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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프랑스 성장률이 독일 앞섰다! 왜?
올들어 프랑스 성장률이 독일 앞섰다! 왜?
  • 조준상 선임기자
  • 승인 2019.11.25 1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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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의 노동시장 개혁? NO! 독일의 급속한 성장둔화? YES
독일의 수출주도모델, 중국경제 둔화‑글로벌 무역불확실성 증가에 직격탄
마크롱 노동시장 개혁에서 찾는 건 전경련의 논리비약

[이코노미21 조준상 선임기자] ‘마크롱 정부가 임기 반환점을 돌았다. 올해 2, 3분기 프랑스 성장률이 독일을 웃돌았다. 프랑스 경제 성장의 핵심에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한 노동개혁이 있다. 해고·감원 요건 완화와 부당해고 배상금의 상·하한선 설정을 통한 기업의 해고 부담 완화, 단체협약 단위 유연성 확보(종업원 수 20인 미만 기업의 경우 산별 단위에서 기업별 단위로 이양), 공공부문 인력감축 등이다. 반면 임기 반환점을 거의 같이 돈 문재인 정부는 거꾸로 가고 있다. 그래서 10년 만에 1%대 저성장, 경제활력 하락, 실업률 상승 등을 겪고 있다. 한국은 프랑스로부터 배워야 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11월25일 내놓은 ‘프랑스 노동개혁으로부터 배우는 경제성장 해법’이란 제목의 보도자료에 깔린 논리는 간단히 말해 이렇게 돼 있다. 발단은 그동안 경제 성적이 독일보다 처지던 프랑스의 성장률이 독일을 웃돌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일단 그 이유부터 따지는 게 순서다. 그런데 이걸 생략하고 곧바로 프랑스와 한국을 비교하며 프랑스 성장의 핵심은 노동시장 개혁에 있다고 갑작스레 비약한다.

프랑스와 독일의 경제성장률 추이
프랑스와 독일의 경제성장률 추이

하나씩 순서를 밟아보자. 먼저 보도자료를 통해 프랑스와 독일의 성장률 추이(전분기 대비)를 살펴보자. 세 가지를 확인할 수 있다. 첫째, 프랑스의 성장률이 마크롱 정부 등장 이후 개선됐다는 경험적 증거는 없다. 2017년 3분기 0.7%에서 지난해 1분기 0.2%, 2018년 3분기와 4분기 0.3%, 0.4%, 이후 0.3%를 기록했다. 둘째, 독일의 성장률은 올해 2, 3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확연히 나빠지고 있다. 셋째, 올해 2, 3분기는 물론, 2018년 3분기 이후 프랑스가 독일보다 좀 더 나은 성장을 하는 모습이 확인된다는 점이다.

프랑스와 독일의 국내총생산 대비 수출입 비중(1991~2018). 자료: 유럽연합 집행위
프랑스 독일의 GDP 대비 수출입 비중(1991~2018).
자료: 유럽연합 집행위

그러면 왜 이런 차이가 벌어졌는지를 따지는 게 중요하다. 그러기 전에 2008년 대금융위기 이후 독일의 경제성적이 프랑스보다 한층 더 우월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게 필요하다. 2005년 프랑스의 1인당 국내총생산은 독일보다 약 180유로(약 23만원) 적었다. 하지만 이 격차는 2018년 5400유로(약 700만원)로 벌어졌다. 2005년 7.8%로 동일하던 실업률은 2018년 독일 약 3.5%, 프랑스 7.8%로 차이가 나타났다. 수치상의 성적으로 보면, 지난 10년 동안 독일 경제의 실적이 월등했다.

