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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브라질․아르헨티나에 환율조작 혐의 뒤집어씌우다!
트럼프, 브라질․아르헨티나에 환율조작 혐의 뒤집어씌우다!
  • 조준상 선임기자
  • 승인 2019.12.03 13: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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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알루미늄 쿼터제 대신에 보복관세 부과 시사
재무부․상무부와 사전 협의도 안한 듯
브라질․아르헨티나의 대중국 농산물 수출 증가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수입 가로막는 경쟁자로 여겼을 가능성
금리 더 내리라며 연준에 대한 적대감 또 드러내

[이코노미21 조준상 선임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시 한 번 미국의 대외 무역정책을 혼란의 도가니로 몰아넣으며 경제적 리더십을 땅에 추락시켰다. 미국 재무부가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지정조차 하지도 않은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 대해 환율조작 혐의를 뒤집어씌워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기습 발표’를 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월2일 트위터를 통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자국 통화들에 대한 대규모 평가절하를 벌여왔다. 이는 미국 농민들에게 좋지 않다”며 “미국이 두 나라로부터 수입하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원상회복시키겠다고”고 발표했다. 상무부나 재무부가 트윗을 통해 관련 내용을 알게 됐다는 외신들의 보도에 비춰볼 때, 사전 논의 없는 트럼프가 기습 발표로 추정된다.

트윗을 통해 브라질과 아르헤티나를 환율조작국으로 비난하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보복관세 부과를 발표한 트럼프 대통령이 12월2일 우중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글로벌 뉴스
트윗을 통해 브라질과 아르헤티나를 환율조작국으로 비난하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보복관세 부과를 발표한 트럼프 대통령이
12월2일 우중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글로벌 뉴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3월1일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로부터 수입하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 관세를 6월부터 부과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관세 대신에 일정한 쿼터(수입물량)를 설정하는 데 합의하면서 지난해 8월29일 “미국 안에서 특정한 품질의 철강이나 알루미늄을 생산하지 못할 경우 쿼터의 예외로 인정해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3월26일 한‐미 FTA를 합의하며 그 일환으로 무관세 철강 쿼터(2015~17년 수출량의 70%)를 확보하는 것으로 대응했는데, 트럼프 행정부의 행정명령은 여기에도 적용된다.

또한 같은 트윗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에 대한 금리 인하도 압박했다. “많은 나라들이 평가절하를 통해 미국의 강한 달러를 더 이상 이용하지 못하도록” 연준이 행동해야 한다며 “강한 달러는 우리 제조업자와 농민들이 수출하는 것을 매우 어렵게 한다. 연준아!, 금리를 더 낮추고 (통화정책을) 완화하라”고 주장했다.

트럼프의 이번 기습 발표가 갖는 가장 큰 문제는 올해 5월 미국 재무부가 발표한 상반기 ‘주요 교역국의 거시정책과 환율정책 보고서’에서도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면밀한 동향 추적과 감시가 필요한 관찰대상국으로 지정조차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일종의 상계관세를 부과하기 위해 정부 개입을 통한 평가절하 혐의를 두 나라에 뒤집어씌운 꼴이다.

물론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통화가 평가절하 돼 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두 나라의 성장 전망 악화와 정치적 불안으로 인한 것이지, 두 나라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한 결과가 아니다. 아르헨티나는 2018년 6월 국제통화기금으로부터 57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기로 합의한 뒤에도 높은 물가상승률과 투자자 신뢰 하락 신뢰 저하, 재정긴축에 따른 실업과 빈곤 증가 등을 겪어 왔고, 지난 10월27일 대통령선거에서 자파 성향의 알베르토 에르난데스가 16%포인트 격차로 현 대통령 마우리시오 마크리에 압승하면서 정권교체의 과도기를 겪는 과정에 있다. 브라질도 경제전망 악화와 함께, 현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가 새로운 정당을 설립하기 위해 집권당을 탈당하는 등 정치적 불안에 휩싸여 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 대한 트럼프의 관세 기습 공격의 숨은 배경은 다른 데서 찾는 게 정확해 보인다. 가장 유력하게 떠오르는 건 중국과 ‘1단계’ 무역합의를 위한 ‘외곽 때리기’라는 분석이다. 중국이 올해 5월까지 9개월 동안 수입한 대두의 77%가 브라질로부터 들여온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40% 수준에서 급상승한 것이다. 아르헨티나도 내년부터 가축용 사료로 쓰이게 될 대두와 대두 가공식품을 내년부터 중국에 사상 처음으로 수출할 예정이다. 두 나라 정부가 오랜 협상 끝에 지난 9월11일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1단계 합의를 위한 핵심적인 한 축이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 400~500억달러 어치를 수입하는 것이라는 데 비춰보면, 트럼프가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를 걸림돌로 여겼을 수 있다는 얘기다. 트럼프 행정부의 전․현직 무역 관료들을 취재원으로 하는 외신보도들을 보면, 트럼프는 중국의 농산물 구매에 광적인 집착을 보이고 있고, “중국과 합의의 농업 부분이 트럼프를 돌아버리게 만들고 있다(is driving him mad)”고 한다.

또 하나의 분석은 연준의 금리 인하를 압박하기 위한 ‘외곽 때리기’라는 설명이다. 트럼프가 트윗에서 말한 것처럼 “많은 나라들이 강한 달러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연준이 금리를 더 낮추도록 하기 위해 애꿎은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를 끌어들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의 인식은 ‘강한 달러’가 미국의 상대적 경제전망이 좋은 데 따른 효과라는 성격이 강하다는 점을 무시하는 것에 가깝다. 게다가 연준이 추가로 금리를 내릴 경우 미국경제의 성장 지속가능성에 낙관에 따른 자산시장 과열 둥으로 오히려 ‘강한 달러’ 현상이 더 강해질 수 있음을 감안하지 않고 있다.

어쨌거나, 트럼프의 이번 ‘브라질․아르헨티나 습격사건’은 내년 대선에도 트럼프는 무역전쟁을 새로 벌이는 것에 주저하지 않는다는 뚜렷한 인상을 새겼음은 분명하다. 이와 동시에, 근거도 없는 혐의를 뒤집어씌우는 방식으로 인해 미국의 경제적 리더십을 웃음거리로 만들었다는 것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리고 미국 재무부에게는 조만간 발표할 하반기 환율정책보고서에 어떻게 해서든 브라질․아르헨타나를 관찰대상국으로 편입시키는 ‘조작’을 해야 할 막중한 임무가 하늘에서 뚝 떨어졌다. [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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