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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마침내 볼튼 경질
트럼프, 마침내 볼튼 경질
  • 조준상 선임기자
  • 승인 2019.09.11 1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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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캅-배드 캅’ 관계 1년 5개월만에 종료
재선 과정에서 볼튼 강경노선 부담 점점 커진 듯
3년도 안 돼 국가안보보좌관 네 명이나 바뀌어

[이코노미21 조준상 선임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굿 캅’(좋은 경찰)‑‘배드 캅’(나쁜 경찰) 관계가 끝나게 됐다. 북한과 이란에 대한 군사공격 주장, 베네수엘라 정권교체 시도 등 국제관계에서 매우 호전적인 태도를 보였던 ‘수퍼 매파’인 볼튼의 경질설이 현실화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9월10일 트위터를 통해 “백악관에서 당신의 봉사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존 볼튼에게 전날 밤 통보했다”며 “나는 그의 제안에 크게 반대했고, 행정부의 다른 사람들도 그랬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존에게 사임을 요청했고 그동안 존의 봉사에 감사한다”며 다음 주 후임자를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볼튼은 워싱턴포스트에 보낸 문자 메시지를 통해 “분명히 하건대 나는 지난 밤 사임 의사를 밝혔다. 대통령은 내일 얘기하자고 했다”며 “적절한 시기에 말하겠다. 나의 유일한 걱정거리는 미국의 국가안보”라며 경질설을 부인하며 경질 발표가 갑작스레 이뤄졌음을 내비쳤다.

네오콘의 첨병으로 대외관계에서 수퍼 매파로 통해온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사진: 위키피디아
네오콘의 첨병으로 대외관계에서 수퍼 매파로 통해온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사진: 위키피디아

볼튼의 정확한 경질 사유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최근 몇 주 사이에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대구경 방사포 실험을 계속해온 북한이 제안해온 협상을 재개할지를 둘러싸고 트럼프와 볼튼의 의견 충돌이 있었던 게 아닌가 추정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볼튼과 관계를 빗대 표현한 ‘굿 캅’‑ ‘배드 캅’은 볼튼이 악역을 맡으면 자신이 이를 수습하는 관계를 뜻한다. 트럼프가 볼튼을 해고하려 한다는 설이 지난 5월 나돌았을 때, 트럼프는 볼튼에 대해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갖게 하는 존재’라는 인식을 드러냈다. 볼튼의 호전적인 태도가 외국과 협상에서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본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당분간 경질이 현실화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2018년 4월 트럼프 행정부의 세 번째 국가안보좌관으로 임명된 이후 볼튼은 같은해 5월 ‘이란이 협정을 잘 키지고 있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거듭된 보고에도 이란핵협정(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에서 일방 탈퇴를 선언하고 대이란 제재를 재개하도록 하는 데 앞장섰다. 이란과 북한에 대한 군사공격 주장도 서슴지 않았다. 지난 6월에는 이란 혁명수비대가 미군의 정찰용 드론 'RQ-4 글로벌 호크'를 격추시키는 사건이 일어났을 당시, 트럼프는 이란에 대한 군사공격 결정을 했다가 취소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미국 언론에서는 볼튼의 경질의 배경에 트럼프의 ‘미국 최우선(America First)’ 정책과 볼튼의 ‘모든 곳에 있는 미국(America Everywhere)’ 정책의 충돌이라는 표현이 나오고 있다. 세계 모든 곳에서 일방적인 군사공격을 통해 우위를 확보하는 네오콘의 첨병인 볼튼과 이를 제어하며 전쟁을 피하려는 트럼프의 갈등이 터졌다는 것이다. 특히 대통령 재선에 도전하는 트럼프로서는 북한과 협상을 재개하고, 이란과 갈등은 적절한 선에서 관리할 필요가 있는데 강경노선을 주장하는 볼튼이 점점 더 부담스럽게 다가왔을 것이라는 얘기다.

볼튼 경질로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3년도 안 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네 번이나 바뀌는 상황이 됐다. 일각에서는 후임자를 이른 시일 안에 임명할 수 있겠느냐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당분간 공석이 장기화하면서 트럼프 홀로 가는 상황도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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