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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급여 줄까봐 기초생활수급자 4만9천명 기초연금 신청 안해
생계급여 줄까봐 기초생활수급자 4만9천명 기초연금 신청 안해
  • 조준상 선임기자
  • 승인 2019.10.04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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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연금 받은 만큼 생계급여 줄이는 ‘줬다 뺐는’ 문제점
기초생활수급자격 잃을까 염려도
기초연금 수령비율 66.7%로 법정 70% 미달

[이코노미21 조준상 선임기자] 65살 이상 기초생활수급을 받고 있는 노인 중 기초연금을 신청조차 하지 않은 인원이 4만9천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소하 의원(정의당)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해 10월4일 발표한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올해 8월 말 기준으로 65살 이상 기초생활수급자 45만5천명 중 기초연금을 받는 인원은 40만5천명이다. 저소득 노인 4만9천명이 연령과 소득 등 수급자격을 충족하고 있음에도 기초연금을 받고 있지 않는 것이다. 또한, 65살 이상 노인은 올해 8월 말 현재 788만6천명인데 이 중 기초연금 수령자는 66.7%인 525만8천명에 그쳐 법정 수준인 70%를 밑돌고 있다.

이유에 대해 윤 의원실은 “기초연금을 지급받을 경우 연금액만큼 생계급여에서 공제되어 아무런 혜택이 없을뿐더러 오히려 처분가능소득이 늘어나는 효과로 인해 기초생활수급 대상에서 탈락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기초연금 받아봤자 생계급여에서 도로 뺐어가고’ ‘받아봤자 기초생활수급 자격을 읽을까봐’ 아예 신청을 안 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 수급자 중 기초연금 수령자 비율(자료: 윤소하 의원실)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 수급자 중 기초연금 수령자 비율
(자료: 윤소하 의원실)

줬다 뺐는 현 제도의 문제점으로 인해 이렇게 신청조차 하지 않은 저소득 노인 수는 2017년 12월 말 4만2905명에서 2018년 12월 말 4만7526명, 2019년 4만9232명으로 14.7% 증가했다. 기초생활수급자에 대한 급여 종류는 생계급여, 의료급여, 주거급여, 교육급여 등 4가지로 나뉘는데, 각종 소득과 부동산 등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한 금액을 더한 소득인정액이 기준 중위소득의 일정 수준 이하를 밑돌면 지급된다. 생계급여는 30% 이하이고, 의료급여 40% 이하, 주거급여 44% 이하, 교육급여 50% 이하다.

‘줬다 뺐는’ 문제로 인해 기초연금을 받고 있는 40만5천명도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온전한 혜택을 보고 있지도 못하다. 생계급여만 받고 있는 수급자, 의료급여만 받고 있는 수급자, 생계급여와 의료급여를 모두 받고 있는 수급자로 구분해 증가율을 살펴봤더니, 생계급여 수급자의 경우 2015년 53.7%였으나 2019년 6월 29.6%로 낮아졌다. 이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이른바 ‘보충성의 원리’에 따라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를 받을 때 이전 달에 받았던 기초연금액이 고스란히 공제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기초연금을 신청한 저소득 노인들이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를 포기하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같은 기간 동안 의료급여 수급자도 98.1%에서 96.6%로, 생계급여와 의료급여를 모두 받고 있는 수급자도 92.7%에서 89.3%로 낮아졌다.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액도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65살 이상 수급자의 경우 2017년 12월 1인 가구 26만4670원에서 2019년 6월 현재 21만1174원으로 5만3496원 감소했고, 같은 기간 동안 2인 가구는 50만9264원에서 44만9530원으로 5만9734원 감소했다.

보건복지부는 생계급여 기준액보다 모자라는 금액만 보충해서 지원해준다는 원리에 따라 기초연금을 받으면 생계급여 기준이 되는 소득인정액이 올라가 기초연금을 받은 액수만큼 생계급여 지원액을 삭감한다. 근거로는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자신의 소득·재산, 그리고 다른 법률의 지원에도 최저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경우에만 보충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점을 꼽는다. 하지만 보편적 수당 방식의 기초연금에 이런 보충성 원리를 적용하는 데 대한 정당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정부가 기초연금을 올려도 상당수 노인들이 혜택을 못 보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기초연금은 지난해 9월 25만원으로 오른 데 이어, 올해 4월부터 소득하위 20%(약 154만4천명)에 대해 30만원으로 인상했지만, 154만4천 명 중 기초생활수급자 40만5천명은 인상 혜택을 전혀 보지 못한다. [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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