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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만리] 사전 외교전략의 중요성…中 건국 70주년 행사와 김정은 방중설
[천지만리] 사전 외교전략의 중요성…中 건국 70주년 행사와 김정은 방중설
  • 주재우 경희대학교 중국어학과 교수
  • 승인 2019.10.04 15: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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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건국 70주년 행사에 김정은 미참석은 충분히 예측 가능
시진핑과 왕이 방북기간 중 북중수교 70주년 의미 함께 해
북미정상 만나지 않는 동안 북중정상회담은 없을 것

[이코노미21] [주재우 교수] 중국은 지난 1일 건국 70주년을 맞았다. 예상했듯 건국 기념행사는 성대했다. 천안문 광장에서 거행된 열병식에서 중국의 부강함을 만천하에 알렸다. 또한 시진핑 국가주석은 기념사를 통해 ‘중국의 꿈’이 부단하게 추진될 것이라는 결의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가 기념사에 강조한 것은 네 가지였다. 첫째, 중국의 위대한 역사의 업적을 끊임없이 창조해야 한다. 둘째, ‘일국양제’의 방식을 견지하며 평화 통일의 과업을 일궈내야 한다. 셋째, 평화발전을 이룩한다. 마지막으로 중국의 핵심이익을 수호하고 세계 평화에 기여하기 위한 중국군의 역할을 강조했다.

시진핑 기념사의 내용이 우리의 귀에 생소하게 들리지 않았다. 새로운 내용이 없어 보인다. 행사 내용도 우리의 눈에 특이한 게 없어 보였다. 중국의 국부라고 일컫는 손중산의 영정도 10년 전과 같이 다시 출현했다. 영정 앞에서 기수단이 출발하고 중국의 54개 민족을 상징하는 의미에서 54발의 예포도 발사됐다. 천안문 망루에는 역대 국가주석들과 지도부가 대거 참여했다. 열병식에서는 건국 65주년 행사 이후 그동안 개발된 새로운 첨단무기들이 공개 되었다. 그러면서 그 규모는 또 한번 역대 최대의 것으로 기록되었다.

여기서 한 가지 눈여겨 볼 사안은 외빈이 초대되지 않은 사실이다. 지난 6월부터 김정은의 방중설은 끊이지 않았다. 6월 시진핑 주석이 방북하면서 그를 초청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했다. 그리고 지난 달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다시 한번 평양을 방문하면서 김정은 위원장을 건국절 행사에 초청했는지 여부에 대한 많은 관측이 있었다.

이런 관측 속에서 다시 제기되는 질문들은 그의 방문 일정을 둘러싼 궁금증에서 비롯되었다. 그의 방문이 전적으로 1일의 건국절 행사에만 초점이 맞춰질 것인지. 아니면 6일 북중수교 70주년을 맞아 그의 방중이 이뤄질 것인지. 아니면 국가적인 차원에서 유의미한 두 행사를 모두 참석하기 위해 중국을 장기간 방문할 것인지. 방문하면 1일에서 6일까지 김정은은 중국에서 어떠한 스케줄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모두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런 문제를 둘러싸고 우리의 언론도 분주했다. 그러나 결과는 그의 중국 방문은 이뤄지지 않았다. 중국의 70주년 건국행사에 어떠한 외국인사도 초대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의 건국절 행사는 전통적으로 5주년 주기로 이뤄진다. 그리고 55주년, 65주년 등 홀수 주년에 외빈이 초대된다. 짝수 주년에는 외빈이 아닌 국빈 인사 중심으로 행사가 진행되어 왔다. 이런 전통을 인지하지 못한 채 우리는 김정은의 방중을 예측하려고 무모하게 달려들었다.

김정은의 방중 가능성을 분석하면서 우리가 놓친 또 한 가지 사실은 시진핑과 왕이는 방북기간 동안 북중수교 70주년의 의미를 되새기는 자리를 이미 가졌다. 시진핑은 평양에서 김정은과의 회담에서 양국의 역사적인 시각에서 만남이 이뤄져 뜻 깊고 영광이라고 전했다. 왕이는 북중수교 70주년의 일환으로 그의 방북 이유를 설명했었다. 우리 중국 전문가와 언론이 놓친 부분이었다. 그럼에도 우리가 김정은의 방북 가능성 예측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이유는 또 있었다. 북미대화 개최 가능성 때문이었다. 결국 건국절 전날 북미 실무급회담이 열릴 것이라는 보도가 전해졌다. 그러면서 김정은의 중국방문이 뒤따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김정은의 중국방문 가능성을 분석하기 위해 분주히 뛰어 다니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이에 필자도 기여한 것 같아 송구하기 짝이 없다. 다른 집필에 몰두하느라 시진핑과 왕이의 방북 관련 기사를 당시에 꼼꼼하게 챙겨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북중수교 70주년의 의미를 담은 북중 양국 지도자와 고위급 인사 간의 덕담은 이미 다 주고 받은 사실을 우리는 왜 다 놓쳤을까. 기밀문서도 아니고 북중 양국의 모든 언론에 이와 관련된 기사가 다 공개되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우리의 북중 언론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되었나? 아니면 ‘설마’하는 우리의 기대심 때문일까? 70주년이라는 사실에 우리식으로 너무 큰 의미부여를 하지 않았나? 아니면 우리가 사회주의국가의 외교에 대한 무지함 때문이었나? 인정하기 싫겠지만 사회주의국가 외교에 대해 우리를 포함한 서구의 분석방식에 상당한 결함이 존재한다. 당차원에서 ‘당대당’외교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은 알지만 정작 이의 작동메커니즘과 그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고 분석하는 이들을 찾아보기 힘든 사실 때문이다.

앞으로 북중 정상회담은 당분간 있지 않을 것이다. 북미 양국의 정상이 다시 만나지 않을 동안은 말이다. 북중과 북미 정상회담이 이뤄지지 않는 동안 우리는 우리의 전략 마련에 더욱 충실하게 임해야할 것이다. 우리 외교의 가장 큰 문제는 미리 예상해 전략을 짜보려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태도와 자세가 없다는데 있다. 감나무에서 감이 언제 떨어 질까하고 마냥 기다리는 소극적이고 피동적인 태도와 자세로 일관하는데 개탄할 수밖에 없다. 북미와 북중 정상이 언제나 만날까라고 마냥 하염없이 기다리다 만나면 그제서야 우리 외교당국은 번개 불에 콩 구워 먹기 식으로 분주해진다. 사전 전략 준비가 없었다는 사실의 방증이다. 한반도의 운명을 우리가 주도하기 위해서는 사전 외교 전략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코노미21]

중국 건국 70주년 건국절 기념식에서 열병식을 사열하고 있는 시진핑 주석. 사진=인민일보
중국 건국 70주년 건국절 기념식에서 열병식을 사열하고 있는 시진핑 주석. 사진=인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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