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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타 툰베르크의 기후변화 절박성 호소
그레타 툰베르크의 기후변화 절박성 호소
  • 조준상 선임기자
  • 승인 2019.09.27 13:1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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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도 보고서’ 내용과 실천에 대한 ‘이성적 감성’의 연설
한국은 여야 초월한 ‘기후내각’ 구성으로 답해야

[이코노미21 조준상 선임기자] 누구나 한 번쯤 눈부시게 번뜩이는 각자의 ‘찰나의 진실’을 경험해봤을 것이다. 혹자는 그때의 경험을 번개에 얻어맞은 듯 온 몸이 얼어붙은 전율로 표현하고, 혹자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촉촉해지는 눈망울로 묘사하기도 한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르키메데스에게는 “유레카(알아냈다)!”라는 환희의 감탄사였다.

지구가, 기후변화가, 그리고 이에 대한 어른들의 소극적이고 뜨뜻미지근한 대응이 16살의 나이에 환경운동가로 삶의 진로를 결정해버린 그레타 툰베르크가 지난 9월23일 유엔 총회와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한 연설을 보고 듣는 것도 누군가에게는 ‘찰나의 진실’을 경험하는 순간이지 않았을까 싶다. 일부 언론은 ‘격정의 연설’이라는 꼬리표를 달았지만, 15살 소녀의 연설에는 ‘찬 이성, 더운 가슴’이 온전히 담겨 있다고 평가하는 게 옳다. 지난해 10월7일 인천에서 열린 기후변화정부간패널(IPCC) 제5차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지구 온난화 1.5도 보고서’ 내용과 실천적 함의를 감정에 버무려진 이성 속에서 또렷하게 요약했기 때문이다.

이 소녀는 말했다. “당신들이 정말로 이해하고도 행동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당신이 악하다는 의미”라고 말이다. 그리고 또 말했다. 2030년까지 탄소 배출을 (2010년 대비) 50% 감축한다는 일반적인 목표를 달성한다고 해도 장기적으로 1.5도의 지구 온도 상승을 피할 확률을 50% 줄여준다는 의미일 뿐 “우리는 50%의 위험성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항변으로 말이다(보고서는 2010년 대비 45% 감축으로 돼 있다).

가레타 툰베르크와 '미래를 위한 금요일'. 사진: FFF
가레타 툰베르크와 '미래를 위한 금요일'. 사진: FFF

겉으로 ‘1.5도 보고서’는 2050년까지 1인당 국내총생산이 연간 약 3%씩 증가하는 것으로 돼 있다. 경제성장률이 2%를 웃돌면 그나마 잘 나가는 것으로 치부되는 지금의 세계경제 실정에 비춰봐도 엄청난 낙관주의인 셈이다. 하지만 보고서의 이면에서 기후변화가 함축하는 ‘성장의 한계’가 곳곳에 스며있다(http://www.economy21.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05762). ‘녹색성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성찰이 행간이 깔려 있다는 얘기다. 원하는 목표 달성에 화석연료 축소와 재생에너지 활용이 미진할 경우, 이 차이를 메우는 유일한 대안은 조림사업 확대․강화와 식생활 개선을 통한 육류소비 축소가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다. 바이오에너지․탄소포집․저장(BECCS)도 강조하고 있지만, 바이오 연료 작물 을 키우는 데 필요한 경작지의 협소함이나 엄청나게 떨어지는 비용효율성, 또 다른 생태계 파괴 위험 등을 감안하면 대안이라고 내세우기가 민망스러울 정도다.

온실가스 감축의 대안으로 원자력발전도 배제하지 않은 보고서의 핵심은 절박성이다. 이 절박성 앞에 행동하지 않음은 ‘악’이라는 말로밖에 달리 표현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보고서는 마틴 와이츠먼 하버드대학 교수가 재앙적 기후변화에 대한 경제적 연구에 기여한 핵심 개념인 ‘기후 민감성’을 온전히 담고 있다. 이 개념의 핵심은 기후시스템의 ‘되먹임 효과’(feedback effect)의 불확실성이다. 단순히 이산화탄소 농도가 두 배 증가하면 해수면 온도를 1.3도 올리는 데 그치지만, 기후시스템의 되먹임 효과를 통해 잠재적인 증가수치는 8도, 9도, 심지어 10도 이상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온실가스 증가→더 많은 수증기 증발→더 적은 얼음→온난화 강화~’의 되먹임 과정이 작용한다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원금에 대해 이자가 복리로 불어나는 것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이 해수면 온도가 8도 이상 올라가는 확률을 줄일 수 있지만, 5~8도에서 올라가는 확률을 줄이는 데는 그다지 기여하는 게 없다는 게 와이츠먼 교수가 말하는 ‘암울한 정리’(dismal theorem)다.

