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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만리] 북미정상회담 위한 올 해의 마지막 찬스
[천지만리] 북미정상회담 위한 올 해의 마지막 찬스
  • 주재우 경희대학교 중국어학과 교수
  • 승인 2019.10.31 16:2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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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 회의 한국에서 변경 개최하면 북미정상회담 중재 기회로 삼을 수 있어

[이코노미21] [주재우 교수] 우리가 3차 북미정상회담을 중재할 수 있는 마지막 찬스가 왔다. 지난 달 스웨덴에서 열린 북미실무협상이 결렬로 종결되면서 ‘연내 개최’를 목표로 한 3차 북미정상회담은 물 건너 간 것으로 보였다. 특히 필자는 3차 북미정상회담의 개최가 어려운 이유로 다음달 16~17일에 예정된 아시아·태평양 경제회의(APEC)의 칠레 개최 예정을 들었다. 왜냐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차 정상회담과 달리 오로지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아시아를 방문할 의지와 의사가 없기 때문이다.

이후 지난 두 번의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만난 배경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지난 2월 말의 2차 북미정상회담이나 6월 판문점에서의 조우 모두 트럼프의 아시아 순방의 일환에서 이뤄졌다. 두 번째 정상회담을 위해 트럼프가 베트남을 단독 방문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이유에는 중국과 무역협상 타결이 당시 기대되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날 베트남 하노이에서 중국 하이난다오(해남도)로 이동해 시진핑 국가 주석과 타결된 무역합의서를 체결하는 계획을 세웠었다. 또한 지난 6월 판문점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조우 역시 트럼프가 일본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의를 참석하면서 가능해졌다.

예정대로 칠레에서 APEC 회의가 개최되었으면 트럼프의 연내 아시아 방문은 더 이상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상황은 급변했다. 30일 칠레 정부 당국은 반정부 시위사태가 악화되면서 APEC 개최 포기를 발표했다. 아직 칠레를 대신할 나라가 결정되지 않아 APEC 회의의 개최 가능도 예상하기 어렵다. 잘못하면 올해의 APEC 회의는 사상 처음으로 개최되지 못할 공산이 크다.

남의 불행은 우리의 행복이라고 했던가. 우리가 칠레의 APEC 회의 개최권을 가져옴으로써 3차 북미정상회담을 중재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현재 북미관계는 교착 국면에 봉착했다. 3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북미 양국 간의 실무협상 마저 경색 국면에 빠졌다. 북한은 올해 안에 미국의 ‘용단’을 기다리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은 트럼프의 일정을 봐서 북미정상회담이 물 건너갔다고 속단하면서 실무협상에 임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럴 때 적지 않은 예산이 소요되는 APEC 정상회의를 유치하면서 북미 간에 중재를 자처하고 나서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우선 경색된 남북관계에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겠다. 지난 23일 김정은은 금강산을 방문해 우리 기업이 설립한 관광시설을 우리 정부와 “합의하여 싹 다 들어내라”고 지시했다. 이에 우리 정부 당국은 협의 요청을 요청했고 이튿날 북한 당국은 서면으로 하자며 이를 거부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의 방한을 우리가 유도할 수 있으면 북한의 태도도 달라질 것이다.

한국이 칠레의 APEC 회의 개최권을 가져옴으로써 3차 북미정상회담을 중재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판문점에서 만남 남북미 정상. 사진=청와대
한국이 칠레의 APEC 회의 개최권을 가져옴으로써 3차 북미정상회담을 중재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판문점에서 만남 남북미 정상. 사진=청와대

둘째, 교착상태에 봉착한 북미관계에 우리가 돌파구를 제공함으로써 트럼프에게 동맹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상기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트럼프는 동맹의 가치를 홀대하는 의식이 강하다. 그래서 최근 한미동맹관계에서 한국 비하 발언을 연일 서슴지 않게 하고 있다. 우리보고 미국에 ‘바가지 씌우는 나라(rip off)’라고 치부했다. 그의 백악관 생활을 다룬 첫 책 ‘공포(Fear)’를 보면 트럼프의 동맹 인식을 볼 수 있다.

그의 동맹 개념은 미국을 위해 목숨을 내놓을 수 있는지의 여부가 결정한다. 그래서 최근 한미 군 당국 간의 ‘한미 동맹위기관리 각서’를 협의 하는 과정에서 미국 측이 미국의 유사시 한국군의 파병 조항을 삽입시키려는 노력을 경주하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군사적 요구와 압력을 슬기롭게 피하기 위해서는 외교로 동맹의 가치에 우리가 부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 정부의 외교에 트럼프 행정부는 적지 않은 실망감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만회 할 수 있는 절호의 외교적 찬스가 이번 APEC회의 개최를 통한 북미정상회담의 중재에 있음을 정부는 심각히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APEC 회의 개최 기회를 북미 중재에만 집중하지 않고 당면한 남북 간의 과제를 해결하는데 적극 활용할 수 있다. 금강산 관광시설 문제만이 협의 대상이 아니다. 월드컵 2차 예선의 북한과의 경기가 내년 6월에 예정되어 있다. 시간이 있을 것이라고 여유를 가질 수 있으나 향후 미국의 대선 일정과 현재 북한의 대미 태도를 봐서 남북 간의 경색관계가 회복될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APEC 회의를 매개로 삼아 북미 정상회담을 중재해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해 금강산문제의 해결과 내년 6월 서울에서의 남북 축국대결에 북한의 보이콧을 방지해야하겠다.

APEC 회의를 반드시 예정된 날짜에 개최할 필요는 없다. 11월 25일에 개최 예정된 한-ASEAN 정상회의 직전이나 직후에도 가능하다. 정부가 김정은 위원장의 초청을 염두하고 있는 상황에서 APEC 회의를 연속해 개최하면 그를 초청할 수 있는 명분이 하나 더 생기는 결과를 볼 수 있다. 트럼프의 방한으로 북미정상회담의 우리나라 개최 효과되 기대해 볼 수 있다. 넝쿨 채 굴러들어온 복을 정부가 심각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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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O, CHULHO 2019-11-06 11:35:24
APEC회의 대체지로 확정된 것인가요?
장소성만 가지고, 제3차 북미회담 중재자 및 남북 관계 해소를 기대하는 것보다 비핵화의 본질과 심도깊게 연관한 분석 기사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