산업으로 공식 지정될 만큼 ‘임무지향 혁신성장’의 상징으로 꼽힌다. ‘임무(mission)의 가치는 무엇인가?’라는 기준에서 볼 때, ‘국민이 원하고 필요한 연구개발 수행을 통한 삶의 질 제고’, ‘기후변화 등 장기적 사회혁신 기술 개발’ 등과 같은 명확히 설정된 가치와 임무 속에서 관련 사업들이 추진되고 있음을 토론회에서 파악할 수 있었다. 희귀․난치질환 원인 규명과 개인 맞춤형 신약 기술개발을 위한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인공지능 활용한 신약후보 물질 탐색, 치매 등 뇌질환 치료기술 개발, 정보통신기술 활용을 통한 식품 안전 등 구체적인 하위 목표들이 그것이다.

인상적인 부분은 중소벤처 창업과 성장을 지원하는 구체적인 성과가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공공 연구기관이 직접 사업화시키기 위해 연구개발특구 안에 설립하는 연구소 기업이 2017년 이후 16개가 창업해 전체(129개)의 12%를 차지했다. 대학과 연구소가 보유하고 있는 기술을 활용하여 직접 영리활동을 할 수 있는 회사인 신기술 창업 전문회사는 전체(13개)의 77%인 10개나 늘어났다. 연구자가 자신이 개발한 연구결과물을 직접 사업화시켜 창업하는 연구원 창업도 63개나 됐다. 전체 285개의 122%에 이르는 수준이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 생명공학 유망 15개 기업을 지원해 기업공개를 도운 공로로 올해 6월 대한민국 창업우수대학 시상식 특별상을 받은 것도 이런 맥락이다.

바이오헬스 사업화에 기여한 공공연구개발투자, 어떻게 사회에 돌릴 것인가?

바이오헬스에 대한 정부투자 규모는 2014년 이후 민간투자가 많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연간 2조6051억원(2017년 기준)에 이른다. 문제는 바이오헬스에 대한 공공연구개발 투자의 성과를 어떻게 사회에 환원할지에 대한 기준과 목표가 없다는 점이다. 공공연구개발이 바이오헬스 사업화를 통한 영리 추구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면, 그 성과의 일부가 사회에 환원되어 새로운 연구개발의 재원으로 이용되도록 하는 등과 같은 보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는 해당 기업이 일자리를 늘려 고용 창출에 기여했다거나 법인세를 내서 세수를 늘리는 데 이바지했다거나 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위험(risk)과 보상(reward)의 적절한 균형을 추구하는 문제라는 얘기다. 예를 들어 공공 연구개발 투자가 크게 기여한 신약의 가격이 높아서는 안 되고, 이에 따른 지식재산권 보호가 보통 약과 동일해서는 안 되는 것과 같은 성격의 문제다.

‘과학기술 기반 바이오경제 대응전략’이라는 소주제는 지역혁신체제 구축에 비해 상당히 가시적인 성과가 두드러진 분야다. 비메모리 반도체, 미래형 자동차와 함께 차세대 3대 주력산업으로 공식 지정될 만큼 ‘임무지향 혁신성장’의 상징으로 꼽힌다. 고서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초원천정책관이 기조발제를 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미21
‘과학기술 기반 바이오경제 대응전략’이라는 소주제는 지역혁신체제 구축에 비해 상당히 가시적인 성과가 두드러진 분야다. 비메모리 반도체, 미래형 자동차와 함께 차세대 3대 주력산업으로 공식 지정될 만큼 ‘임무지향 혁신성장’의 상징으로 꼽힌다. 고서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초원천정책관이 기조발제를 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미21

 