이런 과거의 추세, 그리고 프랑스 경제가 마크롱 정부 등장 이후 성장세가 꾸준히 개선돼 온 것은 아니라는 사정에 비춰보면, 프랑스 성장률이 올들어 두드러지게 독일보다 나은 이유는 독일의 상대적 추락이 일차적 원인이다. 독일 경제의 급격한 성장 둔화의 원인이 미중 무역전쟁 등에 따른 국제교역의 불확실성 증대,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에 따른 수출 감소에 있다는 데 학계는 물론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안에서도 별다른 이견이 없다. 배경에는 두 나라의 국내총생산 대비 수출 비중이 자리한다. 1999년 유로화 출범 이전에는 프랑스와 독일의 수출 비중은 국내총생산의 25% 수준에서 비슷했으나, 2000년 초반 이후 독일이 2018년 47%까지 급격히 치솟은 반면, 프랑스는 30% 안팎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에 그친다. 이런 상황에서 독일 제조업의 약 25%를 차지하는 자동차산업이 중국 경제성장 둔화와 글로벌 교역 축소의 직격탄을 맞았다. (2000년 초반 이후 독일의 수출주도성장 모델의 근저에 깔린 추동력은 http://www.economy21.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05603 참조). 이 측면에서 보면, 지난해 12월부터 11개월째 수출이 줄고 있는 한국 경제의 모습은 오히려 독일과 닮은꼴이다.

독일 본뜬 마크롱 노동시장 개혁, 효과 따지기 아직 한참 일러

무역의존도 차이라는 프랑스와 독일의 경제구조의 차이에 비춰보면, 두 나라의 노동시장 제도의 차이는 전혀 다른 맥락에 놓이게 된다. 2003년 Ⅰ을 시작으로 2005년 Ⅳ까지 이어진 하르츠개혁을 통해 독일은 생산성을 밑도는 임금 상승과 함께, 기업단위 단체교섭 의제와 비중을 높이는 유연성이 적용됐다. 독일의 단체교섭 관행 변경은 일정한 긍정적인 효과를 낳았다. 경기하강 등에 직면했을 때, 독일 기업들은 노동시간 계정과 시간제 노동을 통해 노동시간을 줄일 수 있었다. 줄어든 노동시간은 노동시간 계정에 적립해 향후 경기가 좋아질 때 탄력적인 초과근로가 가능하게 했다. 반면 프랑스의 경우 해고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았다. 독일을 본떠 만든 마크롱의 노동시장 개혁이 오히려 이런 추세를 부추길지, 아니면 독일처럼 해고에 의존하기보다 노동시간을 줄이는 쪽을 택할지는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문제는 독일 노동시장의 더 높은 탄력성과 유연성으로 인해 창출된 일자리의 상당수가 프랑스보다 상대적으로 더 낮은 임금을 받는 일자리였고, 이로 인해 독일의 시장소득 불평등과 빈곤이 높아졌고, 내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점이다. 독일에서 급증한 ‘제로아워 계약’(zero-hour contract)가 대표적이다. 제로아워는 정해진 노동시간이 없이 임시직 계약을 한 뒤 일한 만큼 시급을 받는 노동계약이다.

엄밀히 말하면, 독일을 본뜬 마크롱의 노동시장 개혁이 성공을 거뒀다고 말하기는 너무 이르고 불확실하다. 생산가능인구(15~64살) 취업자 중 청년층(15~24살) 비중이 2017년 1분기 7.94%에서 올해 2분기 8.52%로 증가하며 청년층 취업자가 1년3개월 사이에 20만8천명 순증하기는 했다. 이렇게 증가한 청년층 일자리가 어떤 성격을 지니는 것인지는 따져봐야 할 성질의 문제다. 전경련이 보도자료에서 인용한 푸조․시트로엥을 생산하는 프랑스 자동차업체 PSA그룹의 경우 1300명을 희망 퇴직시키고, 비슷한 규모의 정직원을 뽑는 한편 인턴과 기간제 고용으로 이보다 더 많은 2천명을 추가 고용하는 것으로 돼 있다.

