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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만리] 중-러 군사동맹, 가능한 시나리오인가?
[천지만리] 중-러 군사동맹, 가능한 시나리오인가?
  • 신봉섭 한림대 객원교수, 前 주선양 총영사
  • 승인 2019.11.18 14: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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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러 군사동맹 현재 가능한 시나리오 아냐
과장된 위협에 근거한 안보관은 변화하는 국제질서에 선제 대응하는데 장애가 될 뿐

[이코노미21] [신봉섭 한림대 객원교수] 최근 중국과 러시아가 군사동맹 체결을 검토하고 있다는 기사가 주목을 끌었다. 일본 교도통신은 지난 10월 29일 러시아 국립고등경제학원의 알렉세이 마슬로프 교수를 인용하여 “중국과 러시아 지도부가 이미 군사동맹 체결 결정을 마쳤다”고 보도했다. 중국 국방부는 정례브리핑에서 이러한 관측을 공식 부인했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로시야 24' 방송 인터뷰에서 "양국은 군사동맹 체결을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국제사회가 이를 주시하는 이유는 최근 중-러 사이에 연합군사훈련을 포함한 전방위적인 협력관계가 부쩍 강화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8월 미국이 러시아와의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을 공식 폐기한 이후 중-러 간 밀착이 가속화되는 것처럼 보인다. 이와 관련 일부에서는 북중러 3각 동맹과 ‘신(新)냉전’ 구도라는 식의 논법을 검증없이 운운한다. 과연 그럴까? 중-러 군사동맹은 현실화될 수 있을까? 그 성격은 무엇이고 어떤 배경과 한계를 가지고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 것인가 하는 점은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먼저, 최근 중-러 간 군사협력의 실태와 그 성격은 어떤가?

지난 7월 말부터 중-러 국방부가 새로운 군사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을 시작했다. 새 ‘군사협력협정’은 동맹관계를 규정하는 ‘상호방위조약’은 아니지만 연합훈련과 무기 도입 및 군사기술 협력 등의 로드맵을 규정하는 제도적 장치로서, 기존의 1993년 군사협력협정을 대체하게 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 10월 소치에서 열린 모임에서 중국에 조기경보시스템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중국과 러시아는 금년 수교 70주년을 계기로 더욱 밀착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9월 동시베리아와 극동지역에서 냉전 이후 최대인 30만 병력이 동원된 ‘Vostok-2018’ 연합훈련에 중국이 3,200명의 병력을 파견한 이외에도, 2012년 이래 매년 실시하는 해군연합훈련이 지난 10월에는 동중국해와 오호츠크해를 넘어 남아공 케이프타운 인근 해역까지 진출했다. 급기야 지난 7월 말에는 중-러 군용기 5대가 동해 상공에서 최초의 ‘연합초계비행훈련’을 실시하면서 한국 방공식별구역(KADIZ)에 무단 진입하고, 그 중 러시아 A-50 조기경보통제기는 독도 영공을 두 차례 침범하기까지 했다.

둘째, 중-러 간 군사협력과 동맹관계는 역사적으로 어떤 변화를 겪어왔는가 짚어보자.

중국은 구 소련과 군사동맹 조약을 체결했던 적이 있다. 1950년 2월 마오쩌둥과 스탈린 사이에 체결되었던 ‘중-소 우호동맹 상호원조조약’이 그것이다. 그러나 1950년대 말 이후 이념 분쟁과 전바오섬(珍寶島) 국경충돌을 거치면서 중소 관계는 극도로 악화되었고, 70년대 초 미-중 관계 개선과 함께 유명무실화 되었던 군사동맹은 30년 유효기간이 끝나는 1980년에 완전 폐기되었다.

소련 붕괴 이후 중-러는 2001년 7월 새로운 성격의 ‘선린우호협력 조약’을 체결하고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의 복원을 선언했다. ‘조약’은 “어느 일방이 공격을 받는 위협이 발생할 경우 양국은 신속히 연락을 취해 위협을 배제하기 위한 협의를 갖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협의’를 가질 뿐, 동맹의 필수 요건인 ‘상호지원’은 명시하지 않았다. 특히 중국은 1982년 수정 헌법 전문에 독립 자주노선과 비동맹 원칙을 외교방침으로 명시한 이래, 현재도 이 원칙을 확고하게 지키고 있다.

셋째, 최근 중-러가 군사협력을 포함하여 전략적 협력을 더욱 강화하는 배경은 무엇인가?

물론 중-러를 밀착시키는 배경에는 미국이 있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그 장본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와 손을 잡고 중국을 무너뜨리려는 이른바 ‘닉슨 거꾸로 하기’(reverse Nixon) 구상을 꿈꿨지만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이라는 ‘러시아 스캔들’이 터지면서 트럼프-푸틴 동맹이 무산되고, 오히려 러시아의 중국 편향과 밀착을 부추기는 결과가 되고 말았다.

중국으로서는 미국의 포위 압박 견제뿐만 아니라 한반도에서의 영향력 유지를 위해서도 러시아와의 협력이 필요하다. 러시아 역시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서방국가의 경제제재에 대항하기 위해 중국과의 협력을 필요로 한다. 지난 6월 공개된 미 국방부의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가 중국과 러시아를 ‘현상을 변경하는 위협세력’으로 명시하면서 미국과 중러 간 군사적 진영 대결의 성격이 더욱 분명해졌다. 특히 미국이 중거리핵전력(INF) 조약 폐기 이후 아시아 지역에 신형 중거리미사일 배치를 검토하는 등 고조되는 군사력 경쟁은 중-러를 준(准)군사동맹으로 몰아가고 있다.

