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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만리] 김정은 위원장에게 필요한 것
[천지만리] 김정은 위원장에게 필요한 것
  •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
  • 승인 2019.10.24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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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발언, 대미 압박용인지 독자 노선 선언인지는 분명치 않아
김 위원장, 북미협상의 새로운 계기 마련 위해선 설득 가능한 가시적 비핵화 조치 보여줘야

[이코노미21] [강준영 교수] 지난 16일 백마(白馬)를 타고 백두산에 올라 ‘세상이 놀랄 웅대한 작전’을 구상했다는 김정은 위원장이 내놓은 첫 번째 조치는 금강산 내 남측 시설을 모두 철거하라는 지시였다. 이는 북한과의 안정적 관계 설정을 희구하면서 북한의 언사를 최대한의 인내와 선의로 해석해 온 한국 정부의 항구적 평화 체제 수립 의지와 평화경제 구상을 사실상 걷어차는 초강수다. 또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합의 무산 이후 어렵게 재개된 지난 5일의 스톡홀름 북미 실무협상에서 경제적 지원을 비핵화 상응 조치로 제시한 미국의 제의를 다시 한 번 일축했다. 북한이 ‘김정은 방식’에 의한 셈법으로 한미에 제재 해제의 통첩장을 던짐으로써 답보 상태에 빠진 북미 관계와 악화일로인 남북관계는 또 다시 결정적 고비를 맞게 되었다.

김정은 위원장의 이번 조치는 다분히 복합적인 의도를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우선, 미국에 대한 압박 성격이 강하다. 북미 대화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일종의 '벼랑 끝 전술'을 통해 북한의 결심을 알리고 미국의 제재완화를 이끌어 내고자하는 의도가 있다. 금강산관광 사업 자체는 유엔과 미국의 대북제재 대상이 아니지만 대북제재가 금강산 관광 재개의 실질적 걸림돌이라는 점에서 가시적 비핵화 조치 때까지 제재유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미국을 향한 메시지 발신이다. 이번 금강산 현지지도에 북미 비핵화 협상의 핵심인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을 대동하고, 오랫동안 대미 외교의 실무를 책임졌던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이 "우리는 미국이 어떻게 이번 연말을 지혜롭게 넘기는가를 보고 싶다"는 담화를 발표한데서도 알 수 있듯이 북한의 '새로운 계산법'을 미국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압박이기도 하다.

또, 무엇보다 우리 정부를 향해 남북경협 재개와 대북제재 해제 문제에 있어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압박이며 주문이다. 개성공단과 더불어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남북 정상이 예전처럼 다시 해 보자고 합의한 양대 경협 사업 중 하나가 금강산 관광 사업인데 한국 정부가 관광 재개를 위한 제재 해제 등은 비핵화 진전과 속도를 맞춰야 한다는 미국의 입장에 동조해 자신들의 의도가 반영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김 위원장이 금강산 관광이 남북관계의 상징처럼 된 것은 잘못이며, 기존 금강산 관광 사업은 매우 잘못된 대남 의존 정책이라며 선대의 ‘유훈사업’까지 비판하면서 남북경협에 한국정부가 성의를 보이지 않으면 남북 사업을 전면 재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볼 수 있다. 북한 관광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상 대북제재 대상은 아니지만 대북 경제협력이 금지된 상황에서 대미 설득이든 한국의 독자적 결정에 의해서든 금강산관광 사업을 우선 정상화하자는 강력한 재촉을 하는 것이다.

여기에 관광 사업을 경제난 타개의 디딤돌로 삼고 있는 김 위원장이 교착상태인 남북경협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독자적으로 관광산업을 개발하려는 측면도 있다. 미국과의 협상 부진과 이로 인해 남북 경협도 여의치 않자 유엔의 경제 제재에 포함되지 않은 관광산업을 통해 독자 생존 노선으로 정책 전환을 예고한 것으로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남북경협 재개를 기다리기보다는 독자 개발의지를 천명한 것이며 이는 기본적으로 남한에 의존한 경제개발을 하지 않겠다는 중요한 원칙을 밝힌 것으로도 풀이된다. 여기에는 북중 간의 협력이 중요한 매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6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이후 중국 기업을 대상으로 금강산 관광 특구 투자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방북한 외국인 관광객 20만명 중 90%가 중국인이었는데 중국인 관광객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면 남한 관광객 대체 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김 위원장의 조치를 보면서 몇 가지 유의해야할 점이 있음을 다시 한 번 실감한다.

가장 핵심적인 사항은 비핵화가 주변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남북 협력이건 북미 협상이건 관건은 ‘완전한 비핵화’다. 북한은 남한 정부의 무성의를 질타하면서 ‘9월 평양선언’에서 합의한 금강산 관광 정상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그 시발점은 분명히 ‘비핵화’를 전제로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자신들의 비핵화 방식을 상대방이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약속 위반이라는 것은 트집에 불과하다. 단계적 조치에 따른 비핵화든 일괄 타결이든 비핵화라는 전제에 진전이 없으면 북한도 자신들이 원하는 협력이 요원할 수밖에 없음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한국 정부가 최대의 선의로 북한을 대하면서 안정적인 남북관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의도는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비핵화 원칙에 대해서는 분명한 입장을 견지할 필요가 있다.

일부에서는 김 위원장이 남측 관계부문과 ‘합의’하여 진행하라고 했다면서 새로운 접촉의 장이 열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개성공단 재개 문제도 그렇거니와 남북이 금강산 관광 문제로 협상에 나설 경우 북한의 요구는 뻔하다. 관광을 재개하든지 철수하든지 들 중 하나를 택하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크며 이는 금강산 관광 문제가 다시 한미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음에도 유의해야 한다.

사실 김 위원장의 이번 조치가 대미 압박용인지 정말 남북협력의 단절을 결심하고 독자 노선을 택한 선언인지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든 김정은 위원장이 해야 할 일도 있다. 북미 협상을 통해 새로운 계기를 마련하고 싶다면 설득 가능한 가시적 비핵화 조치를 보여줘야 한다. 남한을 설득하고 싶다면 한국정부를 윽박지를 것이 아니라 적어도 남북 이산가족 문제 같은 인도적 문제에 관해서는 전향적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 한국은 민주국가다. 남한 국민을 설득하지 못하면 남북교류도 한계를 절감할 수밖에 없다. 선언이나 합의가 중요한 게 아니다. 핵과 미사일을 무기로 겁박하기 보다는 정상적으로 남한 국민을 설득하는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이코노미21]

조선중앙TV는 김정은 위원장이 금강산을 방문해 현지 지도를 했다고 보도했다. 사진=MBN 화면캡처, 조선중앙TV
조선중앙TV는 김정은 위원장이 금강산을 방문해 현지 지도를 했다고 보도했다. 사진=MBN 화면캡처, 조선중앙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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