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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리브라, ‘내우외환’에 휩싸이다!
페이스북 리브라, ‘내우외환’에 휩싸이다!
  • 조준상 선임기자
  • 승인 2019.10.07 1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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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안정성․자금세탁․데이터 프라이버시 아킬레스 건
EU집행위, 리브라 위험요인 질의
페이팔, 리브라협회 탈퇴

[이코노미21 조준상 선임기자] 페이스북이 지난 6월18일 리브라 계획을 공개한 지 석 달을 훌쩍 넘었다. 이후 각국 규제당국이 일제히 우려를 나타내는 속에서 페이스북은 연내 런칭 계획을 연기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지만, 처음 공개 때보다 진전된 리브라 계획을 설명하는 백서(화이트페이퍼)를 발표하는 등 물밑 추진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리브라가 기존의 암호화폐과 견줘 갖는 위험성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리브라는 ‘내우외환’에 휩싸이고 있다. (http://www.economy21.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06728),

대표적인 내우는 리브라 창립회원인 페이팔이 지난 10월4일 ‘리브라협회’(리브라 어소시에이션)에서 탈퇴한 것이다. 페이스북은 이날 “리브라협회에 더 이상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며 “금융소외계층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페이팔의 기존 목표를 향해 자체적으로 가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아직 리브라의 이상을 지지하고 있고 페이스북과도 다양한 형태의 제휴를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이긴 했지만, 일단 발을 뺀 것이다.

세계 최대 온라인 결제업체인 페이팔은 페이스북, 리브라 서비스 운영을 위해 설립하는 페이스북의 자회사 칼리브라, 글로벌 카드기업인 비자와 마스터카드, 미국 차량공유기업 우버와 라이프트, 전자상거래업체 이베이, 음악스트리밍 공유플랫폼인 스포티파이 등 최소 1000만달러씩 투자할 28개 창립회원 중 하나였다.

리브라협회는 서비스 운영을 통할하는 일종의 거버넌스 기구(통상적인 기업으로 치면 이사회)이고, 칼리브라는 소비자가 대면하는 ‘디지털 지갑’과 다양한 리브라 플러그인과 앱들을 제공하는 서비스 운영업체이다.

‘외환’은 리브라 공개 이후 계속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이 10월6일 보도한 내용을 보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발디스 돔보로스키스 신임 집행위원회장의 주도로 △금융안정성 △자금세탁 △데이터 프라이버시(사생활) 등 리브라가 안고 있는 위험 요인과 관련된 질문서를 페이스북과 리브라협회에 보냈다. 질문에 대한 답변을 기초로 리브라를 포함해 글로벌 암호화폐의 허용 여부, 허용시 규제방안 등을 결정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집행위의 질의 배경에 그동안 페이스북과 리브라협회가 이들 문제에 설득력 있는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점이다. 백서가 공개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미흡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백서에 밝히고 있는 리브라의 목적은 지급의 효율성을 개선하고, 비용을 낮추고, 송금 속도를 빠르게 하고, 금융 접근성을 확대하는 것이다.

리브라, 더 빠르고 싸고 안전한가?

인터넷 '월드와이드웹(www)'에 비유되며 '월드와이드커런시(wwc)'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낸 페이스북의 글로벌 암호화폐 프로젝트 리브라가 '내우외환'에 휩싸였다.
인터넷 '월드와이드웹(www)'에 비유되며
'월드와이드커런시(wwc)'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낸
페이스북의 글로벌 암호화폐 프로젝트 리브라가
'내우외환'에 휩싸였다.

리브라가 기존 지급 시스템보다 ‘ 더 빠르고 싸고 더 안전한’지는 불확실하다. 벤모, 스퀘어 등과 같은 특화기업의 진입, 젤레(Zelle)와 같은 송금 시스템 등 기존 은행권의 대응 등은 리브라가 겨냥한 소액송금 시장의 비용을 낮추고 송금 속도를 빠르게 하고 있다. 은행 직불카드 등의 지급수단도 비용 인하에 한 몫을 거들고 있다. 리브라가 더 쌀 것이라고 낙관하기 어렵게 한다.

‘더 안전한’지도 의문이다. 첫째, 백서에 비춰보면, 리브라와 법정통화의 태환은 누구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인가받은 재판매업자’만이 초기 10억 달러 수준인 지급준비금을 기반으로 법정통화(예금과 채권으로 구성)와 리브라의 태환을 매개하는 자격을 갖는다. 고정환율제의 일종인 통화위원회 아래에서 기존 은행들이 바로 이런 인가받은 재판매업자 기능을 맡았다. 리브라 아래에서 이들이 누구일지, 어떻게 선택될지, 소비자 보호를 위해 어떻게 규제될지 결정된 게 아무 것도 없다. 특히 지급준비금이 부족할 경우 리브라협회가 ‘최후의 대부자’로서 중앙은행 구실을 할 수 있을 것인지가 불투명하다.

이와 연관된 문제로, 리브라가 100% 법정통화와 태환이 보장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백서는 리브라 지급준비금에 대해 “리브라협회가 채택의 권장을 위해 창립회원들에게 리브라 코인의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이라고 돼 있다. 창립회원들에게 리브라 코인을 지급하고 10억달러의 지급준비금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리브라 역시 일정 한도 이하의 예금만 보장하는 현재의 예금부분보장제도와 같은 것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게 백서에는 명확하게 나타나 있지 않다.

창립회원들에게 리브라 코인을 공급하면서 마련되는 지급준비금은 달러화와 유로화 등 몇몇 주요국의 통화로 표시되는 은행예금과 채권에 투자된다. 이로부터 이자가 생기는데 이는 일종의 ‘세뇨리지’(화폐주조차익)이다. 중앙은행의 세뇨리지는 정부로 이전돼 공적 재원으로 쓰인다. 반면, 리브라의 세뇨리지는 리브라협회의 운영비용과 생태계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투자에 우선 사용된다. 특히 리브라와 태환되는 주요 통화에 자국 통화가 포함되지 않는 나라들의 경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소비자들이 국내 통화 대신에 리브라를 이용할 경우 정부의 세뇨리지 수입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내 자산보다 리브라 매입을 선호할 경우 자본이 유출될 위험성을 키우고 이는 이자율을 높이는 압력으로 작용한다.

끝으로, 데이터 프라이버시와 자금세탁 방지는 사실상 양립이 불가능할 정도로 모순이다. 이는 기존 은행들에게도 딜레마다. 기존 은행들은 자금세탁, 조세 회피, 테러리스트 자금조달의 증거를 찾기 위해 고객의 계정을 모니터하고, 그런 행동을 발견하면 관련 당국에 고지하라는 규제자의 요구를 받는다. 이른바 ‘고객 파악 의무’(know your customer)이다. 동시에 자신의 계정과 거래가 보호될 것이라는 고객의 기대도 충족시켜야 한다. 이 문제에 대해 리브라 백서는 기존 은행처럼 하겠다는 것인지 아닌지 매우 혼동스럽다. “리브라 블록체인의 거래장부는 제3자가 분석을 수행하고 사기를 찾아내 벌할 수 있는 것이 가능하도록 공개적으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하면서도 “거래들은 이용자의 현실세계 정체성과 연계되지 않는다”고 하기 때문이다. 불법 행위가 있다고 해도 누가 그런 짓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는 얘기다. [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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