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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민은행, 기업대출 독려 위해 금리 인하 잇따라 동원
중국인민은행, 기업대출 독려 위해 금리 인하 잇따라 동원
  • 조준상 선임기자
  • 승인 2019.11.20 1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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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조달․담보설정 유연성 유리한 5대 거대은행에 치우친 효과 낳을 듯
중소 시중은행은 지방정부채권 투자로 더 몰려갈 듯

[이코노미21 조준상 선임기자] 중국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이 대출금리의 기준으로 작용하는 금리들을 잇따라 인하해 고시하고 있다. 성장 둔화에 대응해 기업대출 독려와 투자 촉진을 위해서다.

인민은행은 기업대출 금리의 기준 역할을 하는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가 4.15%로 11월20일 고시했다. 이는 지난달 4.20%에서 0.05%포인트 내려간 수준이다. 5년 만기 대출우대금리도 4.80%로 0.05%포인트 내렸다.

인민은행은 지난 8월부터 달마다 18개 은행들의 대출금리 보고 값의 평균을 새로운 대출우대금리 기준으로 삼았다. 첫 고시 금리는 4.25%(1면 만기)로 옛 대출 기준금리인 4.35%보다 0.1%포인트 낮아지는 효과를 냈다. 9월에는 4.20%로 더 낮아졌다.

앞서 지난 11월5일 인민은행은 은행권에 중기 유동성을 공급하는 창구인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입찰금리를 3.3%에서 3.25%로 내렸다. 2016년 4월 이후 처음 인하다. 대출우대금리 인하는 중기유동성지원창구 금리 인하의 후속 조처의 성격을 띤다. 인민은행이 시중 은행에 빌려주는 중기유동성자금 금리를 내렸으니 이를 바탕으로 기업에 대출하는 금리를 내릴 수 있는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인민은행은 지난 11월18일 은행에 단기유동성 공급을 위해 사들이는 역환매조건부채권(역RP) 금리를 7일물에 대해 낮추기도 했다. 이 역시 2015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중국 베이징에 있는 중국인민은행 전경. 사진: 위키피디아
중국 베이징에 있는 중국인민은행 전경. 사진: 위키피디아

인민은행의 이런 잇따른 금리 인하는 그동안 세 차례 취한 지급준비율 인하, 2조1500억 위안 규모의 인프라 투자, 2조위안 규모의 감세에도 성장 둔화가 계속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지준율 인하에도 기업대출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자, 기업부담을 덜어주고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는 얘기다. 중국 3분기 성장률은 목표치인 6%에 겨우 턱걸이했다. 성장률이 구조적으로 과대 포장돼온 상황을 감안하면 심각성은 더 크다.

이에 비춰보면, 2017년 하반기 이후 그림자금융(섀도뱅킹) 축소 등 ‘디레버리징’(지렛대 효과)을 통한 금융안정성 확보라는 중국 금융당국의 큰 정책방향은 성장 방어를 위한 금융완화의 뒷순위로 밀려났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는 기업대출, 특히 소규모 기업 대출 독려를 위해 사실상 모든 정책수단을 쏟아 붇고 있는 모습에서 엿볼 수 있다.

문제는 이것이 시중 은행들에 어떤 영향을 줄지다. 지난 10월25~30일 공시된 시중 은행의 순이익 등 실적은 양호한 편이다. 중국은행과 중국건설은행의 3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04%, 6.07% 증가하는 등 5대 거대은행 순이익은 이와 비슷한 증가를 보였다. 흥미로운 점은 소규모 시중은행들의 실적이 이들 거대은행보다 더 좋았다는 점이다.

배경에는 기업대출, 특히 소규모 기업 대출 증가를 거대은행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사정이 깔려 있다. 거대은행들은 자금조달 비용이 상대적으로 더 싸기 때문에 대출금리를 더 낮출 수 있음은 물론 담보 설정에 따른 유연성을 발휘할 여지가 더 크다. 중소 시중은행들로서는 거대은행들에 기업고객을 내주게 된다. 올들어 중소 시중은행들의 기업대출 증가속도가 둔화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5개 거대은행의 부실채권 비중이 올해 9월 말 1.44%로 6월 말 1.48%보다 낮아진 것도 이런 요인과 무관하지 않다.

대신에 중소 시중은행들은 지방정부가 발행하는 채권들에 대한 투자 비중을 높여왔다. 2018년 이후 전체 시중은행들의 지방채 보유액 증가를 주도한 것은 바로 중소 시중은행들이었다. 거대은행들에 비해 높기는 하지만 자금 조달비용이 지난해보다 올해 낮아지면서 이런 지방정부채권에 대한 투자를 통해 수익성을 맞춰가는 행태는 더 심해졌다는 게 금융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소 시중은행의 경우 소규모 기업대출 증가라는 중국 금융당국의 정책목표와는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중소 시중은행들의 이런 사업모델이 얼마나 지속 가능한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지난 8월 도입한 새로운 대출우대금리(LPR) 인하,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 인하가 거대은행과 중소 시중은행에 비대칭적인 효과를 낼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이는 올해 4분기부터 중소 시중은행의 수익성을 압박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만큼 지난 5월 이후 세 차례 발생한 중소 시중은행들의 지급불능 사태와 구제조처가 앞으로 더 자주 일어날 위험성도 커질 것으로 추정된다. [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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