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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만리] 미중 패권경쟁의 이념적 근원과 북한 비핵화의 시사점
[천지만리] 미중 패권경쟁의 이념적 근원과 북한 비핵화의 시사점
  • 주재우 경희대학교 중국어학과 교수
  • 승인 2019.11.29 16: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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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21[ [주재우 교수]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의 시작은 어디고 그 끝은 어딜까. 이는 최근 장내의 제일 핫한 화두꺼리다. 그 끝은 매우 장기적인 과정을 지나야해 불확실하다. 그러나 그 시작에 대해 단순히 지도자 개인적 정치성격을 탓하는 것도 불확실한 미래의 끝을 예측하는데 판단 오류의 근원이 될 수 있다. 미국이 대 중국 관계에 있어 무역 문제를 정치화하고 대립구도를 가열시키는 이유가 단순히 도날드 트럼프 미 대통령 개인적 성향 때문만은 아니다. 물론 그의 ‘미국 우선주의’의 목표 중 하나가 중국과의 불균형한 무역구조와 불공정한 무역거래를 바로 잡기 위함은 사실이다. 그러나 나머지 목표, 즉 협상의 주도권과 과거의 과오를 다시 밟지 않겠다는 행간의 의미를 곱씹을 필요가 있다.

미국은 중국의 개혁개방 40년 동안 포용정책을 견지했다. 미국이 이 정책에 낙담하게 된 이유는 의도한 성과를 내지 못 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대미무역에서 만성 흑자를 기록하며 장족의 경제발전 성과를 일궈냈다. 미국은 만성적자를 용인하면서 중국의 경제발전이 정치개혁과 사회적 변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40년 이후 중국의 정치 개혁과 민주화 과정은 기대 수준 이하이며 시민사회도 독립적인 정치 주체로 성장하지 못 했다.

미국은 중국에 만성적자를 겪으면서도 중국이 미국의 이런 기대에 부응하면 불균형한 무역구조가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스스로 위안했다. 이런 기대의 논리적 근거로 미국은 사상가 이마누엘 칸트의 ‘항구적 평화론(Perpetual Peace)’와 ‘민주평화론(Democratic Peace)’에 의존했다.

두 이론의 핵심 논리는 교류를 통해 형성된 인식의 일치가 제도와 규범의 동화(assimilation)를 견인하면서 각기 다른 사회의 융화와 융합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미국의 대 중국 목표는 200년 전부터 견지되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유효하다. 물론 시대가 변하면서 일부 목표 요소들이 바뀌었다. 200년 전에 중국의 기독교화(christianization)와 민주화, 그리고 시장 개방이 목표였다면, 개혁개방 이후의 포용정책의 목표는 중국의 민주화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관철하는 것으로 변했다.

그런데 개혁개방 40년이 지난 오늘날의 중국의 민주화 진척이나 시장경제화의 수준은 미국의 기대를 미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1983년 이후 만성적자를 겪으면서도 중국이 미국의 시장경제화를 위한 요구를 제대로 수용하면 정치의 민주화나 시민사회의 발전에 낙수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현실은 정반대였다. 중국은 미국의 요구를 지금까지 교묘하게 회피하면서 자기만의 방식으로만 미국을 때로는 설득하거나 기만해왔다. 중국이 미국의 요구를 거절한 이유는 간단하다. 중국이 고수하는 공산주의 이념에 배척되기 때문이다.

미중 패권 경쟁 구도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위해서는 미중 양국이 서로에 대해 견지하는 정책의 명맥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미중 양국 간의 갈등의 근본은 이념에 있다. 미중 양국 간의 이념 차이로 미중의 패권경쟁구도나 이익구도에서 균형점을 찾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국제정치학 이론의 대가인 로버트 저비스(Robert Jervis)에 따르면 인식을 지배하는 결정적인 요소는 이념이다.

그는 이념의 차이와 인식의 차이의 인과관계가 특정 이념의 교리를 수용하는데서 비롯된다고 본다. 즉, 교리에 따라 이념에 부합하는 정보에만 편향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수집된 정보는 결국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기’식의 집합체에 불과하다. 따라서 편향된 정보에 의존한 나라가 같은 현상을 보더라도 다른 해석과 인식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된다. 그리고 결과는 다른 눈높이에서 상대방의 의도를 분석하려하기 때문에 정확히 판단과 인식을 하지 못하고 ‘오해(misperception)’만 양산한다는 것이다.

이념의 차이로 미중 양국이 추구하는 국가전략의 최종목표 또한 상이하다. 미국은 지난 200년 동안 세계의 민주화, 보편적 인권과 가치의 확산, 그리고 시장경제화를 견지해왔다. 중국의 최상목표는 중국공산정권의 체제 유지다. 이는 중국이 21세기에 제시한 국가안보의 ‘핵심이익’의 내용에서 드러났다. 중국공산당이 획정한 국가 주권 영역(생활공간)과 수립한 국가제도, 그리고 중국이 선택한 국가발전 노선과 사회 안정에 대한 정당한 권리에 도전 세력을 방지하는 것이 목표다. 이런 목표를 최상으로 여기는 중국에게 미국의 가치가 관철될 공간이 거의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중 양국의 이념 차이는 ‘평화’에 대한 인식의 차이에서도 나타난다. 미국은 냉전시기의 ‘장기적인 평화(long peace)’, 즉 핵전쟁 가능성이 없는 상태를 평화로 간주한다. 미국이 냉전 이래 핵무기 경쟁대상국의 비핵화와 이들에 대한 핵 억지력을 군사안보의 핵심으로 견지한 이유다. 중국은 덩샤오핑이 주장했듯 세계대전의 발발 가능성이 없는 상황을 평화로 정의한다. 이를 위해 중국은 세계대전을 억제할 수 있는 세력으로 성장하려 한다. 이를 위해 국력을 키워 제3세계와 연대하여 새로운 세계 정치와 경제 질서를 확립하는 것이 중국 외교안보의 핵심 목표다.

미중 양국의 이런 인식차이 때문에 이들이 북한의 비핵화 문제에서 입장 차이를 보이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이런 입장 차이를 오늘날의 미중갈등구조에 대입해 보면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이들의 접근방식의 차이점의 의미를 유추할 수 있다. 우선 공산정권이 유지되는 한 비핵화나 개혁개방으로 북한의 본질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신념이 미국에 자리 잡고 있다. 둘째, 비핵화에 대한 인식의 차이다. 미국은 핵전쟁 위협의 근원을 제거하려는 반면 중국은 평화를 깨는 전쟁도발의 가능성을 우려한다. 마지막으로 비핵화의 대가 조건으로 미국이 개혁개방과 인권 개선을 강력히 요구하는 이유다. 반면 중국은 평화를 위한 비핵화 노력에 만족해하는 이유다. 앞으로 북한 비핵화에 있어 우리가 미중전략을 수립함에 있어 반드시 감안해야할 사안들이다. [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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