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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절실한 것은 ‘총선 중립적’ 확장예산 검토
지금 절실한 것은 ‘총선 중립적’ 확장예산 검토
  • 조준상 선임기자
  • 승인 2019.09.18 13: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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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하게 우려되는 ‘정쟁적’ 국가부채 논란

[이코노미21 조준상 선임기자] 조국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대통령은 임명을 두고 ‘장고’에 들어간다고 했다가 불과 몇 십 분도 안 돼 임명을 강행하는 표변 모드를 선보였다. 그 사이에 누군가가 대통령의 귀를 잡고 설레발을 떨어댔을 것으로 짐작된다. 후보 시절 기자회견에서 쏟아지는 의혹에 대해 밝힌 조국 장관의 해명은 많은 부분이 거짓으로 밝혀지고 있다. 그의 부인과 주변 사람들에게 줄줄이 구속영장이 청구되고 있다. 여당과 법무부는 검찰이 피의사실을 언론에 흘리고 있다며 피의자 인권보호를 위해 이를 원칙적으로 틀어막는 검찰 공보준칙 개정안을 마련해 시행하려 하고 있고, 검찰은 그런 적이 없다며 수사에 개입하는 행위라고 맞서고 있다.

이 과정에서 위선을 상징하는 ‘내로남불’이라는 용어를 모르는 국민들은 거의 없게 됐다. 개혁의 성공은 그 주체와 동력, 시기, 그리고 대상의 역동적 앙상블이 좌우한다고 보면, 이미 조국 장관이 내건 사법개혁의 ‘유인 부합성’(ncentive-compatibility)은 깨진 지 오래다. 다른 이들이 무엇을 하는지에 관계없이 진실함으로써 최선의 결과를 얻거나 적어도 더 나빠지지 않는 경우는 불가능하게 됐다는 얘기다. 지지세력 4명 중 1명꼴로 등을 돌렸다는 분석이 나오는 게 그 증거다.

조국 사태는 ‘공화’의 가치에 대한 부정

사진: 조국 트위터
사진: 조국 트위터

문재인 대통령과 현 정권이 내건 ‘기회의 평등‐과정의 공정‐결과의 정의’는 진보와 보수를 떠나 이념적 스펙트럼에 관계없이 열린사회가 지향해야 할 공공선으로서의 ‘리퍼블리커니즘’(공화의 가치)이다. 박근혜‐최순실이든, 문재인‐조국이든 이를 부정한다면, 칼 포퍼의 말대로 열린사회의 걸림돌일 뿐이다. 사태가 가리키는 방향에 따라 가능한 이른 시일 안에 조국 사태를 신속히 종결시키는 게 필요하다. 종결의 주체가 검찰이 아니라면 상처는 상대적으로 덜할 것이다.

이런 주장을 하는 이유는 ‘조국 사태’의 장기화, 이에 따른 국회 대치의 장기화가 나라경제에 줄 수 있는 위험성이 점점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들어서다. 특히 정부가 심의․의결한 513조5천억원의 내년 예산안에 대한 국회의 승인․의결 과정이 지나치게 정쟁으로 얼룩질 가능성이 매우 높기에 더욱 그렇다. 확장적 예산안이 4월 총선과 겹쳐 있기 때문이다. 야당들은 여당이 총선용 예산을 꾸려갈 것이라는 의심을 키울 수밖에 없고, 여당은 야당들이 경제 살리기 발목 잡는다고 비난하는 모습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렇게 흘러가서는 곤란하다. 우리의 통제권 밖에 있는 대외 경제환경의 불확실성이 점점 짙어지는 상황에서 한국경제가 주요하게 의지할 수 있는 비빌 언덕은 담대하고 확장적인 재정정책 외에는 달리 방안이 없다. 한국은행에는 미안한 얘기일지 모르지만, 심하게 말하면 통화정책에는 그다지 기댈 게 없다. 재정지출 승수를 1.27로 계산하며 확장적 재정지출 예산안을 엄호한 한국은행의 최근 보고서가 갖는 맥락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미 명목 기준금리는 1.5%로 낮을 대로 낮은 수준이다. 금리를 내려봤자, 싸게 빌린 돈은 투자로 이어지기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성을 좇아 토지나 귀금속 광물, 에너지 등과 같은 재생산이 불가능한 자산(non‐reproduced asset)으로 흘러들어가 쉽기 때문이다. 지금도 계속되는 수도권 부동산 가격과의 싸움은 이를 단적으로 상징한다. 이자부담이 줄어 처분가능소득이 늘어날 수 있지만, 가계부채 규모를 감안하면 소비보다는 저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시대적 한계 봉착한 통화정책과 물가안정목표제

게다가 통화정책의 한계는 좀 더 근원적이고 시대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2008년 대금융위기 소비자들이 기대하는 물가를 높이려는 글로벌한 시도는 유로지역과 일본 등 대부분의 발전국 경제에서 실패했다. 그 이유에 대해 활발한 논쟁이 벌어져 왔고 이전의 물가안정목표제를 지지했던 많은 학자들이 이에 의문을 품고 있다. 로런스 서머스 하버드대학 교수(클린턴 행정부 당시 미국 재무차관)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한국은행 목표치 2%에 7년째 밑도는 물가 추이
한국은행 목표치 2%에 7년째 밑도는 물가 추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한국도 사정은 비슷하다. 한국은행이 설정한 물가안정목표제는 7년째 무기력하다. 2013년 이후 소비자물가는 0.7~1.9%에 이어, 올해에는 1% 미만으로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를 밑돌 게 확실시된다. 현실의 물가를 통해 향후 인플레이션이 흘러갈 방향을 추적하며 기준금리를 조정하면 인플레이션 목표치에서 물가를 관리하면서 한국은행의 통제권 밖에 있는 관찰 불가능한 실질 ‘자연이자율’ 또는 ‘중립이자율’을 안정시키는 효과를 얻는다는 물가안정목표제는 심하게 말하면 사실상 붕괴했다는 얘기다. 자연이자율(중립이자율)은 경제를 부양시키지도, 쪼그라뜨리지도 않는다는 일종의 관념의 구성물이다.

