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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受信) 걱정 예금은행, 기업예금 금리 더 내려야!
수신(受信) 걱정 예금은행, 기업예금 금리 더 내려야!
  • 조준상 선임기자
  • 승인 2019.11.11 1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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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박한 ‘신예대율’ 적용과 한은 기준금리 인하의 부조화
유럽중앙은행 마이너스 금리 경험의 시사점

[이코노미21 조준상 선임기자] 현재 예금을 받고 이를 바탕으로 신용을 창출하는 예금은행은 예금을 포함한 수신 대비 대출의 비중을 뜻하는 ‘예대율’이 100%를 웃돌면 안 된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지나친 대출이 낳을 수 있는 위험을 미리 막기 위해 이런 규제를 적용하고 있어서다. 예대율 계산에서 현재 기업대출과 가계대출의 가중치는 각각 100%로 같다. 이를테면 수신 100원을 가지고 가계대출에 60원, 기업대출에 40원을 운용했다면 예대율은 100%로 규제를 충족한다.

한국은행의 기준 금리 인하에도 임박한 신예대율 적용과 맞물려 오히려 여수신 금리는 오르고 있다. 사진: 이코노미21
한국은행의 기준 금리 인하에도 임박한 신예대율 적용과 맞물려
오히려 여수신 금리는 오르고 있다. 사진: 이코노미21

하지만 내년 1월부터 신예대율이 적용된다. 급증해온 가계대출을 억제하고 기업대출을 독려하기 위해 가계대출은 115%로 가중치를 높이고, 기업대출은 85%로 낮추는 것이다. 앞의 예에 적용하면 내년부터 예대율은 104%(60원*1.15+40*0.85)로 규제를 충족하지 못한다. 그동안 주택담보대출 중심의 영업을 해온 예금은행으로서는 큼지막한 고민이다. 해결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예대율 계산의 분모를 이루는 수신을 확대하는 것이다. 수신은 가계예금, 기업예금, 기타 채권 발행 등을 통한 자금조달로 이뤄진다. 다른 하나는 분모를 이루는 가계대출 비중을 줄여가는 것이다.

전자의 측면에서 규제기관은 금융위원회는 신예대율 적용과 함께 ‘커버드 본드’ 발행액을 수신으로 내년부터 인정해준다. 분모를 어느 정도 넓혀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건 제한적이다. 커버드 본드는 금융기관이 중․장기자금 조달을 위해 주택자금대출채권, 공공기관대출채권 등 우량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채권을 말한다. 대단한 안전자산이다. 은행이 파산해도 이 채권의 투자자는 담보자산에 대한 우선청구권을 가지고, 담보자산이 채권 회수에 미달하면 다른 자산에 대한 청구권도 갖기 때문이다.

그러니 수요는 충분할 것이고 은행으로서는 마구 발행할 유인이 생긴다. 금융위가 발행액 한도를 수신의 1% 이하로 정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때문에 은행이 커버드 본드를 많이 발행할 수 있으려면 기존 수신 기반을 유지하거나 확대해야 한다. 수신 기반이 쪼그라들면 커버드 본드 발행은 ‘그림의 떡’이다.

2018년 7월 신예대율 발표와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의 만남

한국은행 발표를 보면, 9월 중 예금은행들은 신규 예금․대출에 대해 금리를 소폭 올리면서 대출금리를 조금 더 높이는 행태를 보였다. 10개 시중은행들이 하나의 플랫폼으로 모든 은행거래를 할 수 있는 ‘오픈뱅킹’을 10월부터 시범 실시하는 것에 대비하는 측면도 있지만, 수신금리를 높이는 것은 새예대율 적용에 대비해 수신 기반을 유지하기 위한 측면이 강하다. 이런 행태는 지난 10월16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그대로 계속되고 있다. 외국계 은행과 지방은행들은 수신금리를 내렸지만,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농협, 기업은행 등은 수신금리에 손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약간의 금리 차이에도 예금이 이동하는 ‘금리 민감성’이 작동할까 우려해서로 치열한 눈치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금융위가 2018년 7월 가계부채 증가세 완화 차원에서 발표한 신예대율 적용 방침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완화와 맞물려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소비와 투자가 움츠러드는 부작용 완화를 위한 한국은행의 ‘보험성 기준금리 인하’ 약발이 임박한 신예대율 적용을 앞두고 무색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이런 상황이 지속되기는 어렵다. 어떻게든 수익성을 줄이는 한이 있더라도 은행이 적응하는 건 시간문제다.

유럽중앙은행 마이너스 금리 정책, 기업예금에 더 성공적으로 적용

유로지역 은행등급별 마이너스 금리 예금 비중
유로지역 은행등급별 마이너스 금리 예금 비중

관심은 은행이 어떻게 적응할지에 쏠린다. 이런 측면에서 유럽중앙은행 통화정책국 책임자 카를로 알타비야, 통화정책국 경제학자 로렌조 버론, 아일랜드 통화정책국 책임자 새러 홀튼 등이 쓴 연구보고서 ‘금리의 제로이하 하한선(ZLB; Zero Lower Bound)은 있는가 - 마이너스 정책금리가 은행과 기업에 주는 효과’가 매우 눈길을 쓴다.

