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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비무장지대)를 PLZ(평화생명지대)로!
DMZ(비무장지대)를 PLZ(평화생명지대)로!
  • 인제/조준상 선임기자
  • 승인 2019.09.28 12: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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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Z페스티벌, 비무장지대에 울려퍼지고 있는 평화의 진혼곡

[이코노미21 조준상 선임기자] 사람에겐 ‘달력시간’만 있는 건 아니다. ‘크로노스’로 불리는 이 시간은 1분 60초, 1시간 60분, 1일 24시간, 1년 365일처럼 과거에서 미래로 일정한 속도로 기계적으로 흘러가는 양적인 시간이다. 하지만 증시가 폭락할 때 손실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남보다 1초라도 먼저 내던지려는 이들은 ‘일각(15분)이 여삼추’라는 말이 허풍선이들의 말장난이 아님을 실감한다. 어떤 이들은 하루가 24시간인 게 아쉬울 정도로 짧고, 일상의 나른함과 지겨움에 지친 어떤 이들에게 하루가 24시간인 게 야속하기도 하다. 이렇게 사람들에겐 저마다의 ‘카이로스’가 있다. 주관적인 질적인 시간이다.

PLZ 연주회 장면

수십 년의 원한과 분노를 풀고 평화를 염원하는 ‘진혼’(鎭魂)의 시간은 ‘카이로스’다. 지난 9월27일 오후 6시 강원도 인제군 서화면 서화리 점고개에 자리잡은 한국DMZ생명평화동산에서 열린 ‘PLZ 페스티벌’의 개막공연은 ‘평화를 위한 기도’로 시작됐다. 페스티벌의 예술감독인 임미정 한세대 교수의 피아노 연주곡 ‘베네딕투스(찬미) - 무장한 사람: 평화를 위한 미사’는 1998년 2월~1999년 6월의 발칸반도 코소보로 우리를 데려갔다. 이 곡은 영국의 작곡가 칼 젠킨스가 코소보 사태의 참상에 영감을 받아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을 담았다. 임 감독은 “포탄이 터지는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선율에 이끌렸다”고 했다.

어둠이 깔리고 조명이 환하게 비추는 야외극장에 ‘작은’ 장엄함과 ‘작은’ 경건함과 ‘작은’ 평온함과 ‘작은’ 환희와 ‘작은’ 따사로움이 피어올랐다. 극장에는 이 지역의 시민들과 군인들, 관계기관과 지방자치단체의 인사들, 서울서 내려온 언론인들과 시민들 200여명이 모 였다. 우리에게 1992년 알 파치노 주연의 영화로 알려진 탱고 리듬의 ‘여인의 향기’는 현악 8중주의 선율로 공연의 끝을 장식하며 참석자들에게 ‘작은’ 경쾌함을 안겨줬다. 그렇게 크로노스 120분이 흘러갔다. 아마도 참석자 모두의 카이로스는 분명히 짧았을 것이다. 물론 3만평 대지 위에 숨쉬는 모든 생명들에게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PLZ 연주회 장면

다음날 비무장지대 군사분계선으로부터 1㎞ 아래에 있는 을지전망대가 올려다 보이는 양구전쟁기념관 앞에서 애잔한 바이올린과 따뜻한 목관 5중주의 선율이 잔잔하게 울려퍼졌다. 산너머 북쪽으로도, 한국전쟁 때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사발 모양의 펀치볼 분지로도 흘러갔을 것이다. 묵묵히 삶을 살아내며 평화를 바라는 주민들에게, 안보와 평화를 위해 이 곳을 지키는 남과 북의 젊은이들에게, 생명이 스러져 대지에 스며든 남과 북, 그리고 유엔군으로 참전했던 수많은 넋들에게 위안과 평화를 줬을 것이다.

그리고 비무장지대에서 추스린 한국전쟁 당시 전사한 166구의 유골을 포함해 한반도와 코소보와 모든 분쟁지역의 희생자들에게 진혼의 선율이 다가갔을 것이다. ‘상투스, 베네딕투스, 아누스 데이!’((평화여!) 거룩하시도다, 찬미받으시도다, 우리 모두는 당신의 어린 양이로소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비무장지대(DMZ; DeMilitarized Zone)를 평화생명지대(PLZ; Peace․Life Zone)으로 만들자는 가치를 내걸고 열리고 있는 ‘2019 PLZ 페스티벌 - 평화와 생명의 땅을 노래하다’ 는 지난 9월26일부터 시작돼 10월5일까지 강원도 인제군과 양구군 일대에서 열리고 있다. 강원문화재단, 강금실 전 법무장관이 대표를 맡고 있는 포럼인 ‘지구와사람’, (사)하나를위한음악재단이 공동 주관하고, 강원도, 인제군, 양구군 3개 지방자치단체의 공동 주최다. 비무장지대에 국제기구를 설치하고 유엔지뢰행동조직의 도움을 받아 지뢰를 제거하면서 이 지대를 국제평화지대로 만들자는 꿈과 희망에 소중한 윤활유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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