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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시대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혐오시대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 김창섭 뉴미디어본부장
  • 승인 2020.01.07 12: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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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차별, 여성, 법으로 살펴본 혐오 이야기

우리는 혐오의 시대, 혐오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주변의 각종 SNS와 언론 기사의 댓글을 보면 온갖 차별과 혐오의 언어들로 가득 차 있다. 방송사의 코미디나 토크쇼는 - 잘 사는 서구 백인을 제외한 - 외국인과 여성, 외모를 비하하는 프로가 인기를 끌고 있다. 정치인은 상대방을 공격할 때 장애인이나 가난한 나라를 빗대서 조롱하기도 한다. 정치인을 비롯한 지배층은 배타적이고 인위적인 ‘우리’를 만들어 그 울타리에 포함되지 않는 외부인을 공격하라 선동한다.

미국 백인노동자의 절망을 이용해 이민자를 적으로 만들어 자신의 집권에 성공한 트럼프, 잃어 버린 20년의 암울한 일본 국민들에게 한반도의 남북한을 적으로 만들어 자신의 정치적 야욕을 실현시키려 하는 아베.

이들의 공통점은 대중의 절망을 분노로 만들고, 그 분노를 특정집단, 혐오의 대상으로 향하게 해 공동의 적을 만든다. 이런 공격은 성찰과 논리보다는 선동과 조롱으로 동질감을 형성시키고 약자를 괴롭힘으로써 스스로에게 승리감과 우월감을 부여한다. 서구에서는 우파 정치세력이 이런 이민자의 인종차별을 발판으로 약진하고 있다. 공통적으로 약자를 적으로 만드는 패턴이 일반적이다.

정치인 뿐만이 아니다. 일부 목사들은 성소수자를 세상의 오염원으로 몰아 가고, 기업과 교육현장에서는 여성을 차별하고 실적이나 성적 등을 핑계로 왕따문화를 양산하고 있다. 혐오는 논리적이고 이성적이지 않다. 그러므로 혐오를 조장하는 자들은 애국마케팅, 성소수자·외국인 등에 대한 공포심 조성, 약자에 대한 조롱, 각종 음모론 등으로 대중들의 감성을 파고 든다. 그렇기에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어느 순간 혐오의 늪에 빠져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다.

이 책은 이런 상황에서 내 위치에 대한 성찰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혐오는 사회의 건강함을 해치고, 혐오의 대상이 된 사람들에게는 큰 고통을 주기에 내가 누군가를 대상화하며 혐오와 차별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것을 권한다.

혐오가 난무하다는 것은 그 사회가 건강하지 못 하다는 증거다. 노숙자, 장애인 문제만 하더라도 그 사회의 안전망이나 복지체계를 구축하는 것보다 안 보이게 하는 것, 거기에서 더 나아가 그들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희화화 하는 것에서 숙고해야 할 고민을 조롱과 혐오로 치환해 버린다.

때문에 혐오는 그 자체로도 위험하지만 실재로도 약자에 대한 폭력을 수반함으로 더 큰 사회문제를 양산한다.

이 책은 종교, 차별, 여성, 법 등을 주제로 최근 한국 사회에서 혐오 현상이 왜 이렇게 심각해졌는지 진단해보고, 차별과 혐오를 넘어 평화롭게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나아가 법과 제도로 혐오 표현을 금지하고 혐오 표현에 의한 피해를 구제하면서 자기 불안에 기반하는 혐오 감정의 원천에 대해 좀 더 성찰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우리가 혐오에 대응하고 이를 없애려 노력하는 궁극적인 목적이 평화이기에 혐오 문제는 대화와 설득의 방식으로 해결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1999년 창립되어 인권 운동을 활발히 벌여나가고 있는 ‘인권연대’가 2018년 진행한 <우리 시대 혐오를 읽다>란 이름으로 진행한 강좌의 주요 강의와 질의응답을 엮었다.

 

「우리 시대 혐오를 읽다」

김진호, 이찬수, 김홍미리, 박미숙 글, 인권연대 기획, 철수와 영희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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