이 연구보고서는 유럽중앙은행의 세 가지 정책금리의 하나인 대기성수신금리(Deposit Facility Rate)를 ZLB를 뜷는 차원에서 2014년 6월 -0.1%로 마이너스로 내린 이후 계속되고 있는 통화정책의 효과를 둘러싼 논란에서 마이너스 정책금리가 효과가 있음을 내부 데이터를 이용해 옹호하는 내용이다. 대기성수신금리는, 은행이 필요한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적립하는 필요 지급준비금 이외의 초과 지급준비금을 유럽중앙은행에 예치하는데, 유럽중앙은행이 여기에 적용하는 금리다. 이 금리는 그때 이후 최근 -0.5%까지 내려갔다. 은행이 1유로를 예치하면 유럽중앙은행으로부터 예치금에 대한 이자를 받기는터녕 오히려 0.5유로를 내야 한다는 얘기다. 초과 지급준비금을 쌓아두지 말고 적극적으로 기업이나 개인에 대출하라는 일종의 채찍인 셈이다.

2014년 마이너스 금리 적용 전후 유로지역 현금보유별 기업투자 추이*파란색-현금보유 상위 10% 기업, 빨간색-현금보유 하위 10% 기업
2014년 마이너스 금리 적용 전후
유로지역 현금보유별 기업투자 추이
*파란색-현금보유 상위 10% 기업,
빨간색-현금보유 하위 10% 기업

연구보고서의 요지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마이너스 금리가 통화정책의 전달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은행이 예금에 마이너스 금리를 예상보다 성공적으로 적용해 왔다는 것이다. 금리는 2014년 6월부터 2019년 8월까지 유로지역 전체에서 총예금의 약 5%, 기업예금의 약 20%에 대해 마이너스가 됐다. 독일의 경우 총예금의 약 15%, 기업예금의 약 50%에 대해 0% 이하의 이자를 지급한다. 이 데이터에서 보듯이 가계예금보다 기업예금에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기가 더 쉽다고 보고서는 지적한다. 또한 상대적으로 건전한 은행에서 예금에 마이너스 금리를 더 성공적으로 적용해 왔다고 덧붙인다. 기업예금에 마이너스 금리를 부과하기가 더 쉬운 이유는, “기업은 예금이 없이 사업활동을 수행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쉽게 말해, 기업은 예금을 인출해 은행과 관계를 소원하게 하거나 유사시 신용에 접근할 기회를 위험에 빠뜨리려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둘째, 건전한 은행은 마이너스 금리를 부과하더라도 예금 유출을 겪지 않았다는 것이다. 평균적으로, 이 기간 동안 유동성과 안전자산에 대한 높은 수요와 맞물리며 마이너스 금리에도 예금은 증가해 왔고, 특히 신규 예금에 훨씬 더 낮은 금리를 적용해온 건전한 은행에서 예금은 꽤 상당한 정도로 증가했다고 한다.

셋째, 기업들이 많은 현금을 보유하면 할수록 마이너스 금리에 노출되기 때문에 고정투자를 늘리고 단기자산과 현금을 줄이는 모습이 강화해 왔다는 것이다. 이 기간 동안 현금 보유가 가장 많은 상위 10% 기업과 가장 적은 하위 10% 기업을 견줘봤더니, 기업예금에 마이너스 금리가 적용되기 시작한 이후 상위 10% 기업에서 현금 보유를 줄이고 고정투자를 늘리는 투자행동의 차이가 출현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강화해 왔다고 한다. 유럽중앙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도입한 목표가 상당히 달성되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에 주는 시사점 - 기업예금에 더 낮은 금리를 적용하는 방안 타진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통화정책의 전달과 파급에 제한을 주지 않는다는 이 연구보고서의 함의를 한국 금융시스템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한국은 아직 명목금리가 마이너스가 아닐뿐더러, 소비자물가가 하락하며 최근에는 실질금리가 되레 상승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어서다. 그럼에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와 임박한 신예대율 적용을 맞물려, 은행은 수신 기반을 유지하면서 투자와 소비가 움츠러드는 효과를 최대한 방어하는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예금은행 예금주체별 예금 추이(자료: 한국은행)
예금은행 예금주체별 예금 추이(자료: 한국은행)

이 측면에서 보면, 국내 은행들이 수신 기반을 유지하는 유력한 선택지는 가계예금보다 기업예금에 더 낮은 금리를 적용하는 것일 수 있다. 무엇보다 국내 예금은행에서 가계예금은 수신기반의 중추에 해당한다. 예금은행 총예금에서 가계예금 비중은 올해 2분기 44.2%로 기업예금 29.0%를 압도한다. 총예금 대비 기업예금 비중은 안정적인 반면, 가계예금 비중이 2016년 2분기 47.7%, 2017년 2분기 46.6%, 2018년 2분기 45.4%로 빠르게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도 그렇다. 이 기간 동안 기업예금 비중은 29.8%, 29.5%, 29.8%이다.

예금은행들이 수신 기반 유지 차원에서 가계예금보다 기업예금에 더 낮은 금리를 적용할 경우, 대출금리 인하폭은 가계대출보다 기업대출 쪽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금융안정성 차원에서 가계대출 비중을 줄인다는 금융감독 당국의 목표를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이럴 경우 그동안 가계대출 금리 인하폭이 기업대출 인하폭보다 더 컸던 추세에 일정한 변화가 있을 수 있다. 이런 대출금리 인하 추세에는 예금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해 기업대출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가계대출에 치중해온 영업행태가 반영돼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예금은행의 기업대출 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2017년 12월 3.64에서 올해 9월 3.42%로 0.2%포인트 하락에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가계대출 금리는 3.61%에서 3.02%로 0.59%포인트나 하락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와 신예대율 적용이 지금까지의 이런 추세를 바꿀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추세에 변화가 없다면, 국내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통한 물가안정목표제 달성이라는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의 전달경로와 파급효과를 둘러싼 논란은 점점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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