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0-01-18 15:07 (토)
트럼프 행정부, 유럽의 디지털서비스세 도입 봉쇄 공세
트럼프 행정부, 유럽의 디지털서비스세 도입 봉쇄 공세
  • 조준상 선임기자
  • 승인 2019.12.04 14: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GAFA 등 미국 기업들에 대한 차별”…프랑스에 25억달러 규모 보복관세 부과 착수
프랑스는 물론 유럽연합 집행위, 강력한 보복대응 시사
고정사업장 없다는 이유로 과세 빠져나가는 미국 기업들 일방 옹호
세계무역기구 분쟁해결절차 거치는 게 합리적

[이코노미21 조준상 선임기자] 트럼프 행정부가 프랑스 등 일부 유럽국들이 도입했거나 도입할 예정인 디지털서비스세(DST)가 ‘자국기업에 대한 차별’에 해당된다며 보복관세 부과 절차에 들어갔다. 이에 맞서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연합은 강력한 맞대응을 예고하는 등 무역협상이 임박한 미국과 유럽연합 사이에서도 무역전쟁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는 12월2일 프랑스의 디지털서비스세에 대해 무역법 301조에 따라 벌인 1단계 조사를 마무리하면서 “프랑스의 디지털서비스세는 GAFA(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 미국 디지털 기업을 차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근거는 기업 이익이 아닌 매출에 대한 과세, 소급 적용 등의 문제가 있고 미국 기술기업에 대한 벌칙을 가하려는 목적 등에 비춰볼 때 일반적인 조세원칙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잠정 결론에 따라 무역대표부는 포도주와 샴페인을 포함해 24억달러(약 2조8천억원) 어치의 프랑스산 수입품 63종에 대해 최고 100%의 추가 관세를 물리는 상계관세 등 보복조처에 대한 의견수렴 절차에 들어갔다. 내년 1월6일까지 의견을 받고 13일 공청회를 여는 한편, 14일까지 반대 의견을 모은다. 보복조처에는 프랑스의 서비스 부문에 대해 일정한 ‘수수료나 제한’(fees or restrictions)을 부과하는 내용도 들어가 있다.

무역대표부 대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는 “오늘 결정은 미국 기업을 차별하고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디지털서비스세에 대해 미국이 행동에 나설 것이란 명백한 신호”라며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터키에 대해서도 조사에 들어갈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상무부 장관 윌버 로스도 응원에 나섰다. 그는 12월3일 프랑스의 디지털서비스세에 대해 “유럽은 미국 기업들과 같은 진정한 첨단기술, 전자상거래 챔피언을 갖고 있지 못하다. 이에 대한 엄청난 질투심을 갖고 있다”며 “반미적인 구상이 아니라고 말하기 어렵다. 고의든 아니든 (프랑스 디지털서비스세의) 해당 기준은 본질적으로 미국 기업만 포함한다”고 주장했다.

로스는 유럽연합․일본 등으로부터 수입하는 자동차과 부품에 국가안보를 이유로 25%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과 관련해 “개별 기업들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고 이로부터 매우 좋은 이익을 일부분 확보했다”며 “관세 필요성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를 향해 디지털서비스세로 압박하고 독일에 대해서는 자동차 관세로 압박하는 모양새다. 자동차와 부품에 대한 관세부과 유예기간은 지난달 13일 끝났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결정을 미루고 있다.

이에 맞서 프랑스 재정경제부장관 브뤼노 르메르는 12월3일 “미국이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면 유럽의 강력한 대응이 있을 것이라는 점을 확실히 해두기 위해 어제 유럽연합과 접촉했다”며 “유럽연합 차원에서 보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대변인 대니얼 로사리오 “다른 모든 무역 관련 문제와 마찬가지로 유럽연합은 하나처럼 행동할 것”이라며 프랑스 디지털서비스에와 관련된 분쟁은 보복관세가 아니라 세계무역기구 분쟁 해결 절차에 따라 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의 디지털서비스세 현황(자료: https://taxfoundation.org/digital-taxes-europe-2019/)*빨간색이 시행, 감색이 제안, 회색이 발표
유럽의 디지털서비스세 현황
(자료: https://taxfoundation.org/digital-taxes-europe-2019/)
*빨간색이 시행, 감색이 제안, 회색이 발표

프랑스 마크롱 정부는 지난해 12월 디지털서비스세 도입 계획을 밝혔는데, 연간 수입(매출)이 7억5천만유로(약 9900억원) 이상이면서 프랑스 안에서 2500만유로(약 330억원) 이상의 수입을 얻는 글로벌 정보기술 기업들을 대상으로 프랑스에서 벌어들인 연 매출의 3%를 부과하는 내용의 디지털서비스세를 올해 7월부터 도입했다.

