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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만리] 북극 쟁탈전으로 번진 미중 패권전쟁
[천지만리] 북극 쟁탈전으로 번진 미중 패권전쟁
  • 김상순 동아시아평화연구원 이사장, 중국 차하얼학회 고급연구위원
  • 승인 2019.09.20 1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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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그린란드 구매의사 밝혀…미국의 그린란드에 대한 세번째 러브콜
중국, ‘육상 및 해상실크로드’에 이어 ‘빙상실크로드’ 추진

[이코노미21] [김상순 이사장]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구매 의사를 밝히자, 키엘센 그린란드 총리는 “국민을 사고 파는 것은 아니다”라며 단박에 거절했다. 라스무센 전 덴마크 총리도 트럼프처럼 트윗으로 “철 지난 만우절 농담일 것”이라는 핀잔을 날렸다. 무안하고 머쓱해진 트럼프는 화를 내며 예정되어 있던 덴마크 방문도 취소할 만큼 그린란드에 대한 고민은 매우 진지해 보인다.

18세기 초 덴마크 영토로 편입된 그린란드는 2009년 주민투표로 자치권을 확대했지만, 외교와 국방은 아직도 덴마크에 의존한다. 약 5만6천명의 인구소국이지만, 주민 88%가 이누이트족으로 독립을 원한다는데, 한반도의 열 배인 약 216만㎢ 면적의 자원대국이 독립하면 단숨에 세계 선두권의 부국이 될 것이다. 80% 이상이 얼어버린 ‘동토의 땅’이지만, 반도의 절반에 갇혀 있는 우리로서는 정말 부럽다. 이럴 때면 조상님들께 투덜대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그린란드에 대한 러브 콜은 이번이 세 번째이다. 1867년 앤드류 존슨 전 대통령이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의 구매 의사를, 1946년 트루먼 전 대통령도 그린란드 구매 비용으로 1억 달러를 제시했다. 그린란드는 자원뿐 아니라, 사실상 군사적 측면의 전략적 가치가 핵심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왜 갑자기 그린란드 땅에 욕심을 냈을까? 그 배경은 바로 중국이다. 중국은 막대한 자금을 축적한 일대일로 계획으로 오랜 시간 동안 북극과 북극항로 장악을 꿈꿔왔다. 전 세계의 자원을 훑고 있는 중국은 지금 그린란드에서도 철광석과 희토류 등의 광물 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붓고 있다.

중국공산당은 2017년 7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모스크바에서 밝힌 ‘북극실크로드’ 개념을 구체화한 내용으로 2018년 1월 26일 ‘북극정책백서’를 발표했다. 2015년에 발표한 ‘육상실크로드’와 ‘해상실크로드’에 이어, 대련을 기점으로 ‘빙상실크로드’를 통해 세계경영의 꿈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의 이러한 연구는 광범위하고 끈질기게 진행되고 있다. 필자가 고급연구위원으로도 활동하는 중국 최대 민간 싱크탱크인 ‘차하얼학회(察哈尔学会)’는 이미 2015년 5월부터 ‘일대일로연구센터’를 발족하고,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를 연구했다. 당시 필자도 자주 참석했던 내부 회의와 포럼에서 이미 ‘빙상실크로드’와 ‘운명공동체’나 ‘이익공동체’ 등과 같은 키워드와 아이디어들이 연구되고 있었다.

북극권에 위치하고 있는 그린란드. 출처=위키백과
북극권에 위치하고 있는 그린란드. 출처=위키백과

이외에도 2015년 하반기부터 중앙과 지방정부소속 연구소, 국책과 민간 및 대학의 연구소들이 이와 관련된 연구 바람이 불었고, 최종적으로는 국무원과 국가발전개혁위원회에서 이 모든 연구들을 취합하여 백서로 완성되었을 것이다.

이 백서의 내용 중에서 필자는 “중국이 북극항로와 북극개발에 참여할 자격이 있다”는 주장에 “참 중국스럽다”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황당한 중국의 두 가지 주장은 뻔뻔하고 속내가 다 드러나 보인다.

첫째, “중국이 북극에 가까운 국가라서, 북극과 관련된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국경선이 닿아있지 않는 중국에서 북극까지 직선거리로만 해도 3000km인데, ‘근접한 국가’라서 참여권이 있다는 주장을 국제사회에 정색을 하고 던지는 중국을 우리는 어떻게 상대해야 할까? 중국을 우리는 너무 모른다.

둘째, 더 황당한 것은 “중국은 북극과 관련하여, 넘보지도 않겠지만, 이 일에 빠지지도 않겠다”는 것이다. 이런 화법이 중국식이고, 모순된 이야기를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표정으로 주장하는 것이 중국공산당의 논리전개 방식이다. 헛웃음이 나오게 하는 것은 이런 주장은 계속 진보되고 반복된다는 것이다. 자기 최면을 걸어서 우선 스스로 빠지면, 다음 주장은 쉬워지는 걸까? 우린 너무 순진하다.

부동산 사업가로 잔뼈가 굵고, 역전의 대명사가 된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정보를 취합하는 과정에서 특유의 ‘촉’으로 뭔가를 감지한 것이 분명하다. 미중 무역전쟁은 작년부터 반복해서 강조하지만 패권전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구매는 부동산 욕심이 아니라 중국공산당이 북극과 북극항로를 정복하려는 꿈을 깨뜨리려는 것이다.

미소 양강의 냉전시대는 주로 군비경쟁이 충돌점이었지만, 미중 양강의 신냉전 충돌은 전방위적인 치킨게임으로 흘러가고 있다. 점점 더 트럼프 대통령이 “좋았다와 미웠다”를 반복해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중국을 잡는 방법을 아는 트럼프 대통령을 우리는 또 어떻게 감당해야 할까? [이코노미21]

칼럼 영상참조: 【김상순박사의 동아시아TV】 https://www.youtube.com/watch?v=b14Xb5yJa1w&feature=youtu.be

그린란드의 수도이자 최대도시인 누크(그린란드어: Nuuk) 전경. 사진=위키백과
그린란드의 수도이자 최대도시인 누크(그린란드어: Nuuk) 전경. 사진=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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