자료: 과학기술대토론회 자료집
자료: 과학기술대토론회 자료집

임무지향 혁신 정책을 주창하는 영국 제일의 혁신정책 연구역량을 자랑하는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대학의 혁신․공공가치 경제학 교수인 마리아나 마주카토와 같은 학자들을 중심으로 학계에서는 공공연구개발에 힘입은 바이오헬스 혁신의 성과가 사회에 돌아오도록 하는 방안으로 네 가지를 꼽는다. 첫째, 해당 기업의 이윤의 일부가 자사주 구매와 같은 데 전용되지 않고 혁신에 재투자될 수 있도록 할 것, 둘째, 새로운 지식의 편익이 공유되도록 할 것, 셋째, 실제 연구개발투자 비용의 투명성을 높일 것, 넷째, 납세자가 공공연구개발 투자가 기여한 신약에 높은 가격을 내지 않도록 할 것 등이다(‘공공가치 전달을 위한 건강 혁신 재형상화’, 2018년 10월, UCL IIPP(Institute for Innovation and Public Purpose))

위험과 보상의 적절한 균형, 사업화에 대한 공공연구개발의 기여도의 사회 환원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조만간 닥칠 시간문제다. ‘시민참여형 과학문화 패러다임과 과학기술문화의 다양화․고도화’라는 소주제에 비춰 봐도 그렇다. 안성진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이 관련 발제에서 강조한 것처럼 “과학에 대한 대중의 이해는 과학기술에 대한 지지를 강화시키고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원동력”이다. 시민이 참여하는 과학과 시민과 소통하는 과학기술은 자연스럽게 ‘납세자의 세금으로 이뤄진 과학기술․연구개발 투자가 가능하게 한 새로운 사업화와 창업, 관련 기술의 실생활 적용’이라는 문제의식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과학기술에 대한 국민 관심도와 이해도는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성인의 관심도와 이해도는 2016년 각각 37.6점, 27.3점에서 2018년 39.2점, 34.4점으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동안 청소년의 과학에 대한 관심도와 이해도도 45.6점, 33.6점에서 47.2점, 41.3점으로 올라갔다.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배출 경감 등 사회․생활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리빙랩(Living Lab)이 확산될 경우 시민들의 관심도와 이해도는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리빙랩은 시민, 연구자, 지방정부 등이 지역 공동의 문제 해결에 참여하는 개방적 플랫폼으로 참여자 간 협업이 매우 중요하다.

자료: 과학기술대토론회 자료집
자료: 과학기술대토론회 자료집

‘한국형 위성항법 시스템’(KPS) 구축을 향하여

임무지향 혁신 정책에서 미국의 1960년대 아폴로 우주계획은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시민참여형 과학문화 패러다임의 확산을 위한 대표적인 사례로도 꼽힌다. 인간을 달로 보내기 위한 계획이 성공하려면 우주만이 아니라 식품, 의학, 컴퓨터 계산, 재료와 소재, 생물학과 미생물학, 지리학, 전자학, 통신 등 광범위한 분야에 대한 투자와 혁신이 함께 필요했다. 예를 들어 새로운 재료와 소재가 없으면 이 계획은 성공하지 못하고, 인간이 우주에 있기 위해 필요한 식품과 건강에 대한 연구도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는 거대한 사회적 변화를 낳았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우주비행사를 꿈꾸고 실생활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데 관심을 가졌고, 아폴로 계획에 필요한 다양한 세부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한 수많은 사업들에 뛰어드는 위험을 감수했다. 물론 이들 중 많은 사업이 실패했다. 그 결과로 아폴로 계획은 성공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달궤도 우주정거장 설치를 발판으로 2024년까지 다시 달로 돌아가는 이른바 ‘아르테미스’ 계획을 지난해 초부터 꾸준히 추진중이다(달 복귀 계획은 그리스신화의 사냥신의 여신이자 아폴로의 쌍둥이 여동생의 이름을 따 ‘아르테미스’로 불린다). 트럼프는 지난 5월23일에는 우주정책지침2에 서명했다. 상무부 산하에 설치되는 민간기획개선우주정책청(PACEA)이 그것이다. 민간 우주부문을 대표해 일하는, 모든 요구를 충족시키는 기능을 한 곳에 모은 원스톱 기능을 두고 상무부의 상업적 우주 활동들의 조정을 감독하는 게 핵심이다.