‘뉴노멀’이라는 글로벌한 시대적 상황, 불확실성이 점점 커지는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교역의 감소와 국제적인 생산․가치 사슬의 균열과 이완, 일본과의 무역분쟁 등을 감안하면 남는 건 결국 적극적인 확장적 재정지출이다. 이를 통해 성장의 둔화를 최대한 방어하고 미래의 성장동력을 차분하고 내실있게 다져나가는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정부부채는 많아질 수밖에 없다.

내년 정부 지출예산 513조5천억원을 충당하려면 조세수입만으로 모자라 적자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이로 인해 국가채무는 올해 740조8천억원에서 내년 805조5천억원으로 65조원 가량 늘어난다. ‘급증’이라는 표현을 써도 이상할 게 없다.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올해 37.1%에서 39.8%로 2.7%포인트 상승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의 ‘2019~23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이 비율은 2021년 42.1%, 2022년 44.2%, 2023년 46.4%로 높아지는 것으로 돼 있다. 하지만 정당한 우려는 하되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성장을 최대한 방어해야 조세수입 감소를 막을 수 있고 정부부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확장적 재정지출의 근본전제는 바로 이것이다.

지출예산 규모를 삭감하거나 늘리는 건 국회의 권능이다. 하지만 우려를 나타내는 잣대가 정부부채 수준 그 자체여서는 곤란하다. 내년 예산안은 그동안 기획재정부가 세수를 과소추계하고 추경편성을 상시화시키는 수법을 쓰면서도 별다른 근거도 없이 고집해 오던 국내총생산 대비 정부부채 비율 40%가 깨지는 긍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기까지 하다. 이 비율이 깨진다고 해도 한국의 국가부채 수준은 글로벌한 기준에서도 매우 양호한 편이다. 게다가 저금리 상황으로 정부의 적자국채 발행에 따른 이자 부담이 심각하게 늘어나지도 않는다.

정치 불신 배경으로 깔고 있는 ‘중앙은행 독립성’

한국은행 전경. 사진: 이코노미21
한국은행 전경. 사진: 이코노미21

오히려 국회가 가감해야 한다면, 그 기준은 지출항목이 적절한가, 제대로 제때 집행될 수 있는가, 경제관료들의 불필요한 예산확보는 아닌가, 필요한 데 빠진 항목은 없는가 등이어야 한다. 여기에 더해 대외경제환경의 극심한 불확실성, 4월 총선 실시라는 국내 정치환경 등을 감안하면, 내년 지출예산은 ‘총선 중립적 확장적 재정지출’의 프레임을 갖출 필요가 있다. 예산 검토․승인 과정에 지나친 정쟁이 스며드는 것을 이번만큼은 막아보자는 취지에서다.

여러 방안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와 문재인 정부의 혁신경제는 연장선에 있다. 부정하고 싶어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니 이 부문과 관련한 지출예산의 검토․의결은 ‘총선 중립적’이라고 할 수 있다.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에 대한 정부이전지출 역시 마찬가지다. 누가 정권을 잡아도 이와 관련된 이전지출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기초 노령연금을 도입한 건 박근혜 정부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총선 중립적인 확장적 재정지출 항목을 국회 전체가 합의를 통해 마련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고등학교 무상교육을 내년부터 모든 학년으로 확대하는 것으로 여야가 합의 의결하는 것이 여기에 속할 수 있다. 현재는 올해 2학기부터 3학년을 대상으로 적용한 데 이어, 내년에는 2학년으로 확대하는 것으로 돼 있고, 예산은 6600억원이 잡혀 있다. 이걸 1조원으로 늘리면 1학년까지 전면 확대가 가능하다. 절감되는 교육비의 일부가 저축으로 흘러간다고 해도 상당 부분은 민간소비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건강보험 재원과 관련해 정부가 일반회계에서 보험료 수입의 14%를 지원하도록 하고 있는데 정부의 이행 부족으로 이에 미달하는 금액 2014~2018년 4조3264억원에 이른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국회 합의로 이번에 해결해버리는 것도 검토할 수 있다.

통화정책이 무기력한 시대적 상황에서 정치권 전체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갖고 있는 정치적 함의를 진지하게 성찰할 필요가 있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은 자신들에 유리한 정책을 남발하고 이는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이런 영향을 차단하기 위해 중앙은행의 목적과 운영 등에서 독립성을 주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정치 불신’이 중앙은행 독립성의 배경에 깔려 있다는 얘기다. 심하게 말하면 정치에 대한 능멸이다. 2020지출예산 검토․승인이 지나친 정쟁에 휩싸이지 않으면서 총선 중립적인 지향을 갖는다면, 이는 이 능멸에 대한 우아한 보복일 것이다. 그러려면 ‘리퍼블리커니즘’이란 열린사회의 공공선을 부정한 조국 사태가 하루속히 마무리돼야 한다. 지금 절실한 건 국회가 충선 중립적인 확장적 재정지출로 하루속히 방향을 잡아가는 것이다. [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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