프랑스 이외에 무역대표부가 조사에 들어갈 뜻을 내비친 이탈리아 정부는 글로벌 총수입이 7억5천만유로, 온라인광고, 이용자 데이터의 전송, 이용자에 대한 인터페이스 제공 등을 통해 이탈리아 안에서 창출되는 수입이 550만유로인 초국적 디지털 기업들에 대해 매출의 3%를 부과하는 방안을 올해 제안했다. 오스트리아도 글로벌 총수입 7억5천만유로, 오스트리아 안에서 수입 1천만유로인 초국적 디지털 기업들의 인터넷 광고매출에 5%를 부과하는 방안이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이들 세 나라를 포함해 유럽의 10여개국이 디지털서비스세를 도입했거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터키의 디지털서비스세 제안 내용은 글로벌 총수입 7억5천만유로, 터키 안 수입 310만유로인 기업을 대상으로 광고, 콘텐츠 판매, 소셜미디어 웹사이트의 유로서비스 매출에 대해 7.5%를 부과하는 것이다.

디지털서비스세 도입, 글로벌 법인세 개편 과도기에 정당한 주권 행사

이런 움직임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제안에 따른 것이다. 집행위는 2018년 3월 디지털 서비스세 도입 법안을 제안했다. 법인세를 부과하는 전통적인 고정사업장(permanant establishment, 정보기술 기업의 경우 서버)을 두지 않아도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벌어들인 매출에 대해 세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주요 디지털 사업장’(significat digital presence) 개념을 통해 유럽연합 역내에서 온라인 사업으로 매출이 700만유로 이상이거나 10만명 이상의 이용자를 보유하거나 3천개 이상의 온라인 비즈니스계약을 맺은 기업을 대상으로 삼았다. 조세 문제에 대해서는 회원국의 만장일치가 필요하다는 조건으로 유럽연합 차원에서 채택되지는 못하고 보류됐지만, 개별 회원국이 도입하는 길은 열려 있다. 마크롱 정부가 독자적으로 디지털서비스세를 도입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디지털서비스 도입은 집행위 차원의 제안인 터라, 미국이 보복관세를 부과할 경우 유럽연합 차원의 대응이 불가피하다.

디지털서비스세 도입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보복관세 부과 결정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에서 진행되고 있는 글로벌 법인세 개편을 향한 과도기 동안에 각 나라들이 동원할 수 있는 과세권에 대한 부당한 공격의 성격을 띤다. 현재 글로벌 법인세 부과 원칙은 ‘고정사업장’에 기반해 이익(총수입-총비용)이 창출된 곳을 기준으로 과세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초국적 기업들이 무형자산에 대한 회계처리 등을 통해 조세피난처 등 세율이 낮은 곳으로 이익을 옮기는 수법으로 세금을 줄이는 수법을 동원해 과세기반이 잠식당해 왔다. 이렇게 누수되는 세수규모는 연간 5천억달러(약 575조)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상황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2013년 주창된 ‘세원잠식과 이윤이전’(BEPS; (Base Erosion & Profit Shifting) 프로젝트의 공식 보고서를 2015년 11월 채택했다. BEPS 프로젝트의 맥락에서 OECD가 지난해 3월 발표한 잠정보고서에도 전통적인 고정사업장이 아니라 “중요한 디지털 사업장”(significat digital presence)이라는 개념이 포함돼 있다. 과도기 동안 각 나라들이 이런 개념에 입각해 과세권을 행사할 근거는 충분하다는 얘기다.

자국의 주권행사만 주권으로 간주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내로남불’

게다가 트럼프 행정부도 올해 1월 초국적 기업들의 법인세를 매출을 기준으로 분할해 과세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프랑스 디지털서비스세와 달리 과세대상이 매출이 아니라 이익이라는 점이 다르지만, 이익을 나누는 기준을 매출로 한다는 점에서 관련성이 매우 높다. 프랑스의 디지털서비스세가 해당 초국적 기업의 이익에 대한 일종의 원천징수로 간주하고, 나중에 매출을 기준으로 나눈 이익에 대한 과세액과 견줘 환급하거나 추가 징수하는 방법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개발도상국의 경우 글로벌 기업의 이윤을 나눌 때 매출만이 아니라 현지의 고용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글로벌 법인세 개편의 과도기 동안에 과세권 행사를 둘러싼 분쟁은 일방적인 보복관세가 아니라 세계무역기구 분쟁조정절차를 따라 처리하는 게 맞다는 프랑스와 유럽연합의 주장이 합리성을 갖는다. 이런 측면에서 디지털서비스세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보복관세 부과 결정은 자국의 주권 행사만 주권으로 간주하는 일종의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이코노미21]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