이런 흐름을 배경으로 대토론회에서 나온 ‘민간우주개발시대 우주정책 방향’이란 소주제는 매우 흥미로웠다. 2018년 국내에서는 누리호 시험발사체 성공, 독자개발 정지궤도위성 천리안2A호 발사, 차세대 소형위성1호 발사 등의 굵직한 우주 관련 사건이 있기도 했다. 하지만 전북대 신의섭 교수(항공우주공학)의 관련 발제에는 예상과 다른 통계가 있었다. 우주개발 예산이 2015년을 약 7천억원을 정점으로 2018년 6230억원, 2019년 5810억원으로 되레 줄고 있는 것이다.

자료: 과학기술대토론회 자료집
자료: 과학기술대토론회 자료집

미국의 아폴로 계획에는 견줄 바 못하지만, 앞서 언급한 2018년 국내의 우주 관련 3대 사건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임무지향 혁신이 필요하다. 정지궤도위성은 태양발전위성으로 발전해 우주에서 태양 빛을 받아 전기를 생산하고 이를 지상으로 전송하는 프로젝트를 가능하게 한다. 그러려면 고효율의 태양전지, 안전한 무선전력송신기술, 태양발전위성을 쏘아 올리기 위한 대형 발사체, 태양전지판 개발 등 긴 호흡의 임무지향 혁신투자가 필요하다. 계획상으로 한국형 발사체는 산업체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2025년까지 최소 3회 발사로 발사 서비스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으로 돼 있다. 이를 바탕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500㎏ 이하 소형위성 발사 수요를 겨냥해 소형 발사체 플랫폼으로 발전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또한 3개의 정지궤도 항법위성, 4개의 경사궤도 항법위성 등을 이용해 GPS를 대신하는 한국형 위성항법 시스템(GPS)을 구축해 해외의존도를 줄이고 국방과 여객운송 등에 이용하려는 계획도 진행 중이다.

시행착오가 혁신이다!

혁신정책에 시행착오가 따르는 것은 불가피하다. 시행착오가 수반되지 않는 혁신은 거의 없다. 오히려 혁신의 걸림돌은 시행착오를 두려워하는 것이다. 3년으로 접어드는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 정책과 관련해 다음과 같은 총괄적인 물음을 정부 스스로 던져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시행착오가 발생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불행한 사태는 막기 위해서다. 그 속에서 여전히 혁신성장 정책이 구멍에 숭숭 뚫려 있다면 메워야 할 것이다.

위험을 없애는 데 치중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불확실성을 환영하고 있는가?

시장을 단지 교정하는 데 머물지 않고 시장을 공동 창출하면서 형성하고 있는가?

승자를 골라내는 게 아니라 기꺼이 할 의지가 있는 자를 골라내고 있는가?

단순히 비용편익 분석에 머물지 않고 동적인 파급효과를 추구하고 있는가?

책임 회피를 위해 아웃소싱을 하지 않고 공공연구개발 역량을 구축하고 있는가?

위험과 보상의 적절한 균형, 공공연구개발투자와 사업화․창업의 선순환 고리는 구축돼 있는가? [이코노미21]

지난 7월5일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과학기술정책대토론회는 문재인 정부에서 ‘과학기술을 통한 혁신성장 선도’라는 과제가 그동안 얼마나 진척을 이뤘는지를 평가해볼 수 있는 자리였다. 대(大)토론회’라는 이름처럼 과기정통부와 과학기술 관련 정부출연연구기관과 민간연구기관의 대표체가 총망라된 회의였다. 사진=이코노미21
지난 7월5일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과학기술정책대토론회는 문재인 정부에서 ‘과학기술을 통한 혁신성장 선도’라는 과제가 그동안 얼마나 진척을 이뤘는지를 평가해볼 수 있는 자리였다. 대(大)토론회’라는 이름처럼 과기정통부와 과학기술 관련 정부출연연구기관과 민간연구기관의 대표체가 총망라된 회의였다. 사진=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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