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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름 북미실무협상 결렬과 김정은 위원장의 대미정책 전환 방향
스톡홀름 북미실무협상 결렬과 김정은 위원장의 대미정책 전환 방향
  •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
  • 승인 2019.10.07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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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21] [정성장 본부장]지난 2월 말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노딜’ 이후 약 7개월 만인 지난 10월 5일 스톡홀름에서 개최된 북미실무회담이 접점을 찾지 못하고 결렬로 끝났다. 하노이 회담에서 드러난 북․미 간의 입장 차이가 워낙 컸기 때문에 이번 실무회담은 양국이 입장 차이를 줄이고 궁극적으로 포괄적인 합의에 도달하기 위한 긴 여정의 중요한 출발점이 되었어야 했다.

그러나 북한 측 실무회담 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회담이 끝난 후 기자회견을 갖고 성명을 발표해 “우리는 미국측이 우리와의 협상에 실질적인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판단한 데 따라 협상을 중단하고 연말까지 좀 더 숙고해 볼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앞으로 3개월 동안 북미실무회담 대표들이 수시로 만나 비핵화와 상응조치에 대해 협의를 해도 연말까지 양측 모두 만족할만한 구체적인 합의안을 도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원하는 방안을 미국에게 연말까지 제시하라고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북한의 비핵화 협상 의지를 의심케 하는 것이다.

김명길 대사는 성명을 통해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고 발전을 저해하는 모든 장애물들이 깨끗하고 의심할 여지없이 제거될 때에라야 가능하다”라고 밝힘으로써 ‘선(先) 안전보장과 제재 해제, 후(後) 비핵화’라는 미국이 수용할 수 없는 입장을 보였다. 따라서 향후 북미실무회담이 재개되더라도 입장 차이를 좁히기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김명길 대사는 성명을 통해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로케트 발사 중지, 북부 핵시험장의 폐기, 미군유골(유해)송환과 같이 우리가 선제적으로 취한 비핵화 조치들과 신뢰구축 조치들에 미국이 성의 있게 화답하면 다음 단계의 비핵화 조치를 위한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갈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미국이 15차례 걸쳐 북한을 겨냥한 제재 조치들을 발동하고, 대통령이 직접 중지를 공약한 합동군사연습마저 하나 둘 재개했으며, 한반도 주변에 첨단 전쟁장비들을 끌어들여 북한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공공연히 위협하였다고 비난했다. 다시 말해 북한의 주장은 미국이 비핵화 조치 논의를 원한다면 대북 제재를 완화하고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며 한국에 첨단무기 판매를 중단하라는 것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

이번 실무회담에서도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이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에서 약속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의 개념 정의와 방법, 일정표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진지한 논의를 거부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의 요구 사항들을 그리고 ‘전면적인 비핵화’로 연결되지 않는 ‘부분적인 비핵화’ 조치를 수용할 수는 없다.

물론 북한으로서는 핵프로그램의 일부만을 폐기하고 미국으로부터 대북 제재 완화를 이끌어내어 핵보유국으로 남으면서 경제발전을 이룩하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일 것이다. 그러나 그 같은 전략을 미국과 한국이 수용할 수 없기 때문에, 북한이 ‘부분적인 비핵화’를 거쳐 ‘전면적인 비핵화’로 나아가는 일정표에 합의하지 않는다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는 유지되고 북한은 계속 고립된 국가로 남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만약 올해 연말까지 북한의 비핵화 진전과 유엔안보리의 대북 제재 완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중국 내 북한 근로자(약 3만~5만명 정도로 추정)와 러시아 등 다른 국가에 파견된 북한 근로자들이 모두 본국으로 귀국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북한의 외화 수입원이 대폭 줄어들게 되겠지만 북한은 중국 관광객 유치 확대를 통해 그 같은 위기를 극복하려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북․중 관계가 매우 좋다고 해서 북한이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강행해도 중국이 북한편이 되어줄 것이라고 판단한다면 이는 매우 심각한 오판이다. 시진핑 주석과 문재인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진 것은 김 위원장이 비핵화 협상에 진지하게 나서겠다고 대외적으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북한이 비핵화 협상을 중단하고 다시 핵과 미사일 능력의 고도화를 추구하겠다고 하면 북한은 다시 2018년 이전의 고립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다.

특히 북한이 또다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한다면 미국과 국제사회는 중국에게 대북 원유 공급을 중단하라고 압박할 것이고 중국도 국제사회와 타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2018년 4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이제는 우리에게 그 어떤 핵시험과 중장거리․대륙간탄도로케트 시험발사도 필요 없게 되었다”고 선언하고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한 김정은 위원장이 다시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국제사회에서 김 위원장에 대한 신뢰도는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추락할 것이다.

2000년 10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회 위원장은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 겸 인민군 총정치국장을 미국에 특사로 파견해 4박5일의 일정 동안 클린턴 대통령과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 및 윌리엄 코언 국방장관과 연쇄회담을 갖게 했다. 그 결과 당시 북한과 미국은 과거의 적대감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 ‘북ㆍ미 공동 코뮈니케’에 합의할 수 있었다.

김정은 위원장도 그의 부친 김정일처럼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미국에 특사로 파견해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국무장관 및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과 회담을 갖게 하고 북한 비핵화와 미국의 상응조치 문제에 대해 빅딜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김 위원장이 보다 대담한 협상을 통해 북미 관계를 정상화하고 유엔안보리의 대북 제재에서 벗어나 발전된 국가를 건설하고 싶다면 군부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외무성 관료들이 아니라 과거에 북한군 총정치국장을 맡아 강력한 추진력을 가지고 군부 개혁을 진행했던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에게 비핵화 협상을 맡겨야 할 것이다. 리용호 현 북한 외무상과 김명길 현 북미실무회담 대표 모두 2000년 10월 조명록의 방미에 동행했던 인물들이기 때문에 김 위원장이 결단만 내리면 최룡해의 방미를 통한 북미 고위급 협상 추진이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이 다시 고립되어 주민들이 더욱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고 국제사회에서 북한에 대한 불신이 심화되며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확산되어도 자신들의 지위만 그대로 유지하면 상관없다는 북한 외무성 관료들의 이기주의를 김정은 위원장이 타파하지 않고는 북한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김 위원장은 무능하고 강경하며 전략이 없고 대미 책임전가에만 몰두해온 북한 외무성의 최선희 제1부상과 권정근 전 미국 담당 국장에게 계속 대미 협상을 맡김으로써 북한이 국제사회로부터 더욱 고립되는 길을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너무 늦게 않게 보다 대담하고 유연하며 실용주의적이고 영향력 있는 인물에게 대미 협상을 맡길 것인지 현명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다.  [이코노미21]

출처=[세종논평] No. 2019-26 (2018.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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