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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이제서야 경기하강 인정…최저임금 급등 경기인식 오류
통계청, 이제서야 경기하강 인정…최저임금 급등 경기인식 오류
  • 조준상 선임기자
  • 승인 2019.09.23 0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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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고점 늑장 인정과 최저임금 급격 인상 2년
2017년 9월부터 24개월째 경기하강 중
겉과 속 다른 경기 하강 인식…커뮤니케이션 혼돈 낳아
취업자 증가 급감에 준 효과는 극구 부인

[이코노미21 조준상 선임기자] 그렇게 미루더니 마침내 인정했다. 통계청은 경기하강이 2017년 9월부터 시작됐다고 지난 9월20일 공식 발표했다. 2013년 3월 저점에서 시작된 경기상승이 역대 최장인 54개월 지속되다가 그때부터 꺾였다는 것이다. 올해 2월 통계청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6월에 경기고점이 언제였는지 확정 발표할 예정이라고 하더니 무려 3개월이나 늦어진 것이다.

24개월째 경기가 하강 중이라는 발표가 부를 수 있는 파장을 줄이기 위해 어지간히 신경 쓴 흔적은 역력하다. 보도자료 배포시간이 그렇다. 짧게는 주말을 앞둔 금요일 오후 3시로 느지막하게 잡은 것이나, 길게는 지난 9월11일 8월 취업자가 전년 동월 대비 45만2천명 증가해 8월 기준으로 5년 만에 최대 수준으로 껑충 솟아오른 뒤다.

경기순환 도표 - 한국경제는 2017년 9월부터 제11 순환기 하강 국면에 들어갔다. 자료: 통계청
경기순환 도표 - 한국경제는 2017년 9월부터 제11 순환기 하강 국면에 들어갔다. 자료: 통계청

여러 민간연구소들로부터 2017년 3분기나 4분기부터 경기하강에 들어갔다는 진단이 나온 지는 1년도 훨씬 전의 일이다. 이쪽에서 보면 늦어도 한참 늦은 뒷북인 셈이다. 경기순환 주기 공식 확정에 필요한 정확함과 신중함을 감안하면 민간 부문보다 뒤늦은 것은 당연한 측면이 있다. 또한 경제심리의 지나친 위축을 부를까봐 정부가 속으로는 경기하강을 인정해도 겉으로는 부인하는 커뮤니케이션(소통) 전략도 감안해야 한다. 말은 경기하강 인정에 소극적이면서 실제행동은 경기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말 따로 행동 따로’의 압권은 지난해 8월28일 심의․의결한 2019년 예산안 발표 때다. 전년 대비 9.7% 늘린 470조5천억원의 확장적 재정지출을 의결했음에도, 경기의 ‘긍정적 요인’과 ‘모멘텀’이 계속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성장률 전망 하향조정, 취업자 증가폭 급감, 소득격차 확대, 소비자심리지수 하락 등 경기 둔화 조짐을 부인하면서 확장적 재정지출을 옹호하며 내건 명분은 “경제와 사회의 구조적 문제점 해결”을 통해 경제 활력을 높인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고용 부진의 배경으로 당시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경기적 요인’을 빼먹지 않고 거론했음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불가피성을 인정한다고 해도 이런 커뮤니케이션 전략도 정도껏 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이었다. 지난해 내내 계속된 취업자 증가폭 급감과 소득격차 확대를 설명하는 변수들에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준 효과를 부정 또는 무시하려는 정권 차원의 끈질긴 시도가 그 상징이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불협화음도 이 속에서 발생한 일이다. 부정․무시의 맥락에서 나온 주요한 논리가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든 게 취업자 급감의 주요한 이유라는 ‘궤변’이다(http://www.economy21.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05320). 인구요인이 주는 취업자 효과는 학원 등과 같은 교육서비스업 쪽을 빼면 그리 두드러지지 않는다. 경제활동인구는 취업자와 실업자로 이뤄지는데, 경제활동인구가 준다 해도 실업자가 감소하면 취업자가 감소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업자도 늘고 취업자 중가도 급감한 게 현실이었다.

24개월째 경기가 내리막이라고 공식 선언된 지금, 어색함을 넘어 그로테스크(기괴)하기까지 했던 정부의 커뮤니케이션은 자기 내부로부터의 ‘자가당착’과 ‘혼돈’이라는 평가가 가능하다. 최저임금의 급속한 인상은 긍정적 요인이 경기를 지배하고 있다는 겉치레 차원에서 적극 방어해야 하고, 취업자 증가에 주는 부작용은 부정 또는 무시하는 쪽으로 정부 커뮤니케이션은 흘러가게 된다. 상당한 확장적 지출예산 편성이 보여주듯이 속내는 경기 둔화에 쏠려 있는데,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릴 경우 결과적으로 ‘자영업 구조조정을 노린 것 아니냐?’는 당연한 물음을 불러오게 된다.

2017년 5월 현 정부 출범 직후 지난해 최저임금이 16.4%로 결정된 것은 이해하고 넘어갈 구석이 있다. 하지만 올해 최저임금을 10.6% 올리기로 한 2018년 7월 결정은 그러기 어려워 보인다. ‘자영업 구조조정 하겠다는 거였네?’라는 비판과 정책 실패라는 평가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반도체 경기가 주는 착시 효과에 빠져 경기를 낙관적으로 보고 소득주도성장을 무리하게 밀어부쳤다는 비판도 가능하다(적어도 2018년 청와대 정책라인이나, 전임자인 김동연 부총리와 달리 취임 직후 취업자 증가의 급격한 둔화에서 ‘경기적 요인’이 주는 효과를 아예 빼버린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이런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듯하다).

그렇다면 ‘소득주도성장(소주성)’은 폐기해야 할 성질의 문제일까? 근로소득을 포함해 일하는 사람들의 가처분소득을 높이고 소득격차를 줄이는 다양한 방안을 입체적으로 시행해 성장에 기여한다는 소주성은 ‘성장 노선(정책)’이라기보다는 성장과 분배를 아우르려고 하는 일종의 ‘경제철학’으로 자리매김하는 게 적당하다. 이 경제철학은 경기가 상승기든 하강기든 적절하게 실현돼야 한다. 여기서 나온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분명한 정책 실패였다. 특히 휴․폐업이 자연스레 늘어나는 경기하강기에 자영업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것이었냐는 의심까지 품게 했으니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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