‘1.5도 보고서’는 와이츠먼의 이 ‘암울한 정리’를 “평균에 묻힌 극단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더 잦고 강력한 고온, 더 파괴적인 태풍, 더 높은 해수면 등은 훨씬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낳는 복합적 효과를 가져온다”는 말로 표현하고 있다. 툰베르크가 어른들을 째려보며 말한 “우리는 50%의 위험성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말도 바로 이것을 가리킨다. 평균의 함정에 빠져들지 말고, 거기에 안주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다. ‘격정의 연설’이라거나 ‘너무 급진적’(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이라는 평가는 이를 제대로 포착하지 못하는 것이다.

15살의 이 소녀가 파리기후변화협정을 지키라며 스웨덴의 정책 변화를 촉구하며 2018년 9월8일 스웨덴 국회 앞에서 시작한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ForFuture) 운동은 이제 전 세계로 확대되고 있다. 그리고 이 운동은 지구를 위한 미래세대의 운동이 아니다. 오히려 인류의 구성원으로서 15살 소녀까지 지구를 이대로 놔둬선 안 된다는 절박한 호소다. 기후변화는 ‘세대 간 공정성’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기후충격>이란 책에서 와이츠먼 교수는 “(세대 간 공정성이 아니라) 재앙적 위험에 대한 보험 정책으로서 기후변화를 강력히 완화시켜야 한다”고 표현한 게 바로 이것이다. 당연히 보험료는 소득 불평등을 감안하며 현재세대가 아니라 모든 인류가 지금 당장 내야 한다. 육류 소비를 줄여나가고 화석연료를 가급적 덜 써나가고, 에너지 효율적인 건축물 규제와 삼림녹화사업을 강화시키는 방식으로 말이다.

대통령은 지난 9월23일 유엔 연설에서 한반도 평화와 함께 대한민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여러 가지 녹색성장 관련법을 소개하며, 2020년 ‘녹색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 ‘제2차 P4G 정상회의’를 주최한다고 밝혔다. 툰베르크의 절박성 호소에 비춰보면 너무 단조롭고 한가롭다.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밝히려면 뭔가 다른 데서 나와야 한다. 2008년 기후변화법에 따라 설립된 영국의 독립적인 기후변화위원회는 지난 7월10일 영국 정부에 기후변화에 대한 접근법을 변화시키라며 매우 중요한 제안을 했다. 참고할 만하다.

영국 기후변화위는 거버넌스를 바꿔서 총리가 의장을 맡고 재무장관을 비롯한 관련 각료들과 모든 정당의 대표들을 포함하 ‘기후내각’을 설치하라고 촉구했다. 사실상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처칠의 전시내각처럼 기후내각을 구성하라는 요구다. 대통령은 ‘국가기후환경회의’라는 거창한 이름의 기구가 지난 4월29일 대통령 직속으로 출범시켰다.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하는 일은 매우 ‘협소’하다. 이 기구 앞에는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

내년에 기후변화 관련 중요한 국제회의를 개최하는 만큼, 뭔가 혁신이 필요하다. 이 이름만 거창하고 협소한 기구를 구무총리가 의장을 맡고 모든 정당 대표들이 참여하는 한국판 ‘기후내각’으로 발전시켜보는 거버넌스 개편을 논의하는 것이다.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한국 정부의 접근법은 세계적인 주목을 받을 것이다. 기후변화가 진영 정치로 얼룩진 한국 정치에서 ‘협치’의 핵심의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기후변화의 재앙적 결과에 대한 보험을 드는 데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스웨덴 출신의 15살 어린 소녀 가레타 툰베르크의 호소는 대한민국에서 이렇게 실현돼야 한다는 희망을 품어본다. [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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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일 2019-09-28 09:38:35
Greta가 성으로 나왔던데. 가레타라고 발음하는 게 맞나요? 그레타 툰베르그나 툰베리가 맞는 거 아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