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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만리] 건국 70년, 중국의 위기와 기회
[천지만리] 건국 70년, 중국의 위기와 기회
  •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
  • 승인 2019.09.26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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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간 보지 못했던 대혼란’이라는 최대의 불확실성 중국 엄습
시진핑 사상, 방법론이나 실천론에서 명확한 방향 제시하지 못해
이념과 통치 방식의 현대화 과정 미래 중국의 운명을 좌우할 만큼 중요해

[이코노미21] [강준영 교수] 일반적으로 10년 주기의 기념일을 특별히 중시하는 사회주의 중국에게 2019년은 특별하다. 중국 최초의 민중운동 성격을 지닌 오사(五·四)운동 100주년, 개혁·개방의 와중에서도 중국식 압제의 전형을 보인 천안문(天安門)사태 30주년의 해이며, 중국의 부상을 이끈 개혁·개방 40주년을 막 지난 첫해이기도 하고 시진핑 체제가 그토록 강조하는 공산당 창당 100년과 중국 건국 100년이라는 두 개의 백년 중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1년 앞둔 시점이기도 하다. 현 중국 지도부에게는 지난 70년 중국의 성과를 세계적으로 과시하면서, 2050년 세계 최강의 국가 달성이라는 목표를 위해 징검다리 역할을 해야 하는 관건의 시기이기도 하다.

1949년 10월 1일, 4년여에 걸친 국민당과의 치열한 내전에서 승리한 중국공산당 지도자 마오저뚱(毛澤東)은 중화인민공화국이라는 ‘사회주의 신(新) 중국’의 건국을 선언했다. 그로부터 70년, 사회주의의 순수성을 강조하면서 정치투쟁으로 점철됐던 마오저뚱 시기를 거쳐 중국에서의 사회주의를 새롭게 해석한 ‘중국 특색론’에 의거한 떵샤오핑(鄧小平)의 적극적인 개혁·개방 정책 추진 그리고 이어지는 장쩌민(江澤民)·후진타오(胡錦濤) 시기를 지나면서 세계 2위의 경제체가 되었고 그에 걸 맞는 국제적 지위와 영향력도 확보하는 세계적 국가로 성장하였다. 특히 사회주의의 정치적·사상적 일원성을 강조하면서 중국의 꿈(中國夢)을 강조하는 시진핑(習近平) 체제는 대외영향력의 외연적 확대를 강력히 투사하기 시작했고, 미국의 강력한 견제를 받으면서 국제질서 주도권을 놓고 미국과 치열한 경쟁을 하는 중이다.

그러나 중국 앞에 펼쳐진 현실은 녹록치 않다. 시진핑 국가주석도 누차 강조했지만 이미 알려져 있는 위험 요인들에 의해 발생 개연성이 높고 파급력이 크지만 사람들이 간과하는 위험을 뜻하는 ‘회색 코뿔소’(Grey Rhino)와 극단적으로 예외적이어서 발생가능성이 없어 보이지만 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과 파급효과를 가져오는 ‘블랙 스완’(Black Swan)이 혼재되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점차 미궁으로 빠져들면서 장기화되는 미·중 무역 분쟁과 이에 따른 양국 갈등의 확대, 일국양제(一國兩制)의 실험장으로 중국 통일의 초석이 되어야 할 홍콩 시위의 지속 그리고 계속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확산 전략의 차질 등은 공산당 통치의 정당성과 합법성을 담보해왔던 경제 성장의 효과를 빠르게 상쇄시키고 있다. 시진핑이 강조한대로 ‘백년간 보지 못했던 대혼란’이라는 최대의 불확실성이 중국을 엄습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부상의 상징이었던 경제도 예전 같지 않고, 국민들은 식품안전 등 민생에 대한 불만을 적극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티베트와 위구르의 인권문제도 연일 도마에 오르고 있으며 진정되지 않는 홍콩 사태는 당 내부에서 시진핑의 리더십까지 위협하는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시진핑이 강조한대로 ‘백년간 보지 못했던 대혼란’이라는 최대의 불확실성이 중국을 엄습하고 있다. 중국 베이징에 있는 인민대회당 전경, 사진=위키미디어
시진핑이 강조한대로 ‘백년간 보지 못했던 대혼란’이라는 최대의 불확실성이 중국을 엄습하고 있다. 중국 베이징에 있는 인민대회당 전경, 사진=위키미디어

어느 나라든 위기는 있다. 세계적 경기침체나 불확실성은 중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문제의 핵심을 이를 해결하는 방식에 있다. 그러나 집권 7년차를 맞은 시진핑 체제는 70년 중화인민공화국 역사에 걸맞지 않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특히 중국이 여전히 사회주의 이념의 강조를 통해 문제를 극복하려 한다는 점은 우려가 된다. 이미 ‘시진핑 신시대 중국특색 사회주의 사상’이라는 새로운 이데올로기를 내세운 시진핑 체제는 강력한 사회주의성에 초점을 맞추어 중국의 강압적 안정을 도모한다. 정치안전(政治安全)이라는 용어로 일원화된 당 중심 통치를 강조하더니 얼마 전에는 마오시대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투쟁(鬪爭)이라는 용어를 다시 들고 나왔다. 대외적으로는 협력이나 조화를 내세우면서 내부적으로는 투쟁을 강조하는 아이러니를 보여주고 있다. 기자가 되려면 ‘시진핑 사상’ 시험을 통과해야 하고 강국을 학습하자는 것인지 시진핑을 배우자는 것인지 애매한 쉐시창궈(學習强國)라는 앱으로 사상을 통제하고 있다. 시진핑 사상은 기존 마오저뚱사상(毛澤東思想)이나 떵샤오핑이론(鄧小平理論)과 달리 방법론이나 실천론에서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지 못하다. 중국 국민들도 분명 예전의 중국인들이 아닐텐데 여전히 이념적 속박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아쉬움이 든다.

또 하나는 국제사회와의 소통이다. 국력의 성장은 중국의 경험에서도 나타나듯이 국제사회에서의 책임과 의무를 증대시킨다. 일방적으로 미국 압박정책의 피해자라는 이미지의 확대만 가지고는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우군을 확보할 방법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다. 중국이 강조하는 ‘중국식 발전모델(中國模式)’의 가치성과 보편성을 담보하는 체계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강조하듯 미국의 대중 압박은 중국의 대미 의존을 줄이고 독립성을 제고하는데 좋은 기회일 수도 있다. 문제는 이것이 보편적이어야 하며 다른 국가들의 고개도 끄덕이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국내적 설득과 대외적 설득이 다른 방식이어서는 설득력을 확보할 수 없다. 중국이 건국 70년에 맞이한 위기는 성숙한 국가 중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기회가 될 수도 있음은 중국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념과 통치 방식의 현대화 과정은 미래 중국의 운명을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 [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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