넷째, 중-러 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 것이며 한계는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독립 자주노선과 비동맹원칙을 내세워 중-러 군사동맹설(說)을 부인한다. 라브로프 러 외무장관은 "러시아와 중국의 관계는 세계 무대에서 양국의 공동이익을 보장할 수 있을 만큼 신뢰할 만한 수준에 있어 본 적이 결코 없다"며 양국 간 신뢰의 한계를 지적한다. 중-러 관계는 러시아 혁명 이후만 살펴도 심한 기복의 연속이었고, 밀월 기간 보다는 불신과 갈등의 기간이 훨씬 오래다. 다만 현재는 미국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상호 협력이 필요할 뿐이다.

중-러 양국은 에너지 자원과 군사기술 협력을 제외하면 절박한 경제협력 요인도 별로 없다. 협력요인 보다는 한계요인이 양국관계를 지배한다. 미국과의 관계 악화 가능성에 대한 부담, 첨단무기와 과도한 군사기술의 이전을 경계하는 러시아측 입장, SCO(상하이협력기구)를 통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 견제, 극동지역내 중국인 불법이민 증가 우려 등 경계와 불신이 양국관계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러시아 제재안 결의에서 중국이 기권표를 던진 사례는 이러한 복잡한 내막과 속내를 잘 보여준다.

다섯째는 중-러 관계의 밀착이 한반도 안보에 미치는 영향과 한국의 대응 방향은 무엇인가 하는 부분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군사협력을 강화하면 동북아에서 한미일과의 대립이 깊어질 수 있다. 하지만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중-러 협력은 미국으로부터의 압박이라는 외적 요인 때문에 의도적으로 부각시켜 강조하는 측면이 있다. 양자 간 전략적 밀착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중-러 관계는 미국의 압박 강도와 중국의 대국화 추이, 그리고 미중러 사이의 복잡한 양자관계 및 다자관계의 역학에 따라 전략적인 프레임의 변화를 거듭할 것이다.

한반도에 미칠 영향과 관련해서는, 중-러 양국은 한반도에서의 영향력 강화가 동아시아 영향력 확대에 필수적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푸틴 정부는 극동개발에 나서면서 한반도에 대한 소극적 정책에서 탈피했다. 중국도 북한의 핵보유를 확고하게 반대하지만, 한반도 문제에서는 불확실한 현상변경 보다 확실한 현상유지(status quo)를 선호하며 ‘선택적 균형전략’(The strategy of arbitrary balancing act)으로 한반도 평화체제에서의 지분을 챙기려 한다. 북중러 3자의 이해관계는 맞아떨어지기 어려운 구조다.

그런 점에서 ‘북중러 3자 동맹’이라는 논법에는 허점이 많다. 중러의 대북한 접근에는 협력과 경쟁 요인이 병존하며, 잠재적 갈등요인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일부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몇 번 방중하고 시진핑 주석이 답방을 했다고 해서 마치 ‘순치’(脣齒)관계의 북-중이 밀착하여 냉전의 신(新)북방 연대라도 구축한 것처럼 얘기를 하지만, 전혀 사실에 부합되지 않는다. 김정은 위원장의 블라디보스톡행이 진행될 때 드디어 ‘북방 3각 동맹’이 재현된 것처럼 요란 했지만, 결과는 빈손으로 조기 귀국길에 올랐을 뿐이다. 북-러 관계에서의 동맹은 소련 붕괴와 함께 이미 끝났으며, 북-중 관계도 더 이상 동맹이 아닌 ‘전략적 균형’에 기반한 ‘특수관계’라는 의견이 타당하다.

따라서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 주도의 동맹정책에 맞서 군비증강과 동맹 형성 등 전통적 현실주의 세력균형 정책을 추구해 왔고, 향후에도 그럴 것으로 판단하는 것은 잘못이다. 나아가 이를 근거로 북중러 밀착과 중국의 강대국 부상을 대비하기 위해 무작정 한미일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타당하지 않다. 과장된 위협에 근거한 안보관은 시대적 흐름과 변화하는 국제질서에 선제 대응하는데 장애가 될 뿐이다. 북방외교 전선에는 여전히 우리가 차지할 외교 공간이 열려있으며, 그 공간을 개척하려는 노력 또한 여전히 유효하다.

결론적으로, 중-러 군사동맹은 현재로서 가능한 시나리오가 아니다. 그런 점에서 동북아에서 전개되는 강대국 간의 복잡하고 다층적인 관계를 정확히 인식하고 이에 대비하는 유연하고 탄력적인 외교정책은 꼭 필요하다. 한반도가 동북아 자유주의 협력질서의 시금석이자 초국경협력(Transnational Landscape cooperation)의 시험장이 돼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코노미21]

2017년 7월 모스크바 방문에서 성안드레아사도 훈장을 받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www.news.cn
2017년 7월 모스크바 방문에서 성안드레아사도 훈장을 받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www.news.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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