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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무역기구 분쟁해결 상소기구 오늘부터 전면 마비
세계무역기구 분쟁해결 상소기구 오늘부터 전면 마비
  • 조준상 선임기자
  • 승인 2019.12.10 1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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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에 최소 3명 필요…잔존 3명 중 2명 임기 오늘 종료
미국 2017년부터 상소기구 후임자 봉쇄
상소기구 개혁 논의 지지부진 속 마비 장기화 우려

[이코노미21 조준상 선임기자] 이미 부분 마비에 들어간 세계무역기구 분쟁해결 시스템이 오늘부터 전면적인 운영 중단에 들어간다. 세계무역기구 협정에 위반되는지를 판단하는 보고서 작성의 임무를 띤 최종심(2심) 심판기구인 상소기구(The Appellate Body)가 마비되기 때문이다.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세계무역기구 본부. 사진: 위키피디아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세계무역기구 본부. 사진: 위키피디아

상소기구가 작동하려면 적어도 위원 3명이 필요하다. 하지만 2명의 임기가 오늘 끝나고 1명만 남는다. 후임자가 채워지지 않으면 그 뒤부터 국가 간 무역분쟁을 해결하는 장치는 기능 정지다. 세계무역기구 분쟁해결 시스템은 패널(1심)과 상소기구(2심)으로 이뤄진다. 세계무역기구 분쟁을 100으로 놓고 볼 때, 40 정도가 분쟁 당사국 간 협의를 통해 해결된다. 이렇게 해결되지 않으면 1심 패널이 구성된다. 전체의 29% 정도다. 1심 패널의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분쟁 당사국은 상소기구로 항소한다. 여기서 전체 분쟁의 31%가 해결된다.

상소기구의 정원은 7명이다. 하지만 미국은 2017년부터 상소기구 개혁을 요구하며 임기가 끝나는 후임자의 임명을 막아 왔다. 상소기구가 마비되면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책임이다. 출범 이후 2017년 6․8․10월, 2018년 9월 등 네 차례에 걸쳐 상소기구 위원이 공석이 될 때마다 미국은 후임자 임명을 거부했다. 물론 미국의 위원 임명 거부가 트럼프 행정부 때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오바마 행정부 때도 미국에 불리한 판결을 했다는 이유로 2016년 5월 당시 장승화 위원(서울대 교수) 연임 거부를 비롯해 세 차례나 위원 임명을 거부한 적도 있다. 하지만 상소기구 마비 사태까지 일어나는 건 트럼프 행정부가 처음이다.

미국은 상소기구가 1995년 협정문 합의범위를 넘어서는 월권을 저질러 왔다며 ‘1995년으로 돌아가자!’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며 상소기구 위원 임명에 제동을 걸어왔다(http://www.economy21.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06338). 유럽대학연구소 교수 마테오 피오리니, 컬럼비아대학 로스콜 교수 페트로 마브로이디스 등 5명이 수행해 지난 11월 발간한 연구보고서 ‘세계무역기구 분쟁해결과 상소기구 위기 - 내부자 인식과 회원국의 선호’는 상소기구 위기에 대해 세계무역기구 내부 구성원들과 회원국들이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게 한다.

강제적이고 구속력 있는 분쟁해결기구 필요성(좌)과 상소기구 위기가 미국과 유럽연합과 관련된 것이기에 방관해도 되는지(우)를 묻는 질문. 자료: 베르텔스만
강제적이고 구속력 있는 분쟁해결기구 필요성(좌)과
상소기구 위기가 미국과 유럽연합과 관련된 것이기에
방관해도 되는지(우)를 묻는 질문. 자료: 베르텔스만

독일 베를텔스만재단의 지원을 받아 이뤄진 이 연구는 회원국들의 분쟁해결 메커니즘 이용에 관한 데이터, 항소기구에 관한 세계무역기구 논의들에 참여하거 분쟁해결 과정에 직접 관여 또는 영향을 받는 세계무역기구 대표단과 실무자들에 대한 서베이에 기초했다. 응답자는 136개 회원국(유럽연합 28개국은 1개국으로 간주) 중 본국 정부(36명), 제네바 주재 회원국 대표(30명), 학계(36명), 로펌(15명), 싱크탱크(14명), 세계무역기구 참모(4명) 등이었다.

상소기구의 분쟁 결정과 재량권 행사를 둘러싸고 본국 정부와 제네바 주재 회원국 대표 사이에, 발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에 양극화가 있기는 하지만, 상소기구가 애초 세계무역기구 협정에 합의된 임무를 넘어서 왔다는 인식은 미국만의 것이 아님을 보여줬다. “상소기구가 자신의 임무 경계를 넘어왔는가?”라는 물음에 제네바 주재 회원국 대표의 50%, 로펌 소속 응답자의 60%가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상소기구가 협정에 일관되게 행동해 왔는가?”라는 물음에는 44%가 그렇다고 답했다. 전체 응답자의 61%는 “상소기구 보고서가 세계무역기구 사무국에 의해 작성돼야 한다고 보는가?”에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이에 비춰보면, 상소기구에 대한 미국의 개혁 요구가 미국만의 ‘독불장군’ 요구가 아님을 보여준다. 하지만 응답자 중 상소기구 개혁을 이유로 위원 임명을 거부하는 미국의 행태에 지지를 나타낸 회원국 대표들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강제적이고 구속력 있는 분쟁해결 절차가 필요한지, 선례 창출과 에측가능성 보장을 위해 상소기구가 가치있는지를 묻는 물음에는 전체 응답자의 87~91%가 긍정 답변을 내놨다. 상소기구 위기는 미국과 유럽연합과 관련된 것이기에 방관해도 되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88%가 그렇지 않다고 답변했다. [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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