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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만리] 홍콩 사태의 파장과 영향
[천지만리] 홍콩 사태의 파장과 영향
  •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
  • 승인 2019.11.26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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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 일국양제에 대한 근본적 인식 차이를 인정해야 해결 실마리를 찾을 수 있어

[이코노미21] [강준영 교수] 중국 중앙정부의 강력한 ‘질서 회복’ 의지 천명에 따라 결사항전을 외치며 홍콩 이공대에 포진했던 청년 시위대가 결국 홍콩 경찰의 초강경 진압에 사실상 굴복했다. 일부지만 수업 거부·구매 거부·점심시간을 이용한 파업이라는 3파(罷)운동이 진행되는 가운데 점심시간을 이용한 평화 시위마저 조기 해산시키면서 시위대에 대한 ‘무자비’를 천명했던 홍콩 정부의 신임 강경파 경찰총수 크리스 탕은 이공대 진압을 직접 현장 지휘하면서 약 400여명의 학생을 체포했고, 200여명을 최고 10년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 폭동죄로 기소하는 강수를 두었다.

이로써 대학가를 거점으로 시위를 장기전으로 이끌면서 국제연대를 통해 국제사회의 지지를 확보해보려는 시위대의 전략은 국제사회의 지지도 받지 못한 채 동력을 상실하게 되었다. 이미 18·19 양일간 무려 1천100여명이 체포되고 경찰이 실탄 발사를 불사하고 최루탄은 물론 물대포와 음향 대포로 불리는 장거리음향장치(LARD)까지 동원하면서 시위대의 기세를 완전히 꺾자 시민사회의 저항 의지는 크게 약화되었고 패배감이 팽배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시위 세력이 다시 전열을 정비해 강력한 저항을 할 것인지 아니면 이대로 의지가 꺾이면서 본래의 목표를 전혀 달성하지 못한 저항 운동의 하나로 전락할 것인가의 기로에 서있는 것이다.

홍콩 정부의 소위 범죄인 인도법, 즉 송환법 제정 시도 반대로 6월 9일부터 시작된 이번 시위는 9월 4일 홍콩의 수반인 캐리람 행정장관의 송환법 폐기 선언에도 불구하고 계속되었다. 여전히 ‘폭력 경찰에 대한 독립적 조사위원회 설치’ 및 ‘체포된 시위대 불기소’ 그리고 ‘시위대에 대한 폭도 규정 철회’, 현실적으로 수용이 쉽지 않은 ‘행정장관 직선제 및 입법의원 보통 선거 실시’ 등의 요구 사항이 묵살 당했기 때문이다. 이를 관철하기 위한 과격 시위에 대해 경찰은 더욱 강경한 진압을 계속했고 이 과정에서 양측은 대화의 타이밍도 놓쳤다. 결과적으로 홍콩정부는 캐리 람 장관에 대한 시진핑 주석의 신임과 중앙정부의 강력한 비호 아래 강력한 공권력을 동원, 시위대를 무력으로 진압함으로써 봉합하기 어려운 갈등의 골을 만들었다.