올들어 프랑스의 성장이 독일을 앞선 데는 수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어 글로벌 교역둔화의 영향을 덜 받은 측면 말고도, 독일의 경우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펼칠 여지를 스스로 좁혔다는 점도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독일은 2009년 헌법 개정과 균형재정법 제정을 통해 ‘부채 브레이크’ 제도를 도입했다. 이로 인해 연방정부가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면서도 경기 하강에 대응해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펼치지 못해 왔다.

프랑스 독일의 공공부문 비중(GDP 대비 공공지출 비중, 1991~2018). 자료: 유럽연합 집행위
프랑스 독일의 공공부문 비중 차이
(GDP 대비 공공지출 비중, 1991~2018).
자료: 유럽연합 집행위

독일보다 성장이 앞선 데는 역설적이게도 프랑스의 상대적으로 높은 공공부문 비중도 작용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국내총생산 대비 공공지출 비중은 프랑스가 2018년 약 56%로 독일(약 44%)보다 12%포인트 높다. 그만큼 공공부문 비중이 크다는 얘기다. 세부담도 독일보다 높고 공공부채와 적자도 독일보다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공공지출의 효율성 측면에서 프랑스가 독일보다 낮을 것이란 통념을 갖게 된다. 하지만 건강보호와 같은 사회서비스 영역의 경우 생산성이 독일보다 더 높고 소득불평등과 빈곤을 누그러뜨리는 효과도 독일보다 더 크기 때문에 독일보다 나은 성장에 기여한다는 게 관련 연구들의 내용이다. 전반적으로 프랑스와 독일 두 나라에서 제조업의 생산성은 독일이 높은 반면, 서비스업의 생산성은 프랑스가 더 높다. 기업들의 경우 차입비용은 프랑스가 독일보다 더 낮다.

이렇게 독일과 먼저 비교하면, 올들어 프랑스의 성장률이 독일보다 나은 “핵심” 요인으로 전경련처럼 독일을 본뜬 마크롱의 노동시장 개혁을 꼽기는 어렵다. 오히려 2000년대 초반 이후 가파르게 상승한 독일의 수출주도성장모델이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가 올들어 전면적으로 드러나는 데 있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

그럼 이로부터 우리나라는 어떤 교훈을 얻어야 할까?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 대비 수출의존도는 국내총생산의 45% 수준으로 이미 독일에 버금간다. 정규직의 경우 민간부문과 공공부문을 막론하고 근속연수가 길수록 가파르게 상승하는 임금곡선의 기울기를 완만하게 하는 임금체계를 개편하는 게 핵심이다. 이로 인해 기업이 신규채용을 거리거나 규모를 축소하거나, 비정규직을 저렴하게 이용하려는 유혹이 커진다는 사실은, 굳이 먼 나라에서 찾지 않아도 될 한국의 현실이다.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노동시장 개혁은 바로 이것이라고 보는 게 정확하다. 우리나라는 이미 2000년대 초반 독일에 앞서, 이런 독일을 본뜬 프랑스에 앞서 비자발적인 고용형태와 불안정 고용형태를 이미 충분히 많이 도입했기에 그렇다. 전경련처럼 독일을 본뜨고 있는 프랑스로부터 배우자는 식의 논리적 비약을 저지를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또 다른 교훈 하나는 올들어 독일의 추락으로 나타난 프랑스와 독일의 성장 가윗자 엇갈림이 향후 지속되는지를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데서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만약 올해가 이런 엇갈림의 전환점이라면, 그래서 프랑스의 중기 성장 전망이 계속 독일보다 앞선다면, 앞서 말한 독일보다 앞선 프랑스의 사회서비스 부문의 생산성과 빈곤 완화 효과, 공공부문의 역할 등은 좀 더 깊숙한 탐색의 대상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유럽연합 집행위의 전망을 보면, 현재의 정책이 지속된다는 전제 아래 2022~24년 독일의 잠재성장률은 1.2%, 프랑스는 1%를 기록하는 것으로 돼 있다. 잠재성장률이란 개념의 한계를 인정한다고 해도, 두 나라 성장 추세의 구조적 엇갈림을 점치기는 아직 어렵다는 얘기다. [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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