중국 정부의 ‘중국의 홍콩’에 대한 질서 회복의지는 이미 여러 차례 천명된 바 있다. 문제는 중국 중앙과 홍콩 시민사회 간의 일국양제(一國兩制)를 둘러싼 근본적인 인식의 괴리에서 비롯된 것임을 인정해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데 중국은 처음부터 표면적인 시위 사태 해결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대화와 소통의 장이 애초부터 마련되지 않았다. 홍콩에 대한 ‘전면적 관할권 행사’를 주장하는 중앙정부는 중화인민공화국이라는 일국이 존재하기 때문에 두가지 제도의 병존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나, 홍콩 시민 사회는 당초 취지대로 일국과 양제는 병렬적인 상황에서 공존이 가능하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위가 계속되면서 홍콩 사회는 분열되었고, 젊은 학생들은 행동을 통해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면서 과격 노선을 택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의 폭력성에 대한 저지와 비판이 초점이 되어 당초 시위의 목적과 본질에서 유리되는 현상도 나타났다. 중국 정부는 홍콩 정부가 10월 5일 발효한 시위대의 ‘복면 금지법’에 대해 18일 홍콩 고등법원이 위헌 결정을 내리자 중국 정부는 홍콩기본법에 대한 최종 유권 해석은 중국 전국인민대회 상무위원회 소관이라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미국 하원이 ‘홍콩인권· 민주주의 법 (홍콩인권법)’과 ‘홍콩보호법’을 통과시키자 내정 간섭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 중앙정부는 결국 홍콩 정부를 통한 강력진압을 선택했고, 시위대와 시민사회는 속수무책으로 끌려갈 수밖에 없게 되었다. 어떻게 결말이 날수는 알 수 없지만 홍콩 사태는 현재까지의 전개만으로도 홍콩 내부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일정한 파장과 영향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우선, 첨예한 무역 분쟁을 겪으면서 갈등을 겪고 있는 미·중 관계에 새로운 변수가 될 소지가 커졌다. 미국 상원은 11월 19일, 하원이 지난 10월 15일 통과시킨 ‘홍콩인권·민주주의 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홍콩이 경제와 무역상의 특별한 대우를 계속 받을 자격이 있는지를 해마다 재확인하고, 홍콩 시위대의 납치나 중국 본토 추방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고 미국 입국을 거부하는 내용의 이 법안은 집회·군중을 통제 및 진압하기 위한 일체 장비의 홍콩 수출도 금지하고 있다. 또 2020년까지 행정장관 및 입법의원에 대한 자유· 공정 선거제도 마련을 지지한다면서 시한까지 제시했다. 당연히 중국은 이를 ‘내정간섭’이라며 ‘반격’을 선언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 때문에 겨우 일차 합의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진 양국 무역협상도 다시 안개 속으로 빠져들었고, 10일 안에 이 법의 승인 여부를 결정해야하는 트럼프 대통령도 탄핵 정국에서 곤혹스럽게 됐다. 이제 본격적으로 양국 간 인권·민주 갈등 차원으로의 확산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홍콩 사태는 한국 경제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수출주도형 국가인 한국에게 홍콩은 중국, 미국, 베트남 다음으로 수출 규모가 큰 지역이다. 그렇지 않아도 미·중 간 무역 갈등으로 대중 수출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대홍콩 수출액 355억 달러의 82% 이상이 중국으로 재수출되는 우회기지인 홍콩에 대한 수출이 올해 33%가량 감소될 것으로 무역협회보고서는 예측하고 있다. 특히 홍콩은 한국의 최대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와 메모리반도체의 수출 비중이 각각 73.0%와 63.3%에 달한다. 미·중 무역 분쟁의 와중에서 대 홍콩 수출 환경도 악화되는 이중 악재를 맞고 있는 것이다. 주식시장도 중국 기업의 영업 기반이 본토에 있기 때문에 홍콩 항셍(H)지수는 상대적으로 시위 사태의 영향을 덜 받지만 홍콩의 불안은 중장기적으로 해외 자본의 유입과 투자를 주저하게 하고 있다. 자칫 홍콩 사태가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 양상으로 번지면 또 다른 블랙 스완(Black Swan)이 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특히 최근에는 홍콩 사태에 대한 인식을 둘러싸고 각 대학에서 한·중 대학생 간 충돌이 발생하는 엉뚱한 파장이 일고 있다. 민주사회에서 성장한 한국 학생들은 시위대가 공권력에 의해 진압당하고 유린당하는 자료를 근거로 홍콩의 민주화에 관심을 표명한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중국 학생들의 애국주의는 이를 중국에 대한 간섭으로 인식한다. 게다가 중국 학생들은 중국 당국에 의해 유포되는 시위대가 홍콩 공권력에 도전하는 자료를 근거로 시위대의 항의를 폭력 활동으로 치부하면서 중국에 주권이 귀속된 이상 홍콩인도 중국인이며 당연히 중국이라는 일국의 통치 방향에 따라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렇다고 사드(THAAD)의 앙금이 아직 가라앉지 않은 가운데 한국 학생들이 붙인 대자보와 플랭카드를 훼손하고, ‘독도는 일본 땅’이나 ‘김정은 만세’같은 한국인의 감정을 자극하는 비이성적 행동을 하는 것은 무지에 가까운 행동이다. 대학은 자유롭게 자신들의 의견을 개진하고 또 토론할 자유가 있으며 이야 말로 최고 학부의 생명력이다. 불만이 있다면 자신들의 논리를 개진하는 대자보를 붙이고 논리적 주장을 하는 토론을 진행하는 게 타당할 것이다.

물론 가장 시급한 것은 홍콩시민과 홍콩 정부 그리고 중국 중앙정부 간의 진솔한 소통이다. 홍콩 시민들은 애초부터 홍콩인으로 구성된 홍콩 정부와 이웃에 살던 경찰이 자신들에게 총을 겨누는 이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큰 충격에 빠져있다. 홍콩 사회의 주축인 넥타이 부대는 20대 초반 청년학생들의 저항을 돕지 못한 패배감과 무기력 속에서 지속적인 평화 시위를 통해 자신들의 의견을 표명하겠다면서 오늘도 점심시간을 이용해 거리로 나섰다. 자신들의 의사를 계속 전달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홍콩 당국이나 중국 당국도 홍콩이 독립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소통 기회를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 기회는 있게 마련이다. 평화적이고 이성적으로 대화를 통한 지혜의 결집을 기대한다. [이코노미21]

지난 12일 저녁 홍콩 중문대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격렬하게 대립하고 있다. 출처= PolyU Campus Radio
지난 12일 저녁 홍콩 중문대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격렬하게 대립하고 있다. 출처= PolyU Campus Ra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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